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달린 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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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달린 자동차
  • 오토카 편집부
  • 승인 2018.08.10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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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하늘을 나는 자동차로 비행하고 있다. 이 기계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것에 불과할까? 아니면 자동차의 미래를 미리 엿볼 수 있는 것일까?

자가용 조종사로 활동하는 나는 웬만한 비행장이나 공항이 가고자 하는 최종 목적지와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예를 들어 영국 엑시터(Exeter)에 있는 공항에 가려면 반드시 택시나 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물론 예외도 있다. 굿우드 페스티벌을 보러 가면 축제 현장 가운데 비행기를 착륙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고 르망 레이스 역시 공항에서 서킷까지 걸어서 이동할 수 있다. 

이보다 더 확실한 해결책이 하나 있다. 바로 하늘을 나는 자동차다. 아주 간단하다. 운전해서 비행장까지 가고 도착하면 날개를 펴고 이륙하면 된다. 그리고 최종 목적지 주변 비행장에 착륙한 다음 날개를 접고 목적지까지 운전해서 가면 된다. 사실 자동차와 비행기의 환상적인 조합에 관한 개념은 비행기만큼이나 오래됐다. 역사를 되돌아봐도 항공산업 관계자나 괴짜, 몽상가, 엔지니어들이 이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많은 시도를 했다. 

 

콜린 굿윈은 PAL-V 리버티를 간접 경험했다

 

최근에는 아우디와 에어버스, 이탈디자인이 비행기 겸 자동차의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힘을 합쳤으며 올해 제네바모터쇼에서 실물 모형을 선보이기도 했다. 마치 탑승객 공간을 들어 올리는 커다란 드론처럼 생겼다. 날아다니다가 다시 바퀴 위에 올려놓으면 자동차처럼 운전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름은 ‘팝 업’(Pop Up)이라 한다. 그리고 제네바모터쇼에서 평범치 않은 또 다른 날 수 있는 자동차가 포착됐다. 홀 구석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네덜란드 업체인 ‘PAL-V’에서 만든 ‘리버티’(Liberty)다. 이들은 오토자이로(자이로플레인이라고도 한다)와 세바퀴 자동차를 조합한 흥미로운 결과물을 내놨다.

가장 유명한 오토자이로는 숀 코넬리가 주연한 007시리즈 ‘두 번 산다’(You Only Live Twice)에 등장한 ‘리틀 넬리’(Little Nellie)다. 오토자이로는 이륙을 위한 로터 날개와 추진력을 얻기 위한 강력한 프로펠러를 갖추고 있다. 헬리콥터와 달리 로터 날개는 엔진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로터가 공기를 아래쪽으로 흐르게 할 때 반작용으로 생기는 양력을 활용한다. 즉, 로터는 엔진의 도움을 받아 이륙할 때 생기는 힘으로 회전한다는 것이다. PAL-V가 만든 리버티에는 총 2개의 엔진이 있는데 하나는 비행 전용이고 다른 하나는 비행 및 주행 겸용이다.

 

PAL-V 리버티는 2개의 로택스 자연흡기 엔진을 쓴다

 

리버티가 도로 위에서 로터 날개를 접으면 상당히 무거워 보인다. 조지 티엘렌(George Tielen) PAL-V 교육 총괄은 “우리는 아주 이른 시간 안에 리버티가 코너에서 저속으로 회전해도 전복된다는 사실을 파악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들은 네덜란드 출신답게 이를 교묘하게 해결했다. 혹시 2000년대 초반 네덜란드 카버(Carver)라는 회사에서 개발한 기울어지는 자동차를 기억할지 모르겠다. PAL-V는 카버의 특허권을 사서 이를 리버티에 적용했다. 이렇게 해서 하늘을 날 수 있는 기울어지는 세바퀴 자동차가 탄생한 것이다. 나는 리버티에 흥미가 생겼다.

나는 내 개인 비행기를 끌고 PAL-V가 교육 훈련장으로 활용하는 네덜란드의 브레다 공항으로 갔다. 성가시게도 이 공항은 회사 본사와 공장에서 1시간 정도 떨어져 있다. 결국 조지 티엘렌 총괄이 우리를 안내했다. 회사 부지 구성은 마치 작은 포뮬러원 팀의 것과 비슷해 인상적이다. 리버티는 아직 프로토타입 시험 비행을 했을 뿐인데 이미 3100만 파운드(약 453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TVR과 같은 소형 자동차회사도 수많은 시험과 서류 작업에 직면하지만 항공 업계와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PAL-V의 최종 목표는 유럽 항공 안전 협회(EASA)의 인증을 받는 것인데 이는 1년 정도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리버티의 매력은 독특한 비행과 운전 경험을 준다는 점이다

 

조지 티엘렌 교육 총괄은 브레다 공항에서 아직 파일럿이 아닌 12명의 고객을 훈련시키고 있다. 그는 마그니 자이로에서 만든 M24 오리온이라는 오토자이로를 이용한다. 나도 예전에 오토자이로를 조종한 경험이 있지만 그때는 좌석이 앞뒤로 구성된 개방형 탠덤-시트 모델이었을 뿐 지금처럼 좌석이 좌우에 나란히 있는 폐쇄형 모델이 아니었다. 엔진은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경비행기 엔진 전문인 오스트리아 업체 로텍스에서 공급한다. 

자동차 기준으로는 아주 옛날 방식인 푸시로드 구성의 직렬 4기통 수랭식 엔진이며 전자 점화장치와 연료 분사가 달려 아주 간단하다. 두 회사 모두 같은 엔진을 쓰지만 차이점은 리버티는 자연흡기 엔진이고 M24 오리온은 터보차저가 달려 있다는 것. 왜 리버티에는 2개의 엔진이 달려 있을까? 바로 무게 때문이다. 오리온 무게는 285kg, 리버티 무게는 664kg이다. 누군가는 출력이 더 높은 로텍스 터보차저 엔진을 리버티에 얹으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인터쿨러와 추가 배관을 위한 공간이 없다. 

 

리버티 퍼스트 에디션의 가격은 44만 파운드(약 6억4416만 원)다. 지금까지는 프로토타입만 비행했다

 

오토자이로를 타고 하늘을 나는 완전히 새롭고 독특한 경험을 모두 풀어내려면 이 책에서 더 많은 페이지가 필요하지만 우리는 기본을 지키기로 했다. 그래도 나는 이는 리버티가 어떻게 날 수 있는지에 관한 개념을 설명하는데 분량의 절반을 할애할 것이다. 나머지는 시승한 느낌을 쓸 것이다. 조지 티엘렌 총괄이 로택스 엔진에 시동을 걸고 우리는 활주로로 나갔다. 우리 머리 위에 있는 로터 날개는 움직이지 않고 휘어진 채 위아래로 흔들거렸다. 클러치를 풀자 로터 날개가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185rpm이 될 때까지는 어디에도 갈 수 없었다. 브레이크를 풀고 천천히 가속했고 아주 빠르게 이륙했다. 

조지 티엘렌 총괄은 로터 날개의 회전이 300rpm을 넘을 때까지 비행고도 6m를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제 조종 레버를 당겨 분당 200m의 속도로 고도를 높인다. 조종 레버는 단 하나의 스틱과 페달로 구성돼 있다. 오토자이로는 자연스럽게 안정을 찾았다. 그러나 회전할 때는 제어하느라 정신이 없다. 오토자이로의 가장 큰 장점은 역풍이 불 때를 포함해 착륙하는데 많은 공간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엔진이 고장 났을 때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한다. 그냥 돌처럼 떨어질까? 실제로 그렇지 않고 단풍나무 씨앗이 어떻게 떨어지는지 떠올리면 된다.

조지 티엘렌 총괄은 비행고도 약 460m에서 가속을 멈춘다. 우리는 비행고도 305m까지 떨어지고 그는 마지막 순간에 앞으로 나가는 속도를 얻기 위해 노즈를 아래로 누르고 그다음 부드럽게 착륙하기 위해 앞을 살짝 들었다. 이제 주행감이 어떤지 알아볼 차례다. 인터넷에서 카버가 만든 기울어지는 자동차 주인이 집에서 32km 정도 떨어진 거리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주인인 하워드 브룩스(Howard Brooks) 씨는 지난 크리스마스부터 이 차를 소유하고 있으며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기대에 빠진 나보다 먼저 사랑에 빠져있었다.  

 

조지 티에렌 총괄은 마가니 M24 오리온 오토자이로로 고객을 교육한다

카버는 차체가 기울어지는 세바퀴 차로 코펜에서 가져온 다이하쓰의 3기통 660cc 터보차저 엔진을 뒤에 달았다. 이는 믿을 수 없는 기계다. 그동안 내가 탔던 그 어떤 자동차하고도 완전히 다르다. 물론 몇 가지 비슷한 점도 있다. 앞뒤로 구성된 좌석과 다리를 벌리고 앉아야 하는 운전석은 라이트 카 컴퍼니(Light Car Company)의 로켓(Rocket)과 닮았다. 전방 시야는 마치 BMW C1 스쿠터에 앉아 보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카버를 타고 코너에 진입할 때 기울어지는 느낌은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다. 바이크를 타고 기울이는 느낌도 아니다. 이상하고 모순적이지만 마치 비행기가 공중에서 비스듬히 선회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높은 롤 레이트를 갖춘 고성능 비행기 같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꺾을 때 움직임은 심지어 자전거보다 더 뛰어날 만큼 완벽하다. 나는 아주 즐거웠다. 66마력에 불과한 다이하쓰 엔진의 약한 출력과 힘 빠지는 소리는 사실 아무것도 아니다. 리버티가 흥미로운 점과 내가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리버티는 아주 색다른 비행 경험과 운전 경험을 준다. 물론 플라잉 카의 높은 가격으로 인해 좋은 차와 비행기를 한 대 살 수 있다는 논쟁은 반복되고 있다. 리버티의 퍼스트 에디션 가격은 44만 파운드(약 6억4416만 원)이고 그다음에 기본형 가격은 35만 파운드(약 5억1240만 원)이다. 이 가격이면 포르쉐 911 새 차와 시속 322km로 날 수 있는 나의 경비행기를 살 수 있다. 참고로 리버티의 비행 속도는 161km다.

 

PAL-V는 카버의 기울어지는 차 특허권을 샀다

 

여기에서 우리는 처음에 지적했던 공항에서 최종 목적지까지 가야 하는 귀찮은 과정을 생각해봐야 한다. 또한 처음 이륙했던 비행장에 차를 두고 왔기 때문에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기상 상황이 좋지 않으면 우리가 차를 두고 왔던 비행장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가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PAL-V 리버티는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 회사는 고객한테 비행하는 법을 알려주며 제대로 접근하고 있다. 조지 티엘렌 총괄은 이미 교육한 12명의 고객 외에 대부분 고객이 새로운 비행의 세계에 빠져들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는 베이론을 한 대 이상 소유하고 있는 사람(어떤 사람은 8대를 소유하고 있다)의 수를 통해 리버티를 살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인지 유추할 수 있다. 그러나 내 경험을 비춰보면 엄청난 부자들은 인내심에 한계가 있다. 그들은 40시간의 교육과 9번의 시험에 쉽게 적응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조지 티엘렌 총괄은 그의 수업을 집중 강좌라 하지 않고 신병 훈련이라 말한다. 

그래도 이 교육의 좋은 점은 스페인과 플로리다에서 개최되고 카리브해에 있는 네덜란드령 아루바섬에도 열린다는 것이다. 즉, 당신이 완벽한 날씨에서 오토자이로 교육을 받을 때 당신의 가족은 서인도 제도에서 휴가를 보낼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팔기 어려운 조건이 아니다. 리버티로 운전하고 비행하기 전에 많은 시험과 서류 작업을 해야 하지만 오토자이로를 타고 비행하고 카버를 운전할 수 있는 경험을 얻는다면 충분히 견딜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다. 

 

하늘을 나는 또 다른 자동차
 

테일러 에어로카(Taylor Aerocar)
1949 에어로카는 아주 성공적인 플라잉 카다. 미국 항공국(US aviation authority)에서 여섯 대가 인증을 받았다. 에어로카는 라이커밍(Lycoming)에서 항공기 엔진을 공급받으며 자동차 모드에서 비행을 위한 날개를 끈다.    

 

테라푸지아 트랜지션(Terrafugia Transition)
2006년부터 개발 중인 테라푸지아 트랜지션은 리버티와 같은 로택스 엔진에서 힘을 얻으며 도로에서 최고시속은 113km, 하늘에서는 185km를 낸다. 작년에 지리가 테라푸지아 트랜지션을 인수해 현재 여유자금을 많이 확보했다. 

 

에어로모빌(AeroMobil)
슬로바키아에서 만든 플라잉 카 프로젝트 뒤에는 프로드라이브(Prodrive)와 안토니 쉐리프(Antony Sheriff) 같은 유명한 회사가 있다. 비행을 위한 스바루 엔진은 앞바퀴에 달린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에 포함된 전기모터를 구동하는 역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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