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가혹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아직까지 인피니티의 모델 라인업은 지속적으로 넓어지고 있고, 편하게 얘기하자면 틈새시장 공략에 가까운 방법을 통해 깊은 인상을 심고 있다. 어쨌든 이 최신 M 모델이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했던 인피니티 차들과는 확실히 다르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 차들이 오르기에 그리 높지 않아 보이는 산인 양, 인피니티는 가격이라는 한 손을 등 뒤로 묶어 놓은 채로 M30d를 전장에 투입했다. M30d는 기본형 모델조차도 4만6천600파운드(약 8천440만원)에 이른다. 더 잠재력이 뛰어난 4만5천320파운드(약 8천210만원)짜리 BMW와 4만2천300파운드(약 7천660만원)의 재규어와 비교될 만하다. 특히 시승차로 마련된 차는 4만7천265파운드(약 8천560만원). 이는 부인할 수 없을 만큼 높은 수준의 기본 장비로만 정당화될 수 있다.
전시장에서의 대결
잠재적 소비자들이 순전히 M30d의 스타일 때문에 재규어나 BMW를 포기할 일은 거의 없어 보인다. 앞모습이 돋보이면서도 적당히 잘 다듬어졌음에도 어떤 각도에서 보면 현대자동차의 고급 모델 같은 분위기가 풍기고, 경쟁차들과 나란히 놓고 보면 약간 평범해 보인다. M30d가 기가 막힐 정도로 멋진 차가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그 부분이기 때문에, 잠재적 소비자들이 카탈로그를 계속 넘겨나가도록 설득하기 위해서는 한참 더 애를 써야 할 것이다.
재규어에 같은 수준의 장비를 갖추기 위해서는 대략 4만7천 파운드(약 8천510만원) 정도를 지불해야 하고, BMW 역시 제법 큰 금액을 더 내야 한다. 그래서, 이론상으로는 기본 가격이 비싼 듯 느껴지지만 사실상 인피니티는 이들 가운데 저렴한 축에 속한다. 조금 더 현실적으로 얘기하자면, 가장 저렴하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다.
비슷한 배기량의 재규어 디젤 엔진이 275마력의 출력, 61.1kg·m의 토크를 쏟아내는 반면 M30d의 3.0L V6 터보디젤 엔진이 238마력, 56.0kg·m의 힘을 낸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 더군다나 BMW의 2,993cc 트윈 터보 직렬 6기통 엔진은 299마력에 61.1kg·m의 힘을 내는데 말이다.
별개로 보면 놀라운 차
그래서 인피니티의 시작은 그리 훌륭하지 않다. 그러나 따로 떼어놓고 보면 차가 보여주는 실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고, 차에 올라 운전을 시작하는 순간 매력은 빠르게 커지기 시작한다. 실내는 보이는 것과 달리 사용하기에 흥미롭고, 눈을 즐겁게 하는 고전적인 단순한 디자인을 갖고 있다. 그리고 BMW의 아이드라이브(iDrive) 컨트롤러에 상응하는 인피니티식 조절장치를 포함해 장비들이 화려하게 펼쳐져 있다. 그러나 시스템 자체는 BMW의 개선된 장치만큼 사용하기에 직관적이지 않다.
실제로 달려보면…
이런 문제점들을 잠깐 제쳐 놓으면, M30d는 달리기에 있어서는 더 나은 실력을 발휘한다. V6 디젤 엔진은 고회전 때 두 경쟁차들보다 조금 더 뚜렷한 소리를 내지만, 저회전이나 중간 회전 영역에서는 부드럽고, 강력한 가속력이 어우러져 이 차를 좋아하게 될 만큼 활용하기가 쉽다. 액셀러레이터를 약간만 밟아도 가볍게 달리면서 여전히 제 실력을 발휘한다.
유일한 문제점은 핸들링을 더 날카롭게 만들기 위해 섀시를 스포트 세팅으로 전환하려고 할 때 불거져 나온다. M 스포트 535d와 비교했을 때조차도 이미 단단한 승차감은 더 나빠져, M30d의 제법 차분한 움직임은 흐트러지기 시작한다.
진실을 확인할 시간
이제 이 차에 대해 분명하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모든 면에서 혼란스러울 문제들은 없다. 인피니티 M30d S는 말하자면 복스홀 벡트라나 닛산 프리메라와 비교했을 때 완벽할 정도로 편안한 차일 수는 있지만, 재규어 및 BMW와 나란히 비교해보면 어떤 면에서도 경쟁이 될 만한 면은 보이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재규어와 BMW는 모두 인피니티보다 더 빠르고, 더 조용하고, 더 경제적이고, 더 재미있고, 공간이 더 넉넉하고, 값도 더 저렴하다. 마지막으로, 이처럼 열악한 상황에서 M30d를 건져낼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XF와 535d 사이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를 차를 가려내는 것이 훨씬 더 복잡한 과제다.
최종 결론
이런 이유에서 승자는 BMW 쪽으로 돌아간다. 운전뿐 아니라 실내와 디자인, 주행감각에 이르기까지 재규어가 여전히 전반적으로 대단히 매력적인 차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최소한 적절한 선택장비를 골랐다면, 신형 5시리즈의 탁월함이 돋보이게 된다.
나아가, 535d M 스포트의 진정한 성과는 한 대의 차로 아주 많은 다른 일들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 순간 괴물 같은 성능과 환상적으로 짜릿한 핸들링을 보여주는 진정한 스포츠 세단의 면모를 드러내다가도, 이내 편안하고 섬세하며 탁월한 경제성을 가진 차로 변신하고, 줄곧 강력한 XF의 빛이 바랠 정도로 수준 높은 기계적 정교함이 이런 부분을 강조한다.
재규어는 여전히 훌륭한 차이고 BMW에 거의 근접하는 수준의 폭넓은 능력을 가졌다. 주행특성 측면에서 결과적으로 약간은 추진력이 부족하고 약간 더 느긋하다는 점 때문에 535d 대신 이 차를 선택한다면, 우리는 금세 그 이유를 이해할 것이다. 그러나 BMW 또는 재규어 대신 인피니티를 선택한다면, 납득하기 위해 조금 더 깊이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글 · 스티브 서트클립(Steve Sutclif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