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CR-V, 핸들링과 패키징 효율을 우선한다면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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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CR-V, 핸들링과 패키징 효율을 우선한다면 추천
  • 아이오토카
  • 승인 2012.02.23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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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세대로 진화한 CR-V는 스타일 측면에서 아주 산뜻한 변화는 없지만, 크로스오버 풍으로 전향했던 전 세대에 비해 지금은 조형미를 조금 더 가미했다. 인테리어의 소재에서 여전히 고급감은 덜하지만, 다분히 기능적이면서도 깔끔한 구성은 마음에 든다.

스타일도 중요하지만, 차를 안다는 사람이라면 패키징이나 실용성, 전체적인 밸런스 측면에도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 새로운 CR-V는 비록 스타일링에서 크게 진보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지만 사실 스타일에 치중하는 것보다 종합적인 밸런스와 컨셉트를 포함한 제품 자체의 충실성을 얼마나 높였는지를 따지는 것이 중요하다. 더구나 CR-V의 뜻이 ‘Civic Recreation Vehicle’인 만큼, CR-V의 오리지널 컨셉트에 충실할수록 편의성 역시 향상될 가능성이 커진다. 그런 의미에서 4세대 CR-V는 오리지널 컨셉트를 간직하면서 더 모던한 방향으로 진화되었다고 할 만하다.

먼저 체구는 줄었음에도 ‘기술적 자원과 공간’의 활용 능력을 키운 ‘패키징 효율’이 높다는 것은 인정할만하다. 외형상 수치에서 키는 5mm 커졌지만, 앞뒤 오버행은 각각 20mm, 10mm씩 짧아졌다. 카운 포인트가 전방으로 약간 이동하면서 앞좌석 공간감에 여유를 더했고, 2열 시트는 등받이와 방석 부분이 한꺼번에 접히는 더블 폴딩 방식에서 방석 부분은 일어나고 헤드레스트가 꺾이면서 등받이만 눕는 타입으로 바뀌었다. 그것도 레버 하나만 당기면 모든 게 자동으로 수행되는 원-모션 폴딩 기능이 적용되었다.

또한 키가 큰 SUV들은 보통 트렁크도 높아 키작은 사람들이 화물칸에 무거운 짐을 실으려면 부담이 있었는데, 4세대 CR-V는 트렁크 입구와 바닥 높이도 기존 모델보다 각 20mm씩 낮춰 트렁크에 짐 싣기도 편해졌다. 이 같은 패키징의 변화는 3세대부터 더 강조해왔던 무게중심을 낮추고 가운데로 모으는 데도 일조했을 가능성이 크다.

대시보드 레이아웃은 매우 심플한 구성이다. 계기판도 하나에 집중하는 스타일. 아이디어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무언가 특출한 시도는 없을까? i-MID(intelligent-Multi Information Display)에 트립, 오디오, 라디오, 월페이퍼, 후방카메라 등이 집중되어 있지만 5인치밖에 안 되는 작은 화면이 아쉽다.

기존과 동일한 배기량을 가진 2.4L 직렬 4기통 i-VTEC 엔진은 최고출력이 20마력 향상된 190마력, 최대토크는 0.2kg·m 높아진 22.6kg·m의 성능을 낸다. 변속기는 자동 5단이다. 시승한 4WD 모델의 경우, 기어비는 3세대와 같지만, 최종감속비를 4.50에서 4.44로 줄였다. 다분히 연비를 감안한 세팅이다. 그런데 엔진의 성격은 약간 변경되었다. 최고출력이 7,000rpm(기존 엔진은 5,800rpm)에서 나오고, 최대토크가 200rpm 올라간 4,400rpm에서 나온다. 최고출력은 높아졌지만 거의 사용하지 않는 구간에 설정되어 있고, 무엇보다 구동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최대토크 지점도 올라가 있다.

상대적으로 엔진 자체는 고회전 영역으로 포인트가 이동한 셈인데, 터보차저나 슈퍼차저가 아닌 이상 i-VTEC만으로 전 회전 영역을 고르게 커버하지 못하는 것을 감안하면 진짜로 실용 영역을 고려한 세팅인지 의문이 생긴다. 5단 기어에서 예상보다는 토크가 두텁게 반응한다는 점에서 그마나 위안이다.

예전보다 연비가 좋아진 것은 분명하지만 4WD 구동방식과 정체구간을 만나면 어떤 차라도 수치에 대해선 자신하지 못하기 마련. A와 B 두 가지 트립컴퓨터 중에서 트립B를 리셋하고 연비를 측정해본 결과, 평균시속이 15km일 때는 5.5km/L, 25km에서 7.2km/L, 27km는 8.0km/L, 32km에선 8.5km/L를 기록했다. 평균시속 32km는 정체가 덜한 교외구간을 많이 달렸을 때 나온 수치. 리셋하지 않은 트립A의 평균연비가 여전히 7.2km/L였다.

거시적인 모션은 SUV라기보다는 승용차(고급차는 아니지만)에 가까울 정도다. 회전각이 짧은 오르막 커브에서는 풀 가속을 해도 균형을 잘 잡아나갈 만큼 균형감이 좋다. 그야말로 조금 키가 큰 시빅의 느낌이랄까. 조용하고 반응도 아주 자연스러운 전동파워스티어링은 현대기아의 것처럼 부조화가 덜하다.

하지만 조금 거친 노면을 만나면 편안한 승차감을 찾기는 어려워진다. 좋게 말하면 전체적으로 가뿐하다고 표현할 수도 있는데, 반대로 중저가 차들이 그러는 것처럼 그냥 차가 가볍다고만 여길 수도 있는 부분이다. 전반적으로 승차감이나 파워가 그저 체급에 맞을 뿐. 어차피 라이드와 핸들링에 대한 구체적인 표현의 한계 역시 차의 가격 레벨을 벗어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자동차회사나 소비자나 서로가 경제성을 추구하는 입장에서 봤을 때 이 차는 적어도 미국에서는 경쟁력이 높다. 하지만 한국 판매 가격에서는 그런 경쟁력이 쉽게 통하기는 어려운 면이 있다.

글 · 김태천

SO GOOD
■ 패키징의 변화, 2열 이후의 공간 활용성
■ SUV 중에는 괜찮은 핸들링

NO GOOD
■ 무난한 디자인
■ 한국차 대비 가격 경쟁력

FACT FILE
HONDA CR-V 4WD EX-L

가격 3천670만원
크기 4535×1820×1685mm
휠베이스 2620mm
무게 1610kg
엔진 직렬 4기통, 2354cc, 휘발유
최고출력 190마력/7000rpm
최대토크 22.6kg·m/4400rpm
연비 11.3km/L
CO₂ 배출량 207g/km
변속기 5단 자동
서스펜션(앞/뒤) 맥퍼슨 스트럿/멀티링크
타이어 25/65 R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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