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스포츠에 끼워 넣어야 할 이 종목을 일본 사람들은 ‘토우게 드라이빙’(‘토우게’는 일본어로 ‘고개’)이라 불렀다. 당국의 허가 없이 도로에서 촬영했기 때문에 불법이었지만 이 필름에는 앞으로도 보기 어려운 영웅적인 장면이 들어있다.
그들이 아니었다면 이러한 광적인 문화는 결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일본인 츠지야 케이지와 그의 동료들은 토요일 밤마다 별난 모험으로 기분을 풀기로 했다. 그들이야말로 드리프팅의 원조다.
지난주 나는 츠지야를 만났다. 그는 체구가 작고 차분한 성격이었다. 무슨 말을 하든 미소를 지었다. 허나 운전대를 잡으면 완전히 악마로 탈바꿈했다.
우리는 서부 런던의 어느 테스트 트랙에 나갔다. 그곳에는 갖고 놀 토요타 86이 피트레인에 가득 차 있었다. 겨우 1시간 전에 도쿄에서 비행기로 날아왔고, 테스트 트랙에 나온 지 10분도 채 되지 않아 츠지야는 86을 몰고 간담이 써늘한 곡예를 벌였다.
3단 핸드브레이크 회전, 전문 카메라맨 주위를 돌아가는 도넛. 나무 사이에서 벌인 시속 130km 드리프팅과 나무통 드리프트(구글에서 찾아보라). 무엇이든 들이대면 그는 완벽하게 해치웠다. 솔직히 그를 처음보면 경리직을 하거나 시계를 만드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침착하고 신중했으며, 그의 얼굴에는 언제나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그와 그의 ‘도리킹’(=드리프트 킹) 친구들이 촬영할 때 경찰이 나타나지 않았나? “그런 일이 많았다” 그는 씨익 웃었다. 그때 어떻게 됐나?
“우리는 촬영하기 전, 희생양을 골라뒀다. 면허증이 가장 깨끗한 친구였다. 그래서 경찰이 나타나면 미끼 노릇을 했다. 그러면 나머지는 모두 달아났다. 희생양이 되는 것을 아주 자랑스러워했다”
희생양을 자원한 적이 있나? “그렇다. 하지만 나는 단 한 번도 잡히지 않았다” 56세의 드리프트마이스터는 껄껄 웃었다. 그는 1999년 토요타 GT 원을 몰고 르망에서 종합 2위에 올랐다.
이제 나는 일생의 새로운 영웅을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