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디자인 비평 : BMW 3시리즈, 폭스바겐 시로코, 벤츠 S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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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차 디자인 비평 : BMW 3시리즈, 폭스바겐 시로코, 벤츠 S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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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3.27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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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의 카디자인 담론

뉴 BMW 3시리즈
BMW 신형 3시리즈는 브랜드 중심의 디자인 통일 전략을 가진 메이커에서 차종 간에 디자인을 어떻게 차별화시킬 것인가의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상 디자인을 통일된 아이덴티티로 만든다는 것 자체도 쉬운 일은 아니다. 단지 통일시키면 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다른 메이커나 브랜드들이 하고 있지 않은 이미지와 조형방법을 찾아내서 그것으로 전체의 이미지를 맞추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통일된 아이덴티티의 단점도 있다.

결국 어떤 디자인을 하더라도 ‘그게 그거’라는 비난을 받게 될 위험이 있다. 그렇다고 차종마다 제각각의 디자인을 하면, 소비자들은 ‘일관성이 없다’며 비난을 하기도 한다. 그야말로 ‘답이 없는 게’ 자동차 디자인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쩌면 디자인을 통일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문제보다는, 그 제품(또는 자동차)이 추구하는 가치나 성격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가 결국은 해결의 실마리를 주는지도 모른다.

신형 3시리즈의 디자인은 그런 면에서 차의 성격을 기가 막히게 표현했다. 차체 측면에서 뒤쪽으로 흐르는 캐릭터 라인은 최근의 5시리즈나 7시리즈 등에서 나타나는 마치 새총을 힘껏 당긴 듯 힘이 응축된 역동성을 담고 있다. 그런데 신형 3시리즈의 앞모습에서의 키드니 그릴과 헤드램프 형태는 최근의 BMW 앞모습을 기준으로 한다면 상당히 파격적이다.

키드니 그릴의 양쪽이 ‘터져서’ 헤드램프와 연결된 형태로 만들어져 있는데, 이것은 2000년대의 BMW 디자인에서 그릴을 차체 색의 범퍼로 둘러싸서 구분하던 것과는 다른 방식이다. 물론 키드니 그릴이 개방된 이미지는 1990년대 중반까지의 BMW 차들에서 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사실 그릴의 디자인이 기존의 것이냐 아니냐는 것보다도 신형 3시리즈가 다른 5와 7시리즈에서 유지해오던 틀을 먼저 깨뜨리는 디자인을 보여주었다는 것이 3시리즈다운 ‘젊은’ 이미지인지도 모른다. 파격을 통해 적극적이고 역동적인 모습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앞모습에서 3, 5, 7시리즈가 마치 청년과 중년, 그리고 장년의 이미지로 구분돼 보이도록 만들고 있는 것 같다. 이런 관점은 ‘디자인을 멋있게 한다’거나 ‘이미지를 통일한다’는 관점보다도 한 단계 더 생각한, ‘차종이 지향하는 성격을 어떻게 나타낼 것인가’를 철학적으로 접근한 것인지도 모른다.

폭스바겐 시로코
폭스바겐의 고성능 해치백 모델 시로코가 국내에 들어왔다. 시로코는 하드웨어 대부분을 골프와 공용하고 있지만, 낮고 넓은 차체로 역동성을 강조하고 있는 모델이다. 사실 골프 정도만 해도 고성능 해치백 모델이어서 ‘핫 해치’라고 불리는데, 그런 골프보다도 더 성능을 강조한 시로코는 ‘핫’ 정도가 아니라 ‘앗 뜨거’라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시로코의 차체 디자인은 골프와 완전히 차별화시킨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실내의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골프의 것을 거의 그대로 썼지만, 차체 외부의 스타일은 골프의 이미지를 찾아보기 어렵다. 슬림한 라디에이터 그릴과 부릅뜬 눈매를 가진 헤드램프, 그리고 커다란 에어 인테이크로 마무리된 앞범퍼의 디자인은 기능적으로 무난한 이미지를 가진 골프와는 확실하게 차별화시키고 있다. 차체 측면에서도 유리창 면적을 줄여서 역동적이면서도 성숙한 느낌을 주고 있다. 골프가 실용성과 개방적 이미지를 위해 측면 유리창 면적이 상대적으로 넓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대체로 측면 유리창이 넓으면 실내가 밝아지고, 또 실용적인 느낌을 주지만, 한편으로 약간은 유아적인 이미지를 주게 된다. 그렇지만 유리창이 좁아지면, 좀 더 정확히 표현해서 측면의 벨트라인(도어패널과 유리창의 수평경계선 라인)이 높아져서 유리창 면적이 줄어들면, 폐쇄적인 느낌이 드는 동시에 공격적이면서 성숙한 느낌을 주게 된다. 각각의 형태간의 비례에 따라 이처럼 전체 이미지가 달라진다는 사실이 흥미롭기도 하다. 아무튼 시로코의 측면 이미지는 높은 벨트라인으로 인해 공격적이면서 고성능의 이미지를 준다.

이런 느낌의 이미지는 시로코의 뒷모습에서 완성된 모습을 보여준다. 좁은 뒤 유리와 차체 폭을 강조한 테일 게이트, 그리고 테일 램프의 디자인은 만만치 않은 상대라는 이미지를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자동차의 외형 디자인은 골프와 시로코의 차이처럼, 같은 메이커라고 하더라도 확실히 달라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브랜드를 대표하는 이미지로 아이덴티티를 통일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제품의 기능이 다르고 지향하는 가치가 다르다면, 당연히 그것을 나타내는 이미지도 달라야 한다. 만약 치타나 표범, 사자 등이 단지 아프리카에 사는 맹수라는 이유로 모두 똑같은 모습이라면, 그들이 서로 다른 존재로 있어야 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뉴 벤츠 SLK
벤츠의 소형 로드스터 SLK가 풀 모델 체인지 되었다. 사실상 벤츠가 신형 모델을 내놓을 때마다 앞으로의 디자인 경향이 어떻게 바뀔 것인가에 대한 기대를 하게 되니, 벤츠는 명실 공히 세계 자동차 메이커들의 리더인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필자의 기억으로 소형 로드스터로서 SLK가 처음 등장한 것이 1990년대 초쯤이었던 것 같다. 그 시기에는 마쓰다 미아타를 비롯해서 벤츠 SLK, BMW Z3 등등이 나오면서 소형 로드스터가 갑자기 많이 나오기 시작하던 때였다. 그들 중에서도 벤츠는 소형 로드스터에서 처음으로 컨버터블 하드톱을 쓰기 시작했다. 아무튼 이제 벌써 3세대가 된 SLK는 벤츠의 기술과 디자인을 가장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커다란 그릴이 보닛과 분리된 것은 최근의 보행자 보호 규제에 따른 디자인이지만, 보닛의 끝에서 가로지르는 분할선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으니, 사실 좀 안타깝다. 2000년대 중반에 나온 벤츠의 쿠페들까지만 해도 그런 분할선 없이 매끈한 롱 보닛의 이미지를 보여줬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새로 나오는, 그리고 나오게 될 신형 벤츠 쿠페들은 모두 보닛 끝에 분할선을 가지고 있다. 다른 메이커들도 비슷한 처지인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나마 벤츠가 클래식 SL 모델의 라디에이터 그릴의 이미지를 잘 살려낸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 할 듯하다.

신형 SLK의 차체 측면의 디자인은 독일의 메이커답게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기능적이다. 사실 자동차 디자이너들은 전문적인 조형훈련을 받은 사람들이지만, 인간이 가진 본능, 즉 빈 여백에 무언가를 채우려는, 이른바 ‘공백공포’를 이겨내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어느 국가나 브랜드의 차들의 디자인은 빈 공간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디테일이 많기도 하다.

그런데 독일의 디자인은 분야를 막론하고 그런 ‘공포’를 이겨내는 능력에 있어서는 탁월함을 보여준다. 신형 SLK에서 한 가지 의아한 것이 있다면 뒤 트렁크 리드의 번호판 부착면의 중심부 아래쪽을 뾰족한 형태로 마무리한 점이다. 앞모습에서 라디에이터 그릴의 중심부 아래쪽이 뾰족하지는 않은 형태인데, 앞모습과 뒷모습의 통일성을 위한 것도 아니라면, 뒤 트렁크 아래쪽을 뾰족하게 만든 이유가 궁금해진
다.

글ㆍ구상(국립 한밭대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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