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티 M vs BMW 5 vs 재규어 X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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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티 M vs BMW 5 vs 재규어 XF
  • 아이오토카
  • 승인 2011.06.2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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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티가 M 시리즈를 신형 BMW 535d와 재규어 XF의 경쟁차로 밀어붙였다. 경쟁력은 있지만 위협적일 정도는 아니라고 한다

유럽시장에 진출한 지 3년째, 세계시장에 모습을 드러낸 지는 30년째 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인피니티는 지금까지 너무 오랫동안 ‘다가올’ 브랜드에 머물렀다. 2011년쯤 되었으면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브랜드가 됐어야 하지 않느냐는 얘기를 들을 만하다.

조금 가혹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아직까지 인피니티의 모델 라인업은 지속적으로 넓어지고 있고, 편하게 얘기하자면 틈새시장 공략에 가까운 방법을 통해 깊은 인상을 심고 있다. 어쨌든 이 최신 M 모델이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했던 인피니티 차들과는 확실히 다르다는 것은 분명하다.

단순한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테스트한 M, 특히 가장 인기 있는 디젤 엔진 모델만큼은 분명히 인피니티가 지금까지 진정한 거물급 차들을 따라잡기 위한 시도 가운데 가장 진지한 것이다. 더 단순하게 바라보면, 이 차는 BMW 5시리즈의 경쟁자다. 현재 시점에서 세계에서 가장 잘 만들어진 차들 중 일부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하다는 뜻이다. 눈물이 날 정도로 훌륭한 BMW 535d M 스포트와 그만큼 묘한 매력이 있는 재규어 XF 3.0d S가 그 대상이 된다.

이 차들이 오르기에 그리 높지 않아 보이는 산인 양, 인피니티는 가격이라는 한 손을 등 뒤로 묶어 놓은 채로 M30d를 전장에 투입했다. M30d는 기본형 모델조차도 4만6천600파운드(약 8천440만원)에 이른다. 더 잠재력이 뛰어난 4만5천320파운드(약 8천210만원)짜리 BMW와 4만2천300파운드(약 7천660만원)의 재규어와 비교될 만하다. 특히 시승차로 마련된 차는 4만7천265파운드(약 8천560만원). 이는 부인할 수 없을 만큼 높은 수준의 기본 장비로만 정당화될 수 있다.

더욱 두드러지는 것은 M30d가 BMW나 재규어만큼 다재다능한 차들과 동적인 면에서 비교할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점이다. 운전하기에는 좋지만 무난한 모습을 지닌 쿠페(G37)와 그다지 운전하기에 좋지는 않더라도 이상하리만치 멋진 SUV(FX 시리즈)를 만들어왔지만, 인피니티가 모든 코너를 공략할 능력을 가진 차를 만들 수 있는지의 여부는 여전히 확신할 수 없다. 이제 주사위를 던질 시간이다. 만약 M30d가 이번 테스트를 치러낸다면, 인피니티는 목적지가 어디든 그곳을 향해 잘 달려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아마도 새로운 방향설정이 필요할지 모른다.

전시장에서의 대결
잠재적 소비자들이 순전히 M30d의 스타일 때문에 재규어나 BMW를 포기할 일은 거의 없어 보인다. 앞모습이 돋보이면서도 적당히 잘 다듬어졌음에도 어떤 각도에서 보면 현대자동차의 고급 모델 같은 분위기가 풍기고, 경쟁차들과 나란히 놓고 보면 약간 평범해 보인다. M30d가 기가 막힐 정도로 멋진 차가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그 부분이기 때문에, 잠재적 소비자들이 카탈로그를 계속 넘겨나가도록 설득하기 위해서는 한참 더 애를 써야 할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부분이 인피니티가 기대하는 M30d의 매력이 더 분명해지는 시점이다. 선택사항이 다양하기는 하지만 단순하기 때문에, 기본 장비의 수는 대단히 놀라운 수준이다. 기본인 스페어타이어를 제외한 거의 모든 것이 포함되어 있다. 덕분에 가격은 처음 출시되었을 때보다 더 설득력이 커졌다.

재규어에 같은 수준의 장비를 갖추기 위해서는 대략 4만7천 파운드(약 8천510만원) 정도를 지불해야 하고, BMW 역시 제법 큰 금액을 더 내야 한다. 그래서, 이론상으로는 기본 가격이 비싼 듯 느껴지지만 사실상 인피니티는 이들 가운데 저렴한 축에 속한다. 조금 더 현실적으로 얘기하자면, 가장 저렴하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다.

아쉽게도, 전시장 비교에서 M30d의 매력은 경쟁차들과 기술적인 면을 비교하는 순간 가파르게 곤두박질친다. 인피니티 제품 기획자들은 경쟁차들이 2년 전에 이 수준의 장비를 갖춘 것을 보고 나서 그들과 맞붙을 차를 만들기로 결정한 듯하다. 어떤 관점에서 경쟁차를 비교하든지, 요즘에는 확신이 점점 커지는 습관을 갖고 있기 때문에 처음 나왔을 때부터 M30d를 낙오자처럼 보이게 만든다.

비슷한 배기량의 재규어 디젤 엔진이 275마력의 출력, 61.1kg·m의 토크를 쏟아내는 반면 M30d의 3.0L V6 터보디젤 엔진이 238마력, 56.0kg·m의 힘을 낸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 더군다나 BMW의 2,993cc 트윈 터보 직렬 6기통 엔진은 299마력에 61.1kg·m의 힘을 내는데 말이다.

M30d는 7단 자동변속기와 네바퀴 스티어링 시스템으로 여기에 맞서지만, 이 차는 네바퀴굴림이 아닌 뒷바퀴굴림 방식이다. 연료 소비와 배기가스에 있어서도 흐름에 한참 뒤처진 듯하다. 종합연비는 재규어의 14.9km/L나 BMW의 16.4km/L와 비교되는 13.3km/L이고, 199g/km인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상대적으로 더 높다(재규어 179g/km, BMW 162g/km). 무게조차도 전비중량이 1,845kg이어서 BMW의 1,790kg 및 재규어의 1,820kg보다 더 무겁다.

별개로 보면 놀라운 차
그래서 인피니티의 시작은 그리 훌륭하지 않다. 그러나 따로 떼어놓고 보면 차가 보여주는 실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고, 차에 올라 운전을 시작하는 순간 매력은 빠르게 커지기 시작한다. 실내는 보이는 것과 달리 사용하기에 흥미롭고, 눈을 즐겁게 하는 고전적인 단순한 디자인을 갖고 있다. 그리고 BMW의 아이드라이브(iDrive) 컨트롤러에 상응하는 인피니티식 조절장치를 포함해 장비들이 화려하게 펼쳐져 있다. 그러나 시스템 자체는 BMW의 개선된 장치만큼 사용하기에 직관적이지 않다.

운전석은 훌륭하지 않다. 이상하게 평평하고, XF 및 535d의 것과 비교하면 특징이 없다. 특이하게도 옆구리 지지능력이 부족하다. 후방 시야도 이처럼 비교적 단순한 3박스 비례를 가진 차에서 그래야 하는 것만큼 뛰어나지 않다. 한편 전방 시야는 유별나게 두터운 A 필러에 가려진다.

뒷좌석에 오르면, 그런대로 괜찮은 수준 이상도 이하도 아닌 머리공간과 무릎공간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곡선을 그리는 지붕 때문에, M30d의 뒷좌석 공간은 새로운 도전자가 더 나을 것이라고 예상할 만큼 고전적 디자인을 지닌 BMW나 재규어보다 공간이 작다. 트렁크도 마찬가지여서, 다른 두 차들보다 뚜렷하게 공간이 작다. M30d의 네 바퀴 스티어링 시스템이 영향을 미쳤다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실제로 달려보면…
이런 문제점들을 잠깐 제쳐 놓으면, M30d는 달리기에 있어서는 더 나은 실력을 발휘한다. V6 디젤 엔진은 고회전 때 두 경쟁차들보다 조금 더 뚜렷한 소리를 내지만, 저회전이나 중간 회전 영역에서는 부드럽고, 강력한 가속력이 어우러져 이 차를 좋아하게 될 만큼 활용하기가 쉽다. 액셀러레이터를 약간만 밟아도 가볍게 달리면서 여전히 제 실력을 발휘한다.

한편 7단 자동변속기는 D 모드에 놓고 달리면 기어비 간격이 잘 어우러져 뚜렷한 매끄러움이 돋보인다. 대신, 스티어링 휠에 달린 패들을 이용해 수동으로 변속하면 M30d의 파워트레인은 그에 따라 반응하고, 필요한 때에 더 강력한(그리고 더 시끄러운) 힘을 발휘한다.

유일한 문제점은 핸들링을 더 날카롭게 만들기 위해 섀시를 스포트 세팅으로 전환하려고 할 때 불거져 나온다. M 스포트 535d와 비교했을 때조차도 이미 단단한 승차감은 더 나빠져, M30d의 제법 차분한 움직임은 흐트러지기 시작한다.

도로 위로 나서면 스포트 버튼은 완전히 잊어버리고 M30d를 일반 서스펜션 모드로 내버려두는 쪽이 훨씬 낫다. 그리고 약간은 어색하지만 매력이 없지는 않은 스티어링 반응과 특히 네 바퀴 스티어링 시스템 덕에 날카로운 턴인에 한번 익숙해지면, 실질적으로 제법 괜찮은 달리기 실력을 보여준다. 달리고 있을 때에는 다소 둔한 느낌을 주지만, 재규어 XF 3.0d S나 BMW 535d M 스포트를 방금 몰아보지 않았다면 어떤 면에서도 불만스러운 감정을 갖고 내리게 될 차는 아니다.

진실을 확인할 시간
이제 이 차에 대해 분명하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모든 면에서 혼란스러울 문제들은 없다. 인피니티 M30d S는 말하자면 복스홀 벡트라나 닛산 프리메라와 비교했을 때 완벽할 정도로 편안한 차일 수는 있지만, 재규어 및 BMW와 나란히 비교해보면 어떤 면에서도 경쟁이 될 만한 면은 보이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재규어와 BMW는 모두 인피니티보다 더 빠르고, 더 조용하고, 더 경제적이고, 더 재미있고, 공간이 더 넉넉하고, 값도 더 저렴하다. 마지막으로, 이처럼 열악한 상황에서 M30d를 건져낼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XF와 535d 사이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를 차를 가려내는 것이 훨씬 더 복잡한 과제다.

최종 결론
이런 이유에서 승자는 BMW 쪽으로 돌아간다. 운전뿐 아니라 실내와 디자인, 주행감각에 이르기까지 재규어가 여전히 전반적으로 대단히 매력적인 차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최소한 적절한 선택장비를 골랐다면, 신형 5시리즈의 탁월함이 돋보이게 된다.

나아가, 535d M 스포트의 진정한 성과는 한 대의 차로 아주 많은 다른 일들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 순간 괴물 같은 성능과 환상적으로 짜릿한 핸들링을 보여주는 진정한 스포츠 세단의 면모를 드러내다가도, 이내 편안하고 섬세하며 탁월한 경제성을 가진 차로 변신하고, 줄곧 강력한 XF의 빛이 바랠 정도로 수준 높은 기계적 정교함이 이런 부분을 강조한다.

재규어는 여전히 훌륭한 차이고 BMW에 거의 근접하는 수준의 폭넓은 능력을 가졌다. 주행특성 측면에서 결과적으로 약간은 추진력이 부족하고 약간 더 느긋하다는 점 때문에 535d 대신 이 차를 선택한다면, 우리는 금세 그 이유를 이해할 것이다. 그러나 BMW 또는 재규어 대신 인피니티를 선택한다면, 납득하기 위해 조금 더 깊이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글 · 스티브 서트클립(Steve Sutclif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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