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 교수의 신차 디자인 비평> 포르쉐 박스터, 쌍용 렉스턴 W, 토요타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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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의 신차 디자인 비평> 포르쉐 박스터, 쌍용 렉스턴 W, 토요타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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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8.06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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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의 카디자인 담론

포르쉐 박스터
포르쉐의 미드십 스포츠카 박스터(Boxster)가 새로 등장했다. ‘박스터’라는 이름은 포르쉐의 수평대향 박서(boxer) 엔진을 가진 로드스터(roadster)라는 의미일 것이다. 그래서 모든 박스터들은 소프트톱을 가지고 있다. 사실 포르쉐의 대표적인 특징은 엔진을 차체 뒤쪽에 얹었다는 점이다. 이는 엔진의 무게중심이 뒷바퀴 축보다 뒤에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뒷바퀴굴림 방식의 스포츠카에 매우 유리한 구조다.

그런데 박스터는 엔진을 차체 중앙에 얹은 미드십(mid-ship) 구조다. 엔진의 무게중심이 뒷바퀴와 운전석 사이, 즉 차체의 중앙부에 존재하는 것이다. 아마도 로드스터의 차체 구조를 가지면서 무게 배분이 가장 유리한 구조를 채택했을 것이다. 모든 것을 고성능을 이루는 것에 목표를 두는 가장 포르쉐다운 로드스터의 설계라고 할 법하다. 그런데 이런 구조적 특징은 겉으로 드러나는 디자인의 차별적인 요소는 적다. 그래서 사람들 중에는 포르쉐 911과 박스터의 디자인적 차이를 구분하기 어려워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러나 한 번 더 보면 박스터의 차체 옆면에는 미드십 구조임을 보여주는 커다란 공기 흡입구가 있다. 엔진의 위치가 달라지면서 나타나는 또 다른 변화는 뒤 트렁크의 존재이다. 엔진이 뒤쪽에 달린 포르쉐 911 모델은 뒤 트렁크 대신 ‘앞 트렁크’가 존재한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2+2의 실내 공간이 확보되기도 한다. 그런데 박스터는 ‘앞 트렁크’가 911 모델과 동일하게 존재하는 동시에 ‘뒤 트렁크’도 있다. 물론 각각의 수납 용량은 보통의 세단들보다는 훨씬 적지만, 그런 공간을 앞뒤로 가지고 있는 것은 바로 미드십 구조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실내는 운전석 뒤쪽에 공간이 전혀 없는 완전한 2인승이다.

신형 박스터의 앞모습은 전반적으로 포르쉐의 인상이지만, 911의 헤드램프가 원형인 것에 비해 박스터의 헤드램프는 사다리꼴 형태 안에 두 개의 원형 베젤이 들어가 있다. 전체적인 앞모습의 인상은 마치 포르쉐의 슈퍼카 카레라 GT와 비슷한 느낌이다. 그런데 박스터의 뒷모습은 지금까지 봐왔던 어느 포르쉐와도 닮지 않은 독특한 이미지이다. 양쪽의 테일 램프 사이를 가로지르는 마치 튀어 나온 입처럼 생긴 트렁크 리드의 모습은 포르쉐의 인상이 들지 않는다. 마치 뒤에서 보면 심술궂은 성격의 얼굴처럼 보이기도 한다. 어쩌면 뒤 차에게 포르쉐 박스터는 만만한 차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쌍용 렉스턴 W
쌍용자동차에서 내놓은 렉스턴 W는 부활을 위한 몸부림과도 같다. 사실 렉스턴이 처음 나왔을 때는 SUV의 귀족이었다. 이탈리아의 거장 디자이너 쥬지아로의 모던한 디자인에 엄청난 스케일의 차체 등등은 그야말로 부의 상징과도 같았다. 렉스턴의 디자인 중 특히 사람들을 사로잡았던 것은 휠 아치와 도어 아래쪽에 덧대진 프로텍터에 의한 투톤 컬러였다. 그 디자인으로 바퀴의 크기가 더욱 강조되고 전천후의 성능을 가진 SUV의 이미지가 특히 강조되었기 때문이다.

렉스턴의 등장으로 무쏘 이후 우리나라에서 SUV로써 명성을 이어오던 쌍용자동차의 명성은 더욱 확고해졌다. 그렇지만 그 이후 많은 것이 달라졌다. 그리고 그로부터 십여 년이 지난 지금은 쌍용은 인도의 마힌드라와 한 회사가 되었다. 많은 부침을 겪었지만, 이제 다시 등장한 렉스턴 W는 앞으로의 쌍용자동차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

렉스턴 W의 디자인은 기본적으로 오리지널 렉스턴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그러나 실내외 디자인에서 시간의 흐름을 반영한 모습들을 볼 수 있다. 보다 간결해진 앞, 뒤 모습과 측면의 처리는 보다 더 도시적인 이미지를 준다. 렉스턴의 개성을 만들어주던 두툼한 휠아치 커버는 차체 색으로 만들어져서 보다 정돈된 이미지를 준다. 로커패널 부분도 검은 색의 플라스틱 몰드로 덮고 그것이 앞, 뒤의 휠 아치와 범퍼로 이어져 전체적으로 단정한 이미지를 만들어준다.

기본 차체는 바꾸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앞, 뒤의 펜더를 모두 손보았고, 도어 패널도 새로 만들었다. 의외로 많은 차체 부품들이 바뀌었다는 것을 발견하면서 필자는 조금 놀랐다. 특히 테일 램프 옆면의 위쪽을 살짝 꺾은 것은 알아채기 힘든 정도의 변화다.

전체적으로는 렉스턴의 이미지를 지키고 있지만, 사실은 상당수의 부품들을 새로 개발한 렉스턴 W는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렉스턴의 후속 모델이 더 기구적으로 안정적이고 고성능이 될 것이라는 예측을 하도록 도와준다. 그간 쌍용이 축적해온 SUV 전문 메이커로써의 특성이 이제 발휘되기 시작하는 것 같다고나 할까. 그래서 렉스턴W는 비록 디자인 변화의 폭은 크지 않지만, 쌍용 디자인의 미래에 기대를 가지게 만드는 모델이다.

토요타 GT 86
토요타 GT 86은 소형 뒷바퀴굴림 스포츠카로 스바루와 공동으로 개발되었다. 86은 일본어로 ‘하치로쿠’라고 읽힌다. 이름에 쓰인 86이라는 숫자는 토요타의 코롤라 모델 중 레빈(Levin, 또는 Tureno) 모델의 AE86 모델을 기억하기 위한 것이다. 알려진 대로 이 모델은 ‘이니셜 D’라는 만화 시리즈에서도 등장했던 스포티한 성능을 가진 소형 승용차이다. 86은 토요타 엔진의 보어와 스트로크의 숫자이기도 하며, 이 엔진은 셀리카(Celica)나 MR2 같은 소형 스포티 모델에도 쓰인 것이라고 한다. 들리는 말로는 신형 86 모델은 그 숫자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 배기구 크롬 팁의 직경도 86mm로 맞추었다고 한다.

아무튼 신형 86 모델은 일본 소비자들에게 하나의 아이콘과도 같은 존재인 듯하다. 사실 이니셜D라는 만화를 알고 있는 사람들도 그런 이유에서 이 86 모델에 주목을 할 것이다. 이런 현상은 오늘날 21세기 문화의 특징이기도 하다. 상상 속의 이야기가 만들어내는 무형의 가치, 그것이 바로 하드웨어를 뛰어 넘는 소프트웨어의 힘인지도 모른다. 소형 승용차 하나가 이야기를 통해 전설로 태어나기 때문이다.

신형 86의 차체 디자인은 전형적인 3도어 해치백 쿠페 스타일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마치 뒤 트렁크가 독립된 듯이 보이는 비례이지만, 해치백의 테일 게이트를 가지고 있다. 보닛은 수평대향 엔진을 얹은 차답게 납작하고 부릅뜬 듯 한 눈매를 가진 헤드램프의 디자인은 매우 인상적이다. 차체는 날카로운 모서리를 강조한 기하학적인 흐름의 면으로 이루어져 있다. 앞 펜더와 A필러가 만나는 부분에는 공기 흡입구 모양과 86이라는 숫자를 형상화한 장식이 붙어 있다. 또한 앞 범퍼의 토요타 배지에서 시작된 주름이 보닛으로 연결되면서 사라지다가 다시 지붕에서 만들어지는 독특한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토요타 86을 보면, 단순한 소형 승용차가 아니라, 이야기와 전설을 간직한 차, 그것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시대가 바로 오늘 21세기라는 생각이 든다. 토요타 86은 평범할 수도 있는 소형 스포츠 쿠페가 이야기, 또는 컨텐츠와 결합하면 ‘전설’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것이다.

글ㆍ구상(국립 한밭대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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