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라이트급 핵펀치, 가야르도 슈퍼레제라
상태바
슈퍼라이트급 핵펀치, 가야르도 슈퍼레제라
  • 아이오토카
  • 승인 2012.05.08 17: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무게를 줄인 칼날은 한층 빠르고 날카롭게 바람을 베었다. 인정사정없이…

지금은 다소 시들하지만 한때 프로복싱의 인기는 대단했다. 라이트, 슈퍼라이트급, 미들급, 헤비급 등 체중에 따라 구분된 용어들이 지금도 익숙하다. 그중 슈퍼라이트급은 63.5kg이 기준이었다. 이 체급에서는 1980년대 차베스가 유명했다. 그리고 슈퍼헤비급은 91kg 이상으로, 90년대의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이 한 시대를 풍미했다.

오늘 만나는 람보르기니 가야르도 LP570-4 슈퍼레제라는 기존 LP560-4에서 70kg을 감량해 총 중량이 1,340kg에 불과하다. 모델명에서 LP는 세로배치 엔진, 570은 마력, 그리고 4는 네바퀴굴림을 말한다. 그리고 슈퍼레제라(Superleggera)는 영어로 슈퍼 라이트(Super Light)를 의미한다. 최고출력 570마력에 0→시속 100km 가속을 단 3.4초 만에 끝내는 초경량 슈퍼카. 말하자면 슈퍼라이트급 차베스가 슈퍼헤비급 타이슨의 가공할 펀치를 보유한 셈이다.

차체가 가벼우면 마력당 무게비에서 앞선다. 1마력이 감당해야 할 무게가 그만큼 작아지므로 보다 날렵하고 파워 있게 달릴 수 있다. LP570-4 슈퍼레제라의 마력당 무게비는 2.35kg. 페라리 458 이탈리아(2.42kg), F430 스쿠데리아(2.45kg), 벤츠 SLS(2.69kg) 등을 앞선다(비록 그 수치의 차이는 미미하지만).

아무튼 경량화의 일등공신은 카본 파이버(탄소섬유). 탄소섬유는 강철의 1/5 수준으로 가볍지만 강도는 10배에 달하는 소재. 엔진 보닛 프레임과 리어 뷰 미러, 로커 패널, 리어 윙과 리어 디퓨저 등에 탄소섬유가 사용되었다. 경량화를 위해 창문도 유리가 아닌 폴리카보네이트 재질을 사용했고, 실내에는 알칸타라를 많이 썼다. 타이어는 19인치 피렐리 P 제로 코르사. 가볍고 하드한 특성이 잘 어울리는 매칭이다.

람보르기니는 궁극의 하드코어 스포츠카, 칼날 같은 디자인은 예의 칼날 같은 주행성능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앞머리에서 툭 튀어나와 아가미를 크게 벌리고 있는 듯한(에어 벤트) 모습은 마치 도로를 집어삼킬 기세. 황소가 아니라 상어를 떠올리게 한다. 저돌적인 황소의 이미지와 거칠지만 매끄럽게 물살을 가르는 상어의 이미지가 오버랩된다. 차의 후면으로 가면 거대한 10기통 엔진이 쇼윈도 안에 조각처럼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6월 트랙에서 가야르도 LP550-2와 LP560-4를 몰아보았다. 기본 계기 구성이 같은데도 처음에는 조금 더듬거렸다. 아무래도 자주 접하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자식 시동 버튼은 찾아봐도 없고, 완전 버킷 시트라 파워 시트 버튼도 없다. 시트 조절은 수동식으로 직접 해야하고 등받이 조절은 안된다. 익숙한 것은 센터페시아부의 디자인과 디테일. 아우디에서 자주 보던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작동방식이 페라리와 비슷하다. 후진(R) 버튼이 따로 존재하고, 자동(A) 모드에서 패들 시프트 오른쪽(+)을 몸 쪽으로 툭 치면 1단이 들어가면서 출발이 된다. 차를 세우고 기어를 중립(N)에 놓을 때 좌우 패들 시프트를 동시에 당기는 것도 똑같다. 다른 점은 드라이브 셀렉터, 페라리는 F1에서 가져온 페라리 특유의 마네티노 셀렉터가 스티어링 휠 위에 달려 있다. 컴포트, 스포트, CST(스태빌리티 앤 트랙션 컨트롤)오프(off) 등 3단계 조절 기능. 람보르기니는 센터터널 위에 독립 버튼 방식으로 나란히 배열되어 있다. 맨 왼쪽이 스포트(S) 가운데 자동(A), 오른쪽 코르사(Corsa) 세 가지다.

낮은 버킷 시트에 앉으면 온전하게 이 차를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이 중요하다. 준비가 끝나면 운전재미에 대한 기대감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우선 도로에 나서는 순간부터 남다른 존재감이 다가온다. 무언가 주목받고 있다는 느낌. 그래서인지 운전이 왠지 조심스럽다. 무엇보다 강한 힘이 있으니 그 힘을 함부로 쓰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다.

오토 모드에서는 액셀레이터 반응이 무난해 위화감 없이 속도를 높여갈 수 있다. 실제 배기량이 큰 엔진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부드러움이다. 최고출력이 발생하는 회전수가 8,000rpm이어서 상당한 고회전형 엔진이지만, 저회전역에서의 토크도 풍부하다. 가야르도는 오토 모드에서 적당한 속도로 운전하면 생각보다 연비가 꽤 잘 나온다고 한다. 무조건 빨리 달리는 것만이 슈퍼카를 즐기는 방법은 아닐 것이다. 원하는 순간, 원하는 속도를 얼마큼 충분히 내주는가. 거기서 달리기의 질감이라든지, 배기음 등 감성적인 만족감이 수반되는 것이다.

자연흡기의 즉각적이고 스트레이트한 상승감은 실로 압도적이다. 앞뒤 무게배분은 43:57. 뒤의 구동력이 좀 더 크긴 하지만 뒷바퀴굴림 감각은 아니다. 네바퀴굴림 특성이라 날카로움은 덜하지만 기민하게 코너를 돌아나가는 감각은 나쁘지 않다. 바닥에 착 달라붙는 접지력은 안정감을 더해주는 요소. 어느 속도에서도 안정감은 따라 붙는다. 수동 모드에서는 오토 모드와 달리 변속 때 rpm에 신경 써야 한다. 시퀀셜 변속은 빠르고 정확하지만 5,000rpm에 도달하지 않을 때 변속하면 울컥거릴 수 있다. 시프트다운은 뒤에서 낚아채듯 속도를 줄이는 재미가 크다.

도심을 벗어나 외곽도로를 타면서 속도를 높여본다. 강력한 울림이 등을 떠민다. 스포트 모드 버튼을 누른다. 보통 스포츠카들의 스포트 모드와는 차원이 다르다. 변신 로봇처럼 전혀 다른 차로 탈바꿈한 것 같다. 백미러 뒤로 보이는 거대한 윙이 더 꽉 차게 들어온다. 도로가 갑자기 작아진 느낌이다. 이번에는 코르사 모드를 사용해본다.

스포트 모드를 또 한 차원 넘어서는 단계다. 배기음부터 앙칼지게 변한다. 코르사 모드에서는 rpm 회전수를 6,000 또는 7,000 이상으로 사용해야 한다. 그리고 완전 수동 조작만 가능하다. 기어 단수를 보통보다 한 단 낮춰 다루는 게 좋다. 차체가 예민해지는 만큼 온몸의 세포가 곤두서는 느낌은 짜릿하다. 짧은 순간, 전광석화처럼 핵펀치를 날린 기분이다.

트랙이나 서킷이 아닌 공도에서 람보르기니를 타는 경험은 드물다. 흔히 구름 위의 존재라 불리는 슈퍼카도 실상 지상에서 만나면 그리 먼 존재가 아님을 알게 된다. 람보르기니는 지상고가 낮아 속도방지턱을 넘기 어려울 것이라는 선입견은 선입견에 불과했다. 여러 도로에서 여러 종류의 방지턱을 무리 없이 타고 넘었다. (리프트 버튼을 누르면 차체가 50mm 위로 올라온다) 심지어 후방카메라도 달았다. 아쉬운 점은 한글 내비게이션이 적용되지 않았다는 점. 고가의 가격대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어렵다.

최근 국내에서도 슈퍼카 시장이 커지는 추세다. 단지 데이터를 통한 정보전달보다 이렇게 직접 타보고 얘기하는 것이 그만큼 중요해진 것이다. 심리적인 거리가 줄어드는 만큼 시장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글 · 최주식 <오토카 코리아> 편집장
사진 · 김동균 기자

<< 람보르기니 가야르도 슈퍼레제라 주행영상 보러가기 >>

Lamborghini Gallardo LP570-4 Superleggera
가격 3억9천500만원*
크기 4386×1900×1165mm
휠베이스 2560mm
무게 1340kg
최고시속 325km
0→시속 100km 가속 3.4초
엔진 V10, 5204cc, 휘발유
최고출력 570마력/8000rpm
최대토크 55.1kg․m/6500rpm
CO₂ 배출량 319g/km
변속기 6단 자동제어 수동
서스펜션(앞/뒤) 스트럿/4링크
타이어(앞/뒤) 235/35 ZR19, 295/30 ZR19
(* 기본가격)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