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우스 PHV. 차세대 자동차에 대한 고민과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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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우스 PHV. 차세대 자동차에 대한 고민과 성과
  • 아이오토카
  • 승인 2012.09.1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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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프리우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V)를 제주에서 만났다. 주행 느낌이 특별한 것은 아니지만 실용적인 가치가 확대되었다는 것은 분명했다

요즘 자주 접하는 용어 중의 하나가 ‘스마트그리드’란 것이다. 그런데 무슨 뜻일까? 기존의 전력망을 그리드(Grid)라 했을 때 여기에 스마트, 즉 ICT 기술을 접목한 것쯤 되겠다. 공급자와 소비자가 양방향으로 전력 정보를 교환함으로써 에너지효율을 최적화하는 차세대 전력망이라는 의미다. 제주도에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가 구축되었고 전기차가 여기서 시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전력의 문제이므로 전기차가 중요한 비즈니스 모델의 하나인 셈이다.

전기차가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석유 대체자원이라는 의미 외에도 전기차의 배터리가 필요할 때 전력 공급원이 된다는 사실이다. 전기차가 많이 보급될수록 전력 공급원이 많아지는 셈이다. 발상의 전환이라 볼 수 있겠다. 그런데 이곳 제주 스마트그리드에 토요타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프리우스 PHV가 등장했다. 미국, 일본 등지에서는 이미 시판되고 있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시판계획이 없는 모델이다. 스마트그리드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는 GS칼텍스와 충전인프라에 대한 업무제휴 때문이다. 제주에서 프리우스 PHV를 만났다.

친환경 차세대 자동차에 대한 고민은 세계 모든 자동차 메이커 공동의 몫이다. 그 결과물은 클린 디젤,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 다양한 방법으로 표출되고 있다. 최근 새롭게 각광받고 있는 방식 중 하나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 기존 하이브리드 카에 전기차의 장점을 접목한 방식이다.

토요타 프리우스가 하이브리드 카라는 새 영역을 개척한 지도 벌써 10여년에 다다르고 있다. 혼다를 비롯해 현대, 기아 등 많은 브랜드에서 하이브리드 모델을 판매하고 있지만 생각만큼 많이 팔리는 차종은 아니다. 아직은 석유의 시대, 차세대를 위한 새로운 방식들은 어차피 과도기적인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 하이브리드 카가 주춤한 사이 근래 전기차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으나 한계점 역시 너무나 선명했다. 값비싼 배터리와 충전 인프라 문제다. 정부보조금 역시 당위성에서 논란거리다.

플러그인이란 말 그대로 충전기를 이용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여기까지면 전기차지만 그 다음 엔진이 있다는 게 차이점이다. 프리우스 PHV의 경우 충전된 배터리는 그 자체로 26.4km 거리를 달릴 수 있다. 도심에서 최소한으로 설정했을 때 출퇴근이 가능한 거리다. EV 모드에서 낼 수 있는 최고속도는 시속 100km. 그러면 그 이상으로 달릴 때는 휘발유에 의존해야 할까? 아니다, 그 순간부터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작동한다. 그래서 연비 61.0km/L라는 경이적인 수치가 나오는 것이다. (하이브리드로만 달렸을 때의 연비는 31.6km/L)

외관에서 보았을 때나 실내에 들어섰을 때 기존 프리우스와 뚜렷한 차이점을 발견하기는 어렵다. 에너지 모니터가 표시되는 것도 같다. 다만 EV 모드로 주행할 수 있는 거리를 주유 잔량처럼 표시해주는 것이 다르다. 이를 위해 기존 니켈메탈 대신 리튬이온 배터리를 얹었다. 이 때문에 140kg이 무거워졌다. 출력이나 토크는 이전과 같기 때문에 늘어난 무게는 그만큼 가속성능에 부담을 주게 된다. 하지만 어차피 가속성능을 중요시하는 차의 성격은 아니다.

배터리 무게가 늘어났다고 해서 차체가 무거워졌다는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이런 성격의 차를 운전할 때는 왠지 기분이 달라진다. 몸으로 느끼는 성능보다 과연 개발자의 의도가 무엇일까를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단순하면서도 이질적인 기어변속 방식도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미래를 생각한다는 관점에서는 왠지 겸허해진다. 지금보다는 우리 다음 세대가 타야 할 차의 성격을 가늠해야 하기 때문이다.

배터리 용량이 커진 만큼 회생제동능력도 커지게 된다. 그리고 무거워진 무게는 조금 더 안정감을 주어 승차감을 좋게 하는 효과도 가져온다. 시속 100km를 넘어서는 고속주행에서도 제법 탄탄한 느낌을 받는다. 일상적인 영역에서는 물론 고속에서도 불안한 느낌을 주지 않는다. 그리고 순전히 휘발유 엔진에 의존해 달릴 때도 배기음은 커지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조용한 차다.

프리우스 PHV는 전기차와 달리 급속충전 모드가 없다. 그저 가정용 220V로 완속 충전만 할 수 있을 뿐이다. 급속충전을 하려면 차의 구조를 그에 맞추어야 하고 전기의 사용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가정용 충전기로 9시간이 걸린다. 기본 성격은 하이브리드 카. 그리고 일상적인 수준에서 전기를 효과적으로 이용한다는 컨셉트는 명확하다. 무엇보다 배터리가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장점이다. 물론 인프라나 사회적 합의 등 과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EV 모드나 하이브리드 모드, 그리고 엔진으로만 작동할 때의 주행 느낌은 전반적으로 부드럽지만 특별하지는 않았다. 태풍을 예고한 일기예보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8월 중순의 제주도는 태양이 이글거렸으나 프리우스 PHV 안에서는 시원하고 쾌적하기만 했다. 에어컨을 충분히 켠 채로, 그렇다고 얌전히 달린 것만은 아니다. 가속이 필요한 구간에서는 과감하게 액셀러레이터를 밟았고, 차체는 그에 맞추어 응답했다.

브레이크도 밀리지 않았고 핸들링에서도 주춤거리거나 휘청대는 느낌은 별로 없었다. 그렇게 달린 연비 결과는? 시승차는 미국형 모델이어서 mpg로 표시되는데 마지막으로 차를 세웠을 때 82mpg가 나왔다. 환산하면 34.86km/L. 공인연비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지만 연비를 의식하지 않고 마음껏 달린 결과치고는 양호한 편이다.

차의 트렁크에 넣어둔 충전 케이블을 통해 직접 프리우스 PHV 차체 오른쪽(왼쪽에는 주유구)의 충전기에 꽂아보았다. 실제로 경험해보는 느낌은 일상적으로 우리가 플러그에 헤어드라이어나 선풍기 등 가전제품의 플러그를 연결할 때의 기분과 비슷하다. 이런 느낌이 현실감각을 키운다. 스마트그리드 그리고 전기차 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카는 아직은 우리에게 좀 먼 이야기인지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고민과 노력들이 보다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을 위한 훌륭한 자양분이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 모두의 미래이므로.

글·최주식 편집장 www.iautoc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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