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 로드스터 대결, 박스터 vs Z4 vs 엘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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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로드스터 대결, 박스터 vs Z4 vs 엘리스
  • 아이오토카
  • 승인 2012.08.06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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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포르쉐 박스터는 가장 이상적인 오픈 스포츠카일까? 아니면 BMW Z4와 로터스 엘리스 S가 여전히 마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박스터는 레이싱카로 달리던 과거, 특히 550 스파이더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2012년에 세계적인 2인승 로드스터를 만든다는 것은 1956년 타르가 플로리오 우승차를 만드는 것만큼이나 도전적이다. 오늘날 진정으로 로드스터 정상에 오르려면 한 대의 오픈카가 모든 일을 해낼 수 있어야 한다. 기분과 햇살, 도로가 잘 어우러지면 루프를 걷어내고 마음껏 즐긴다. 그리고 비가 오는 평일 출퇴근할 때는 루프를 올린다. 구형 박스터는 이렇게 할 수 있는 만능선수였다. 자신의 임무를 다해 1990년대 말 포르쉐 브랜드를 위기에서 구출했다. 따라서 높은 수준을 인정하고, 또 다른 최고의 로드스터들과 맞붙이기로 했다. 바로 완벽하게 마무리된 BMW Z4와 흠잡을 데 없이 광적인 로터스 엘리스다.
 
기록만으로는 두 라이벌이 박스터보다 유리했다. 박스터는 7단 PDK가 아닌, 6단 수동변속기와 짝을 이룬 2.7L 모델이 나왔다. 가장 싸게 구입할 수 있는 포르쉐다. 3만7천589파운드(약 6천800만원)의 박스터는 Z4 s드라이브 28i M 스포트(ZF 8단 다동변속기를 갖춰 3만8천655파운드: 약 7천만원) 및 최신 엘리스 S(3만7천150파운드: 약 6천700만원)와 깔끔하게 정면대결할 수 있다. 4기통 2.0L 터보 엔진의 Z4는 보다 경제적(연비 17.6km/L vs 14.6km/L)이고 더 깨끗하다(CO₂ 배출량 159g/km vs 192g/km). 게다가 훨씬 저회전대에서 토크가 7.2kg·m 앞서고, 날씨에 민감한 영국인들이 좋아하는 접이식 하드톱을 갖췄다.

로터스는 신형 1.8L 슈퍼차저 토요타 엔진과 1톤 이하의 날씬한 몸무게를 자랑한다. 0→시속 100km 가속은 박스터의 최고기록보다 1초 넘게 빠르다. 아울러 놀랍게 아름답다. 물론 이 세 대의 라이벌 가운데 미운 오리새끼는 없다. 모두가 디자인 진화의 정상에 도달했다. 하지만 단순화된 노즈와 엉덩이가 팽팽하게 올라간 엘리스는 어느 각도에서나 눈을 즐겁게 하는 유일한 모델이다. 신형 박스터는 분명 918 스파이더의 영향을 받았다. 눈물방울 헤드램프와 주문형 도어(구형은 911과 같았다)는 지금까지 나온 박스터 가운데 제일 목적의식이 뚜렷하다.

Z4의 프론트 엔진 레이아웃은 한층 전통적인 로드스터의 옆모습을 빚어냈다. 라이벌과 함께 세워두면 약간 밸런스가 기울어지는 듯하지만 상어 노즈와 잘 어울린다. 길게 뻗어 나온 인물은 실내에서 바라본 시야를 독차지한다. 그래서 차가 더 크다는 느낌이 들고, 실제보다 약간 거북해 보인다. 그밖에 실내는 여름날 오후를 보내기에 환상적인 자리다. 오벨리스크와 같은 기어레버와 두툼한 스티어링부터 나직이 내려앉은 빼어난 시트, 단단하고 짜임새 있는 대시보드에 이르기까지 Z4는 승객을 정답게 감싸준다. 자동 접이식 루프는 오르내릴 때 신중하고, 트렁크 공간을 독차지한다.

엘리스의 종잇장 같은 루프는 여전히 얄팍한 옷장처럼 수동식이고, 안 그래도 빈약한 짐칸을 꽉 채운다. 실내는 너무나 검소해 거의 작은 배와 같다. 그러나 시트, 도어와 센터콘솔의 옵션인 스웨이드텍스 트림은 손가락 끝을 즐겁게 했다. 온 세상이 Z4를 감싸는 것처럼 엘리스도 운전석을 단단히 감쌌다.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에야 극적인 덩치의 차이를 잊을 수 있었다. 그리고 엉성한 플라스틱과 노출된 알루미늄 섀시가 오랜 세월을 견뎌낸 매력을 보여줬다.

포르쉐에 들어가자 시간을 끌 필요가 없었다. 박스터의 검은 무광택 내장은 매력을 뿜어냈다. BMW만큼 화려하지 않고, 로터스보다는 20배나 호화롭지만 실용정신을 제법 살렸다. 요즘 어느 차에나 볼 수 있는 키 큰 센터콘솔이 뭉툭한 기어노브 옆에 스위치기어를 담고 있었다. 그리고 기본장비인 7인치 터치스크린 인터페이스가 나머지 기능을 모두 소화했다. 큰 4각형 표시판이 소박한 스티어링 위의 배지처럼 포르쉐를 웅변했다. 그리고 계기 클러스터의 4.6인치 TFT 디스플레이는 옵션인 내비게이션과 짝을 이뤄 눈부셨다.

고속도로를 따라 웨일스로 가는 길 찾기를 내비에 맡겼다. 그러자 라이벌 3대는 각기 다른 메모리뱅크를 가동했다. Z4가 컴포트(Comfort) 세팅에 들어가자 그 표현에 맞추려고 눈에 띄게 열심히 일을 했다. 옵션인 M 스포트 서스펜션의 댐퍼는 비단처럼 매끈한 도로가 아니면 끊임없이 껑충거리는 버릇이 있었다. 어느 모로나 연기력은 신통치 않았다. 게다가 안정됐을 때도 승차감은 아슬아슬했다. 마치 뒤이어 닥칠 큼직한 요철에서 본의 아니게 부드러운 앞머리를 뒤틀까 겁을 내고 있었다. 그에 비해 엔진과 변속기는 훨씬 느긋했다. 돌발적인 페이스 변화가 일어날 때도 차분한 드로틀맵이 느긋하게 대처했다. 다행히 트윈파워가 합세하여 놀랍게도 겨우 1,250rpm에서 35.6kg·m의 토크를 몽땅 끌어낼 수 있었다.

로터스는 어느 것 하나 느슨하지 않았다. 긴장을 풀지 않은 드라이버의 턱처럼 꽉 물려있었다. 그렇다고 불편하지도 않았다. 옵션인 스포트 댐퍼로도 엘리스는 물 위를 달리는 도마뱀의 가볍고 우아한 걸음처럼 극적으로 드로틀을 요리했다.

살아있는 엔진 사운드, 쿠션 없는 시트와 반동적인 액셀 페달 등 모두가 고속에 어울리게 산더미 같은 정보를 안겨줬다. 다만 M4의 안쪽 차선을 달릴 때는 굳이 풀어볼 필요가 없었다. 포르쉐에 옮겨 타자 완벽한 피아노 음악을 듣는 듯했다. 박스터는 엘리스의 순수한 진동음만큼 간결하지 않았지만 같은 음정을 일일이 걸러 깔끔하게 조율된 소리로 바꿨다. 승차감을 결정하는 모드 컨트롤(옵션인 조절형 서스펜션 세팅의 노멀 모드에서는 Z4가 근접할 수 없을 만큼 오싹한 흡수력을 선보였다)에 맡기면 박스터는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고 운전자의 인풋을 심사했다. 도로의 요란한 소음을 모두 걸러내고 스티어링과 페달을 통해 리드미컬한 컨트롤 감각만을 전달했다.

모두가 더할 수 없는 감동을 줬다. 국립공원의 경계를 표시하는 가축탈출방지용 도랑을 넘자 그 체험은 한층 고조될 뿐이었다. 스포트 버튼을 눌러도 예상보다 큰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엔진의 재조율, 추가 파워나 토크 커브의 변화도 없었다. 드로틀은 날이 서고, 단단한 리미터가 레드라인의 나긋한 리미터를 대체했다. 그러자 BMW의 적응형 드라이브 스위치에 비해 제약으로 비칠 수 있었다. 하지만 박스터의 기본 리듬이 그런 소리를 궤변으로 몰아붙였다.

수평대향 6기통의 잠재력을 완전히 살리려면 구식으로 다가가야 했다. 액셀을 힘껏 밟고, 4,500rpm 바로 위에서 회전계 바늘이 나타날 때까지 기어를 내려야 했다. 이때 엔진은 힘차게 28.4kg·m의 토크를 뿜어냈다. 박스터는 서로 상대방의 눈을 찌르려 덤비는 독창적 사운드의 반주를 받으며 앞으로 돌진했다. 가속력은 결코 지나치지 않았다. 피를 끊게 하기에는 부족하지만 남아도는 것은 털끝만큼도 없었다. 도로에서 중단할 필요도 없었고, 36.0kg·m의 토크가 남아돌지도 않았다.

이는 포르쉐의 코너링 덕택이었다. 정속주행에서 끓어오르던 온갖 커뮤니케이션이 페이스를 올리자 힘차게 살아났다. 실로 획기적인 횡그립과 더불어 드라이버의 손발 끝에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전자·기계식 스티어링 세팅은 911보다 더 좋았다. 유기적이고 군살 없고 감각이 풍부한 스티어링은 운전석 밑의 소통적인 섀시와 하나로 어우러졌다. 둘 다 중립성을 설교하지만 무기력하지 않았다. 다음 코너 정점에서 한층 더 예리하게 의지하라고 감성적으로 호소했다. 도로가에서는 양떼들이 경계의 눈초리로 보고 있었다. 코너 중간에서 액셀을 놓자 한층 깊게 꺾여들었다. 코너 입구에서 페이스를 높이자 박스터의 앞뒤 바퀴 사이의 중량을 쓸모 있는 회전축으로 삼을 수 있었다. 약간 더 넓은 앞 트레드는 턴인에 한층 힘을 실었다.

로터스는 글자 그대로 체험에 슈퍼차저를 달아줬다. 분주한 토요타 엔진에는 포르쉐와 같은 개성을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가벼운 덩치를 한층 매섭게 몰아붙였다. 16년 된 엘리스의 하체를 알려주는 증거였다. 그 추가 페이스가 통째로 동화됐고, 한결 정확하고 부드럽게 돌아왔다. 웨일스 황무지(실은 엘리스를 이 땅에 맞춰 만들었다)에 둘러싸인 이전까지 토해낸 크레센도는 풍성한 기계적 심포니로 발전했다. 당연히 스티어링은 박스터보다 거칠고 무거웠다. 그러나 한결 상큼하고 예리하고 빨랐다. 엘리스의 노즈는 예상보다 커브 밖으로 돌아가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하중이 지극히 자연스럽게 점진적으로 실렸다. 거기서부터 액셀로 균형 잡은 섬세한 라인을 그리기는 식은 죽 먹기였다. 은근히 오른발에 힘을 더 주자 제대로 성숙한 뒤 액슬의 견인력이 강화됐다.

Z4도 역시 엉덩이로 돌아갔다. 한계를 미리 알아내기는 쉽지 않았다. 로터스와 포르쉐가 자랑하는 풍부한 정보를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었다. 조절형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트 플러스까지 밀어 올리자 포르쉐를 넘어섰다. 엔진반응이 증폭되고, 변속기는 재조율되고, 배기음은 거칠어졌다. 하지만 아무리 소란을 피워도 지속적으로 생기를 불어넣는 미드십의 두 라이벌에 비해 낡은 이빨의 짐승이었다. 두 라이벌은 아랫배를 중심으로 돌아가지만, BMW는 반사신경을 훨씬 뒤로 보냈다(운전석이 뒷바퀴 가까이 있기 때문에). 그런 다음 노즈를 따라갔다. 마치 제도사의 컴패스 위에 놓인 연필처럼 허공에 걸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물론 Z4는 고전적인 프론트 엔진 뒷바퀴굴림. 의심할 여지없이 빠르고 유능하지만 포르쉐와 로터스처럼 방금 포장을 벗긴 눈부신 모습이 아니었다.

BMW Z4는 정말 훌륭한 차다. 잘생기고, 유연할 뿐더러 맞설 상대가 없는 가장 쾌적한 파워트레인을 갖췄다. 오너에게는 탁월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앞서간 둘 중 어느 하나보다 더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Z4는 사실 가슴이 머리를 앞서야 할 차급에서 상식적인 선택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불꽃을 튀기거나 감동적이어야 할 때 응석이나 받아주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 혹은 좌절감을 안겼다. 승차감은 너무 질겼고, 루프는 지나치게 무거웠으며 패키지는 두 모델에 비해 카리스마가 부족했다.

확실히 그 점에서 로터스는 모자람이 없었다. 엘리스는 완벽하지 않았다. 분명 영국 헤슬의 로터스 본부에 대지진이 일고 있다. 거기에는 나름대로 까닭이 있을 것이다. 차분히 이 브랜드의 과거를 되돌아보고 온고지신의 자세로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할 때가 왔다. 실내 품질, 끝마무리, 소음, 거칠음 등에 뚜렷한 약점이 있다. 따라서 로터스가 더 많이 팔리지 않는 까닭을 찾기는 쉽다. 그러나 지나치게 그런 일에 얽매여 있으면 더 큰 그림을 볼 수 없다. 엘리스, 특히 이 신형 S 버전이 이토록 눈부신 온갖 이유를 근원적으로 이해하기는 어렵다. 지구표면과 뜨겁게 밀착된 능력은 타고 났지만 최신 모델은 과거 어느 때보다 힘차고 빠르고, 충실히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말 잘 듣는 조절장치의 감각에 힘이 실렸고, 또 다시 엘리스를 진지하고 화끈한 어른의 물건으로 바꿔놓았다.

이처럼 화려한 깃털을 입고도 엘리스 S는 포르쉐의 그늘에 완전히 묻히고 말았다. 신형 박스터는 황홀한 성취의 궁극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순수한 일상적 쓰임새와 큰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성능의 어울림은 일찍이 카이맨만이 도달했던 경지에 올랐다. 구체적으로 스타일, 끝마무리, 내부구조, 경제성을 비롯한 다양한 요소가 크게 향상됐다. 하지만 이들마저 차와 운전자의 풍부한 감성적 연계를 받쳐주는 배경일 따름이다.

현대적 로드스터는 실어 나르고, 다독이고, 매혹하고 자극을 줄 뿐 아니라 게걸스럽게 온갖 풍경을 삼키는데 지쳤을 때 슬쩍 자취를 감출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박스터야말로 자신 있고 재치 있게 이 조건을 만족시킬 적격자다. 명차의 산실 포르쉐가 오랜 역사와 전통을 바탕으로 갈고 다듬은 실력이 살아 움직이는 증거다.

글 · 닉 캐킷(Nic Cacke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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