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 교수의 신차 디자인 비평> 기아 K9, 쉐보레 콜벳, 포르쉐 911 카브리올레
상태바
<구상 교수의 신차 디자인 비평> 기아 K9, 쉐보레 콜벳, 포르쉐 911 카브리올레
  • 아이오토카
  • 승인 2012.06.30 11: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구상 교수의 카디자인 담론

기아 K9
K9의 차체를 보면 그 비례에서 역동성을 추상적인 방법으로 반영하고 있다. 차체 측면에서 후드의 길이가 긴 것이 가장 두드러진다. 차체 길이 대비 후드의 길이는 약 28%로써, 통계적으로 중립적이라고 할 수 있는 비례 25%보다 길어서 고성능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한편 K9의 트렁크 비례는 전체 길이 대비 10%로 중립적인 비례라고 할 수 있는 후드의 1/2보다 짧아 매우 역동적이고 스포티하다. 최근 승용차들의 차체 스타일 경향이 등급이나 크기에 상관없이 트렁크가 짧아지면서 점점 스포티한 경향을 가지는데, K9 역시 그러한 경향을 가지고 있다.

측면의 그린하우스의 비례도 높은 벨트라인에 의해 역동적인 이미지를 준다. 실제로 벨트라인이 낮아서 유리창이 넓어지면 개방적인 이미지를 주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유아적이고 귀여운 이미지를 주게 된다. 반대로 벨트라인이 높아져서 측면 유리가 좁아지면 성숙한 이미지 또는 공격적인 인상을 주게 된다. 그런 점에서 K9의 벨트라인은 높게 설정돼 있고, 그로 인해 측면 유리창은 가늘고 긴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서 한층 역동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리어 뷰 미러가 설치된 앞 도어 섀시 처리에서의 세부적인 디자인은 지나치기 쉬운 디테일에서 세심한 처리를 보여준다. 이런 디테일은 휠에서도 보인다. 휠 너트를 모두 커버하는 캡은 형태를 정리해줄 뿐 아니라, 휠의 도난도 예방해준다. K9의 디테일은 앞 펜더에서도 나타난다. 차체의 캐릭터 라인과 조합된 그릴 디자인이 측면의 역동성을 강조하고 있다.

차 앞모습의 인상을 좌우하는 헤드램프 역시 강렬한 눈매를 만들어주는 면 발광 방식의 포지셔닝 램프와 샤프하게 구획된 렌즈의 형태와 LED가 조합된 헤드램프 형태 또한 역동성을 보여주고 있다. K9는 지금까지의 보수적인 디자인 언어로 일관되어 있던 우리나라의 고급승용차의 디자인에 스포티함과 역동적 감성이 또 다른 고급을 상징하게 되는 시발점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쉐보레 콜벳
국내에서 미국의 정통 스포츠카 콜벳(Corvette)이 공식적으로 출시되었다. 국내에 출시된 모델은 코드 네임이 C6라고 명명된 6세대 모델로써, 2005년에 처음 등장한 모델이다. 콜벳은 그동안 공식적으로는 수입되지 않았기 때문에, 개인이 이삿짐 형식으로 들여와 운행하는 모델이 몇 대 있는 정도였다. 오히려 우리나라에서는 영화 <트랜스포머>의 영향으로 쉐보레의 스포츠카로써는 카메로가 더 많이 알려져 있다. 물론 카메로(Camaro) 역시 쉐보레를 대표하는 스포츠 쿠페이지만, 대량생산 차의 플랫폼을 바탕으로 개발된 차였다. 3,600cc의 비교적 소형(?)의 엔진을 가진 차여서 미국에서는 정통 스포츠카이기보다는 스포티 쿠페 정도로 여기는 차이다.

콜벳은 엔진이 모두 V형 8기통에 5,700cc에서부터 6,000, 6,200, 7,000cc 등등 우리들의 일상적인 기준으로 2인승 승용차의 엔진으로는 상상이 안 되는 엄청난 크기의 엔진을 가진 진정한 의미의 ‘아메리칸 머슬 카(American Muscle Car)’이다. 페라리 같은 유럽의 슈퍼 스포츠카들도 물론 8기통 엔진을 가지고 있지만, 그들 배기량이 4,000cc 내외인 것을 보면 미국의 콜벳을 비롯한 머슬 카들은 정말로 어마어마한 엔진을 가지고 있음이 틀림없다.

엔진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콜벳은 합성수지로 만들어진 차체 패널을 별도의 프레임 위에 조립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대량생산의 개념도 아닐 뿐더러 차량 가격도 비싸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미국에서조차도 콜벳을 목격하기는 쉽지 않다. 때문에 콜벳은 미국을 대표하는 스포츠카이면서 미국 스포츠카의 아이콘과도 같은 존재로 취급 받는 것이다.

6세대 C6 콜벳은 2세대 스팅레이 이후 콜벳의 상징처럼 되어 있던 개폐식(pop up) 헤드램프를 버리고 투명한 렌즈 커버 아래쪽에 차체 색의 베젤(bezel)을 가진 고정식 램프로 바뀌었다. 크롬 베젤을 쓰지 않아서 앞모습이 오히려 덜 정리돼 보이는 느낌을 가지게 되는 것이 조금은 이해하기 어렵긴 하지만, 차의 전체적인 이미지 변화와 아울러 구조 단순화를 통한 경량화와도 연결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차체의 공기저항계수를 0.28로 낮추어서 주행성능 향상은 물론 연비 향상도 꾀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콜벳의 엔진 배기량은 6,200cc여서, 연비를 생각한다는 점이 조금은 어색한 ‘스펙’이기도 하다.

포르쉐 911 카레라 카브리올레
포르쉐 911의 풀모델 체인지 모델의 컨버터블 모델이 등장했다. 카레라와 카레라S 모델로 구분돼 있고 엔진 배기량이 차이가 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카레라와 카레라S 모델은 엄연히 다르다고 말하는 분들이 분명 계시겠지만, 적어도 ‘형태’, 즉 디자인적인 면에서는 같다고 보아도 무방할 듯하다.

포르쉐 911 시리즈에는 지붕이 열리는 모델이 그래도 다양하게 있는데, 이를 테면 타르가 모델을 비롯해서 컨버터블과 글래스 탑 등 여러 유형이 개발되어 왔다. 모두들 개성을 가진 모델들임이 틀림없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지붕 변형 모델들이 본래의 차체 디자인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을 잘 살려내지 못한다. 물론 최근에 나오는 컨버터블 하드탑 모델들은 철제 지붕을 쓰기 때문에 우아한 곡선을 잘 살려서 디자인되지만, 천이나 가죽으로 만들어져 접히는 지붕은 의외로 구조가 복잡해서 설계가 까다롭고, 그로 인해서 우아한 선을 살리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컨버터블 모델들은 열려 있을 때는 아름답고 개성이 넘치지만, 지붕을 닫고 나면 ‘그저 그런’ 차로 전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새로이 등장한 신형 911 카브리올레는 지붕의 곡선에서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사실 컨버터블 지붕이 얼마나 유연한 곡선을 가지고 있느냐는 911이라는 스포츠카의 본질적인 성능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문제로 치부해버릴 수도 있다. 그렇지만 반대로 울퉁불퉁한 지붕선을 가진 차가 1억6천만원 내외의 가격이라면, 그것을 받아들일 만한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이런 것이 바로 ‘명품’의 조건인지도 모른다. 우리 사회가 ‘명품’에 병들었다는 자조 섞인 비난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정작 사람들은 명품의 브랜드,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명품 라벨이 얼마나 크게 붙어 있는가에 관심을 가진다. 하지만 정작 그 제품이 명품의 자질을 가지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에는 주목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명품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거금을 주고 사면 명품을 손에 넣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것이 왜 명품인지에는 관심이 없다. 라벨이 큼지막하게 붙어 있어서 다른 사람들이 쉽게 알아주기 때문이 아니라, 진정으로 그 명품이 가진 가치가 무엇이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얼마만큼의 노력을 기울여서 만들어졌는지를 알고 그것을 소중히 여겨 쓸 수 있을 때 비로소 명품의 가치가 빛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911 카브리올레는 한 대의 자동차가 그 성능이나 감성적인 측면에서 얼마만큼 가치를 추구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글ㆍ구상(국립 한밭대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