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파사트, 국산차를 겨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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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파사트, 국산차를 겨냥하다
  • 아이오토카
  • 승인 2012.09.1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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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파사트는 큰 체구에 넉넉한 실내공간 외에 ‘한국차를 겨냥한 수입차’라는 타이틀이 붙을 정도로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폭스바겐의 패밀리 세단이다

새로운 파사트를 만났다. 독일 폭스바겐의 엔지니어링 능력을 기반으로 미국 테네시 주 체터누가 공장에서 생산한 ‘Made in America' 버전이다. 이미 이 차가 판매되는 시장에서는 큰 체구에 넉넉한 공간, 가격 경쟁력, 그리고 폭스바겐이라는 브랜드 프리미엄을 장점으로 꼽고 있다.

차의 가치기준을 평가하는 데 있어 아마 단순한 수치만으로 자동차를 평가하는 것처럼 편한 방법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자동차시장 상황에 비추어, 폭스바겐 신형 파사트의 태생적인 배경과 가치를 설명하려면 참 복잡한 부분이 많다.

잠깐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제타 얘기부터 해보자. 제타는 사실 북미에서 현지 생산과 판매를 목표로 만든 차였다. 그런데 제타가 기대 이상으로 북미에서 빅 히트를 쳤다. 이후 시장상황에 맞춰 폭스바겐의 전략도 재정리되었다.

기본적으로 소비시장의 심리가 대부분 그렇듯 다음 세대의 차는 제타보다는 눈높이를 높여야 한다. 더욱이 중대형차가 대중차로 자리 잡은 미국시장에서 제타를 뻥튀기 하는 것보다는 파사트를 북미에서 생산한다면 폭스바겐의 북미시장 라인업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다.

외적으로는 소비자들에게는 파사트로 차급을 올려 대응하고, 폭스바겐 내부적으로는 현지 생산을 통한 수익성 개선 전략과도 맞물려 있다. 이미 독일의 자동차 회사들은 인건비가 비싼 독일에서는 이런 차를 만들어 수익성을 높이기 힘들기 때문에 점차 생산과 판매의 현지화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또 하나 눈여겨 볼 트렌드의 하나는 자동차시장의 양극화를 기점으로 점차 시장이 더 세분화되고 있다는 부분이다. 최근 자동차시장 조사 자료에 의하면, 기존의 자동차시장은 크게 소형차 중심의 저가차와 중형차급의 대중차, 그리고 대형차와 고급 브랜드 중심의 프리미엄차로 3분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자동차시장에서 프리미엄과 저가차의 양극화가 가속화되면서 대중차의 수요는 점차 줄고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저가차와 대중차 사이에도 대중차의 기본적인 품질은 확보하면서 저사양으로 가격대를 낮춘 일종의 ‘벨류카(Value Car)’ 시장이 생겨나고 있다. 이런 벨류카 시장을 이끌고 있는 대표적인 브랜드로는 폭스바겐 그룹의 스코다가 있다.

미국과 유럽의 경우 실용적 소비를 중시하는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일종의 ‘트레이드 다운’ 현상이 일어나고 있으며, 반대로 자동차 신흥국에서는 파장이론처럼 요즘에서야 자동차가 신분을 상징하는 도구로 쓰이면서 프리미엄 브랜드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 그러면서 생겨난 것이 프리미엄과 대중차의 중간에 속하는 ‘신프리미엄(New Premium)’ 시장이다.

이렇게 자동차시장에서도 프리미엄 브랜드의 대중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는 매스티지(Mass와 Prestige를 조합한 신조어)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다고 하는데, 어떻게 보면 이번에 만난 미국판 폭스바겐 파사트가 바로 후자에 속하는 매스티지 트렌드에 맞춘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더 엄밀히 말하자면 독일 브랜드라는 브랜드 프리미엄을 내세우면서 생산비와 옵션을 줄여 판매가격을 낮춰 대중에게 다가서기 위한 모델이라고 하겠다. 이런 복잡한 상황에서 탄생된 모델 중 하나가 바로 미국에서 만든 파사트다.

새로운 미드사이즈 세단의 기준을 논하다
이제부터는 신형 파사트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앞선 언급한 것처럼 이 차는 미국 체터누가 공장에서 만들어 올해부터 북미와 한국에 판매하고, 같은 모델을 중국 ‘상하이-폭스바겐’에서도 만들어 판매한다. 예전처럼 유럽에서 만들고 글로벌시장에 판매하는 게 아니라 현지화를 기반으로 3개의 특정 시장에만 판매하는 모델이다.

실제로 이 차는 PQ46 플랫폼을 베이스로 휠베이스를 더 늘린 것인데, ‘NMS(New Midsize Sedan)’이라는 별칭이 말해주듯 애초에 미국과 중국을 겨냥해 만든 만큼 체구가 제법 크다. 덕분에 역대 파사트 중에 가장 큰 크기(4,870×1,835×1,485mm, 휠베이스 2,803mm)를 갖고 있는 게 사실이다. 예를 들어 6세대 모델(4,769×1,820×1,472mm, 휠베이스 2,712mm)보다 길이 101mm, 너비 15mm, 높이 13mm, 휠베이스는 91mm 크다.

물론 NMS는 좀 더 큰 체구도 그렇고, 새 차라는 이미지를 고려해 익스테리어와 인테리어 디자인은 기존 파사트와 이미지가 좀 다르다. 보디 스타일은 전통적인 세단의 이미지가 강한데, 특히 확장된 휠베이스에 따른 전체적인 비율과 C필러 부근의 변화가 인상적이다. 이런 변화 덕분에 큰 차 이미지를 주기에 충분하고, 실내공간도 매우 넉넉해졌다.

차안에 들어서면, 대시보드의 레이아웃이나 멀티 펑션 스티어링 휠과 계기판, 센터페시아의 구성과 스위치 배치 등에서 그동안 폭스바겐 차들에서 자주 봐왔던 분위기다. 시트는 테두리 부근에는 가죽, 안쪽은 마치 알칸타라와 비슷한 소재를 사용해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풍긴다.

하지만 곳곳에서 원가 절감의 흔적들이 많이 발견된다. 기어 레버 주변에 엔진 스타트 버튼 스위치를 제외하곤 아무런 기능성 옵션이 없고, 대시보드에 사용된 우드그레인이나 플라스틱 소재들은 비싸 보이지 않는다. 뒷좌석의 경우 레그룸과 헤드룸은 물론 폭까지 넓어 마음에 들었는데, 시트의 좌우 가장자리의 마감재가 역시 플라스틱으로 처리한 것이 조금은 아쉽다. 대신 529L에 달하는 넉넉한 트렁크 공간은 나름 경쟁력이 있는 부분이다.

파워트레인과 엔지니어링 차원의 기본기는 인정
파워트레인은 디젤 2.0L TDI 엔진과 6단 DSG의 조합으로 만들어졌다. 이 엔진은 최고출력 140hp/4,200rpm, 최대토크는 32.67kg·m/1,750~2,500rpm을 낸다. 물론 지금의 파워트레인이 고성능을 발휘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엔진이나 변속기의 조합을 비롯한 개별적인 엔지니어링의 기본기 자체는 괜찮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휠이나 타이어 등 스펙 설정이 현실적이지는 못한 것 같다. 정숙성 측면에서도 엔진보다는 타이어 쪽의 소음이 크다.

가속감에서도 초중반은 조금 힘을 내는 듯하다가도 후반으로 넘어가면 기대를 넘어서지는 못했다. 제원 상 인증 받은 복합연비는 14.6(도심 12.6/고속도로 17.9)km/L인데, 도심과 고속도로 및 교외도로를 고루 섞어 달려본 실주행 연비는 10km/L를 약간 넘는 수준이었다.

승차감과 핸들링은 여유 있는 바운싱에 비교적 안락한 성향이다. 커브를 돌아나가는 동안은 스티어링 휠을 잡은 손에 안쪽으로 꺾으려는 힘이 더 들어가게끔 한다. 전반적인 차의 움직임을 봤을 때 어떤 독특한 성격을 갖고 있다는 것보다는 그냥 무난한 패밀리카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그런 부분이 그동안 봐왔던 유러피언 세팅과는 다르다.

어떤 화려함보다는 실용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앞서 언급한 ‘신프리미엄’ 시장을 겨냥한 차라고 할 수 있는데, 한국형 모델에 적용된 큰 신발(18인치 휠과 235시리즈의 광폭 사계절 타이어)의 선택은 아쉽다. 물론 옵션에 준비된 것이긴 하지만 외형적인 자세(?)에 치중한 것이 오히려 성장 가능성을 높이는데 마이너스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겠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이 차에 실행한 여러 차원에서의 원가 절감 노력이 스스로를 위한 자구책인 동시에 소비자 판매가격을 내리는 데는 당연히 기여할 수 있지만, 자칫 소비자들로부터 프리미엄 브랜드의 이미지가 깎일 수 있다는 점에서는 분명 리스크도 존재한다.

물론 제논 라이트나 LED 라이트 같은 장식적인 요소나 파킹 센서 같은 옵션이 없어도 차는 탈 수 있다. 대신 가격 경쟁을 통해 한국에서는 적어도 ‘한국차를 겨냥한 수입차’라는 타이틀이 커다란 무기가 될 수도 있다.

아마 쏘나타급에서 큰 부담 없이 처음으로 수입차를 맛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뉴 파사트의 설정이 어느 정도 먹힐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한국의 수입차시장에 이만한 가격대에 독일의 프리미엄 브랜드를 단 차가 출시된다는 것 자체가 현대자동차 입장에서는 부담을 가질 만도 하겠다. 그래도 다음 세대에서는 유러피언 파사트를 기대해본다.

글 · 김태천, 사진 · 김동균

VOLKSWAGEN PASSAT 2.0 TDI
길이×너비×높이 : 4870×1835×1485mm
트레드(앞/뒤) : 1577/1550mm
휠베이스 : 2803mm
엔진 : 직렬4기통, 16V, 디젤, TDI
배기량 : 1968cc
보어×스트로크 : 81.0×95.5mm
압축비 : 16:1
최고출력 : 140ps/4200rpm
최대토크 : 32.6kg·m/1750~2500rpm
구동방식 : FF
트랜스미션 : 6단 DSG
CO₂ 배출량 : 135g/km
복합연비 : 14.6km/L
최고시속 : 250km
타이어 : 235/25R 18
서스펜션(앞/뒤) : 맥퍼슨 스트럿 / 멀티링크
브레이크(앞/뒤) : V.디스크 / 디스크
가격 : 4천05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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