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SL500, 럭셔리 오픈 에어링의 새 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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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SL500, 럭셔리 오픈 에어링의 새 경지
  • 아이오토카
  • 승인 2012.06.28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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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세대에 이른 벤츠의 상징적인 로드스터는 부드럽고 넉넉하며 여전히 만족스러운 주행을 선사한다

벤츠의 새로운 SL500은 거친 시골 도로를 마치 갓 포장한 고속도로인 것처럼 달렸다. 갑작스러운 심한 충격마저 부드럽게 흡수하며 부드럽게 움직일 뿐, 고요하게 활공했다. 지붕을 열어도 강성이 흐트러지는 조짐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지붕을 열고 달리는 것이 이보다 더 세련되거나 럭셔리할 수는 없다.

1957년 오리지널 300SL 로드스터는 훨씬 더 감성적인 기계였지만, 이후 스투트가르트가 내놓은 모든 ‘초경량’ 2인승 컨버터블은 거창하고, 호화로우면서 한가로운 주행에 맞게 진화했다. 무결점의 안락함은 이 차의 주요 차별점이다. 이것은 다른 회사들이 무게와 강성, 핸들링, 승차감을 다투는 시장에서 독특한 판매 포인트가 된다. 사실 잘 아는 사람들은 이 차를 ‘수 킬로미터의 머리 공간을 가진 2인승 S클래스’로 취급하기도 한다.

하지만 새 ‘R231’ 세대의 SL을 과소평가하지 말라. 이 차는 거의 전부를 알루미늄으로 구성한 벤츠의 첫 양산 모델로, 최첨단 섀시와 안전, 엔터테인먼트 기술로 무장했다. 벌거벗은 SL의 모노코크는 현대적인 자동차 제작기술의 경이로움을 보여준다. 알루미늄(몇몇 기술로 다이 캐스트, 칠 캐스트, 스탬프, 압출, 용접된)과 전략적으로 투입한 마그네슘, 초강력강을 섞어 뼈대의 무게를 100kg 이상 덜어냈다. 아울러 더 가벼워진 올 마그네슘 접이식 하드톱 지붕을 적용해 구형 ‘R230’ SL과 비교하면 전체 공차중량은 140kg까지 감소했다.

보다 중요한 것은 새 ‘슈퍼 스트럭처’가 20% 높아진 비틀림 강성(컨버터블이 좋은 운동성능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중요한 부분)을 가졌다는 점이다. 벤츠의 엔지니어가 밝힌 바에 따르면, 구형 SL은 비틀림 강성이 1°당 16,000Nm였는데, 이는 현행 재규어 XK와 같은 수치이고, 새 모델은 20,000Nm 이상이다. 가볍기 때문에 비틀림과 굽히는 힘의 전달이 감소한다.

사실 벤츠가 새 차의 스타일링에도 합당한 투자를 했는지는 갸우뚱하다. 새 그릴과 헤드라이트는 신선해 보이고, 1960년대의 아주 멋진 ‘파고다’ SL에서 가져온 옆면의 명쾌한 해석도 환영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새 SL은 보수적이다. SLK와 SLS에 이어 그저 뚜껑이 열리는 또 하나의 차가 나온 것 같다. 이보다는 나을 수 있었다.

7월부터 유럽에서 팔리는 SL은 두 가지다. 기본형인 V6 엔진의 SL350과 그보다 강력한 V8 엔진의 SL500, 둘 다 성능과 효율 면에서 큰 성과를 이루었다. SL350의 3.5L 직분사 V6은 306마력과 37.5kg․m의 토크로 SL을 6초 미만에 100km에 도달하도록 한다. 그리고 14km/L이상의 연비를 제시한다. SL500의 트윈터보차저 4.7L V8은 더 큰 도약을 이루었다. 435마력과 막대한 71.3kg․m의 토크로 0→시속 100km 가속을 4.6초에 끊는다. 이는 이전의 SL63만큼 빠른 것이다.

두 엔진 모두 벤츠의 7단 토크 컨버터 자동변속기를 거친다. 하이브리드와 디젤 버전은 나오지 않는다. “SL의 고객 대부분은 차를 몇 대씩 갖고 있다”는 것이 벤츠의 말. “그들은 SL의 장거리 연비에 구애받지 않습니다” 서스펜션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모두 멀티링크 독립식이다. V6과 V8 모두 강철 스프링과 어댑티브 댐퍼가 기본이다. 벤츠의 에어 스프링 ‘액티브 보디 컨트롤’ 섀시는 두 차 모두에 옵션이지만 가을에 나올 신형 SL63 AMG에는 기본이다.

그리고 실내는? 고집스런 2인승 그대로이다. 가끔 사용하기 위한 뒷좌석이 필요하다면? 당신은 SL에 맞지 않는다. 마음 편히 다른 차를 사러 가라. 이 호화로운 로드스터는 벤틀리와 롤스로이스 같은 브랜드조차 이보다 더 낫다는 걸 입증하기가 어려운 실내 분위기를 보여준다. 이 차에 오른 것만으로도 행운으로 느껴진다. 실내가 이전보다 넓어졌기 때문에 동승자로부터 완전히 떨어져 앉는다. 사방 모두는 촉감 좋은 고급 가죽과 멋진 금속 장식, 현대적이고 항공기의 영향을 받은 계기판으로 둘러싸인다. 시트는 마사지와 히팅뿐 아니라 에어 컨디셔닝도 되고, 목 부분을 위한 ‘에어스카프’ 히팅 기능이 있다. 모든 면에서 특별한 경험이다.

이처럼 안락하게 자리 잡고 은색 시동 버튼을 누르면 SL500의 V8 엔진이 낮은 포효로 깨어난다. 공회전 소음은 정차 중에 감지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잘 차단된다. 도심을 통과하는 속도에서는 그보다 좀 더 잘 들리지만 실제로 소리가 커지는 것은 길게 움직이는 바닥의 가속페달을 놀릴 때뿐이다. 그 외의 시간에는 무시무시하게 부드럽도록 자제된 것이 이 차의 특성이다. 상냥한 예의를 갖춘 SL은 반드럽게 출발한다. 그리고 부분적인 드로틀 중에는 기어비가 바뀌는 것을 거의 알아채기 힘들다. 자동차 엔지니어라면 누구나 입을 모을 것이다. 이것은 공들인 개발의 결과로만 얻어지는 종류의 부드러움이라고.

그리고 새 SL에서는 그것이 일반적이다. 심지어 심하게 방치된 아스팔트 위에서도 차의 완벽한 크루징을 방해하는 것은 없다. 노면 소음, 바람소리, 출력 전달의 끊김… 아무것도 없다. SL은 더없이 고급스럽다.
핸들링은 어떤가? 편안함만을 위해 흡수와 차단에 능숙한 차는 절대 균형과 반응, 느낌 면에서 동급 선두에 설 수 없다. 예리한 운전자들이 열망하는 이러한 미묘한 무형요소는 현대적인 SL이 지향해온 모든 것과 정반대이다. 이 차의 핵심 고객들은 그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타협을 의미한다면 우리도 그럴 것이다.

새로운 SL은 어느 정도 핸들링이 좋다. 정밀한 테스트를 하자면 이보다 더 치밀하고 침착한 컨버터블들이 있지만, 이 차가 세상에서 가장 편안하고 매너 좋은 그랜드 투어러 중 하나라는 점을 생각하면 새 SL이 얼마나 빠르고 기댈 수 있는지, 얼마나 조절 가능하고 만족할 수 있는지가 놀랍다.

벤츠는 SL의 첫 언론 공개 때 스틸 스프링 버전과 에어스프링 버전을 준비했다. ‘액티브 보디 컨트롤’ 시스템은 폭넓은 ‘컴포트’와 ‘스포츠’ 섀시 설정을 제공하지만, 우리는 기본의 스틸 스프링 설정을 선호했다. 스티어링 피드백이 낫고 댐핑이 보다 점진적이며 휠 제어가 일관적이다. 벤츠와 풀 옵션의 SL500을 주문한 이들에겐 반갑지 않겠지만, 단순한 것이 낫다고 믿는 이들에게는 좋은 소식이다.

두 서스펜션 시스템 모두에서, SL500은 기대하는 만큼의 민첩한 주행을 쉽게, 힘들임 없이 선사한다. 재촉하고 못살게 굴기에는 뛰어난 차가 아니다. D에 놔두면 자동변속기의 킥다운이 약간 느릴 수 있다. 하지만 전력으로 서두르는 것이 아니라 적당한 민첩성을 목표로 한다면 SL은 제대로 반응하는 듯 보인다. 엔진의 강력한 토크 추진을 잘 활용하고, 마음대로 추월하며, 어떤 코너건 일관되고 깔끔한 라인으로 지를 수 있다.

SL500의 브레이크는 강력하고 페이드에 저항한다. 그리고 설사 계획보다 조금 빠르게 코너에 당도했다 하더라도 SL의 그립 수준이 매우 높으며, 섀시가 한계까지 균형 잡혀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SL의 앞머리를 다루기가 까다로워지면 한계가 온 것이다. 스티어링의 무게와 중심부의 정확성이 변동한다. 저속에서는 나타나지 않았을 충격이 저 멀리서 느껴지고 차의 안정성을 약간 방해한다. 그리고 서서히 언더스티어가 나타나면서 ESP를 깨운다. 애스턴 밴티지 로드스터나 포르쉐 911 컨버터블, 그리고 재규어XK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았을 속도와 상황에서 말이다.

하지만 궁극적인 역동성을 중시하는 사람은 마지막 부분의 단점을 문제 삼지 않을 것이다. 비록 굉장한 그립과 느낌, 조종성을 타고 난 것은 아닐지라도, 벤츠의 훌륭한 로드스터는 독특한 성질로 남아있다. 가격대를 떠나, 현재 구입할 수 있는 럭셔리 오픈톱 중 가장 훌륭한 차라는 사실이 이전보다 더 확실해졌다.

글 · 맷 선더스(MATT SAUNDERS)

>> 벤츠 SL500 주행 영상 보러가기

SO GOOD
■ 무결점의 승차감과 정숙성
■ 최대한의 성능
■ 11km/L의 실제 연비

NO GOOD
■ 두 개뿐인 좌석
■ 아주 날카롭지 않은 핸들링

발에 진동이 느껴지는 스테레오 시스템
하만 카돈과의 협력으로 개발한 프론트베이스 스테레오 시스템은 두 개의 우퍼 스피커 위치가 남다르다. 도어가 아니라 앞쪽 격벽의 발밑 카펫 아래에 설치된 것. 이로 인해 600W 시스템의 전 주파수 영역, 특히 저음의 재생 시 왜곡이 감소한다. 스피커 고정 자리가 더 단단하고 바로 뒤쪽에 더 큰 공명통이 있기 때문. 차의 발판 형상도 시스템의 소리가 승객에게 도달하기 전에 집중되도록 한다. 이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은 14개의 스피커를 사용한다. 도어에서 강력한 스피커가 빠짐으로 해서 스테레오 시스템의 소리가 자리를 잘못 잡아 외부로 나가지 않고, 차 안에 머물게 하는 역할을 한다.

SL의 남다른 정신
실용성 떨어지는 럭셔리 카를 요즘 같은 상황에 새로 내놓는 것은 적당치 않은 타이밍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SL의 정신은 남다르다. 나의 일생 동안 포드는 7번의 완전히 ‘새로운’ 에스코트 또는 포커스를 출시했다. 심지어 페라리도 V8 엔진을 가운데에 얹은 모델을 6번 내놓았다. 그런데 1970년대 중반부터 몇 개의 새 SL모델이 나왔는가 하면, 이번이 겨우 세 번째다.

SL은 수명이 길다. 새 SL은 10년 동안 판매될 것이고, 지금도 우리는 5년, 10년, 20년 후 이 차를 어떻게 보게 될지를 생각하고 있다. 가끔은 바보 같은 휠과 시커먼 유리를 끼운 1990년대 중반의 SL이 눈에 띄기도 하지만 대개는 잘 아껴진다. 주인을 자주 바꾸지 않고 신차에서 클래식카까지 흘러가는 아주 드문 차 중 하나이다.  글 · 맷 프라이어(Matt Prior)

MERCEDES-BENZ SL500 BlueEFFICIENCY
0→시속 100km 4.6초
최고시속 250km
연비 11.0km/L*
CO₂ 배출량 212g/km*
무게 1785kg
엔진 V8, 4663cc, 트윈터보, 휘발유
구조 프론트, 세로, RWD
최고출력 435마력/5250rpm
최대토크 71.3kg·m/1800~3500rpm
변속기 7단 자동
연료탱크 65L
휠(앞/뒤) 8.5J×18in / 9.5J×18in
타이어(앞,뒤) 255/35 R20, 335/30 R20
*유럽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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