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차, 후반전을 벼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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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차, 후반전을 벼르다
  • 아이오토카
  • 승인 2012.03.06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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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주식의 자동차 조망대

비장한 표정의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어두운 터널에서 걸어 나오며 말한다. "미국은 한 방에 나가떨어지는 그런 나라가 아니다. 우리는 다시 일어날 것이며, 세계 모든 이들은 우리의 엔진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과 공장의 풍경이 배경으로 흐르고 거친 그의 목소리가 다시 사람들의 가슴 속으로 파고든다. "이제 전반전이 끝났을 뿐 미국한테는 아직 후반전이 남아 있다"

지난 2월 5일 열린 46회 미국 슈퍼볼(미국 프로풋볼 결승전)의 하프타임 때 방영된크라이슬러 그룹 LLC의 광고 "It’s halftime in America" (http://www.youtube.com/Chrysler)의 한 장면이다. 크라이슬러의 이 광고는 어쩌면 미국 자동차업계 전체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는 듯 보인다. 얼마 전까지 미국 빅3는 사실상 파산 직전까지 내몰릴 만큼 힘든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세계 자동차업계는 지난 2007년 하반기 불어닥친 글로벌 경제위기의 직격탄을 맞아 휘청거렸다. 경제위기의 진원지는 미국. 이른바 서브프라임 사태와 월가의 탐욕이 빚어낸 참극이었다. 공교롭게도 미국 자동차업계의 타격이 가장 심해 보였다. 그건 세계 자동차계 부동의 1위 GM의 몰락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더욱 그랬다. GM과 더불어 구제금융을 받게 된 크라이슬러 역시 새로 이탈리아의 자동차업체 피아트 산하에 둥지를 틀게 되었다. 포드는 구제금융을 피해갔지만 이른바 20세기를 풍미한 미국 빅3의 해체가 기정사실화되었다.

미국 정부로부터 한때 500억 달러의 자금 지원을 받았던 GM은 빠르게 회복세를 탔다. GM은 오랫동안 쌓인 군살을 도려내는 등 과감한 비용절감을 통해 빠르게 회복했다. 이 과정에서 사브도 매각했다. 파산에서 살아남은 GM의 디비전은 쉐보레, 캐딜락, 뷰익, GMC 등 모두 4개. 특히 대중차 브랜드인 쉐보레의 실적이 좋다. 쉐보레는 지난해 국내에서도 GM대우의 브랜드를 교체하며 입지를 넓혔다. GM은 2011년에 순이익 76억 달러를 기록하며 2010년의 순이익 47억 달러를 넘어섰다.

중국에서의 세력 확장도 눈에 띈다. GM은 2011년 중국시장에서 쉐보레를 포함 총 254만7천203대를 판매하며 전년 235만1천610대 대비 8.3% 증가해 연간 판매실적 최대기록을 갱신했다. 미국 시장에서는 총 250만3천820대를 판매해 전년 대비 13.0% 신장. 이를 바탕으로 GM은 2011년 한 해 총 902만5천942대를 판매해 전년 838만5천484대 대비 7.6% 성장세를 나타냈다.

포드는 표면적으로 구제금융을 신청하지 않은 유일한 빅3 중 하나지만 사실 금융위기 전에 이미 그것을 미리 겪었다. 포드는 지난 2008년과 2009년 초까지 적자를 면치 못했으나 이후 분기마다 연속으로 순이익을 달성했다. 포드는 지난해 세계 시장에서 총 569만5천대를 판매하며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포드 역시 브랜드 정리를 통한 수익개선에 열중했다. 포드는 이미 재규어·랜드로버를 인도 타타그룹에, 애스턴마틴은 영국-쿠웨이트 컨소시엄에, 볼보를 중국 길리자동차에 매각했다. 이어서 대중차 머큐리를 폐기했다. 머큐리는 1939년 첫 모델이 등장한 이후 70여년동안 포드를 대표해 오던 브랜드. 하지만 2000년대 이후 판매가 급감하며 설 자리를 잃었다. 결국 앞서 사라진 폰티악, 새턴, 플리머스의 뒤를 따르게 되었다. 이에 따라 포드그룹의 브랜드는 포드와 링컨 두 가지만 남게 되었다.

크라이슬러는 최근 새로 선보인 모델들의 판매가 늘어나고, 피아트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한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며 영업이익도 커지고 있다. 크라이슬러와 피아트의 CEO를 겸하고 있는 세르지오 마르치오네는 “2012년까지 모든 라인업이 새롭게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2014년까지 전 세계시장에서 280만대까지 판매를 끌어올려 피아트와 합친 연간 판매량을 600만대로 만드는 것이 그의 구상이다.

이처럼 미국차는 완전히 위기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적지 않은 수의 브랜드를 매각하거나 폐기해야 하는 아픔을 겪었다. 한때 거인이었던 빅3의 개념은 이제 사라진 듯 보인다. 미국차의 부활이 곧 과거 빅3의 부활은 아닌 것이다. 그렇지만 미국차의 저력은 그리 만만해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정말 후반전이 무서울지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그 후반전은 미국차의 몫만은 아닐 것이다.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었던 일본차 역시 후반전을 벼르고 있다. 외견상 잘 나가고 있는 한국차 역시 후반전은 녹록치 않을 것이다. 우리의 인생도 그런 것이 아닐까. 후반전을 잘 대비해야 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예외가 없고, 피해갈 수 없는 일이다.

글 · 최주식 <오토카 코리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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