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보르기니의 첫 SUV, LM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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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보르기니의 첫 SUV, LM002
  • 아이오토카
  • 승인 2012.07.30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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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보르기니의 4x4에 대한 첫 시도였던 V12 엔진 LM002를 되돌아본다

주유소에 들어와 멈춘 람보르기니 LM002의 모습에서 무언가 사악한 분위기가 짙게 느껴진다. 전통적인 V12 엔진의 성난 숨소리와 놀라운 덩치, 그리고 공상과학소설에서 튀어나온 듯한 모습이 사람들을 움츠러들게 한다. 공회전 때 씩씩거리는 소리에 슈퍼미니와 가족용 해치들이 혼비백산하게 만들 이 차는 큰 덩치에 시끄럽고 굶주린 모습이 울새 둥지 속의 뻐꾸기 새끼를 닮았다.

람보르기니 LM002의 오너인 제인 웨이츠먼(Jane Weitzmann)은 오늘 아침에 주유를 했지만, 고급 무연휘발유를 100파운드(약 18만원)어치나 넣어도 연료주입구까지 차오를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연료 탱크는 용량이 290L나 되고, 가득 채우는 데 400파운드(약 70만원)나 든다. 작은 크기의 주유소를 끌고 다녀야 할 판이다. 그렇게 채우고도 LM002가 달릴 수 있는 거리는 800km에 불과하다. 물론 정속 주행을 고집하는 경우에 한해서 말이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흥미로운 차 중 하나를 몰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만큼, 오늘은 그렇게 달리지 않을 생각이다.

LM002는 빗나간 군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실제로, 이 차는 7.5cm 두께의 방탄장갑을 두르고 지붕에 기관총을 단 채로 전장을 호령하도록 설계되었다. 하지만 1980년대 초반까지 로널드 레이건과 무아마르 카다피 중 누구도 대량주문을 하지 않았고, 미국은 더 크고 거친 험비를 선호했다. 그래서 람보르기니 경영진과 당시 법정관리 중인 람보르기니의 경영권을 쥐고 정상화를 위한 해법에 목말라 있던 미므랑(Mimran) 형제는 실패한 군용차를 승용차로 바꾸었다.

LM002는 갑자기 만들어졌다. 원래 치타(Cheetah)라고 불린 최초 버전은 V8 엔진을 차체 뒤쪽에 놓았는데, 그 때문에 생긴 무게배분의 문제로 미국 육군은 무심결에 하나뿐인 프로토타입을 아주 작고 무거운 공으로 만들었다는 소문이 전해온다. 뿐만 아니라 이 차가 또 다른 군용차 후보였던 XR311의 복사판이라고 믿었던 미국의 FMC사에 의한 소송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 두 논란이 겹치면서 람보르기니는 V8 엔진을 뒤에 얹는 대신 V12 엔진을 앞에 얹으면서 조용히 치타가 특수부대용 차로 성공을 거두리라는 기대를 접었다.

어쨌든, 원목과 가죽으로 치장하고 당시에 세상에 알려진 자동차용 첨단장비를 최대한 갖춘 ‘민간용’ LM002가 1986년에 출시되었다. 그 차에는 쿤타치의 5.2L 450마력 엔진, 철제 튜브 스페이스 프레임, 그리고 네 바퀴 독립 서스펜션이 쓰였다. 피렐리 스콜피온 타이어는 거의 바람이 빠졌을 때 2.7톤 무게의 차체를 지지하도록 설계되었다. 0→시속 97km까지 가속에는 8초가 채 걸리지 않았다. 당시라면 평범한 4x4보다는 만화책에 나오는 외계 행성 탐사용 버기에 가깝게 느껴졌을 것이 분명하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웨이츠먼의 차는 영국에서 한 손으로 꼽을 정도다. LM은 왼쪽 운전석 모델만 만들어졌고 영국에서 공식 판매된 적이 없다. 1993년에 제작된 이 ‘LE 아메리칸’ 모델은 마지막으로 생산된 60대 중 하나이고, 웨이츠먼의 말로는 디아블로 규격 엔진과 일부 실내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놀랍게도, 이 차는 그녀가 소장한 것 중 가장 신기한 차는 아니다. 웨이츠먼은 TV와 영화업계 대여용으로 만들어진 독특한 자동차 컬렉션(jhwclassics.com)의 큐레이터이고, 애스턴 마틴 라곤다, 카버 원 3륜차와 앰피카 770도 관리하고 있다.

전에는 오프로드 경주에도 출전했던 웨이츠먼은 스스로 크고 기능적인 모습을 한 차들에 끌린다는 것을 인정한다. “LM002를 정말 원하려면 조금은 이상해야 한다는 점을 인정하지만, 저는 이상하고 놀라운 차가 좋아요” 그녀의 말이다.

그런데, 이 특별히 충격적인 차가 이상함을 뛰어넘는 놀라운 차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LM002의 각지고 가죽으로 뒤덮인 실내에 올라보면 충분하다고 하기에는 실내가 그리 넓지 않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앞좌석에는 키 큰 어른이 앉을 수 있지만, 평범한 체형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뒷좌석은 불편할 것이다. 앞뒤 좌석을 가르는 넓은 센터 콘솔 때문에 4명이 타기에는 빠듯하고, 대시보드에는 터무니없이 작은 3스포크 슈퍼카 스티어링 휠과 두툼하고 각진 1980년대 스위치들이 널려있다.

저속으로 달릴 때에는 몸이 힘들다. 람보르기니가 LM002의 설계와 수치를 확정했을 때에는 아직 럭셔리 4x4가 태동기였기 때문에, 무척 부담스럽게 느껴졌을 것이다. 스티어링은 무겁고, 클러치 페달은 더 무거우면서 작동이 더디다. 엔진은 반항적이고 시동이 쉽게 꺼져 오프로더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리고 웨버 카뷰레터 여섯 개가 모두 제대로 작동해 힘이 자유롭게 나오기 전까지는 부드럽게 다뤄야 한다. 만약 오리지널 레인지로버가 이렇게 몰기 힘들었다면 40년은커녕 40개월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조금은 덜 피곤하게 느껴지는 더 높은 속도와 잘 뚫린 도로에서 LM002는 1980년대의 카이엔 터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원하는 만큼 빨리 달릴 수 있지만, 빠른 페이스로 달리는 것을 즐기기에는 섀시가 너무 부정확하고 타이어의 사이드월은 움직임이 지나치다. 영국의 국도를 잘 달려 나가기에는 적절한 기어를 찾아 차를 다루기가 쉽지 않다. 브레이크도 아주 매력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지방의 포장도로를 힘차게 달리는 것은 이 차의 설계 목적이 아니다. 이 차의 목표 소비자는 필자도, 여러분도, 람보도 아닌 미군이었다.

그렇게 때문에 람보르기니의 새 SUV는 이렇게 나오지 않을 것이다. 편안하고 고급스럽고 넉넉하면서 다루기 쉬울 것이다. 모두 LM과는 다르다. 하지만 람보르기니 본사는 이 비현실적이고 그로테스크하며 으르렁거리는 괴물에서 무언가를 받아들여 발전시킬 것이다. 뚜렷하게 돋보이면서 과장스럽고, 호사스러운 분위기로 튀지 않는다면 진정한 람보르기니가 아니다.

아주 작은 부분이겠지만, LM002는 멀리서 내리치는 번개만큼이나 그 모습과 소리가 남다르다. 그리고 25년 만에 다시 나올 람보르기니 SUV도 마찬가지라면, 람보르기니가 일을 제대로 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글 · 맷 선더스(Matt Saunders)

역사의 중요성 역설하는 람보르기니
람보르기니 산타가타 본사를 방문하면, 난데없이 LM002가 방문객 센터 로비 중앙을 차지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왜일까? 람보르기니는 그 차가 새로운 SUV, 우루스(Urus)에 대한 역사와 정통성을 보여주리라 믿고 있다. 올해 제네바모터쇼에서 공개된 벤틀리의 첫 SUV 컨셉트에 쏟아진 비난을 지켜보았기 때문이다.

“역사는 중요합니다” 람보르기니 수장인 슈테판 빙켈만의 이야기다. “LM002를 통해 우리는 첫 럭셔리 SUV를 만들었고 지금까지도 특별한 차로 남아 있습니다. 브랜드에 대한 확신 없이는 무언가를 만드는 것을 고려할 수 없고, LM002를 통해 우리는 확고한 람보르기니의 가치를 SUV에 담을 기회가 생겼습니다”

Lamborghini LM002 LE American
가격 $134,500(1990년 당시, 약 1억5천만원)
0→시속 100km 7.8초, 최고시속 274km
연비 2.8km/L*(영국기준), 무게 2700kg

엔진 V12, 5167cc, 휘발유
구조 프론트, 세로, 4WD
최고출력 450마력/6800rpm
최대토크 51.0kg·m4500rpm
무게당 출력 167마력/톤, 리터당 출력 87마력/L
변속기 5단 수동

길이 4900mm, 너비 2000mm, 높이 1850mm
휠베이스 3000mm
연료탱크 290L, 주행가능거리 467km

앞 서스펜션 아실레이팅 암, 코일스프링
뒤 서스펜션 아실레이팅 암, 코일스프링
브레이크 V 디스크(앞), 드럼(뒤)
휠(앞/뒤) 11J×17in, 단조 스틸
타이어 325/65 VR17 피렐리 스콜피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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