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서트클립의 오토라이프> 600마력이 시속 30km와 만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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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서트클립의 오토라이프> 600마력이 시속 30km와 만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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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6.3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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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괴기한 시대에 살고 있다. 람보르기니가 새로운 600마력 SUV, 우루스를 발표하던 바로 그 주일이었다. 내가 살고 있는 도시의 환경보호위원회가 브라이튼과 호브 일대에 제한시속 20마일(약 32km)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나는 우리 도시에 시속 32km 제한속도를 도입하는데 반대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포르쉐 911을 날로 잡아먹을 람보르기니 SUV를 반대할 생각도 없다. 그러나 약간 기괴하다는 생각이 든다. 자동차 업계는 람보르기니 우루스처럼 한층 강력한 머신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우리 입법기관 관계자들은 그런 차를 처음부터 즐길 수 없게 온갖 조치를 취하고 있다.

가령 나는 독일에 갈 때마다 아우토반을 미친듯이 질주한다. 그럴 때마다 언제까지 이렇게 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뉘르부르크링에 가면 파이어블레이드, 요란한 911과 폭스바겐 캠핑카가 들어차 있다. 거기서 몇 유로를 건네고 서킷을 한 바퀴 돈다. 그럴 때마다 똑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솔직히 10~15년 뒤에도 이런 광기가 남아 있을까?

녹색당이 지금의 영국과 같은 속도로 유럽에 계속 번져나간다고 하자. 그렇다면 대답은 분명히 ‘노’다. 그럼에도 제한시속 32km가 도입된다면 나는 대체로 따를 것이다. 거대한 SUV가 분주한 주택가를 휩쓸고 지나가는 것보다 울화가 치미는 것은 없다. 어떤 사고가 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영국사고예방학회 연구에 따르면 시속 32km에는 도로교통사고 사망자가 나올 확률이 2.2%다. 하지만 시속 50km에는 20%로 뛰어오른다. ‘아기를 죽이지 말고, 속도를 죽이라’는 캠페인 문구는 지나치지만 통계를 부인하기는 어렵다.

어쨌든 우리는 너무 서둘러댄다. 과연 시내에서 시속 32km를 지키는 게 그토록 참을 수 없는 일일까? 제한속도가 내려가면 실제 평균속도는 올라간다(고속도로 M25와 M42의 속도제한구간에서 실제로 입증된 그대로). 일반적으로 스트레스가 줄고, 특히 신호등을 제거하기 때문이다. 시속 32km의 궁극적인 목표가 그런 게 아닐까?


브라이튼의 경우 단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새로운 제한속도를 시행하는 데 필요한 예산이 없다는 것. 따라서 시내 어디에서나 시민 모두가 스스로 지키는 수밖에 없다. 결국 그만한 자율적 규제력을 발휘하느냐가 성패를 가름하게 된다.

누군가 600마력짜리 람보르기니 SUV에 15만 파운드(약 2억7천만원)를 쏟아 부었다고 치자. 그런데 다른 사람이 보지 않는 곳에서 시속 32km를 지킬까? 천만에. 나도 그럴 수 없다.

글 · 스티브 서트클립(Steve Sutclif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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