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SUV의 맛, G4 렉스턴
대형 SUV의 맛, G4 렉스턴
  • 최주식
  • 승인 2018.10.1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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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이지만 우리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물건까지 꼭 그렇게 빠르게 따라 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운전을 하고 어디를 가는 행위가 시대가 달라졌다고 특별히 달라질 것은 없지만 어떤 전자제품보다 빠르게 변화하고 트렌드에 민감한 물건인 듯한 인상을 주는 요즈음이다. 아무튼 렉스턴을 대하면서 새롭다거나 최신 트렌드에 대한 기대감을 잔뜩 안고 다가선 것은 아니다. 기대감이 낮다(?)보니 오히려 어, 생각보다 괜찮은데… 하는 의외의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소음은 속도와 반비례한다. 시동 초기에 인식하는 디젤 소리는 속도가 높아짐에 따라 희미해지고 다시 속도가 줄어들수록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런데 전반적으로는 생각보다 조용하다. 무엇보다 소리는 하체에서 낮게 깔린다. 웅웅거리며 귓전을 때리는 시끄러운 소리가 아니라 으레 날 법한 디젤 소리가 중저음으로 낮게 깔린다. 프레임바디의 맛이랄까. 그래서 수긍할 수 있다.
 
 
직렬 4기통 2.0L 187마력 디젤엔진을 얹었다

 

발판을 타고 운전석에 오르는 기분은 낮은 세단만 타다가 경험하는 색다른 기분이다. 뜻하지 않게 갑자기 상남자가 된 기분이랄까. 차에서 내릴 때 스르륵 나와 받쳐주는 것도 마찬가지. 차가 나를 대접해준다는 기분이다. 세상에는 저마다 존재하는 방식이 다른 차들이 있다. 전반적으로 올드하고 투박한 디자인이지만 그 틈새에서 갈고 닦은 노력이 역력하다.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선을 다한 것. 그래서 나쁜 점수를 주기 어렵다. 오늘 만나는 G4 렉스턴은 2019년형 이어(year) 모델이다.

 
페이스리프트와는 거리가 먼 연식변경 모델치고는 꽤 신경 쓴 모습이다. 선택적촉매환원장치(SCR)를 적용해 배기가스 규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는 것이 우선. 다음으로 손을 터치하는 것만으로 도어를 열고 잠글 수 있는 터치센싱 도어 적용. 이는 국내 SUV 중 최초라고. 그리고 은근하게 번쩍거리는 20인치 스퍼터링(sputtering) 휠로 마치 은목걸이를 치렁치렁 목에 건 힙스터 같은 스타일을 완성했다. 실내는 나파가죽시트와 인스트루먼트 패널, 도어트림에 적용된 퀄팅 패턴이 좀 더 세련된 디자인으로 바뀌었다.
 
 
20인치 스퍼터링 휠로 스타일 완성

 

변속레버 디자인 변경과 도어핸들, 송푸구 컬러를 다크실버로 바꾼 것도 소소한 변화. 또한 2열 암레스트에 트레이가 추가되고 컵홀더에 스마트폰 거치가 가능한 점, 통풍 시트 기능의 강화, 적재공간 베리어네트 추가 등 할용성과 상품성을 높였다는 게 2019년형 G4 렉스턴이 내세우는 점이다. 2열에 220V 인버터가 있는 점도 유용하다. 낮은 숄더라인은 정통 4WD의 혈통을 말해준다. 오프로드를 달리려면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타이어나 하체에 걸리는 장애물이 없는지 눈으로 살펴야 한다. 하지만 요즘 나오는 도심형 SUV들은 어깨선이 높다. 오프로드를 고려하지 않은 까닭이다. 

 
 
스티어링 휠과 기어 레버도 낮은 위치여서 마치 트럭을 운전하는 기분이다. 차선을 꽉 채우는 덩치지만 운전하기 부담스럽지는 않다. 이상하게 이런 자세가 재미있다. 움직임은 가뿐하고 속도를 올리는데 머뭇거림은 없다. 가속을 하다보면 약간 출렁거리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중심을 잃지는 않는다. 오프로드를 달리기 위해서는 하체가 타이트하기보다 약간 느슨해야 한다. 차체의 흔들림에 따라 조금은 건들건들한 기분이 들기도 하는데 다른 차를 가볍게 추월하는 순간은 왠지 터프가이가 된 듯하다.
 
벤츠제 자동 7단 스텝트로닉 기어

 

그래서 이런 차를 운전할수록 주변의 작은 차에 위협이 되지 않도록 운전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상대는 그렇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도로 위에서는 큰 차건 작은 차건 서로에 대한 매너를 지켜야 하는 것이지만. 옛날 벤츠에서 보던 스텝트로닉 기어도 올드한 디자인이지만 왠지 반갑다. 왼쪽으로 레버를 밀어 수동으로 조작할 수 있는데 예전처럼 아래위로 변속하는 것이 아니라 검지에 닿는 부분에 토글 스위치로 까닥까닥하며 변속하는 타입이라 아쉽다.

 
그래도 효과는 좋아서 다운 시프트 때 엔진 브레이크는 확실하게 잡힌다. 익숙해지면 나름 편리하지만 재미있지는 않다. 국도에서 지방도로 이어지는 길에는 하염없이 과속방지턱이 나타났다. 오프로드를 고려한 4WD의 경우 이러한 과속방지턱을 지나기가 다른 차보다는 좀 수월하다. 어느 정도 출렁거리는 반응을 예상한다면 과속방지턱 앞에서 속도를 바짝 줄이지 않아도 거뜬하게 타고 넘을 수 있다. 그런데 트렁크에 물건을 실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중저속에서 탄탄한 토크가 고속으로 토스해 준다

 

게다가 짐을 고정시키지 않았다면 이리저리 나뒹구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 뒷좌석에 누군가 탑승했을 때도 마찬가지. 그래서 렉스턴은 혼자 운전할 때와 동승자가 있을 때, 그리고 짐을 실었을 때 운전자세가 달라져야 한다. 아니 달라질 수밖에 없다. 신형 직렬 4기통 2.2L 디젤엔진은 최고출력 187마력/3800rpm, 최대토크 42.8kg·m/ 1600~2600rpm의 성능을 낸다. 출력은 수치에 비해 큰 덩치를 가뿐하게 이끌고, 낮은 rpm에서부터 발휘되는 센 토크는 저속에서 중속으로, 다시 고속으로 이어지는 순간적 세기를 탄탄하게 뒷받침한다.

 
2열은 여유 있지만 3열은 좁다

 

물론 힘을 줘야 할 상황에서는 확실히 액셀러레이터에 힘을 실어야 한다. 평소에는 뒷바퀴굴림이라 발진 가속성능이 좋다. 구동바퀴를 바꾸는 트랜스퍼 케이스는 조그만 로터리식 버튼으로 앙증맞다. 자갈밭을 들어서며 4L 즉 네바퀴굴림 로기어를 선택했는데 일단 네바퀴에 구동력이 걸리면 무리하게 액셀러에이터를 밟지 않아도 울퉁불퉁한 길을 쉽게 타고 넘는다. 어느 방향으로 진로를 바꾸어도 무리는 없지만 스티어링 휠을 급격하게 돌리는 것은 금물이다. 여유를 가지고 주변을 잘 살피면 오프로드 재미가 더 살아난다. 

 
 
계기판은 다양한 주행정보를 담았다

 

추석을 앞둔 시점이라 그런지 7인승 대형 SUV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아무래도 고속도로 전용 차선을 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막상 타보니 2열 시트는 무릎 공간도 여유가 있고 시트도 편안하다. 그런데 3열은 만만치 않다. 2열 시트를 젖히고 타야하는데 공간이 좁다. 무엇보다 시트가 낮게 자리해 앉았을 때 무릎을 곧추세워야 하므로 불편하다. 그 공간에 탈 만한 체구가 아니라면 곤란한 자리다. 어쨌든 필요할 경우 7명이 탈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장점이다. 시트를 접어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SUV의 본래 목적인 유틸리티에 충실하다. 

 
 
시트를 접어 활용할 수 있는 유틸리티가 좋다

 

확실히 대형 SUV는 세단은 물론 콤팩트 SUV가 따라가지 못하는 매력과 맛이 있다. G4 렉스턴의 경우 프레임바디를 기반으로 한 정통 SUV의 가치가 우선되어 아날로그적인 이미지를 주지만 사실 있을 것은 다 있다.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은 물론 애플 카플레이와 같은 디지털 디바이스, 3D 뷰 모니터 등 최신장비가 빠짐없다. 다만 아쉬운 점은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의 부재다. 시승차인 헤리티지 트림이 최고급모델임에도 가격이 4605만 원이라는 가성비에 만족해야 할 성싶다. 

 
실내는 제한된 틀 내에서 최대한 다듬고 최신장비를 장착했다

 

<2019 G4 Rexton Heritage>

가격 4605만 원
크기(길이×너비×높이) 4850×1960×1825mm
휠베이스 2865mm 
엔진 직렬 4기통 2157cc 디젤
최고출력 187마력/3800rpm
최대토크 42.8kg·m/1600~2600rpm
변속기 자동 7단
연비(복합) 10.5km/L(2WD) 10.1km/L(4WD)
CO₂배출량 186g/km(2WD) 194g/km(4WD)
서스펜션(앞/뒤) 더블위시본/멀티링크
브레이크(앞/뒤) 모두 V 디스크
타이어 모두 255/50 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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