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63 AMG 블랙시리즈 vs 로터스 엑시지 S
상태바
C63 AMG 블랙시리즈 vs 로터스 엑시지 S
  • 아이오토카
  • 승인 2012.08.27 10: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형 포르쉐 911 GT3이 등장하기 전, 벤츠와 로터스가 같은 테마를 담은 서로 다른 차를 내놓았다. 그들은 GT3의 진짜 대역이 될 수 있을까?

우리 <오토카> 사무실은 요즘 포르쉐 911 GT3의 망령에 사로잡혀 있다. GT3의 퇴장 이후 생활은 전과 같지 않았다. 마치 벽장 가득히 장난감을 갖고 있는 철부지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을 빼앗긴 기분이었다. 더구나 신형이 나오기까지는 1년이 남아있다. 솔직히 우리는 그때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대안이 있을까? 우선, 그중 가장 분명한 것은 지금 여러분이 보고 있는 무광택 검정 괴물이다. 바로 메르세데스-벤츠 C63 AMG 블랙 시리즈. 이 차는 섬세한 고객에게는 맞지 앉는다. 겉보기에 덤덤하다면, 폭발하는 510마력 V8 엔진의 굉음을 들어보라. 인근의 모든 고양이들이 기겁해 가까운 나무 위로 기어 올라가는 진풍경과 함께 말이다.

C63 AMG 블랙은 무게 1,700kg이 넘는 GT3의 대타였다. 영화 <007> 시리즈에서 피어스 브로스넌의 대타로 등장한 대니얼 크레이그처럼 생뚱맞지만 이들의 목적지는 똑같다. 출력 대 무게비가 톤당 약 300마력이고, 도로와 트랙에서 느끼는 스릴도 비슷하다.

한편, GT3을 꺾을 수 있는 더 값싸고 단순한 방법이 있다. 바로 로터스 엑시지 S. 상당히 비슷한 테마를 지닌, 실질적으로 새로운 모델이다. 새로운 보디, 새로운 휠베이스, 새로운 서스펜션, 새로운 스티어링, 새로운 엔진을 받아들였다. 불쑥 나온 알루미늄 터브만이 살아남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엑시지 S를 GT3에 버금가는 자리로 밀어 올리는 함은 바로 엔진. V6 3.5L 슈퍼차저 엔진의 놀라운 위력을 업고, 엑시지는 블랙 시리즈와 GT3의 출력 당 무게 비율에 바짝 다가섰다. 나아가 회전대가 더 낮고, 더 부드러운 사운드의 엔진이 엑시지를 공인된 트랙데이 전사에서 C63과 같은 다목적차로 바꿔 놓았다. 블랙 시리즈가 거의 10만 파운드(약 1억8천만원: 시승차와 같은 에어로다이내믹 패키지를 추가하면 값이 훌쩍 뛰어오른다)인데 비해 엑시지 S는 5만2천800파운드(약 9천500만원)이다.

텅 빈 베드퍼드 오토드롬에서 무엇을 처음 타고 달릴까? 나는 더 가볍고 손쉬운 엑시지를 먼저 몰아보고, 그 다음 육중한 AMG를 맞을 준비를 하기로 했다.

최근 로터스는 어지럽게 휘몰아치는 회오리 속에 있다. 하지만 한눈으로 폭풍을 지켜보면서도 그 중심에서 엑시지 S를 만들어냈다. 이처럼 침착한 창의력으로 기존 파워트레인(에보라 S에서 가져온)을 살려 전례 없이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엑시지를 만들었다. 섬뜩하리만큼 순수한 로터스이고, 로터스 가운데 상대가 없을 만큼 빠르다. 직선코스와 코너 모두에서 놀라운 돌파력을 발휘했다.

엑시지 S는 덩치를 키워 V6 슈퍼차저 엔진을 받아들였지만 기본 구조는 아직도 출력이 1/3에 불과한 1995년형 엘리스 그대로다. 이제 겨우 공간을 완전히 채우고 V6 엔진의 파워를 뿜어낼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출력보다는 토크가 엑시지를 본격적인 트랙용 무기로 바꿔 놓았다. 변속기(에보라와 마찬가지로 엑시지에서도 대단한 실력을 과시한다)에는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오른발에 지시를 보낸 뒤 엑시지가 지평선에 구멍을 뚫을 때까지 시차가 거의 없다.

여전히 엑시즈는 지시가 떨어지기도 전에 코너를 파고들었다. 그러나 섀시 그립, 태생적 유연성과 안정성이 너무나 뛰어나 조금도 불안하지 않았다. 심지어 롤링이 일어나도 늘어난 휠베이스, 빨라진 스티어링과 수없이 손질한 서스펜션이 힘을 합쳐 문제를 해결했다. 내가 지금까지 몰아본 어떤 엑시지보다 뛰어났다.

한편 잃은 것도 있다. 최신형 엑시즈의 무게는 1,166kg. 13년 전 785kg에 불과했던 엑시지는 말할 것도 없고, 935kg인 2005년 엑시즈 S의 감각도 살려내지 못했다. 스티어링의 무게, 약간 흐리멍텅한 메시지와 좀 더 큰 행동반경이 그 사실을 뒷받침했다.

엑시지의 덩치는 막강 벤츠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엑시지를 나와 C63에 들어가자 소형 쾌속정에서 구축함에 들어간 기분이었다. 운전위치가 아주 높아 운전석이라기보다 군함의 브리지에 올라앉은 느낌이 들었다. 지금까지 벤츠는 엑시즈만큼 가볍고 날렵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재규어 XJ보다 조금 가벼운 무게를 숨길 수 있을만큼 빼어난 실력을 자랑했다.

C63은 지독한 드리프트의 괴물이다. 때문에 그밖에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고 몰아붙이기 쉽지만, 이는 터무니없는 과소평가다. 사실 블랙 시리즈 섀시는 고도로 발달하여 불가능하리라 예상했던 놀라운 성과를 올렸다.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대는 V8 엔진은 섀시의 최대 성능을 끌어내는 수단에 불과했다.

뇌관에 불을 당기고 랩타임을 위해 질주하자 비로소 이 차가 얼마나 좋은지를 깨달았다. 타고난 유연성 덕택에 연석을 타고 넘을 때도 눈부신 저력을 과시했다. 게다가 첨단 댐퍼는 고속 시케인의 위험구간에서도 덩치를 잘 다스렸다. 아울러 탁월한 트랙션, 안정감, 그립과 그 이상의 안전감이 우러나왔다. 설사 아주 극적인 사태(드라이버의 의도가 아니면 실수로)가 일어나도 스티어링 록이 남아있는 한 방향을 정확하게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로터스와 마찬가지로 결함이 없지 않았다. 몇 랩에 걸쳐 전력 질주하자 브레이크가 약간 지치기 시작했고, 패들 시프트 변속기는 감속지시를 곧잘 거부해 드라이버의 즐거움을 방해했다. 엔진을 보호하기 위해 과도한 회전을 막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마침내 요구(변속기에는 메모리가 없기 때문에 반복해야 한다)를 받아들였을 때도 엔진회전대가 결코 레드라인 가까이 가지 않았다. 따라서 전체적으로 감속변환을 한 박자 늦추고, 엔진 브레이크를 좀 더 자제하는 방법을 익혀야 했다.


우리는 정식으로 랩타임을 측정하려 했지만 로터스는 이를 허락하지 않는 조건으로 차를 빌려주었다. 그 이유를 몇 가지 들자면 우리에게 내놓은 시승차는 옵션인 피렐리 트로페오 타이어를 신기지 않았고, 랩타임을 몇 초 줄일 수 있는 스포츠 서스펜션도 달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엑시지는 브레드퍼드의 웨스트 서킷의 직선코스에서 C63과 대등한 가속력을 보여줬다. 예상대로 벤츠는 최고 회전대에서 더 빨랐고, 엑시지는 코너 정점을 통과할 때마다 C63보다 빨랐다.
 
우리는 로터스가 엄청난 트랙션의 이점을 살리리라 예상했지만, 기본형 타이어(여전히 피렐리 코르사)와 오픈 디퍼렌셜 때문에 예상보다 격차는 크지 않았다. 1랩을 돌고난 뒤 어느 차가 더 빨랐을까? 모나코에서는 오터스가 벤츠를 잡아먹고, 몬자에서는 그 반대가 되리라 예상했다. 이들 두 모델이 얼마나 엉뚱한 한 쌍이 될지는 뻔했다. 일단 트랙을 떠나 크로스컨트리에 나서자 생각할 소재가 훨씬 많아졌다.

C63은 당초 예상보다 서킷에서 더 여유가 있었다. 한편 도로에서는 엑시지가 그렇다고 할 수 있었다. 그들 둘 사이의 틈바구니는 엄청났다. C63 AMG 블랙 시리즈는 기본형 C63과 같은 세련미와 한층 뛰어난 승차감을 선사했다. C63 AMG는 일상용일 뿐 아니라 아주 좋은 물건이기도 하다.

엑시지 S에 대해 똑같은 말을 할 수는 없다. 들어가기 어렵고, 나오기는 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많은 짐을 싣지 못한다. 하지만 엑시지의 온로드 거동은 확 바뀌었다. 광폭타이어보다 늘어난 무게와 휠베이스 덕택에 승차감이 훨씬 좋아졌다. 아울러 무엇보다도 개량된 엔진의 역할이 가장 두드러졌다. 윙윙거리던 소리는 사라졌고, 대체로 좋은 물건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승자는 어느 모델인가? 아니, 가격과 컨셉트가 이처럼 다른 모델을 놓고 승패를 가려야 할까? 그렇다. 하지만 그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아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대목은 두 메이커로서는 각기 최신 최고의 스포츠카라는 사실이다.

나는 1년 내내 몰고 다닐 차로 잘생기고 능률적인 SLS AMG보다 C63 AMG를 더 좋아한다. 그리고, 내가 엑시지를 처음 몰아본 뒤 트위터를 날린 기억이 되살아났다. 오리지널 엘리스 이후 내가 몰아본 가장 뛰어난 로터스라고. 이번에 도로와 트랙에서 다시 시승했지만 그 평가를 수정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렇다면 승자는? C63이 엑시지보다 2배나 뛰어난 차는 아니었다. 하지만 가격을 보면 엑시지 S의 2배에 가깝다. 엑시지는 도로에서 C63에 가까운 능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C63은 트랙에서 그보다 더 근소한 격차로 엑시지에 근접했다. 주로 트랙데이에 몰고나갈 세컨드카라면 엑시지 S가 낫지만 일상적으로 쓸 경우라면 다른 차를 골라야 한다. 날씨가 좋은 나쁘든, 직장?놀이?휴가용으로 언제 어디서나 쓸 차라면 사정은 달라진다. 그리고 그 부분에서는 C63 AMG 블랙 시리즈가 엑시지 S보다 앞선다.

글 · 앤드류 프랭클(Andrew Frankel)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