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가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석유 대체자원이라는 의미 외에도 전기차의 배터리가 필요할 때 전력 공급원이 된다는 사실이다. 전기차가 많이 보급될수록 전력 공급원이 많아지는 셈이다. 발상의 전환이라 볼 수 있겠다. 그런데 이곳 제주 스마트그리드에 토요타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프리우스 PHV가 등장했다. 미국, 일본 등지에서는 이미 시판되고 있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시판계획이 없는 모델이다. 스마트그리드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는 GS칼텍스와 충전인프라에 대한 업무제휴 때문이다. 제주에서 프리우스 PHV를 만났다.
토요타 프리우스가 하이브리드 카라는 새 영역을 개척한 지도 벌써 10여년에 다다르고 있다. 혼다를 비롯해 현대, 기아 등 많은 브랜드에서 하이브리드 모델을 판매하고 있지만 생각만큼 많이 팔리는 차종은 아니다. 아직은 석유의 시대, 차세대를 위한 새로운 방식들은 어차피 과도기적인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 하이브리드 카가 주춤한 사이 근래 전기차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으나 한계점 역시 너무나 선명했다. 값비싼 배터리와 충전 인프라 문제다. 정부보조금 역시 당위성에서 논란거리다.
플러그인이란 말 그대로 충전기를 이용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여기까지면 전기차지만 그 다음 엔진이 있다는 게 차이점이다. 프리우스 PHV의 경우 충전된 배터리는 그 자체로 26.4km 거리를 달릴 수 있다. 도심에서 최소한으로 설정했을 때 출퇴근이 가능한 거리다. EV 모드에서 낼 수 있는 최고속도는 시속 100km. 그러면 그 이상으로 달릴 때는 휘발유에 의존해야 할까? 아니다, 그 순간부터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작동한다. 그래서 연비 61.0km/L라는 경이적인 수치가 나오는 것이다. (하이브리드로만 달렸을 때의 연비는 31.6km/L)
배터리 무게가 늘어났다고 해서 차체가 무거워졌다는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이런 성격의 차를 운전할 때는 왠지 기분이 달라진다. 몸으로 느끼는 성능보다 과연 개발자의 의도가 무엇일까를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단순하면서도 이질적인 기어변속 방식도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미래를 생각한다는 관점에서는 왠지 겸허해진다. 지금보다는 우리 다음 세대가 타야 할 차의 성격을 가늠해야 하기 때문이다.
프리우스 PHV는 전기차와 달리 급속충전 모드가 없다. 그저 가정용 220V로 완속 충전만 할 수 있을 뿐이다. 급속충전을 하려면 차의 구조를 그에 맞추어야 하고 전기의 사용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가정용 충전기로 9시간이 걸린다. 기본 성격은 하이브리드 카. 그리고 일상적인 수준에서 전기를 효과적으로 이용한다는 컨셉트는 명확하다. 무엇보다 배터리가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장점이다. 물론 인프라나 사회적 합의 등 과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브레이크도 밀리지 않았고 핸들링에서도 주춤거리거나 휘청대는 느낌은 별로 없었다. 그렇게 달린 연비 결과는? 시승차는 미국형 모델이어서 mpg로 표시되는데 마지막으로 차를 세웠을 때 82mpg가 나왔다. 환산하면 34.86km/L. 공인연비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지만 연비를 의식하지 않고 마음껏 달린 결과치고는 양호한 편이다.
글·최주식 편집장 www.iautoca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