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디자인 비평 : 기아 모닝, 쉐보레 올란도, 쉐보레 아베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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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차 디자인 비평 : 기아 모닝, 쉐보레 올란도, 쉐보레 아베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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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5.01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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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의 카디자인 담론

기아 모닝
국산 경승용차 투톱 중 하나인 모닝의 신형이 등장했다. 경승용차는 경제성이 가장 큰 무기인데, 여기에서 말하는 경제성은 대체로 차의 유지비에 중점을 둔 의미일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처음 등장했던 경승용차 티코는 유지비뿐 아니라 가격의 경제성도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국민차’라고까지 불리기도 했었다.

티코는 저렴한 가격으로 누구나 쉽게 살 수 있다는 의미에서의 국민차라고 불렸고 경제성의 측면에서는 장점이 있었다. 하지만, 660cc 배기량의 스즈키 알토를 베이스로 한 차였으므로 티코가 800cc로 엔진을 키웠다고 하더라도 차체의 설계는 660cc에 맞는 것이었기 때문에 부족한 면이 있었다.

이제 국내의 경승용차 배기량 기준이 1,000cc로 높아졌고, 또 메이커의 자동차 개발능력도 향상돼서 같은 차를 만들더라도 훨씬 더 멋있고 성능 좋은 차를 탈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경승용차는 어디까지나 경승용차이다. 경승용차를 상급 차들과 비교해서 뭐가 부족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체급이 다른 선수들끼리 경기시키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런데 소비자들은 경승용차라는 사실보다는 좋은 차를 원한다. 그래서 경승용차에 자동변속기와 파워 스티어링, 파워 윈도, 가죽 시트 등을 달면서 연비가 안 나온다고 불평을 한다. 그러나 벤츠의 스마트 같은 경승용차에는 파워 윈도 같이 무게가 나가면서 전력을 소모하는 장치는 붙이지 않는다. 한때 사람들 사이에서 “아마추어처럼 왜 이래?”라는 드라마 대사가 유행을 한 적이 있었다. 만약 외국시장에서 국산 경승용차만큼의 풍부한 편의장비 옵션과 자동변속기를 달아놓은 경승용차를 가리켜서 연비가 안 나온다고 푸념을 한다면, “아마추어처럼 왜 이래?”라는 핀잔을 들을지도 모를 일이다. 경승용차는 경승용차로 받아들이고 사용해야하는데, 그렇지 않은 국내시장에서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많은 편의장비를 달고 등장한 신형 모닝의 디자인을 살펴보자.

경승용차를 경승용차로 받아들여야한다는 말이 차체 디자인에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 벤츠의 스마트를 보더라도 효율적이면서도 견고하면서 개성적인 차체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신형 모닝은 기아의 컨셉트카로 나왔던 No.3나 벤가 같은 앞모습을 가지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모닝의 상자형 이미지에서 좀 더 역동적이고 유기적인 이미지로 바뀌었다. 마치 만화 속의 캐릭터가 자동차로 변신해서 나온 것 같다. 뒷모습 역시 표정을 가지고 있다.

앞뒤에서의 차체 자세는 바퀴가 가장 바깥쪽으로 자리 잡고 위로 갈수록 점차로 좁아지는 차체 형태가 되면서 안정적인 자세(stance)를 보여준다. 차체 측면에서의 자세 역시 앞뒤의 오버행이 매우 짧고 후드 역시 짧아서 실내 공간 중심의 차체 비례를 보여준다. 게다가 최대 15인치에 이르는 스포티한 디자인의 휠과 넓고 둥글게 돌아간 휠 아치 플랜지(wheel arch flange) 등은 이전의 경승용차에서 볼 수 없었던 건장한 이미지도 보여준다. 휠아치를 이렇게 디자인하는 것은 차의 주행성능과 관련된 요소를 돋보이게 해서 좀 더 충실한 이미지를 준다.

실속 있는 자동차로서의 신형 모닝은 그다지 부족함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이제 경승용차와 소형, 준중형, 중형에서 대형으로까지의 디자인에서 국내 메이커의 개발력은 본궤도에 올라선 듯하다. 특히 소형승용차를 타보면, 군더더기 없이 명쾌하게 정리된 이미지와 물리적으로 잘 정돈된 제품의 느낌이 다가온다. 일본의 경승용차들이 조금 세부적이고 지나치게 작은 것들에 치중하는 느낌이라면, 우리나라의 경승용차는 그보다는 ‘대인배(大人輩)’적인 느낌이다. 기본 가치에 충실하고 깔끔하다. 이것은 자동차 기술의 차이라기보다는 차라리 문화의 차이라고 봐야 한다.

신형 모닝을 대하면 실내외에서 효율적이면서도 시원시원한 느낌이다. 한 가지 필자가 조금 혼란스러운 것은 신형 모닝은 기아의 ‘직선의 단순화’ 디자인 철학보다는 현대의 ‘플루이딕 스컬프쳐’와 더 비슷하다는 것이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기아의 통일된 호랑이 코(Tiger Nose)지만, 전반적인 차체는 신형 아반떼와 신형 엑센트의 이미지를 연상하게 할 만큼 닮았다. 아무튼 신형 모닝의 등장으로 국내의 경승용차 시장이 더 활성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쉐보레 올란도
GM대우가 쉐보레로 브랜드를 바꾸고 처음 등장하는 차가 바로 올란도이다. 차명으로 쓰인 올란도(Orlando)는 미국 남부 플로리다 주에 있는도시로서, 오렌지 재배 지역의 중심지에 위치한다. 본래 평범한 도시였으나, 1971년 대규모 테마파크인 디즈니월드가 들어서면서 이 도시의 모습이 크게 변하였다. 디즈니월드와 관련 시설이 들어서면서 관광객이 크게 늘어나 세계적인 관광도시가 되었다. 올란도라는 이름은 아마 이런 맥락에서 편안한 가족용 차라는 의미를 담은 것 같다.

미국의 미니밴은 우리나라에서 본다면 꽤 크기 때문에 올란도는 미니밴의 미니밴이라고 해야 할 정도의 크기이다. 아마 국내에서는 대우에서 나왔던 레조 정도의 크기일 것이다. 레조의 디자인이 곡선적이고 상대적으로 여성 지향적이었다면, 새로 나온 올란도는 상자형 스타일 이미지에 남성적 성향을 보여준다. 게다가 공식적으로 쉐보레 브랜드를 달고 나오기에 앞모습에서는 잘 정돈된 라디에이터 그릴을 볼 수 있다. 이전의 GM대우는 차 등급에 상관없이 크롬도금 그릴을 붙여서 소형승용차들은 다소 균형이 맞지 않아 보이던 것도 사실이었다. 쉐보레 마크는 마치 십자가처럼 생겼지만, 미국에서는 나비넥타이(bow tie)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사실 자동차는 단순한 기계이기 이전에 그 차를 만드는 나라의 문화이다. 미국의 차들은 물론 큰 배기량 때문에 우리의 현실과 거리감이 있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미국의 실용주의적 정신, 그리고 정직함과 튼튼함이 전반적인 차량들에 녹아있는 특징이다. 지금까지의 GM대우라는 부정적일 수도 있는 이미지를 벗고, 미국의 실용과 보편의 가치를 제공하는 튼튼한 차를 만나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앞으로의 새로운 쉐보레의 디자인이 그런 모습이기를 바란다. 쉐보레 브랜드로의 변신을 통해 면모를 일신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브랜드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쉐보레 아베오
쉐보레 브랜드의 소형차가 아베오라는 이름으로 출시된다. 차체 크기로 본다면 젠트라 후속모델 정도로 보인다. 역시 쉐보레의 상징인 금빛 나비넥타이 배지를 라디에이터 그릴에 붙이고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할 예정이다. 사실 미국의 차들은 대륙적인 디자인이라고 평가된다. 국토 면적이 남한의 거의 100배에 달하는 미국에서는 아무리 큰 차도 지평선을 배경으로 하면 작아 보인다. 게다가 디자인 스튜디오 자체도 넓고 커서 디자이너들은 클레이 모델을 깎을 때도 멀찍이 떨어져서 차체의 비례를 보고 전체 이미지를 만든다. 해서 헤드램프나 테일 램프의 디테일이 어떻고 도어 간격이 몇 mm이고 등등의 세부적인 것들을
따지지 않는다.

미국의 소비자들 역시 과거에는 자동차는 타는 불편함이 없고 튼튼한 것을 미덕으로 여겼다. 그래서 차체 디자인의 디테일보다는 8기통 엔진에 집채만 한 차체를 가지고도 프리웨이에서 쉽게 가속할 수 있는 차들을 좋아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한국차들은 물론이고 일본차들의 감각적인 품질과 디자인의 차들을 더 선호한다. 미국차들이 상대적으로 덜 세련돼 보이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미국은 자동차를 ‘타기 위해’ 만들지만, 한국과 일본은 ‘팔기 위해’ 만든다. 또 한국과 일본의 소비자들 역시 그런 ‘상품으로써의 자동차’에 익숙해져 있다.

미국의 ‘실용의 가치’는 어느 시장에서나 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아무리 겉모양이 예뻐도 실용성이 없는 차는 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용의 가치만을 믿고 ‘외모’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것 역시 위험한 발상일 수 있다.
 
필자는 솔직히 표현하자면 아베오의 헤드램프를 처음 보았을 때 만들다 만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두 개의 원형 헤드램프는 튼튼하고 실용적인 이미지를 주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뿐이다. 투명한 렌즈가 전체적으로 한 번 더 덮여 있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랄까? 뭔가 빠뜨리고 조립을 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미국시장용 디자인이 그러하다면, 한국시장용 디자인은 조금 더 신경을 써도 좋을 것 같다. 한국의 소비자들은 감각적인 면에서 상당히 까다롭기 때문이다.

글ㆍ구상(국립 한밭대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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