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문에 BMW가 훨씬 비싸지만 중요한 대목에서 라이벌을 이미 앞섰다. 결국 이들과 수평 비교하여 가격을 결정하는 것만은 피할 수 있었다. 아우디도 벤츠도 만만한 상대가 아니니까 말이다.
그와는 달리 A7은 신형 V6 3.0L 트윈터보 엔진을 얹었다. 309마력의 출력과, 66.1kg‧m의 토크를 8단 자동변속기를 통해 네 바퀴에 전달한다. 640d 그란 쿠페는 직렬 6기통 트윈터보 엔진의 출력과 토크(각각 308마력, 64.1kg‧m)를 역시 8단 자동변속기를 통해 보낸다. 0→시속 100km 가속 시간은 A7 5.3초, 640d 5.4초로 둘이 비슷하고, CLS는 6.2초로 한물 지난 인상을 준다.
게다가 A7의 파워트레인은 640d에 약간 뒤졌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BMW가 요구하는 수천 파운드의 격차를 찾아낼 수는 없었다. 아우디의 V6 트윈 터보디젤 엔진은 이 차와 찰떡궁합이었다. 쉬지 않고 듬직하게 파워를 내뿜었다. BMW 엔진의 비단같이 매끄러운 동작과는 간발의 차이가 있을 뿐이었다. 둘 모두 최고의 디젤 엔진들이었다.
그렇다면 CLS는 부족한 기어 단수와 파워 때문에 절뚝거리며 뒤로 물러나야만 할까? 천만에. 파워트레인은 두 라이벌만큼 뛰어나지 않지만 믿음직했고, 벤츠의 다른 강점을 부각시켰다. CLS을 둘러싼 모든 것이 복잡하지 않고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오직 한 가지 변수는 변속기. 스포트(Sport)와 컴포트(Comfort) 두 모드밖에 없지만 BMW와 아우디가 보여준 여러 기능을 잘 해냈다.
우리는 바스에 들어갔다. 갑자기 대형차 대열이 좁고 우툴두툴한 시가지를 꽉 메웠다. CLS는 그런 도로에서도 침착했다. 정밀한 스티어링과 즐겁고 직관적인 페달 반응이 흐뭇하게 짝을 이뤘다. 궁극적으로 CLS는 더할 수 없이 잘 조율됐다. 라이벌들의 끝없이 적응하는 장비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기대가 됐다.
하지만 기대는 실망으로 이어졌다. 640d와 A7은 노면이 엉망인 시가지 도로에서 무너졌다. 특히 아우디는 용서할 수 없을 만큼 불편했다. 가장 편안한 세팅에서도 발을 붙이지 못하고 마구 흔들어댔다. 세팅을 차례대로 바꿔 나가자 거친 진동이 일어났다.
640d는 그보다 낫지만 좋다고 할 수는 없었다. A7과 비슷한 혼란이 일어났다. 특히 길게 굽이치는 구간에서는 보디 컨트롤이 듣지 않았고, 귀에 거슬리게 삐걱거렸다. 때로는 둘이 동시에 일어났다. SE 트림은 19인치 휠(과 기본형 런플랫 타이어)을 달고 있지만 벤츠보다 더 무겁고 둔한 느낌이 들었다.
탁 트인 시골길에 들어서자 640d는 안정과 평형을 되찾았다. 하지만 A7은 계속 허우적거렸다. 세차게 몰아붙이자 AWD 시스템은 건조하고 더운 날씨에 언더스티어를 일으킬 뿐이었다. 거의 2톤에 육박하고 5m에 달하는 이들의 크기와 무게가 원인이기도 했다. 3대 라이벌 중 어느 하나도 진정한 스포츠카다운 기질을 보여주지 않았다. 균형 잡히고 발랄한 대형 크루저? 맞다. 그러나 진정한 스포츠 쿠페 근처에도 갈 수 없었다.
하지만 아우디는 특히 중립성이 부족했고, 고속도로를 제외한 어디서나 승차감이 일차원적이었다. 쓸모 있는 해치백 트렁크와 가장 균형 잡힌 성능, 그리고 가격으로 차별화했지만 제일 먼저 꼴찌로 밀려났다. A7은 물론 사랑스럽고 보상이 큰 차가 될 수 있다고 믿지만 S-라인의 서스펜션과 역동성은 큰 결함이었다. 드라이버가 차와 일체가 되고, 응석을 받아줘야 할 최고급 중역형 모델의 경쟁에서 결코 쉽게 넘길 수 없는 요건이다.
따라서 BMW와 벤츠가 남았다. 서머싯을 누비는 조용한 B급 도로에서 둘은 서로 다른 부분에서 강점을 드러냈다. 640d는 마치 항복을 받아낼 듯 아스팔트를 내리눌렀고, 스피드가 올라가면서 보디 컨트롤과 승차감이 시가지에서보다 눈에 띄게 잘 다듬어졌다. 모든 부품들이 한 덩어리로 잘 맞물렸다. 보디는 팽팽했고, 시내에서 느꼈던 거부감은 거의 사라졌다. 광폭타이어와 긴 휠베이스를 살려 미끈하게 달리며, 파격적인 페이스를 보여줬다.
그러나 스티어링이 문제였다. 우리가 곧잘 비유하는 꿀 속에 빠진 파리 꼴이었다. 일관성이 없는 비중과 반응은 어떤 모드 버턴을 눌러도 완화하거나 제거할 수 없었다. 그 때문에 6시리즈 그란 쿠페를 몰아본 경험이 송두리째 흩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감각을 총동원해 공격하려고 줄지어 대기하는 게 아니라 TV를 통해 그 광경을 지켜보는 기분이었다.
이런 차급에서는 사소한 문제라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실상은 그와 반대다. 잘 조율되고 직관적이며 적극적인 스티어링은 어떤 차급의 어떤 차에도 필수적이다. 벤츠가 바로 증거를 내놨다.
640d에서 나와 CLS에 들어가자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CLS350 CDI는 필요한 일을 아주 잘 해냈다. 눈부시지만 동시에 좌절감을 안겨준 6시리즈를 경험한 뒤였다. 따라서 CLS350은 발걸음이 경쾌하고 유기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3대 라이벌은 모두 좋았고, 탁월하기까지 했다. BMW는 성능과 효율을 절묘하게 섞어놓았다. 주관적이지만 주저 없이 트리오 가운데 가장 잘생기고 바람직한 차라고 할 수 있다. A7, CLS와 함께 나란히 세워놨을 때 진정 날씬하고 균형 잡힌 모델은 6시리즈 그란 쿠페다.
당초 벤츠는 BMW와 비교해 시대에 뒤떨어진 인상을 줬다. 하지만 CLS는 몰고 다니기에 가장 유쾌하고 믿음직한 차였다. 매끈하게 다듬은, 섬세하고 정확한 거동을 보여줬다. 그리고 CLS와 라이벌을 비교할 경우 그처럼 복잡한 기술이 불필요하다는 것을 이보다 더 잘 설명하기는 어려웠다.
글: 비키 패럿(Vicky Parr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