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결한 럭셔리, 벤츠 B200 CDI BlueEFFICIENCY
상태바
간결한 럭셔리, 벤츠 B200 CDI BlueEFFICIENCY
  • 아이오토카
  • 승인 2012.06.26 09: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7년 만에 바뀐 B클래스. MPV 타입 해치백이라는 기본적 외형은 비슷하지만, 뼈대부터 시작해 내부까지 속속들이 바뀌었다. 한마디로 ‘간결한 럭셔리’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2005년 처음 선보였던 B클래스(W245)는 어머니가 참 좋아했던 차다. 작은 체구에 운전은 못해도 큰 차가 주는 부담도 없고, 다리를 놓기 편하며 승차감도 좋다며 칭찬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키는 제법 큰 녀석이 그리 높지도 않았고, 앞에서 뒷좌석 바닥까지 거의 평평한 플로어를 갖고 있으며, 휠베이스도 길어 승차감도 괜찮았기 때문이다. 물론 기존 B클래스의 이 같은 설정은 A클래스와 공유했던 샌드위치 플랫폼에 기인한다. 어쩌면 이런 공간 구성 덕분에 어머니를 포함해 많은 여성들이 좋아했던 것 같다.

플랫폼을 완전히 바꾼 신형 B클래스(W246)에 와서는 모든 설정에 변화가 생겼다. B클래스는 MFA(Modulor Front Architecture)라고도 불리는 새로운 앞바퀴굴림 방식 플랫폼을 처음으로 적용한 모델이다. W246부터는 독특한 플로어 구조가 사라진 대신 시트 프레임과 발아래 공간을 함께 내려 설계했기 때문이다. 구조 자체는 오히려 평범한 쪽으로 돌아섰다고 할 수도 있지만, 기존에 비해 키는 25mm 낮추었는데도 상하 공간 모두에게 여유를 줄 수 있게 되었다. 키와 공간 설정을 고려했을 때 그냥 MPV 스타일의 단순한 해치백은 아니라는 식으로 선을 긋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그래서인지 이번에는 기존 세대보다 신장이 한참이나 커진 젊은 오너들을 주요 고객으로 겨냥한 듯하다.

가만히 보면 차의 총 길이는 4,360mm로 90mm 늘어났지만 휠베이스는 2,699mm로 예전보다 81mm나 짧아졌는데, 대신 폭은 넓히면서 묘하게도 실내 공간은 전혀 좁아 보이지 않게 만들었다. 또 그래서인지 컴팩트한 모델이면서 공간이 넓다는 것과 상대적으로 크럼플존이 커진 것도 강조하고 있다. 휠베이스가 짧아진 이유는 단순히 신형 B클래스 하나만을 위한 설정은 아니다. A클래스를 비롯해 향후 출시될 CLC나 GLC 같은 모델들을 동시에 고려한 일종의 타협적인 위치 설정과 관련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두 개의 사이드 캐릭터 라인, 네꼭지별이 보이는 실내
당연히 전체적인 디자인도 많이 바뀌었다. 우선 프론트 마스크는 벤츠의 최신 디자인 흐름을 따랐다. 여전히 키는 큰 편이지만 공기저항계수는 0.26까지 줄였다. A필러의 기울기를 비롯해 숄더 라인을 낮추고, 실(Seal) 처리된 프론트 에이프런과 헤드램프 주변부, 사이드 미러의 디자인, 그리고 바퀴 주변의 공기 흐름까지 세세한 부분에서 공기역학적인 효율을 높이기 위한 디자인을 시도한 결과다.

측면의 경우 살짝만 기울이며 가벼운 터치로 마무리했던 기존과 달리 이번에는 상하 두 개의 캐릭터 라인이 지나간다. 특히 하단의 캐릭터 라인은 마치 뒤에서 앞쪽으로 힘차게 미끄러져 내려오는 듯한 느낌이 인상적인데, 이런 흐름은 새로 나올 A클래스에도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후면부는 글라스가 커버하는 면적이 커지고 문턱은 약간 낮아진 정도로 마무리했다. 예전보다는 일부 개선이 되었지만 후방 카메라의 도움이 없는 경우 뒤쪽 시야가 좁은 것은 여전히 약점이라 하겠다.

실용성을 고려한 실내는 전체적으로 ‘간결한 럭셔리’를 추구하고 있다. 무엇보다 실내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우선 공간적인 여유가 넉넉하다. 그리고 벤츠 특유의 럭셔리한 맛을 놓지 않으려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예를 들어 세 꼭지별이 아닌 ‘네 꼭지별’ 모양의 송풍구와 무늬만이 아니라 손으로 만졌을 때 질감이 느껴지는 허니콤 패턴의 대시보드 스킨 등은 고급스러우면서도 신선한 감성을 전해준다. 라이트 스위치를 비롯해 스티어링 칼럼에 붙어 있는 조작 레버들은 다른 벤츠 모델들과 거의 비슷하다.

시트와 스티어링의 조절 폭이 큰 덕분에 드라이빙 포지션을 맞추는데 편리하고, 레그룸은 앞뒤 모두 넉넉하다. 적당한 시트 쿠션에 표면도 우아해 보이지만, 앞뒤 거리나 높낮이를 수동으로 조작해야 한다. 뒷좌석은 레그룸이나 헤드룸, 숄더룸 모두 여유가 있다. 대신 시트의 폴딩 방법은 등받이를 접는 것만으로 간소화되었다. 2열이 슬라이딩 되는 옵션이 있긴 하지만, 이 차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네모진 트렁크 룸은 488L의 공간을 제공한다. 트렁크 바닥은 문턱에서 약간 아래로 내려가 있다. 시트 바로 뒤에 주먹만 한 높이로 올라온 플라스틱 커버가 보이는데, 그 플라스틱 커버만큼 바닥면을 올려 평평하게 만들 수도 있다. 바닥 위든 아래든 공간을 폭넓게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긴 유럽 어디에선 트렁크 바닥 아래쪽에 사냥총이 쏙 들어가는 트레이를 짜서 넣고 다니는 사람도 본 적이 있다. 바닥을 들추면 차곡차곡 겹쳐진 플라스틱이 보이는데, 이걸 펼치면 다용도 상자로 변신한다. 재미있는 아이디어다.

심플한 구성, 축소판 커맨드
플로어에는 기어 셀렉터 레버가 없다. 어차피 변속 명령은 트랜스미션의 컨트롤보디에 신호를 주는 것만으로 되는 시프트-바이-와이어 타입인만큼 수동변속기를 제외하면 굳이 플로어에 별도의 레버를 만드는 게 필요 없는 시대가 아닌가. 오히려 그 자리를 지금처럼 적절한 수납공간으로 활용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생각이다.

이 차를 타기 전에 옵션이 없어 보인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는데, 정작 타보면 문제될 게 무엇인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사실 요즘 벤츠는 다른 차들에 비해 겉으로 드러나는 스위치들이 많지는 않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 남들이 선호하는 안전 및 편의 장비들은 대부분 들어있다. 아마 지금의 옵션 정도면 유럽인들 입장에서는 다양하다고 할 것이다. 그래도 유독 옵션 욕심이 많은 한국 소비자의 입맛에는 부족해 보일지도 모른다. 물론 서로의 취향이 다를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그렇게 혼란스러움을 유발하는 스타일은 좋아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중앙에 모니터는 작지만 ‘축소판 커맨드’ 시스템이 적용되고, 이는 센터콘솔에 있는 턴/푸시 타입의 스위치로 모든 기능을 조절하게 되어 있다. 이걸 모두 밖으로 끄집어내면 스위치 몇 십 개는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멀티미디어 시스템(Audio20)은 CD 및 MP3 플레이어 기능 외에도 스마트폰, AUX, USB와도 연결되는데, 연결 장치도 센터콘솔의 수납함 내부에 두었다. 굳이 밖으로 빼내는 것보다는 드러내지 않는 게 운전 자체에 더 비중을 둘 수 있지 않은가.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에, 윈도우백은 물론 가슴과 복부 및 골반까지 보호하는 측면 에어백을포함해 총 7개의 에어백이 내장되어 있다. 기능이 진보된 ESP와 프리세이프 개념에서 출발해 졸음운전을 감지하는 어텐션 어시스트 등 최근 벤츠가 지향하고 있는 안전에 대한 방향성을 B클래스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정도 옵션이면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더 해봐야 스스로 구입가격만 올리는 셈이니 말이다.

연비 중심의 파워트레인, 균형 잡힌 라이드 특성
B200 CDI 블루이피션시의 엔진 배기량은 1.8L. 특히 스케일을 줄이고, 수많은 포인트를 최적화시켜 개발한 이 신형 OM651 디젤 엔진은 벤츠의 새로운 가로배치 모델에 처음으로 적용된 것이기도 하다. 그중 B200 CDI는 최고출력이 136마력/3,600~4,400rpm이고, 최대토크는 30.6kg·m/1,600~3,000rpm을 내는 엔진과 7단 듀얼 클러치와 조합되어 있다. 공인 연비는 15.7km/L에 저공해차 인증까지 받았다.

분명 엔진 자체는 저회전 영역에서부터 큰 토크를 갖고 있지만, 그렇다고 아주 특별히 가속성능이 뛰어난 것은 아니다. 드라이브 트레인의 성격상 무엇보다 연비에 중심을 둔 것이다. 에코(ECO) 스타트-스톱 기능까지 포함되어 있는데, 주행 상황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정차 시간을 줄여 잘 달리면 공인된 연비 이상의 효과를 낼 수도 있다. 고속에서 약간의 윈드 노이즈가 있지만, 로드 노이즈는 제어 수준도 괜찮은 편이다.

핸들링 성격은 스포티함보다는 벤츠다운 안락함을 유지하는 차원에서 균형 잡힌 드라이빙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고 하겠다. 사실 B클래스처럼 키 큰 MPV 타입 해치백에서 강력한 퍼포먼스보다는 적당히 스포티한 투어링이 더 어울린다. 현재의 서스펜션이나 드라이브트레인 성격도 그 수준에 맞춰져 있는 듯하다. 스티어링 에포트 특성은 예전에 비해 직진감을 키우는 데 가중치를 더한 듯하다. 제법 키가 큰 모델이면서 드라이버빌리티나 좋은 보디 컨트롤을 유도하는 측면에서는 분명 플러스 되는 부분이 있다.

승차감 측면에서는 벤츠답게 노면을 부드럽게 읽는 편이다. 짧아진 휠베이스가 승차감에선 약간의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차체가 낮아지고 확장된 트레드가 그런 부분을 충분히 상쇄시킨다. 그리고 전례로 봤을 때 아마도 조만간 서스펜션을 튜닝해 더 스포티한 모델을 추가하면서 모델 베리에이션을 다양화할 것이 예상된다.

새로운 B클래스는 전체적으로 실용성을 고려한 심플한 럭셔리다. 아직 새 모델의 진입 초기이지만 벤츠코리아가 지금의 한국 내 판매가격으로 어떤 경쟁력을 만들어낼지 한국 소비자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글 · 김태천, 사진 · 김동균 기자

Mercedes-Benz B200 CDI BlueEFFICIENCY Sports Package
크기 4360×1790×1580mm
휠베이스 2700mm
최고시속 210km
0→시속 100km 가속 9.3초
엔진 4기통, 1796cc, 터보디젤
최고출력 136마력/3600~4400rpm
최대토크 30.6kg․m/1600~3000rpm
복합연비 15.7km/L
CO₂ 배출량 125g/km
변속기 7단 자동, 듀얼클러치
서스펜션(앞/뒤) 스트럿/위시본
브레이크(앞/뒤) V디스크/디스크
트렁크 용량 486~1545L
타이어 225/45 R17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