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섹 레노바티오 T500, 절대 들어보지 못한 최고의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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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섹 레노바티오 T500, 절대 들어보지 못한 최고의 차
  • 아이오토카
  • 승인 2012.09.10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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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섹 레노바티오 T500은 완전히 새로운 메이커가 (V8 엔진만 빌려) 만든 완전히 새로운 슈퍼카다. 파격적인 디자인은 아니지만, 가격은 30만 유로(약 4억2천200만원)다. 오타라고 생각하는 당신을 위해 다시 한 번 되풀이하겠다. 30만 유로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몇 통의 메일을 교환하고, 인터넷을 뒤진 다음 슬로베니아 최초의 슈퍼카를 몰아보기 위해 류브릴냐로 날아갔다. 우리는 종종 등장하는 신생 메이커의 하찮은 제품들을 곧잘 잊어버린다. 하지만 그때처럼 쉽게 외면할 수 없으리라는 느낌이 가슴에 꽂혔다.

왜일까? 우선 스타일이 한몫을 했다. 레노바티오 T500은 단정했다. 사진으로 봤을 때 실내 디테일에 무척 정성을 들였다는 인상을 받았다. 새로운 메이커가 흔히 드러내는 허점이 없었다. 1,090kg의 무게도 관심을 끌었다. 대다수 슈퍼카는 너무 무겁지만 이 차는 달랐다. 나는 생각이 같은 사람을 만나게 되어 몹시 설렜다.

레노바티오 T500은 아우디에서 나온 4.2L 엔진을 얹고 평범한(슈퍼카 기준에 따르면) 450마력의 출력을 낸다. 0→시속 100km 가속 시간은 3.7초. 1단으로 가더라도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딱 30대만 팔고 싶다고 했다.

그들은 프로토타입 2대를 만들었는데, 이미 판매되었다. 그리고 돈을 미리 내놓고 기다리는 차가 2대 더 있었다. 일은 벌써 시작됐다. 가격은 어쨌든 30만 유로(약 4억2천200만원). 물론 여기에 옵션이 더해진다. 터무니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레노바티오 T500의 역사를 알게 되면 눈이 번쩍 뜨인다.

우리는 류브릴냐 공항에서 재규어 XF 앞좌석에 앉아 T500을 만나기로 약속한 장소에 갔다. 그곳에서 만난 이 회사의 실세, 알료사 투섹(매력적이고 겸손하며 사려 깊은)이 그 배경을 설명했다.

2004년 투섹은 레이싱에서 물러난 뒤, 고성능 스포츠카 조립 사업을 할 작정이었다. 슬로바키아 동료 딕 크벤트난스키가 만든 K1 어택이 그 대상이었다. 부품 형태로 살 수 있는 차였고, 그는 한 대분을 받아 조립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일을 멈추고 생각해봤다. V6 엔진 밑에 있는 변속기는 너무 게으르고 높았다. 글라스파이버 보디는 무거웠고, 허용오차는 너무 팍팍했다. 만들고 싶은 차가 아니었다.

그는 그때부터 뜯어고치고 다시 만들고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레노바티오(Renovatio: 재탄생)가 탄생했다. 어택과 함께 쓰는 부품은 20%를 밑돌았다. 게다가 튜브 크로몰리 섀시를 썼지만 23cm 더 길고, 7cm 더 넓고, 1cm 더 낮고 30kg 더 가벼웠다. 그리고 몬데오의 V6 엔진 대신 아우디 RS4 엔진을 섀시 안에 얹고, 아우디의 6단 수동변속기와 짝지어 뒷바퀴를 굴린다.

슬로베니아는 자동차 기술로 널리 알려지지 않은 나라다. 하지만 이 나라에는 전문가들이 수두룩하다. 배기관 제조업체 아크라포비치 익소츠가 있고, 두카티의 모든 패널, 페라리 복합소재 보디, 포르쉐의 세라믹 브레이크 제조업체가 모두 여기 있다. 티타늄 제조업체와 첨단복합소재와 세라믹 전문가도 모여 있다. 말을 바꿔, 독특한 기계를 조립할 줄 아는 사람들이 함께 살고 있다. 그래서 이 차가 나오게 됐다.

우리는 블레드에 도착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고장으로 꼽히는 아담한 도시. 이곳에 T500이 기다리고 있었다. 화려한 프리젠테이션은 없었다. 정상에 도전하겠다는 야망도 없었다. 투섹은 웹사이트에 나간 기사 제목(우리가 내보낸 것은 아니다)에 불만이 많았다. T500이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를 겨냥한다는 제목을 붙여 놓았던 것. 전혀 사실이 아니었다. 투섹은 그런 허황된 주장을 할리 없었다.

게다가 T500은 주문 제작되고, 람보르기니를 비롯한 대다수의 슈퍼카와도 아주 다른, 트랙을 위한 차다. 따라서 우리가 가야 할 곳은 트랙이었다. 적어도 블레드에서 제일 가까운 곳을 찾아야 했다. 조용한 활주로는 완전히 새로 아스팔트를 깔아, 구글 지도에는 아직 풀밭으로 남아 있었다.

먼저 우리는 교외의 교통체증을 뚫고 나가야했다. 가벼운 도어를 들어올리고, 얄팍한 좌석에 내려앉았다. 좌석의 길이가 너무 짧았고 너무 높았다. 그러나 문제가 되지 않는다. 더 낮고 긴 좌석을 원한다? 그러면 좀 더 낮고 긴 좌석을 주문하면 된다.

이만한 값이라 해도 30대를 만들 경우, 개발 예산이 대형 메이커에 비해 적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대규모 메이커가 할 수 없는 무엇이 있어야 한다. 유연성과 선택. 나중에 이 문제를 다시 다루기로 하자.

그동안 콕핏을 살펴보았다. 레이싱 머신의 디지털 대시보드가 마련되어 있었다. 발상이 좋았고, 모든 장비가 뛰어났다. 그리고 골고루 잘 담아냈다. 손바느질한 알칸타라가 표면을 장식했고, 작고 네모난 스티어링까지 잘 다듬었다. 그밖에는 모두 카본파이버였다. 상쾌한 스티어링도 마찬가지. 이 차는 기술적으로 세 번째 프로토타입이지만 대체로 감촉이 좋았다.

시동을 걸자 방음처리를 하지 않은 R8 같은 소리를 내질렀다. 네 번째 프로토타입 이후부터는 RS4 엔진이 아니라 R8의 엔진을 들여놓게 된다. 물론 이 엔진도 사운드는 제대로 나왔다. 변속기도 마찬가지. 우리는 힘차게 달려 나갔다. 투셱이 이 차가 트랙을 겨냥했다고 한 말이 결코 농담이 아니었다. 시가지에서는 거칠지 않았지만, 노블 M600보다는 단연 가야르도 슈퍼레제라에 가까웠다. 그래도 더 부드럽기를 바란다? 물론 그렇게 할 수 있다.

레이싱 드라이버가 개발한 거의 모든 차와 마찬가지로 가벼운 파워 브레이크 페달은 힘차게 밟아야 했다. ABS나 트랙션 컨트롤은 없었다. 이 정도의 물량이라면 피할 수 있겠지만 레이스에서 태어난 보쉬 시스템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일단 승차감은 제쳐두자. 연료를 넣으면 이 고성능 슈퍼카의 실내는 조금 더워지기 시작했다. 무게를 줄이면 단열처리가 그만큼 떨어지고 열 흡수량이 그만큼 많아진다. 벗어나기 위해서는 에어컨을 힘차게 돌리거나, 루프를 걷어내야 한다. T500의 루프를 걷어내는 데는 2분쯤 걸렸다. 다른 카브리오보다 불편했지만 전반적으로 레이스에 초점을 맞췄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무게를 덜어내느라 그랬다고 이해할 만하다.

트랙에 나갈 때는 완전히 루프를 벗겼다. 그러자 엔진 사운드가 훨씬 훌륭했다. 이 아우디 엔진은 대단했다. 그리고 T500은 V8 엔진의 R8보다 더 빠른 느낌이 들었다. 티타늄 배기관 덕택에 한층 우렁차기도 했다.

정상급 슈퍼카는 8기통 이상이어야 하고, 환상적인 추진력과 터보를 갖춰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비상한 추진력을 갖춘 노블 M600과 무자비하게 긴박한 아벤타도르에 비해 노바티오가 가속할 때는 고개를 돌리기가 쉬웠다. 그러나 어김없이 슈퍼카의 기질을 그대로 전달했다. 내 기억을 더듬어보면 가야르도 슈퍼레제라와 스피드는 거의 대등했다. 그리고 어느 쪽이든 그 이상의 페이스가 필요하다고 생각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T500은 정직한 머신이었다. 감각이 풍부하고, 앞 타이어를 통해 전달되는 힘을 반영하는 무게가 있었다.

그립은 힘찼다. 특히 콘티넨탈 포스 컨택(앞 235/35 R19, 뒤 305/30 R19)을 신고 타이어 워밍업을 위해 두 바퀴쯤 돌고 나면 위력적인 그립이 살아났다. 고성능 컴파운드는 억세게 노면을 거머쥐었다. 제동과 코너링 때 보디 요동이 있었지만 보디 컨트롤은 언제나 탄탄했다. 그러다 정속주행에 들어가면 가벼운 언더스티어가 림을 통해 절묘하게 전달됐다. 액셀을 살짝 들면 노즈는 다시 단정하게 내려앉았다. 액셀을 들고 기다리면 엉덩이가 살짝 끼어들었다. 코너에 들어가며 액셀을 살짝 들거나 브레이크를 살짝 밟으면(빼어난 페달 감각을 통해) 엉덩이는 한결 적극적으로 호응했다.

이때부터 레노바티오는 출중한 밸런스를 과시했다. 엉덩이를 휙 틀 만큼 파워가 있었고, 슬라이딩을 계속했다. 대다수 미드십 엔진 모델보다 훨씬 예측하고 접근하기 쉬웠다. T500 아래에는 철저하게 다스린 섀시가 있다. 나는 몇 시간이나 계속해서 트랙을 달리고 싶었다. 차는 가벼웠고, 브레이크는 언제까지나 페이드를 몰랐다. 전통적인 슈퍼카보다 포르쉐 911 GT3이나 최신형 로터스 엑시지 S에 더 가까운 거동을 보였다. 결국 레노바티오의 위치는 독특했다. 새로운 슈퍼카 수집가들의 의식구조를 내가 아는 척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내가 보기에 너무 많은 슈퍼카들이 비슷한 일을 한다. 도로에서 달리기에는 너무 빠르고, 서킷에서는 소모성 부품을 너무 많이 사용한다.

하지만 이 차는 약간 다르다. 어느 모로나 휼랜드 시퀀셜 박스는 대다수 고객의 환영을 받을 만하다. 게다가 무게를 30kg이나 줄였다. 흐느적거리는 패들을 쓸 수 있고, 트랙에 들어가면 레이스에 대비한 집중력이 강화된다. 완전한 텔레메트리 옵션을 달고 나오는 슈퍼카도 많지 않다. 나는 두 가지를 모두 고르고 싶다. 온 세상을 바꿀 차도, 이탈리아의 기성 슈퍼카 메이커들이 걱정스럽게 흘낏거릴 라이벌도 아니다. 나조차도 처음에는 회의적이었지만, 이제 나는 투섹의 길을 가고 싶다.

투섹은 차세대 모델을 만들 신중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자면 앞으로 10년은 계속 바쁘게 돌아갈 것이다. 한 해 20~30대를 만들어 아주 만족해하는 예리한 드라이버에게 넘겨준다. 잘 될 수 있으리라 확신하고,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슬로베니아 최초의 슈퍼카, 투섹 레노바티오 T500은 결코 마지막이 되지 않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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