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아쿠아, 다재다능한 하이브리드 해치백

디젤 해치백 전성시대다. 연비 좋고 힘 좋은 디젤 엔진의 매력에 마음을 뺏기는 중이다. 하지만 하이브리드는 어떨까? 일본에서 만난 토요타 아쿠아는 하이브리드에 대한 편견을 깨기에 충분했다

2014-03-31     안민희

연비 좋은 소형 해치백을 생각해보라면 십중팔구 디젤 엔진을 얹은 해치백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꼭 디젤이어야 할까? 조금 더 조용하고 부드러운 휘발유 엔진은 안 될까. 물론 연비도 디젤만큼 나오길 바라지만 지나친 욕심이다. 그러나 전기모터를 더한 하이브리드 구동계라면 가능하다.

아직 국내에는 출시되지 않은 모델이지만, 하이브리드 구동계를 얹은 소형 해치백으로는 토요타 아쿠아(AQUA)가 유명하다. 아쿠아는 2011년 12월에 등장한 이후 2년 만인 2013년 12월까지 일본시장에서 53만대 가까이 팔려 줄곧 일본시장 판매율 1위를 유지했다.

토요타 아쿠아는 하이브리드 구동계를 얹고 연비에 집중했다. 일본 국토교통성의 JC08 기준으로 37km/L나 된다. 높은 연비의 친환경차라지만, 운전자에게 불편함을 강요하진 않는다. 일반적인 해치백같이 달리고, 기름도 적게 먹는데다 값도 싸다. 그래서 평범한 부분들까지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

땅거미가 내려앉고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 오후 5시. 일본의 나리타공항에서 하늘색 아쿠아를 만났다. 첫인상은 작은 아이 같았다. 실제로 기아 프라이드 해치백보다 좀 더 작다. 길이 3,995mm, 너비 1,695mm, 높이 1,445mm다. 휠베이스는 2,550mm다.

고연비를 지향하기 때문에 리틀 프리우스라는 평가를 받는 차지만, 인상이 좀 다르다. 더 스포티하다. 전면의 인상만 보면 살짝 심통을 부려 볼을 부풀린 듯하다. 귀여운 인상이다. 둥근 유선형의 차체 곳곳에 선을 그어 개성을 살렸다. 옆면 아래의 캐릭터라인은 뒷바퀴 펜더를 타고 오르며 볼륨감을 키운다. 마치 속을 꽉 채운 만두같이 팽팽한 느낌이다.

귀엽다는 인상은 실내에서도 이어진다. 일반적인 소형차의 배치 구조지만, 파스텔 색상의 소재를 곳곳에 사용해 멋을 부렸다. 하늘색 도장과 어울리도록 대시보드 덮개와 직물 시트의 색을 맞췄다. 원가절감을 반영했는지 플라스틱의 질감이 조금 저렴해 보인다. 색상을 개성 있게 맞춘 덕분에 크게 신경 쓰이지는 않는다. 시승차는 181만 엔의 S등급 모델이다. 187만 엔 G등급과 170만 엔짜리 기본형 L등급의 사이를 채우는 중간급 모델. 장비 차이보다는 실내를 꾸미는 소재의 차이가 크다.
 

계기판은 프리우스의 것과 비슷하지만 조금 더 짧다. 속도, 기어, 유량, 평균 연비, 배터리 잔량, 출력 수준, EV 표시등 정도만 있다. 옵션으로 계기판을 바꾸면 알록달록한 색으로 예쁘게 다양한 정보를 보여준다. 스티어링 휠은 프리우스의 것과 같다. 잡기에는 문제가 없지만 시각적으로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기어 레버는 P-R-N-D-B 순으로 늘어놓은 게이트 방식이다. 그 아래에는 에코, EV 버튼이 있다. 자동변속기 차의 것과 비슷해 거부감이 적다. 사이드 브레이크 또한 레버를 당겨쓴다.

해치백답게 실내공간 활용성이 좋다. 여행용 트렁크 2개까지는 뒷좌석을 접지 않고도 실을 수 있다. 뒷좌석이 6:4로 접혀 짐을 싣고도 성인 3명이 타기에 충분했다. 뒷좌석 무릎 공간은 차급을 생각했을 때 적당한 수준이다. 작은 차체에서 휠베이스를 최대한 끌어낸 덕분이다.

엔진룸을 열면 엔진과 모터가 나란히 보인다. 엔진은 직렬 4기통 1.5L 엔진이다. 4,800rpm에서 최고출력 74마력을 내고, 최대토크 11.3kg·m을 3,600~4,400rpm에서 낸다. 모터의 최고출력은 61마력이다. 최대토크는 17.2kg·m다. 이 둘을 합친 병렬 하이브리드 시스템 출력은 100마력이다. 즉각적으로 힘을 내주는 모터와 배터리를 합쳐도 1,080kg에 불과한 공차중량 덕분에 0→시속 100km 가속은 10.7초가 걸린다.

일본에서의 첫 운전이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푸른색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었다. 어떤 소리도 나지 않는다. 그저 계기판의 EV 표시만 보일 뿐이다. 부드럽게 주차장을 빠져나와 한적한 도로로 나섰다. 사실 기분은 두려움 반, 설렘 반이었다. 타국에서의 운전은 설레지만 모든 것이 반대였다. 오른쪽으로 바뀐 운전석에 생소한 기분이 든다. 게다가 통행 방식도 반대인 좌측통행. 하늘은 검고 비는 세차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국적인 거리의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부드럽게 가속 페달을 밟아 엔진을 잠재우고 모터만으로 속도를 높여나간다. 조용한 거리와 숨죽인 차의 조합은 민폐 끼치기를 거부하는 그들의 성격에 걸맞다. 큰 길을 찾았다. 시속 50km 가까이 전기로만 가속했다. 마치 전기차를 모는 것만 같다. 다만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엔진이 깨어나는 것만 다를 뿐. 뒤에 차가 다가오는 것이 신경 쓰여 가속을 보챘다. 속도를 더 높여도 가속 페달을 얕게 밟으면 엔진을 끌고 모터만으로 달린다. 엔진음이 없으니 바깥의 소리가 너무 잘 들린다.

시내를 벗어나 고속도로에 오른다. 빠르게 가속해 흐름에 맞춰야 할 차례. 가속 페달을 꾹 밟자 조용하던 실내에 엔진음이 들이친다. 무단변속기는 엔진 회전수를 유지한 채로 가속을 이어나간다. 빠르게 속도를 올리는 동안은 실내가 시끄럽다. 방음 수준은 여유롭게 달리기에 딱 맞을 정도다.

승차감은 동급 해치백과 비교했을 때 평균 정도다. 매끄러운 도로에서는 충분하나 요철을 타고 넘을 때면 충격이 느껴진다. 서스펜션 방식은 소형차에 자주 쓰이는 앞 코일 스트럿, 뒤 토션 빔 방식이다. 잘 다듬어 코너를 돌 때 불안감이 없다.

주행 감각에서 큰 재미를 찾긴 어려웠다. 부족한 부분은 없으나 아주 뛰어난 부분도 없다. 운전의 즐거움을 최우선으로 여기지만, 그래도 아쿠아는 사고 싶은 차다. 만만한 가격과 뛰어난 연비 덕분이다. 게다가 개성 표출을 위한 자유로운 패키지 구성이 돋보인다. 각 트림마다 전용 컬러가 있고, 7가지 패키지를 입맛대로 골라 원하는 사양을 맞출 수 있다.

내비게이션도 그렇다. 후방카메라 패키지만 선택해서 차를 받고, 내비게이션을 따로 사서 달면 된다. 시승차의 내비게이션은 토요타 딜러점에서 따로 구입해 단 것이다. 8만3천 엔(약 86만원) 정도다. 우리 기준으로는 비싸다. 하지만 한국어 등 다양한 언어를 지원한다.

무난한 주행성능은 뛰어난 연비로 보상받는다. 첫날 100km가 넘는 구간을 연비를 의식하지 않고 달렸다. 비 때문에 속도를 낮춰 달린 부분은 있다. 트립컴퓨터의 연비가 25km/L를 넘어섰다. 맑게 개인 다음날, 도심에서 빠르게 가속하고 속도를 이어나가는 교통 흐름에 맞춰 달렸다. 에코 모드 버튼을 누르지도 않았다.
 

도쿄에서 요코하마를 잇는 고속국도에서 시속 120km를 살짝 넘게 달렸다. 그럼에도 22km/L의 연비를 기록했다. 활발하게 가감속을 반복하며 고속도로를 달릴 때도 연비는 20km/L를 넘겼다. 뛰어난 연비에 감탄했다. 굳이 연비를 위한 운전을 하지 않고 얻은 결과라 더욱 만족스러웠다.

아쿠아와 함께한 2박 3일 동안 토요타 하이브리드 구동계의 완성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좋은 구동계를 작은 차에 담아 싼 가격에 내놓는 방식이 맘에 든다. 물론 그만큼 원가절감이 이뤄졌지만 좋은 연비가 모든 것을 덮는다. 게다가 패키지 및 실내 옵션을 더해도 크게 가격이 오르진 않는다. 성공의 이유가 납득이 간다.

아쿠아의 또 다른 이름은 프리우스 C다. 바로 북미시장을 위한 이름. 미국에서 아쿠아의 최저등급 모델은 1만9천 달러, 최고등급 모델은 2만3천 달러다. 국내에서도 포지셔닝만 잘해준다면 가능성은 커 보인다. 내심 꼭 들어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맨날 디젤만 먹고 살 수는 없지 않는가.

글: 안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