토리노의 마법사, 지오반니 미첼로티의 세계

지오반니 미첼로티는 시티카부터 맞춤형 GT, 심지어 캐러밴까지 모든 디자인 방식에 독창적인 감각을 더했다

2020-08-04     믹 월시(Mick Walsh)

1200대가 넘는 광범위한 자동차 디자인을 해낸 ‘토리노의 마법사’ 지오반니 미첼로티는 주요 콩쿠르나 디자인 박물관에서 특별 전시를 별로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의 아들 에드가르도는 아버지의 디자인에 대해 놀랄 만한 기록을 보존하고 있다.

 

미첼로티는 전쟁 전 스태빌리멘티 파리나에서 커리어를 쌓아가던 젊은 시절에 대담한 외관의 주문제작 알파로메오를 만들었다. 이후 1970년대 후반 영국 레이랜드에서 빛을 보지 못한 프로젝트로 좌절감을 느낄 때까지 미첼로티의 기록은 숫자도 많았고 종류도 다양했다. 그가 58세의 나이로 사망한 지 40년이 지난 지금, 그의 경력과 작품에 대해 되짚어본 책이 이탈리아어와 영어로 출간되었다.

 

1921년에 태어난 미첼로티의 재능은 파리나의 첫 직장에서 일찌감치 입증되었다. 유명한 클라이언트 리벨리 백작은 17세 소년이 자신의 맞춤형 알파 6C를 위해 한 1:1 드로잉을 보고 깜짝 놀랐다. 피에트로 프루아가 1948년 갑자기 파리나를 떠났을 때 미첼로티는 견습생에서 디자인 책임자로 승진했다. 1950년대 이탈리아 스타일링의 황금기가 시작되던 그 무렵 이 훌륭한 젊은이를 가로막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30대였던 미첼로티는 이미 이국적인 자동차 디자인으로 모터쇼에서 화제를 모은 데뷔작들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프리랜서로 활동한 후, 1955년 토리노 모터쇼에서 헤드라인을 장식한 ‘데몬 루즈’를 포함해 파리나에서 처음 만난 알프레도 비날리의 광범위한 제작에 참여했다. 피아트 8V를 기반으로 한 이 디자인은 35세의 외과의사 알도 루이노가 의뢰한 것이다. 미첼로티는 비날리의 장인들과 함께 일하는 것을 즐겼다. 왜냐면 그들은 알루미늄을 망치로 두들겨 능숙하게 차체를 만들었고 나무로 된 벽에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미첼로티는 비날리를 위해 10개의 오토 뷰(Otto Vu) 차체를 제작했지만, 데몬 루즈와 달리 조르지오 암브로시니의 시아타를 위해 아름다운 바르체타도 만들었다. 1952년 처음 스케치된 프로토타입 208S는 하트 모양의 그릴이 특징으로 미국에서 잘 팔렸는데, 이는 의심할 여지없이 캐롤 쉘비가 만든 코브라에 영감을 주었다.

 

미첼로티 작품 범위는 이국적인 쿠페에서 맞춤형 스테이션 왜건에 이르기까지 놀라울 정도로 많지만, 그의 포트폴리오는 자동차 외에도 다양하다. 산업 디자이너로서 그는 커피 머신, 냉장고, 오븐과 각종 가구들도 디자인했다. 국제 사이클 경기를 위한 프로모션 차량은 부수적인 작업이었으며, 다른 프로젝트에는 퍼거슨 트랙터, 베스파 및 모토루미 스쿠터, 영국 제조사 마스턴의 캐러반도 포함되어 있다.

 

주로 도로용 차량으로 유명하지만 미첼로티 스타일의 경주차로는 페라리 340의 파생모델 카레라 파나메리카나, 데토마소-콘레로 그랑프리 카, 가장 위대한 랠리 머신 알피느 A110 등이 있다. 후자는 진 레델레(Jean Rédélé)의 의뢰로, 이탈리아 밖에서 의뢰받은 첫 번째 결과물이다. 1955년 고풍스러운 A106의 스타일링은 세련된 A108을 거쳐 상징적인 A110으로 발전했지만, 창조적인 미첼로티는 레델레가 디자인 비용을 지불하지 않은 후에야 비즈니스에 대해 깨닫게 됐다.

 

미첼로티는 50년대 후반 전통적인 카로체리아의 시대가 변하고 있음을 이미 깨닫고, 주요 제조사의 컨설턴트 스타일리스트로 활동했다. 일본 회사들은 해외 시장 진출의 첫 걸음으로 유럽 디자이너를 영입해 스타일을 완성했다. 1958년 프린스는 미첼로티를 고용해 다양한 모델을 꾸미고 회사 로고를 재작업했다.

 

DAF와 BMW의 부흥에 큰 공을 세운 미첼로티는 스탠더드-트라이엄프와의 관계 및 코벤트리 회사에서 가장 성공을 거둔 모델의 독특한 모습으로도 유명하다. 레이랜드와 스카멜과 같은 상용차 설계도 있었지만, 1956년 영국과의 첫 번째 연결고리는 소규모로 제작된 프리스키 마이크로 카부터 시작됐다. 스탠더드-트라이엄프 MD 알릭 딕은 “아이디어를 종이 한 장으로 번역할 수 있는 스타일리스트를 만나본 적이 없다. 지오반니는 내 아이디어를 마치 내 마음을 읽는 것처럼 해석해 말 그대로 내가 묘사하는 자동차를 그려냈다”고 말했다.

 

에드가르도 미첼로티와 지안카를로 카벨리가 만든 책 ‘프리 스타일리스트’는 폰다지오네 네그리(negri.it)에서 58유로(약 7만7000원)에 구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