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 교수의 신차 디자인 비평> 뉴 쏘렌토 R, 뉴 아우디 A4, BMW 6 그란 쿠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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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의 신차 디자인 비평> 뉴 쏘렌토 R, 뉴 아우디 A4, BMW 6 그란 쿠페
  • 아이오토카
  • 승인 2012.09.1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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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뉴 쏘렌토

2009년 봄에 나왔던 쏘렌토 R이 4년 만에 페이스리프트 모델로 나왔다. 대개 승용차의 모델 변경 주기가 4~5년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SUV들은 그보다는 길기 때문에, 이번에 나온 페이스리프트 모델은 몇 년 후의 풀모델 체인지를 대비하는 성격의 것이다. 사실 ‘쏘렌도 R’ 모델은 ‘쏘렌토’라는 이름의 계보로 본다면 2세대 모델이다. 때문에 역사가 길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시간으로 따지면 1세대 쏘렌토가 등장한 2002년 이후 10년의 이력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리고 10년에 걸친 쏘렌토 시리즈의 디자인 변화는 한편으로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디자인 취향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고 해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2002년에 나왔던 초대 쏘렌토는 도시적인 크로스오버(crossover) 차량의 컨셉트를 가지고 있었지만, 실제의 차량 디자인 이미지는 오히려 약간 투박한 오프로더의 느낌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한편으로 프레임 구조에 뒷바퀴굴림 방식을 기반으로 한 SUV의 구조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2009년에 나온 2세대 쏘렌토 R은 프레임을 버리고 일체구조식 차체에 전륜구동 방식의 플랫폼으로 바뀌게 된다. 그야말로 디자인뿐 아니라, 구조까지도 크로스오버 개념으로 바뀐 것이다. 또한 2세대 쏘렌토 R은 1세대에 비해서 곡면을 많이 사용한 디자인이다. 그렇지만 앞, 뒤 범퍼에서는 검은 색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베젤과 프로텍터 부분의 설정으로 SUV의 이미지를 강하게 어필했었다. 특히 뒤 범퍼는 거의 대부분이 검은색 프로텍터처럼 디자인되어 SUV의 인상이 강했다. 하지만 범퍼의 디자인은 검은색 프로텍터 부분을 늘릴수록 실용적이고 웬만한 긁힘도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 장점이 있지만, 세련된 느낌을 주지 못하기도 한다. 반면에 차체 색을 칠한 범퍼는 고급스럽고 세련된 이미지를 주지만, 관리하기는 까다롭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페이스리프트된 쏘렌토R은 앞, 뒤 범퍼에서 차체 색으로 처리한 부분을 늘려서 도회적이고 세련된 느낌을 주고 있다. 게다가 전반적으로 디테일을 줄이고 깔끔한 이미지를 추구하고 있다. 과거에 우리나라 SUV들의 스타일 이미지가 스텐리스 파이프를 구부려 만든 프로텍터에 휠 아치 커버를 크게 대는 등 튼튼해 보이지만 다소 복잡한 느낌이 주류였다. 이제는 보다 간결하고 다듬어진 이미지로 변화하고 있는데, 새로 등장한 뉴 쏘렌토R은 바로 그런 경향을 제시하고 있다.

뉴 아우디 A4

새로 등장한 아우디 A4는 진화적 디자인의 아우디 디자인의 방향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아우디의 디자인은 2005년의 모노프레임 라디에이터 그릴의 도입 이후 속도감을 강조하면서도 아우디만의 이미지를 확연하게 보여준다. 차체 비례를 보면 앞 오버행이 길지 않은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엔진을 세로로 탑재한 전륜구동방식을 기반으로 한 상시 4륜구동 시스템에 의한 특징이다. 즉 대부분의 전륜구동방식은 엔진을 가로로 탑재하는 방식으로 앞바퀴의 중심보다 엔진이 앞에 놓이게 되어 앞 오버행이 길어지지만, 아우디는 엔진을 세로로 탑재하는 방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식은 폭스바겐 그룹 내에서 각각 MLB, MQB, MSB 등의 플랫폼으로 구분되는 개발전략으로 대변된다. 즉 아우디는 엔진을 세로로 탑재한 MLB 플랫폼이고 폭스바겐은 엔진을 가로로 탑재한 MQB, 포르쉐는 엔진의 위치를 차종별로 앞, 뒤, 중간 등으로 옮길 수 있는 구조의 MSB 등으로 통합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특징의 차체 비례와 전반적으로 크게 경사진 앞, 뒤의 유리창에 의한 역동적인 차체 자세로 아우디 브랜드의 통일성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여기에 모노프레임 라디에이터 그릴의 형태를 이전보다 직선적이면서 육각형의 이미지로 만들어서 디지털적인 이미지를 추구하고 있다. 이것은 아우디 특유의 LED 주행등과 결합되어 한층 공격적이고 강렬한 전면부의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A4, A6, A8 등으로 연결되는 아우디의 세단의 디자인은 일관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차체의 크기를 가늠하기 어려운 조건에서는 앞, 뒤의 이미지만으로는 셋 중 어느 모델인지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는 단점도 있기는 하다.

그런 맥락에서 벤츠도 결국 C 클래스의 라디에이터 그릴을 쿠페 모델의 것으로 바꾸어 적용하기 시작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아우디의 신형 A4 모델은 브랜드의 통일성을 완성했다는 점에서는 성과를 이루었지만, 오히려 각 모델의 개성을 나타내는 것에는 고려해야 할 여지를 남기고 있는 느낌이다. 긍정적인 시각에서는 통일성이라고 할 수 있지만, 부정적인 시각에서는 획일성이라고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A4와 A8은 ‘노는 물’이 다른 모델이지만, 그 둘의 이미지가 비슷하다는 것은 A8의 입장에서는 손해일지도 모른다.

BMW 6시리즈 그란 쿠페

BMW 최초의 4도어 쿠페인 BMW 6시리즈 그란 쿠페는 6시리즈 쿠페의 4도어 버전과도 같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요즈음은 이처럼 쿠페 스타일의 세단이 정말로 다양해졌다. 물론 그 불을 단긴 것은 벤츠의 CLS였지만, 이제는 아우디와 폭스바겐, 포르쉐 등등 거의 모든 독일 메이커들이 쿠페형 세단, 혹은 4도어 쿠페를 내놓고 있다.

4도어 쿠페 디자인은 감성적인 요소의 비중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정통적인 세단의 차체 디자인은 이성적(理性的) 기준으로써 거주성과 안락함을 추구하고, 또 그런 성향이 차체 스타일에도 나타나지만, 4도어 쿠페는 감성적(感性的) 기준에서 역동성의 추구가 더 높은 비중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낮게 경사진 C필러와 뒤 유리창 때문에 뒷좌석의 머리 공간은 7시리즈 세단에 비해서는 좁아 보인다. 사실 쿠페형 세단을 공간이 넓은 차를 타려는 목적으로 사는 것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6시리즈 그란 쿠페는 차체 측면의 강한 캐릭터 라인과 펜더의 환기구, 그리고 클래식카의 날개 형태의 앞 펜더 형태를 연상시키는 펜더와 앞 도어의 사선형 스타일 라인은 두 개의 문을 가진 6시리즈 쿠페나 컨버터블과 완전히 동일한 디자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도어에는 섀시(sash)가 없는 구조로써, 비록 4개의 문을 가지고 있지만, 모든 구조가 2도어 쿠페나 컨버터블과 동일하다.

사실 ‘4도어 쿠페’라는 구분조차도 ‘쿠페’의 기준으로는 모순(矛盾)이 아닐 수 없다. ‘쿠페(coupe)’ 자체가 세단과 동일한 3박스 구조의 차체에 앞, 뒤 2열의 좌석을 가지면서도 두 개의 문을 가진 차량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제 쿠페는 더 이상 두 개의 문을 가진 차량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 대신 차량의 성격에서 논리적 기능성보다는 역동적 감성이 더 큰 비중을 가진 차량을 ‘쿠페형’ 차라고 부르는 것이 요즈음의 4도어 쿠페들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BMW의 4도어 쿠페 BMW 6시리즈 그란 쿠페는 세단을 좋아했던 사람들에게는 감성을 더해준 셈이고, 쿠페를 좋아했던 사람들에게는 실용성을 더해준 셈이다. 승용차를 보다 더 다양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됐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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