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를 향하다, 포르쉐 뉴 911 카레라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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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를 향하다, 포르쉐 뉴 911 카레라 S
  • 아이오토카
  • 승인 2012.03.13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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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이 왜 포르쉐의 정신이며 아이콘인지는 911의 스티어링 휠을 잡고 한 시간만 달려보면 알 수 있다. 7세대 911은 그런 맥락에서 역대 최고다

“911은 또 한 번 경이를 보여주었다. 911 사상 최고의 로드카다.”
7세대 911 카레라 S를 타고 서울에서 동해까지 왕복 560km를 달리고 돌아온 날 밤, 이렇게 한 줄 쓰고 늘어지게 자면 그뿐. 무슨 말이 더 필요할 것인가. 하지만 이렇게 시승기를 끝낼 수는 없는 일(만약 그럴 수 있다면 좋겠지만). 자, 그렇다면 이제 신형 911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

우리가 911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스포티하며 관능적인 디자인, 다이내믹한 성능, 열정, 그리고 그 사이에 약간의 불편함-진정한 스포츠카를 즐기기 위해 감수해야만 하는 불편함-등이 아닐까. 하지만 7세대 911에 이르러서는 그 불편함이란 단어를 지워도 좋을 듯하다. 신형 911은 단지 편안해졌을 뿐 아니라 무게를 줄이면서 성능도 향상되었다.

오늘 만나는 카레라 S는 6기통 3.8L 박서 엔진에 최고출력 400마력, 7단 PDK를 얹어 0→시속 100km 가속을 4.3초 만에 해낸다. 이전과 배기량은 같지만 출력은 15마력, 토크는 2.1kg·m이 높아졌다. 향상된 성능은 단순한 수치의 차이가 아니라 온몸으로 느끼는 감각의 차이. 잘 숙성된 와인처럼 깊고 풍부한 맛을 전해준다.

스타일은 새로운 변화보다 전통적인 디테일을 살리고 있다. 러시아 형식주의에 ‘낯설게 하기’라는 기법이 있는데 911은 ‘익숙하게 하기’를 주제로 삼고 있다. 익숙함이야말로 911다움을 유지하는 것. 그러면서 섀시를 완전히 새롭게 바꾸었다는 데 새로운 세대의 비밀이 담겨져 있다. 차체길이는 이전 세대보다 56mm 길어졌는데 휠베이스는 100mm 더 길어졌다. 나머지 44mm는 앞뒤 오버행을 짧게 하면서 가져갔다. 길어진 휠베이스는 레그룸 확대 등 실내 공간을 위해 쓰였다. 그리고 업그레이드된 포르쉐 액티브 서스펜션 매니지먼트(PASM)와 포르쉐 다이내믹 섀시 컨트롤(PDCC), 포르쉐 토크 벡터링(PTV) 등이 수준 높은 주행성능을 뒷받침한다.

신형 911에서 놀라게 되는 것은 사실 스타일보다 실내에 들어서면서다. 5개의 원을 중심으로 한 계기판은 카레라 GT에서 영감을 얻은 것. 그런데 센터 스택 디자인이 파나메라의 것과 그대로 닮았다. 911은 그래도 파나메라와 달라야 하지 않나? 마치 재규어 XF에서 시작된 인테리어의 변화를 XK에서 발견했을 때와 같은 이질감. 포르쉐는 새로운 세대의 911을 내놓을 때마다 골수팬들의 반발에 부딪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성공을 거듭하는 역사를 반복해왔다. 따지고 보면 복스터, 카이엔 등이 모두 그랬다. 어쩌면 이런 포르쉐 앞에 팬이란 존재는 무력하다. 사실을 말하자면 나의 경우, 911의 새로운 센터 스택은 하루 만에 완전히 적응해버리고 말았다.

새로 눈에 띄는 한 가지는 바로 계기판 오른쪽에 자리한 G-포스 창. 횡가속과 종가속을 표시한다. 뭐랄까, 깊은 바닷속 잠수함에서 레이더로 목표물을 탐지하는 것 같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굽은 코너를 돌 때 점은 왼쪽으로 이동하며 0.1,0.2, 0.3, 0.4 하는 식으로 횡가속도를 표시한다. 반대쪽 커브를 돌 때도 마찬가지. 급가속을 하면 아래쪽으로 점이 이동하며 종가속도가 표시된다.

좌우로 연속되는 커브가 나올 때, 또는 레인 체인지와 같은 좌우 움직임이 급할 때 점은 사방으로 바쁘게 움직이며 화면에 잔상이 중첩된다. 이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마치 게임기 속에서 운전하는 것처럼 비현실적이다. 911은 확실히 현실에서 즐길 수 있는 운전감각의 차원을 살짝 벗어난다. G-포스는 운전재미를 더하는 또 하나의 요소로 신선하다.

한적한 고속도로의 직선구간에서 풀 드로틀을 시도한다. 시속 250km를 주파하고 액셀러레이터에서 힘을 뺀다. 모처럼 맛보는 강렬한 폭발력이다. 하지만 날아갈 것이라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 고속주행에서 지면에 밀착되어 있다는 느낌이 너무 강하기 때문이다. 신형 911의 주행특성에서 가장 두드러진 장점이 바로 이 접지력에 있는 것 같다. 그것은 회전할 때도 마찬가지. 하중과 토크의 급격한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접지력이다. 이러한 접지력이 안정적인 자세를 만들고 전체적으로 편안하면서 강력한 성능을 즐길 수 있게 한다, 물론 가벼우면서도 강성 높은 섀시의 뒷받침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리어 스포일러는 시속 120km에서 자동으로 펼쳐지고 시속 80km 이하 속도에서 자동으로 내려간다. 하지만 버튼을 누르면 한계 속도 이전에서도 펼칠 수 있다. 새로운 리어 스포일러는 각도와 높이가 다르게 전개되는 가변식으로 공기흐름을 최적화하는데 기여한다. 기어는 자동 7단 PDK. 수동기능은 플로어는 물론 패들 시프트를 이용해 빠른 변속을 즐길 수 있다. 스포트 모드를 누르면 기어가 한 단 아래, 스포트 플러스 모드를 누르면 기어가 2단 아래로 내려가며 차체를 팽팽하게 당긴다. 변속시간도 빨라져 긴장감을 높인다. 그냥도 강렬하기 때문에 굳이 필요할까 싶지만 한번 버튼을 누르면 계속 누르고 싶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고속주행을 계속하다보면 다소 힘이 들 때가 있지만 911은 정말 즐기게 된다. 그야말로 진정한 로드카. 굳이 서킷이 아니어도 좋다. 도로에서 즐길 수 있는 로드카의 세계에서는 누가 뭐래도 최고의 차다. 에브리데이 스포츠카로서 911은 또 한 번의 진보를 이뤄냈다. 그것은 한층 편안하고 안정적인 감각으로 이루어낸 성과다.

사소한 불편 하나는 휴대전화를 둘 장소가 애매하다는 점. 자세가 조금 불편하긴 하지만 센터 콘솔박스에 두면 된다. 하긴 911을 몰 때는 전화기 따위는 잠시 잊어버리는 것도 좋지 않을까. 글러브박스 안에 있는 USB 단자에 아이팟을 연결해 음악을 듣는다. 그러다 곧 꺼버리게 된다. 911을 몰 때는 배기음이 바로 하나의 음악이기 때문이다. 2개의 음악을 동시에 틀면 소음이 된다.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아이팟 쪽이다. 늘 그런 것은 아니다.

911의 달라진 점 중 하나는 크루징이 좋아졌다는 점이다. 마치 GT카 감각이다. 편안하고 안정적인 시트가 이를 뒷받침한다. 앉아있는 시간을 그저 달리는 즐거움으로 보상받는 차원은 아니다. 장거리에도 편안하다는 것은 분명 새로운 매력이다. 크루징은 탄탄하고 조용하기까지 하다. 이때는 물론 오디오를 통해 음악을 즐길 만하다.

911의 새로운 점은 선루프를 처음 달았다는 점, 그리고 스톱-스타트 기능(이게 싫으면 버튼을 눌러 해제할 수 있다)을 채용했다는 점이다. 전 세계 메이커의 화두인 효율성은 포르쉐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유압식 시스템과 달리 엔진의 힘을 빌려 쓰지 않는 전자-기계식 파워 스티어링, 탄력주행(coasting) 모드 등이 조금씩 연비가 좋아지도록 돕는다. 스톱-스타트는 브레이크를 밟아 멈추었을 때 엔진이 정지하는데,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자마자 다시 시동이 걸리는 속도가 무척 빠르다. 스톱-스타트도 포르쉐가 만들면 다르다는 것을 말해준다. 정지했다가 “텅” 하며 다시 걸리는 시동음은 잠시 꺼진 열정에 다시 불을 붙이는 점화기능을 한다.

동해로 가는 거리는 언제 이렇게 짧아졌던가. 푸른 겨울바다 앞에 선 노란 포르쉐 911 위로 갈매기 한 마리가 날아들었다. 자, 누가 빠른지 한번 내기해볼까?

글 · 최주식 <오토카 코리아> 편집장

FACTFILE
PORSCHE 911 CARRERA S
가격  1억4천700만원*
크기  4491×1808×1295mm, 휠베이스  2450mm
0→시속 100km  4.3초, 최고시속  302km
엔진  수평대향 6기통, 3800cc, 휘발유
구조  리어, 세로, 뒷바퀴굴림
최고출력  400마력/7400rpm
최대토크  44.9kg·m/5600rpm
변속기  7단 자동, 듀얼클러치
앞 서스펜션  맥퍼슨 스트럿, 코일스프링, 안티롤바
뒤 서스펜션  멀티링크, 코일스프링, 안티롤바
브레이크  340mm V 디스크(앞), 330mm V 디스크(뒤)
타이어(앞/뒤)  245/35 R20 / 295/35 R20
* 기본 모델(수동변속기) 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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