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 뉴 ES, 편안함, 강렬함을 동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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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 뉴 ES, 편안함, 강렬함을 동반하다
  • 아이오토카
  • 승인 2012.07.23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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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렉서스 ES는 단단해진 하체와 더불어 핸들링이 좋아졌다. 엔진과 노면에서 들려오는 사운드는 좀 더 사실적인 느낌. 편안함은 물론 그대로다

작은 포도밭이 딸려있는 앨리슨 인앤스파는 마치 남부 프랑스와 같은 전원 풍경이 능선 하나 없이 아스라이 펼쳐져 있다. 아메리카라는 대륙의 가늠할 수 없는 넓이를 다시금 실감나게 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듣는 아메리카와 이 조용한 전원마을의 시간은 다르게 흐르고 있는 것 같았다. 지리적으로는 시애틀과 캘리포니아 사이에 위치한 이곳 오리건 주의 뉴버그에서 렉서스 ES의 글로벌 론칭 행사가 열렸다. 미국은 렉서스의 본고장, 가장 많이 팔리는 시장이다.

날씨는 변죽을 부렸다. 시시때때로 비가 내렸고 금세 햇살이 쏟아졌다. 비는 나뭇잎만 적실뿐 도로는 적시지 못했다. 비가 내려도 도로가 마른 노면을 회복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이 지역에 왜 와이너리가 많은지, 별다른 설명이 없어도 알 수 있는 것처럼. 풍부한 햇살은 저물도록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렉서스 ES는 입문용 렉서스 세단. 렉서스 라인업에서 기본적인 모델이면서도 약간 비껴나 있었던 게 사실이다. 렉서스의 IS, GS, LS로 이어지는 피라미드 구조에서 ES는 한발 물러나 있었던 셈. 그러다보니 ES를 타던 고객이 GS로 갈아타기도 다소 애매했다. GS는 스포츠 성격이 강하고, 트렁크도 작았다.

아무튼 렉서스의 변화는 GS부터 먼저 시작되었다. ‘재미있는 차’를 모토로 한 스포츠성의 강화가 그것이다. 이는 아키오 사장의 지휘 아래 모든 렉서스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자, 그럼 새로운 6세대 ES는 어떤 모습으로 변화했는가?

렉서스 ES는 지난 1989년 1세대가 데뷔한 이래 지난 2006년 5세대가 나왔고, 이번이 6세대째가 된다. ES 시리즈에서는 최초로 하이브리드 모델이 추가된 것도 특징. 외관에서의 가장 큰 변화는 역시 스핀들 그릴로 상징되는 역동적인 앞모습, 전체적으로 트레이닝을 통해 근육을 탄탄하게 끌어올린 모습이다. 뒷모습은 좀 더 샤프해졌다. 사이즈도 커졌다. 차체 길이는 25mm 길어지고 휠베이스는 45mm 늘어났다. 높이는 그대로.

너비도 그대로지만 앞뒤 트레드가 10mm 늘어나 스탠스가 약간 넓어진 효과를 준다. 오버행이 짧아지며 스포티한 이미지도 더해졌다. ES350 스포츠는 듀얼 머플러를 달았지만 하이브리드 모델인 ES300h는 머플러를 범퍼커버 안으로 숨기고 스포일러를 달아 차별화했다.

실내는 모던한 분위기로 넓고 쾌적한 느낌을 준다. 휠베이스가 늘어난 만큼 실내 공간도 커졌는데 뒷좌석 무릎공간과 레그룸이 각각 71mm, 104mm 커졌고 헤드룸도 18mm 늘어났다. 앞좌석은 스티어링 휠 각도를 24도에서 22도로 줄이고 시트를 15mm 낮춰 운전 자세를 최적화했다. 발 아래의 공간도 넓혔다는데 여전히 풋브레이크가 자리하고 있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먼저 ES350의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건다. 대나무로 만든 스티어링 휠을 잡는 순간 왠지 대나무의 곧고 푸름이 떠올라 기분이 좋아진다. 수평적인 인스트루먼트 패널 가운데를 가로지르고 있는 우드 패널 역시 대나무로 만들었다. 작은 부분이지만 신선한 기운이 실내에 전해져오는 느낌이다. 인테리어 레이아웃은 디스플레이와 조작부의 경계가 분명해 운전의 집중도를 높여주는 구성이고 리모트 터치 인터페이스도 다루기 쉽다.

준비된 지도를 보고 따라가는 1차 시승코스는 왕복 100km 남짓. 주로 숲길이 이어진다. 와인딩은 그리 굴곡이 심한 것은 아니지만 직선로가 거의 없어 핸들링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구간이다. ES350의 V6 3.5L 277마력 엔진은 그대로. 모델 체인지지만 스펙이 그대로인 것은 이 정도 성능이면 충분하다는 것일까. 대신 차체 강성을 높이고 서스펜션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서스펜션은 앞뒤 스트럿 그대로인데, 앞의 경우 역방향으로 감긴 코일을 써 직진성을 강화하고 뒤에는 쇼크업소버의 감쇠력을 높여 승차감을 향상시켰다는 설명이다. 실제 운전 중의 느낌은 이전보다 단단해졌다는 것. 단단해진 하체는 휘청거리는 느낌을 줄여주어 보다 적극적인 코너링을 가능케 한다. 신형 ES에서 핸들링을 중시했다는 개발방향은 정확하게 드러나 보인다.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의 자세도 안정적이다.

탄탄해진 하체와 더불어 승차감도 조금 단단해진 느낌이다. ES의 개발진은 여기에서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ES의 엘레강스한 측면, 즉 부드러운 승차감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승차감은 어떤 쪽인가 하면 차의 주행상황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컴포트하게 달리면 컴포트하게, 와인딩을 몰아칠 때는 하드해진다. 그런데 하드해질 때조차 컴포트함을 신경 쓰게 되면, 성능의 최고점을 끌어내는 순간에는 주저하게 된다. 스포츠성능을 강화했다고 해서 근본적인 속성이 스포츠 세단은 아닌 것이다. 이 경계를 읽을 때 6세대 ES를 좀 더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뉴 ES의 엔진 사운드, 그리고 로드 노이즈는 좀 더 사실적인 느낌이다. 무조건 억제하려 한 것보다 자연스럽게 소리가 들리도록 했다는 게 과거와 차이점이 아닐지. 그리고 달리다보면 사이드 미러에 작은 불빛이 간헐적으로 들어온다. LDW(Lane Departure Warning)라고 하는 것으로 차선이탈 경고등이다. 자동 하이빔 저감 기술이 결합되어 있다. 국내 적용여부는 미정이라고.

이어서 ES300h를 탄다. 이번에는 좀 더 긴 150km 구간. ES 시리즈 최초의 하이브리드 모델이지만 캠리 하이브리드의 스펙을 대부분 공유한다. 4기통 2.5L 앳킨슨 사이클 엔진은 156마력을 내고 전기모터는 141마력을 내는데, 총 시스템출력은 200마력이다.

출발과 저속 구간에서 전기로 움직이고 가속 때 휘발유를 쓰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이제 익숙하다. 문제는 효율성에 있는데 그것은 일차적으로 연비로 나타난다. 이를 돕기 위한 장치가 바로 하이브리드 전용 파워 미터. 운전상황에 따라 지금 연료를 많이 쓰는지 아닌지를 알 수 있게 했다. 심리적인 압박인 셈이다. 따로 EV 모드가 있어 배터리 팩의 전력만을 사용해 저속 단거리 주행도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하이브리드라고 해도 운전재미를 포기할 수는 없는 일. 첫 테스트 드라이브인 만큼 연비에는 구애받지 않고 달린다. 사실 하이브리드의 시스템 출력은 베이스가 되는 일반 모델보다 높다. 따라서 고속주행에 이르면 파워가 더 많이 나오게 된다.

제법 속도를 내는 구간에서 ES300h는 ES350에 뒤지지 않는 성능을 발휘했다. ES350과 같이 드라이브 모드 셀렉트도 갖추고 있다. 스포츠 모드를 누르면 계기판이 하이브리드 파워 미터에서 일반 속도계로 변한다. 이 모드에서 경제운전은 이미 접어둔 것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두 가지 성격의 차를 모는 일이 하이브리드를 즐기는 또 다른 재미인지도 모르겠다.

내비게이션에 표시되는 길은 커다란 호수 주위를 에두르고 있다. 낯선 길을 낯설지 않은 감각으로 달릴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렉서스 ES의 편안함이 아닐까. 쉽게 적응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와 주행감각, 정확한 핸들링이 말해주는 예측 가능한 움직임 등이 그것. 편안함은 강렬함을 동반하기에 돋보이는 것이리라. 잠시 길을 잃어도 좋을 것 같은 오후, 지체된 시간은 ES에게 그리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늦은 오후 햇살이 함성처럼 등 뒤로 쏟아졌다.

인터뷰 1,  켄지 니시무라 치프 엔지니어
“쾌적함을 더하고 핸들링 강화했다”

Q 신형 ES 개발에서 중점을 둔 부분은?
A 이번 ES는 핸들링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이를 위해 서스펜션도 보강했다. 기본 승차감을 유지하면서 연비를 향상시켰다. 퀄리티 측면에서는 실내공간의 확장성과 정숙성이라는 두 가지 포인트로 개발했다.

Q 하이브리드 모델은 캠리와 유닛이 같다. 차이점이라면?
A ES의 향상된 가속감을 맞추기 위해 리튜닝했다. 시퀀셜 모드를 적용한 점도 다르다. 배터리도 물론 같지만 쿨링 시스템을 최적화했다.

Q GS와 달리 뉴 ES는 풋브레이크 방식을 그대로 썼다. 전자식으로 바꾸지 않은 이유는?
A 플랫폼을 수정하기가 쉽지 않다. 코스트가 상승하기 때문이다. ES의 시장 위치에서는 굳이 바꿀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Q 엔진 사운드가 좀 더 사실적으로 들리는 느낌이다.
A 들어서 기분 좋은 엔진 사운드를 높이려고 애를 썼다. 이때 정숙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ES의 엘레강스한 면모를 버리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Q 한국 고객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A 뉴 ES는 기술자들에게 만족도가 높은 모델이다. 정말 좋아졌다고 자신할 수 있다. ES의 진가는 한번 타보면 알 수 있다. 전시장에 와서 많이 타보길 바란다.

인터뷰 2, 렉서스 마이스터, 요시아키 이토
“과거의 렉서스는 잊어 달라”

Q 신차개발에서 주로 어떤 역할을 하나?
A 렉서스는 모델마다 나름의 특징이 있지만 민첩성과 반응성에서 통일감을 줄 수 있도록 관여하고 있다.

Q 렉서스는 편안하지만 운전재미가 없다는 얘기가 있는데…
A 그런 이야기를 듣기도 했지만 이제는 과거의 일이다. 신형 ES가 LFA의 유전자를 물려받았다면 과장이겠지만 그 정도로 신경 써서 개발했다. 과거의 렉서스는 잊어 달라.

Q 신형 ES에서 중점을 둔 부분은?
A 특히 핸들링에 중점을 두었다. 그렇다고 승차감을 해치지는 않았다. 라이드와 핸들링의 경계는 이제 없다. 럭셔리 세단은 핸들링이 좋으면서 승차감도 좋아야 하기 때문이다. 독일차도 최근 승차감에 신경 쓰고 있다. 승차감은 부드러운 게 좋은 게 아니라 굴곡을 평탄하게 잘 넘어가야 좋은 승차감이다. ES는 과거 라인업에서 별종이었는데 이제 새로운 라인업 연장선에서 색다른 특성을 보여줄 것이다.

Q 개발과정에 아키오 사장이 직접 관여하는가?
A 각 클래스별로 아키오 사장이 직접 타보고, “이건 아니다” 하면 안 된다. 아키오 사장은 레이서 자격도 갖고 있다. 개발자들도 아키오 사장을 가깝게 생각한다. “타서 재미없는 차는 필요없다”는 아키오 사장의 생각이 반영되어 있다.

글 · 최주식 <오토카 코리아> 편집장

 LEXUS ES 350 / ES 350h
크기 4900×1820×1450mm
휠베이스 2820mm
엔진 V6, 3456cc, 휘발유 / 직렬 4기통, 2494cc, 휘발유 + 전기모터
최고출력 273마력/6200rpm / 200마력(엔진 155마력/5700rpm, 전기모터 140마력)
변속기 6단 자동 / E-CVT
최고시속 210km / 180km
0→시속 100km 가속 7.4초 / 8.5초
서스펜션 스트럿
브레이크(앞/뒤) V디스크/디스크
타이어 215/55 R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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