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A 총수 세르지오 마르키오네를 추모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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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A 총수 세르지오 마르키오네를 추모하며
  • 제임스 앳우드(James Attwood)
  • 승인 2018.09.06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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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트 크라이슬러 오토모빌의 CEO가 지난 7월, 6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경찰관들에게 지프를 기증한 것이 그가 마지막으로 모습을 드러낸 공개 행사 중 하나였다

 

오랜 기간 피아트 크라이슬러 오토모빌(FCA) 총수였던 세르지오 마르키오네(Sergio Marchionne)가 어깨 수술을 받은 뒤 심각한 합병증에 시달린 끝에 지난 7월에 세상을 떠났다. 66세의 이탈리아계 캐나다인인 마르키오네는 2004년 이후 피아트를 이끌었고, 크라이슬러와의 합병에 이어 또 다른 회사인 페라리의 분사를 막후에서 주도했다. 

 

그가 사망한 뒤 경의의 표시가 이어졌다. 세르지오 마타렐라(Sergio Mattarella) 이탈리아 대통령은 “마르키오네는 이탈리아 산업 역사에 중요한 장을 썼다. 피아트의 지도자로서, 그는 여러 해에 걸쳐 시장과 생산 시스템, 재정 전략, 노사 관계에서 아주 깊이 있고 급진적인 변화를 헤쳐왔다”고 말했다. 마르키오네는 내년 4월에 자신이 FCA에서 맡고 있던 자리에서 물러날 계획이었다. 6월에는 그룹의 향후 5개년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마르키오네의 사망 직전, 영국 출신인 마이크 맨리(Mike Manley) 지프 및 램 브랜드 사장이 신임 FCA그룹 CEO로 지명되었다. 맨리는 “세르지오는 특별하고 유일무이한 사람이었고, 틀림없이 그가 무척 그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2003년 한창 어려움을 겪고 있던 피아트 이사회에 합류했을 당시 마르키오네는 자동차업계 경험은 없었지만 부실기업을 회생시키는 것으로 명성이 있었다. 이듬해 그는 움베르토 아그넬리(Umberto Agnelli) 회장이 세상을 떠나면서 CEO가 되었다.

 

마르키오네는 부실기업을 회생하는 것으로 명성을 얻었다

 

당시 페라리 총수였던 루카 디 몬테제몰로(Luca di Montezemolo)에게 피아트 회장 역할이 주어지면서, 그 자리를 넘겨받을 것으로 예상했던 주세페 모르키오(Giuseppe Morchio) 피아트 CEO가 서둘러 사직하게 되었다. 몬테제몰로는 마르키오네를 신임 피아트 CEO 자리에 앉혔다. 2009년, 마르키오네는 다임러와의 동맹과 2008년 금융 위기 여파로 곤경에 빠져 있던 크라이슬러 지분을 인수함으로써 피아트를 성장시킬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얻었다.

 

피아트는 크라이슬러 지분 20%를 손에 넣었고, 마르키오네는 2012년 58.5%까지 늘렸다. 2년 뒤, 피아트가 나머지 주식을 사들이면서 피아트 크라이슬러 오토모빌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거래를 통해 FCA는 북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역량이 더욱 커졌고 글로벌 경쟁 업체들과 경쟁할 수 있는 규모를 확보하게 되었다. 마르키오네는 “합병할 만한 다른 자동차 회사를 찾는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할 만큼 직설적이고 독선적인 경영 스타일로 유명했다.

 

지난 6월 FCA의 차기 5개년 전략을 공개했을 때, 마르키오네는 지프, 알파로메오, 마세라티 브랜드를 더욱 확대하고 전동화 기술에 막대한 투자를 하겠다는 계획을 설명했다. 이 행사에서 그는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남아있지 않을 생각이면서 왜 계획을 세웠느냐는 질문에 솔직하게 답변했다. FCA 경영자들을 피아트-크라이슬러 합병 이전에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했던 ‘생존자들’이라고 표현한 마르키오네는 자신이 그룹에 스며들게 한 문화가 자신의 유산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내 후계자에 관해서는) 정해진 답이나 지침이 없다. 지침은 제도적이면서 일시적인 것이다. FCA는 역경으로부터 일어나서 악보 없이 연주하는 경영자들과 직원들이 만들어낸 문화로 이루어진 공동체다”라고 덧붙였다.

 

<마르키오네가 남긴 명언들>
 
“거리에서 레인지로버를 보면 피가 끓는다. 우리는 그런 차를 만들 수 있어야 하고, 그렇게 될 것이다”
 
“우리 모두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을 통해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걸러내려고 한다. 그러니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뛰어 넘도록 노력하자. 새로운 것으로 마음을 채워라. 그것을 다른 관심사라는 비료로 키우고, 특별한 사람들에게 보여라. 자신의 좁은 시야가 세상 경험을 넓히지 못하게 발목을 잡도록 내버려 두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
 
공장 노동자들에게 자동적인 임금 인상에 관해: “회사 차원에서 많은 돈을 벌었을 때 직원들이 많은 돈을 벌게 해 주고 싶다." 
 
FCA 5개년 계획을 끝내고 나서: “더는 회생작업을 하지 않을 것이다. 젊은 친구들에게 넘겨주자.”
 
 

<아주 특별했던 그를 기억하며-스티브 크로플리(Steve Cropley)>

나는 마르키오네의 포근함과 멋진 면을 모두 기억할 것이다. 대화를 나누거나 질문에 답할 때마다 그가 보여주었던, 개인적 대화에서의 포근함과 연설할 때 재치 있고 멋진 모습을 말이다. 그는 결코 관례를 따르려고 하거나 틀에 맞추려고 하지 않았다. 나는 그가 어떤 무리의 일부가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러 해 동안 그가 살려낸 피아트, 크라이슬러, 알파로메오라는 브랜드, 실패로 돌아갔지만 대담하게 GM과 합병하려 했던 시도, 자동차업계 간 엄청난 규모의 합병이 계속되어야 한다는 확신 등, 기업이라는 무대 위에서 다른 경영진보다 뭔가 더 확실한 태도를 취했던 변치 않는 인상은 그가 남긴 최고의 유산이 될 것이다.

마르키오네는 일 중독자였다. 그가 쉴 수 있는 시간을 보상으로 받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을 지도 모르겠다. 다른 한편으로, 그가 맡았던 영역의 어마어마한 규모와 손실이라는 혼돈 속에서 그가 정리한 것들을 생각해 보면, 마지막 순간까지 가장 빠른 속도로 한 일들은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마르키오네의 뒤를 잇는 사람은?>

 

지프와 램 브랜드 책임자인 영국인 마이크 맨리가 FCA의 신임 CEO로 선임되었다

 

영국인 마이크 맨리는 이탈리아에 본사를 둔 거대 자동차 회사의 CEO로서는 이례적인 선택처럼 보이지만, 그는 오랫동안 지프와 램 브랜드의 사장을 역임하면서 FCA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성공적이고 수익성 있는 브랜드들을 책임져 왔다. 올해 54세인 그는 에든브리지(Edenbridge)에서 태어나 스완 내셔널(Swan National)에서 자동차업계 경력을 시작했고, 렉스 오토세일즈(Lex Autosales)에 입사할 때까지 여러 딜러에서 일했다.

 

2000년 다임러크라이슬러가 그 회사를 인수하면서 그는 다임러크라이슬러의 네트워크 개발 이사가 되었다. 맨리는 2003년 미국으로 건너가 2009년 지프 브랜드의 최고 책임자가 되었다. 그는 피아트와 크라이슬러의 합병 뒤에도 같은 자리를 유지했고 2015년에는 램 브랜드 책임자 자리도 넘겨 받았다. 맨리의 지도력 아래, 지프 브랜드는 최근 몇 년 사이 크게 성장했다. 판매량은 2009년 32만 대에서 올해 190만 대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FCA는 이미 향후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맨리는 이 계획을 만드는 데 핵심 인물이었을 것이다. 그는 계획을 실행하는데 있어 여러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가장 먼저 풀어야 할 것은 갑작스러운 변화 이후 FCA그룹을 안정시키는 것이다. 마르키오네의 후임자로 경쟁했던 지프 브랜드 유럽 책임자인 알프레도 알타빌라(Alfredo Altavilla)는 이미 자리에서 물러났다. 지프는 유럽 시장 공략에서도 고전해왔다. 마르키오네는 지난해 유럽 시장에서 지프의 성장이 ‘형편없다’고 표현한 바 있다.

 

FCA그룹은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자율주행 기술 개발이라는 도전에도 직면해 있다. 글로벌 규모로 확대하는 데 있어서도 FCA는 미국과 유럽 사이의 무역 전쟁에 특히 취약할 수 있다. 마르키오네는 페라리의 CEO 겸 회장이었고 5년 더 그 일을 계속할 계획이었다. 페라리의 새 CEO로 임명된 사람은 63세인 루이스 카밀레리(Louis Camilleri)다. 그는 이미 페라리 이사회에 자리를 잡았고, 페라리 포뮬러 원 팀의 오랜 스폰서였던 담배회사 필립 모리스(Philip Morris)의 회장이었다.

 

피아트의 전 총수이면서 가문의 투자 회사인 엑소르(Exor)의 총수이기도 한 지안니 아그넬리(Gianni Agnelli)의 손자, 존 엘칸(John Elkann)은 FCA의 새 회장으로 지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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