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 교수의 신차 디자인 비평> 파사트, 시트로엥 DS4, 머스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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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의 신차 디자인 비평> 파사트, 시트로엥 DS4, 머스탱
  • 아이오토카
  • 승인 2012.12.06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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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뉴 파사트

폭스바겐의 신형 파사트는 본래 해치백 승용차 골프의 세단 버전에서 시작되었지만, 이제는 골프와는 그 느낌이 다른 이미지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전체의 차체 느낌도 골프가 마치 준중형의 이미지라고 한다면 파사트는 완전한 중형급 세단으로 이미지를 굳혀가고 있다. 물론 국내시장에서의 가격에 의한 포지셔닝은 중형보다는 준대형급이기 때문에 시장에서의 위치는 특이하다고 할 수 있다.

전면의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의 이미지는 폭스바겐 브랜드의 최고급 모델인 페이톤과 매우 흡사하게 디자인했다. 아마도 이것은 상급 모델과의 유사성을 통해, 보다 고급 이미지를 주려는 의도로 보인다. 게다가 차체 측면 디자인에서는 C-필러에 삼각형 유리창, 즉 6-라이트 윈도우를 더해서 보다 고급 세단의 이미지로 보이게 하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폭스바겐 그룹의 차들 중에서 C-필러에 삼각형 유리창을 가진 차는 아우디 브랜드의 차들뿐이다. 사실 C-필러에 삼각형 유리창을 더하는 것은 뒷좌석의 비중을 높인다는 의미로 보아야 한다. 물론 폭스바겐의 최고급 모델 페이톤은 C-필러에 삼각형 유리창이 없다. 그 대신에 C-필러의 굵기를 매우 굵게, 사실 굵다기보다는 넓다는 이미지가 들 정도의 디자인으로 만들어져 있다. 이 방법 역시 세단으로서 뒷좌석의 비중을 높이는 디자인 이미지이다. 그래서 개방감을 중시하면서 뒷좌석을 강조할 때는 C-필러에 삼각형 유리창을 디자인하고, 개방감보다는 뒷좌석 중심의 성격을 강조할 때는 C-필러를 굵게 디자인한다. 물론 두 방법을 동시에 쓰는 경우도 다른 브랜드에서 볼 수 있기는 하다.

전반적으로 폭스바겐의 차들은 캐빈의 비중이 높고 후드와 데크의 비중은 적어서 실용성을 강조한 차체 비례를 보여준다. 여기에 장식이 배제된 독일의 디자인 성향이 더해져서 전체적으로 명쾌하고 충실한 이미지를 준다. 사실 중형 승용차로써는 이러한 디자인이 충분한 가치를 가지지만, 국내에서 국산 준대형 승용차와 경쟁을 하게 되면 ‘화려함’은 상대적으로 조금 부족할 수 있다. 그렇지만 폭스바겐을 비롯한 독일의 기능적인 자동차 디자인이 우리나라 소비자들에게 선호된다는 점에서 폭스바겐의 기능적 특징을 잘 나타내준 디자인은 준대형 승용차 시장에서 새로운 방향성을 보여줄 것 같다.

시트로앵 DS4

시트로앵 DS4는 우리의 기준으로 보면 상당히 특이한 차라고 할 수 있다. 우선 4도어 해치백 차체이기는 하지만, 도어의 크기를 보면 한쪽에 각각 두 개씩이 아니라, 마치 1.6 도어라고 불러야 할 정도의 느낌으로 뒷문이 작고 심지어 뒤 유리창도 붙박이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구조를 가진 차가 DS4가 처음은 아니다. 토요타의 1리터급 5도어 승용차 야리스의 뒷문 역시 작고 유리가 안 열린다.

그래서 필자는 처음에 DS4의 사진만 보았을 때는 뒷문의 디자인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유리가 도저히 내려갈 수 있는 형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붙박이 유리인 것을 알고 나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것은 앞좌석에는 부부가 타고 뒷좌석에는 주로 어린이들이 탈 경우가 많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유리를 고정으로 하면 안전사고의 확률을 줄일 수 있기는 하다.

유럽차들 중 프랑스의 차들을 표현하자면 ‘생활 밀착형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것은 자동차의 발전사를 보아도 그런 면이 보이는데, 최초의 가솔린 자동차가 발명된 것은 독일이었지만, 엔진을 앞쪽으로 옮겨 놓고 뒷바퀴를 굴리는 보다 안락한 구조의 ‘시스템 파나르’를 개발한 것은 프랑스였다. 앞바퀴굴림 방식의 ‘트랑송 아방’ 같은 효율적 유형, 말하자면 자동차를 실용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개선과 발전은 프랑스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그런 맥락에서 DS4를 보면, 디자인의 해석 방법이 독일 차들과는 다른 느낌을 볼 수 있다. 물론 우리나라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독일의 기능적인 디자인을 저항감 없이 받아들인다는 관점에서 프랑스, 특히 시트로앵의 디자인은 상대적으로 이국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게다가 DS4의 범퍼 디테일을 비롯한 여러 부분의 차체 디자인에서 시트로앵의 컨셉트카 GT의 디자인 요소가 발견되기도 하는데, 이 디자인 역시 미래지향적이고 나아가서는 우주선 같은 느낌을 주고 있기도 하다.

매우 슬림한 뒤 유리와 마치 화살표처럼 보이기도 하는 테일 램프의 디자인은 창의성을 중시하는 프랑스의 예술성을 반영한 형태라고 할 것이다. 실내 디자인에서도 마치 금속 시계줄 같은 패턴으로 디자인된 브레이슬릿 시트(bracelet seat)는 뭔가 단단한 구조물의 이미지를 주는 것만은 틀림없다. 전반적으로 평범함보다는 비범함, 그리고 창의성에 더해진 ‘생활 밀착형 디자인’이 시트로앵 DS4를 대표하는 느낌이라고 할 것이다.

포드 머스탱

포드의 머스탱은 첫 모델이 1964년에 등장했다. 이 모델의 개발을 지휘한 사람은 크라이슬러를 부활시킨 유명한 경영자 리 아이어코카이다. 그 당시 그는 포드의 마케팅 담당 임원이었다. 그는 그 시기에 미국의 가정이 소득 증가로 가장의 아버지 차와 어머니 차에 이어 성인이 된 자녀들의 차를 사기 시작하는 흐름에 맞추어 소형 쿠페를 개발하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머스탱을 개발했다고 한다.

그래서 기존의 승용차 팔콘(Falcon)의 플랫폼을 이용해 작은 엔진(작다고 하지만 무려 5,700cc였다)을 탑재한 머스탱(Mustang)을 개발한다. 그 뒤로 머스탱은 작은 야생마(mustang)라는 의미로 조랑말(pony)의 이미지로 포니카(pony car)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포드를 대표하는 스포츠카가 된다.

1세대 머스탱 디자인의 대표적 특징은 커다란 원형의 헤드램프와, 힘차게 달리는 말이 새겨진 사각형 라디에이터 그릴, 그리고 3분할식 테일 램프였다. 그 뒤로 이 디자인은 머스탱의 상징이 되었다. 또 하나 머스탱에서의 특징은 ‘포드’ 배지를 붙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머스탱은 포드의 차이기 이전에 젊은이들의 차 머스탱이었던 것이다. 그야말로 청춘의 아이콘이 되었던 것이다. 물론 머스탱도 1980년대에 나왔던 모델에는 포드 배지를 붙이기도 했지만, 2000년대 이후의 모델에는 포드 배지를 붙이지 않는다.

아울러 차체 디자인도 1964년부터 1972년까지 나왔던 초기 3세대까지의 모델에서 현재의 감각으로 다듬은 디자인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나 풀 모델 체인지의 신형 차가 나오더라도 머스탱의 전체적인 이미지는 크게 변하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머스탱도 1980년대와 90년대에 나왔던 모델들은 그 시기의 유행에 따라 전혀 다른 방향의 디자인을 가지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제 5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축적된 머스탱만의 역사와 DNA를 가지고, 포드차가 아닌 ‘머스탱’으로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머스탱은 영화 트랜스포머의 주인공의 차 범블비 역할로 등장했던 카메로와 더불어 미국의 청춘을 상징하는 아이콘과 같은 존재이다. 그래서 포드 배지를 붙이지 않고, ‘그냥’ 머스탱인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시간이 흐를수록 모든 브랜드와 차종은 이와 같은 상징성에 의한 아이콘화가 더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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