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혜의 영화와 자동차 <자전거 탄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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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혜의 영화와 자동차 <자전거 탄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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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2.28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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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하고 버거운 삶, 하지만 온기가 있다


시릴의 마음은 초조하다. 아빠가 전화를 받지 않아서. 아빠가 이사했다는 경비원의 말도 믿을 수 없다. 나에겐 한 마디 말도 없었는데 그럴 리가 없다. 하지만 시릴은 곧 사실과 마주쳐야 했다. 아빠가 이사했다는 것, 아빠가 시릴의 자전거를 다른 사람에게 팔아버렸다는 것, 아빠와 도무지 연락할 수 없다는 것. 그것은 곧 잠시 맡겨진 보육원에서 나갈 수 없다는 것이다. 받아들일 수 없는 사실 앞에서 시릴은 마음이 초조해진다. 그리고 아직은 아빠에 대한 기대감과 희망을 버릴 수 없다. 그런 시릴 앞에 미용실을 하는 사만다가 시릴의 주말위탁모가 되어주기로 한다. 게다가 시릴의 자전거를 되사주기까지 했다. 고마운 사만다의 보살핌 속에서 시릴은 외부의 공기를 마시며 마음을 달래간다.

하지만 시릴의 마음을 그 누가 온전히 채워줄 수 있을까. 시릴의 바람은 단 하나, 아빠와 같이 사는 것인데 그 아빠로부터 거절당한 그 마음을 누가 위로해줄 수 있을까.

영화는 시릴이라는 소년의 건조하고 버거운 삶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그 건조함과 버거움은 절망적이거나 과장되게 그려지지 않는다. 오히려 진짜 삶에 밀착한 듯한 카메라의 시선은 작은 시선, 작은 손놀림, 작은 행동을 통해 섬세하게 소년의 삶을 우리 마음에 옮겨주고 있다.

영화 속에서 주말위탁모가 되어주는 사만다. 그녀가 시릴을 맡게 되는 이유도 극적인 데라곤 전혀 없다. 보육원 원장과 직원을 피해 도망친 시릴이 병원으로 뛰쳐들어와 무작정 그녀에게 매달린 것뿐이다. 그저 시릴은 방패가 필요했던 것뿐이다. 하지만 소년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자전거, 아빠라는 몇 마디를 듣고 사만다는 소년의 자전거를 되사주고 위탁모가 되어준다. 사만다의 마음이 어떻게 뭉클했는지 우리는 전혀 볼 수 없다. 다만 이후 그녀가 시릴을 대하고 돌보는 과정에서 우리는 휴머니티를 느낄 수 있을 뿐이다.

다르덴 형제는 이렇게 한 편의 영화를 건조하고 무심하게 그려내지만 그 속에 세상 어떤 것에서도 느낄 수 없는 느꺼움과 온기를 담아내고 있다. 단순한 펜선으로 그려진 그림이 잔잔한 듯하지만 큰 파문을 일으키는 느낌이랄까.

사만다가 시릴을 만나러 온 날, 그녀는 시트로엥 C3을 타고 온다. 차에서 자전거를 꺼내주면서 그녀는 시릴과 관계의 첫 단추를 끼운 셈이다. 이후 시릴은 그녀의 시트로엥을 타고 놀러가고, 아빠를 만나러 가고 실의에 빠진 마음을 쏟아놓기도 한다. 사만다의 차는 단순히 이동수단이 아니라 시릴과 사만다를 하나로 묶어주는 공간이 되어주는 것이다. 시릴에게 있어 자전거가 아빠와의 관계를 이어주는 끈이었던 것처럼, 사만다의 시트로엥은 그 자전거를 시릴에게 돌려주는 매개가 된다. 또한 시릴과 사만다를 묶어주는 역할을 하며 두 사람이 함께 쌓아가는 시간의 저장소가 되어주고 감정을 나누는 공간이 되어준다.

영화는 어쩌면 시릴(들)을 향한 연민과 동정의 손길일지도 모른다. 너무나 초조하고 낯선 환경에 떨어져 버린 시릴, 시릴들. 하지만 세상은 아직 구원의 손길이, 희망의 손길이, 사랑이 손길이 남아있는 곳임을, 그래서 아직은 안심하고 온기를 느껴도 되는 곳임을 말하고 있다.

글·신지혜(아나운서. CBS-FM <신지혜의 영화음악> 제작 및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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