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SLS 로드스터 vs 벤틀리 컨티넨탈 컨버터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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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SLS 로드스터 vs 벤틀리 컨티넨탈 컨버터블
  • 아이오토카
  • 승인 2012.06.07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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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SLS와 벤틀리 중 어느 컨버터블이 더 좋을까? 그리고 이들은 쿠페 버전보다 나을까?

자동차 업계를 떠도는 가장 믿을만한 격언 중 하나가 컨버터블은 결코 바탕이되는 쿠페만큼 좋을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지붕을 제거하는 것은 구조적인 온전함을 깨뜨린다. 보강재를 덧대 보완할 수는 있지만 완전할 수는 없으며, 무게가 늘어나게 된다. 간단히 말하면, 컨버터블은 더 무겁고 덜 단단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법칙에는 예외가 있지 않는가? 이처럼 너무나 명백해 이론의 여지가 없어 보이는 물리법칙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여기 나온 이 차들은 바로 그 본보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컨버터블 벤틀리 컨티넨탈은 오랫동안 쿠페 버전보다 큰 만족을 주어왔다. 그리고 벤츠 SLS 로드스터는 걸윙 버전보다 상당히 나아졌음이 <오토카>를 포함한 여러 곳에서 알려졌다.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은 것은 이들이 얼마나 서로 견줄 만한가다. 우리는 두 차를 습하고 바람이 거센 웨일스로 가져갔다. 컨셉트를 SLS 로드스터와 맞추기 위해 벤틀리는 슈퍼스포츠 트림으로 준비했다. 제공된 차가 ISR 한정판 100대 중 하나라는 사실은 우리를 방해하지 않았다. ISR은 유하 칸쿠넨이 빙판에서 시속 330km의 속도 기록을 세운 것을 기념하는 모델, ‘아이스 스포츠 레코드’라는 뜻이다.

두 모델은 모두 직물 지붕을 적용했지만, 실내는 금속 지붕을 가진 형제차와 구분하기가 어렵다. 지붕을 올리면 이들의 운전석은 조용하고 아늑한 공간이다. 적어도 오른쪽 페달을 조심스레 다루는 것에 실패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벤틀리를 운전하는 것은 눈사태를 보는 것과 같다. 잊을 수 없는 감동을 남기는 것은 속도가 아니라 거역할 수 없는, 거침없는 힘에 대한 감각이다. 이때 기어 변속이 끼어들어 환상을 깬다. 하지만 선택한 기어를 유지하고 81.6kg·m의 토크를 모두 작용하게 하면, 모든 벤틀리가 필히 가져야 할 특별한 느낌을 선사한다.

SLS의 V8 엔진은 벤틀리의 V12와 크기가 비슷하지만 두 개의 터보가 없다. 대부분은 SLS의 출력이 70마력 낮다는 점에 주목할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이 차의 최대토크가 벤틀리보다 15.3kg·m 적을 뿐 아니라 이를 위해 두 배 이상의 회전수를 내야 한다는 점을 봐야 한다. 그러나 이는 두 차의 가장 큰 차이점이 될 수 없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두 차의 무게 차이가 300kg에 이른다는 점이다. 이는 다 자란 버팔로 수컷의 무게이기도 하다.

따라서, 처음에는 벤틀리가 위풍당당하게 먼저 치고 나갈지라도 짤막한 배기구에서의 명쾌한 울음소리 한방이면 SLS가 앞서 나가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는 두 차의 0→시속 100km 가속이 0.2초 차이나는 정도로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벤틀리의 난폭한 힘이 다시 한 번 차이를 좁히려면 섬뜩하게 빠른 속도로 달려야 한다. 시속 240km의 영역 말이다. 사실 무의미한 최고속도 외의 모든 성능 부문에서 SLS는 굳이 벤틀리를 선호할 이유를 주지 않는다. 뾰족한 칼 같은 벤츠의 V8 엔진과 비교해 벤틀리의 W12 엔진은 뭉툭한 몽둥이이다. SLS는 소리가 더 좋고, 추진이 더 강하고, 우수한 드로틀 반응을 제공한다.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는 벤틀리의 오래된 6단 자동변속기가 넘보지 못하는 변속 전략을 사용한다. 컨티넨탈이 낮은 회전수에서 더 강하게 추진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그 장점은 짧게 끝난다. SLS는 훨씬 우수한 출력-무게 비율뿐 아니라, 상당한 토크-무게 비율을 장점으로 가졌다.

코너에서도 벤틀리에게 유리한 것은 없다. 사실은 더 좋지 않다. 직선도로를 달릴 때는 잘못된 것이 없는 컨티넨탈이지만, 코너에서는 비판하기가 훨씬 쉽다. 다른 어디보다 여기에서 그 무게가 가장 잘 느껴진다. 벤틀리는 이 스포츠카의 무게에 반대되는 효과를 내기 위해 토크 배분을 뒤로 더 편중시키는 등 많은 수단을 동원했다. 그리고 2,395kg이 나가는 컨버터블로서 이 차는 누구나 바라는 만큼 다룰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 누구도 이 차를 가벼운 차처럼 느껴지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벤틀리의 문제는 그립과 트랙션이 아니다. 놀랍게도 스티어링 문제도 아니다. 스티어링은 분명하고, 정밀하며, 이처럼 앞이 무거운 차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보다 느낌이 가득 차 있다. 하지만 슈퍼스포츠라는 이름에 걸맞게 운전하려고 하면 이 차는 휘청거린다. 도로를 과도하게 사용하고 언더스티어가 지나치며, 운전자가 코너 중 반에서 라인을 수정할 때 저항이 심하다. 그리고 울퉁불퉁한 영국 시골길 코너에서 곤경에 처하면, 이 차보다 덜 스포티한 버전들에서 많은 찬사를 받아온 컨티넨탈 컨버터블의 돌덩이 같은 구조가 아주 조금 나근거리기 시작한다. 차의 안락한 영역으로부터 너무 멀리 가도록 강요된 듯 느껴진다. 본 바탕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면 이는 명백하다.

이런 문제는 SLS에게 부담이 되지 않는다. 이쪽은 오직 한 가지를 위해 디자인되었다. 엔지니어들은 서스펜션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도 여전히 컨티넨탈보다 더 민첩하게 느껴지는 차를 생산할 수 있었겠지만 그들은 그러지 않았다. SLS는 무게 장점을 이용해 달린다. 턴인 반응 면에서, 언더스티어에 대한 저항과 드로틀 감각은 벤틀리와 간신히 비교할 수 있다. 차체 제어는 뛰어나지 않다. 하지만 코너 탈출 때 예상처럼 트랙션의 불리함에 시달리는 것 또한 아니다.

그렇지만 SLS가 최고의 경지에 도달한 것은 아니다. 심지어 오픈카들 중에서도 말이다. 조향은 너무 공격적이고, 한계에서의 거동은 비록 쿠페보다 점진적이긴 하지만 출력을 존중하지 않는 이들이나 페달을 밟을 때마다의 엔진 반응이 얼마나 빠른지에 대해 감사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여전히 꽤나 인정사정없다. 그렇다 해도 벤츠는 이 테스트에서 아주 멀리 달아나는 듯 보인다. 게다가 이 차가 경쟁모델보다 얼마나 잘생겼는지는 아직 언급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장거리를 가려 한다면 벤틀리가 낫다. 왜냐면 SLS는 두 사람이 타기에 좁고 트렁크도 애처로운 반면, 앞좌석 공간이 넓은 슈퍼스포츠는 뒷좌석도 짧은 거리용으로 쓸만하고 트렁크는 1.5배 넓기 때문이다. 동반자를 S클래스에 태워 먼저 보낼 것이 아니라면 장거리 주행 부문에서는 게임이 안 된다. 그저 벤틀리가 더 크기 때문만은 아니다. 승차감도 더 우수하다. 그리고 지붕을 내렸을 때, SLS도 주변의 공기를 인상적으로 다뤄내긴 하지만 벤틀리가 약간이나마 분명 더 낫다. 아울러 벤틀리의 실내 디자인과 품질은 20만 파운드(약 3억5천만원)에 가까운 차의 것으로 손색이 없지만, 벤츠는 아니다. 배치와 구성 면에서, SLS의 실내는 벤츠 브랜드의 상대적으로 저렴한 모델들을 연상시킨다. 벤틀리에게는 그런 문제가 없다.

우리는 두 가지 쟁점을 알아보기 위해 이 테스트에 임했다. 그중 한 가지는 쉽고 명백했다. 더 저렴하고, 힘이 덜하고, 더 예쁘고, 더 빠른 SLS는 더 편하고, 더 조용하고, 더 넓고, 배치가 더 잘된 벤틀리에게 치명타를 날릴 수 있을까? 분명 그렇다. 둘의 차이는 경주용 GT카와 전용 프로토타입에 비할 수 있다. GT카에 무슨 짓을 해도 전용으로 설계된 프로토타입만큼 좋을 수는 없다. 그리고 9년 전 벤틀리가 컨티넨탈 GT를 팔기 시작했을 때, 슈퍼스포츠 모델은 염두에 두지 않았을 것이고, 컨버터블은 더욱 그럴 것이다.

슈퍼스포츠 컨버터블의 근본적 문제는 정체성이다. DNA는 장거리, 화창한 날, 오픈 투어러의 것인데, 거리의 전사처럼 입도록 강요되었지만 잘 어울리지 않는다. 반면 애초에 그쪽으로 태어난 SLS에게는 그 역할에서 보다 편안하게 느껴진다고 해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다른 한 가지 쟁점은 이 둘이 과연 선입견을 파괴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SLS와 콘티넨탈 슈퍼스포츠는 쿠페보다 컨버터블이 더 나을까? 그렇지 않다. 그나마 벤츠가 근접한 것은 엔지니어들이 무게 증가를 40kg에 묶었기 때문이다. 걸윙 SLS보다 로드스터의 소리가 더 좋고 덜 엄격하긴 하지만, 더 섬세하게 단련된 주행 도구는 쿠페 쪽이며, 솔직히 그렇지 않다면 이상할 것이다.

지붕을 잘라 더 난처해진 것은 벤틀리이다. 원래의 컨티넨탈 GTC는 컨버터블의 역할을 잘 해냈다. 태어난 이유 중 하나가 장거리여행이고, 특히 안락한 승차감 면에서 긴 휠베이스와 무게가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붕을 잘라낸 슈퍼카로서 슈퍼스포츠 쿠페보다 추가로 155kg이 늘어난 것은 도움이 안 되며, 운전을 거칠게 할수록 컨버터블의 한계가 명백해진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둘 중에 벤틀리보다 벤츠를 좋아한다. 하지만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우리는 이들의 쿠페 버전을 더 선호한다.

글 · 앤드류 프랭클(Andrew Frank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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