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 콰트로 컨셉트
상태바
아우디 콰트로 컨셉트
  • 아이오토카
  • 승인 2011.08.08 07: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콰트로 컨셉트는 아우디 디자인과 기술 철학에 혁명적 변화를 예고한다

아우디 콰트로 컨셉트는 아직 컨셉트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지만 지난 파리모터쇼에서 널리 호평을 받았다. 게다가 아우디 경영진 모두가, 적어도 마음속으로는 양산을 원하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콰트로는 여전히 사업성을 검증받아야하는 고비를 남겨놓고 있다. 하지만 아우디가 양산을 승인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어째서 그토록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요란을 떨었는지 궁금하다. 콰트로 컨셉트는 파리의 쇼카였다. 간신히 자력으로 트랜스포터 뒷문에서 쇼장의 스탠드까지 들어갔다가 나왔을 뿐이고, 속도는 기껏 두 자릿수였다.

하지만 오늘 내가 시승하러 나온 차는 완전히 달랐다. 예상대로 많은 작업을 거쳐 쇼카는 이제 시속 160km로 달릴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많은 손질을 거쳤지만, 콰트로 컨셉트는 아직 도로주행 허가를 받지 못했다. 따라서 도로주행에 필요한 각종 지시기를 달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시승을 위해 캘리포니아 교통경찰차 3대가 따라 나왔다. 우리 시승구간은 태평양 연안의 퍼시픽 코스트 하이웨이. 때로는 경찰차가 서서히 달리면서, 때로는 정차해 도로를 봉쇄해 시승코스를 마련해줬다. 아무리 콰트로를 좋아해도 영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WRC(세계랠리선수권)는 전 세계에 알려졌지만 아우디에 따르면 콰트로의 역사(올해 30주년을 맞았다)와 전통에 애정을 가진 나라는 독일과 영국밖에 없다. 아우디는 1982년과 84년 WRC 타이틀을 땄다. 첫 경주차는 콰트로였고, 뒤에 숏휠베이스 그룹 B 스포트 콰트로가 출전했다. 이중 후자가 이번에 콰트로 컨셉트에 영감을 준 모델이다. 당시 WRC 출전규정에 따른 특별판 스포트 콰트로의 로드카 버전 200여대가 세상에 나왔지만 카마니아들의 레이더에 잡힌 곳은 몇 나라에 불과했다.

따라서 현대판 콰트로 컨셉트는 역사와 전통이상의 무엇을 보여줘야 했다. 그 결과, 콰트로는 아우디 디자인과 제작기술에서 대혁신을 이뤘다. 겨우 1년 전 무게 2,025kg인 RS6 아반트는 제대로 달리기 위해 571마력이 필요했다. 지금 콰트로 컨셉트는 무게 1,300kg(실제로는 약 1,340kg. 컨셉트지만 제대로 달릴 수 있다). 아우디에 따르면 5년 안에 바로 그 무게의 콰트로 드라이브 트레인을 갖춘 A5 크기와 가격의 차를 내놓는다.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R8보다 300kg이 가볍다면 가히 혁명적이다.

콰트로 컨셉트는 RS5를 바탕에 깔고 있다. 여기에 아우디는 휠베이스를 150mm 줄이고, 보디는 알루미늄(대체로 움직이지 않는 부품)과 카본파이버(대체로 열리는 부품)로 만들었다. 물론 경량화는 상당한 이점이 있다. 콰트로 컨셉트는 바탕이 되는 RS5보다 출력이 내려간다. 따라서 4.2L V8 엔진이 물러나고 대신 터보 2.5L 5기통(아주 콰트로답다) 엔진을 TT RS에서 가져왔다. 더 가벼워졌고, 따라서 더 빨라졌다. 출력은 402마력으로 올라갔고, 아우디에 따르면 0→시속 100km에 3.9초(믿을 만하다). 게다가 6단 수동박스가 힘을 보탠다. 나머지 드라이브 트레인은 RS5에서 빌려왔다. 현재로는 스포츠 제한 슬립 뒤 디퍼렌셜이나 토크 변환을 갖추지 않았다. 양산단계에선 받아들여질 것이다.

이 컨셉트를 오리지널 스포트 콰트로와 비교하면 흥미롭다. C필러와 보닛의 환기구 주위는 뚜렷이 유전된 흔적이 보인다. 하지만 결코 복고형은 아니다. 아우디가 지난 30년간 꾸준히 콰트로 모델을 만들어왔다면, 바로 이런 모습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정교한 그릴은 단단한 알루미늄 덩어리를 다듬어 만들었다. 브레이크 디스크는 카본세라믹(양산할 경우에도 그대로), 휠은 20인치(1~2인치 가량 줄였으면 한다). 오리지널 스포트 콰트로는 15인치였다.

실내는 단순하고도 놀랍다. 양산 버전(RS5 실내 구조를 받아들이게 된다)에는 그대로 반영되지 않을 것이다. 벤츠처럼 아우디도 대시보드의 버튼을 줄이기 위해 디지털 디스플레이와 MMI를 활용할 방안을 찾고 있다. 여기서 그 성과가 나타날 것이다. 이 같은 계기판은 시트가 없고 카본파이버로 마감한 심플한 실내 뒤쪽과 잘 어울린다. 그와 함께 들어오는 가죽 내장은 아름답다(장차 중역급 아우디의 또 다른 옵션이 될 전망). 그리고 경량 시트의 운전위치는 더 바랄 것이 없다. 고맙게도 밑이 평평한 스티어 링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WRC 2회 챔피언 발터뢸의 코드라이버가 스티어링을 둥글게 만들라고 건의했고, 아우디가 그대로 따랐다. 아울러 직진표시가 된 스티어링은 아름답게 다듬었다.

그래서 운전하기 좋았나? 그렇다. 시동을 걸면 별로 위력을 느낄 수 없다. 하지만 5기통 엔진은 날렵하게 시동이 걸리고 조용히 잦아든다. 차고 안에서 창문을 내리면 가볍게 재잘대는 소리가 들리고, 이상하게 덜컥거리며 컨셉트카의 티를 낸다. 한편 완전한 디지털 대시보드는 약간 흔들거렸다. 액셀을 살짝 밟으면 저회전대의 가벼운 터보렉이 드러났고, 미끈한 울림이 낮게 깔렸다. 클러치 페달은 어느 아우디 못지않게 가볍다. 내 기억으로는 R8보다 더 가볍다.

한편 기어변환은 아주 적극적이어서 단 한 단도 놓치지 않았다. 게다가 스티어링도 가벼웠다. 퍼시픽 코스트 하이웨이로 달려가면서도 신경질을 부리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속도가 올라갈 수록 달리기는 경쾌했다. 직접적이고, 정확하면서 섀시 관성이 비교적 작았다. 30 사이즈 타이어가 방향전환을 할 때면 짧고 가벼운 콰트로는 열성적으로 따라갔다. 다만 우리가 조심스레 고른 몇 킬로미터의 도로는 차의 유연성을 시험할 만한 곳이 아니었다.

예상대로 내 곁에 앉은 아우디 관계자가 말을 걸었다. “자, 첫 인상이 어때요?” 글쎄, 아무튼 컨셉트다운 느낌이 들었다. 스티어링은 안쪽 차선을 탈 만큼 돌아가지 않아 바깥 차선으로 헤어핀에 접근했다. 운전대를 너무 돌리면 타이어가 섀시를 공격하려 덤빈다. 시속 40km의 이동촬영에도 이 차에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런 다음 캘리포니아 하이웨이 교통경찰은 코너링 장면을 촬영하도록 도로를 막아줬다. 거기서 나는 좀 더 강력하게 밀어붙였다. 2단. 힘껏 밟았다. 으악!

“이제 컨셉트와는 아주 다른 느낌이 들지요, 안 그래요?” 그래, 그래, 그렇지. 콰트로 컨셉트는 그야말로 날았다. 일단 몇 회전을 감아 돌려 2,500rpm 위로 올라가자 렉은 거의 사라지고, 5기통의 독특한 리듬이 울려 퍼졌다. 다음 기어로 올라가자 웨이스트게이트의 휘파람과 재잘거림이 뒤따랐다. R8 V10만큼 빨랐지만, 훨씬 다루기 쉬웠다. 기어변환도 상큼했다. 브레이크는 파워기능이 약간 지나쳤지만, 마음대로 다스릴 수 있었다. 힐&토 감속에는 엔진 반응도 뛰어났다. 좋다, 아주 아주 좋다. 그렇지만 오랫동안 섀시를 밀어붙일 수는 없었다. 첫째, 아직 완성된 차가 아니었다. 둘째, 무한히 값진 한 대뿐인 차였다. 그러나 가벼운 차라는 것만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스티어링은 직접적이었고, 놀랍도록 빨리 방향을 틀었다. 맙소사, 911 GT3보다 가벼웠다.

역사적 전통은 중요하다. 하지만 여기 차는 아우디의 미래를 보여준다. 슈테파네 라일은 콰트로 디비전(아우디의 고성능차 자회사)의 기술총책. 이 차가 양산에 들어가려면 콰트로 디비전의 신세를 져야한다. 그가 열망하는 미래이기도 하다. "내 차는 네 차보다 100마력이나 더 세다고 하는 태도는 바뀌어야 한다"  라일의 말. “오히려 이렇게 말해야 한다. 내 차는 네 차보다 100kg이나 가볍다” 그에 따르면 직선코스 성능은 출력만이 아니라 출력/무게에 따라 결정된다. “하지만 운전 역학적인 감각은 절대적 무게로 결정된다” R8보다 운전성능이 뛰어날까? “글쎄, 300kg이나 가벼우니까”

그래서 라일은 양산(RS5의 하체를 받아들인다. 따라서 경영진의 승인이 떨어지면 24개월 뒤 출시할 수 있다)된 콰트로 컨셉트는 아주 가볍고 바람직한 차로 거듭난다고 말했다. 폭스바겐 그룹 안에는 무게 1,000kg을 밑도는 람보르기니 세스토 엘레멘토 컨셉트의 카본파이버 양산기술이 있다. 그 일부가 콰트로에 들어올 공산이 크다. 라일에 따르면 신형 콰트로는 경량 고성능차의 새 물결을 일으킬 랜드마크다. 무게는 1,300kg에 묶을 수 있다. 생산대수는 몇 백대가 될 것이다. 가격은 몇 십만 파운드 수준. 만일 아우디가 콰트로 컨셉트를 양산하지 않는다면? 그러면 나는 내 신발을 씹어먹을 작정이다.

글 · 맷 프라이어(Matt Prio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