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사랑하는 나라, 미국의 변화
자동차를 사랑하는 나라, 미국의 변화
  • 최중혁
  • 승인 2018.08.09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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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중혁의 아메리카 통신
미국 전역에 촘촘하게 연결된 인터스테이트하이웨이의 모습

 

“가족용 차가 아닙니다. 가족입니다.” (It's not a family car. It's family.) 일본 자동차업체 마쓰다가 1990년 마쓰다 626을 내놓으면서 신문에 게재한 광고다. 미국인들이 얼마나 자동차를 사랑하는지 알 수 있는 문구다. 세계 최고의 자동차 보유율, 전 세계 자동차 운행거리의 절반, 가솔린 소비의 40%를 기록하는 곳이 바로 미국이다. 길가에서 클래식 카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고, 미국 전역에서 온갖 다양한 자동차 관련 이벤트가 열린다. 큰 집에 그 집 크기만 한 차고를 두고 가족 수만큼 또는 용도별로 그보다 많은 차를 보유하면서, 주말에 틈틈이 자신의 차를 조이고 닦고 하는 게 미국에서는 부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3보 이상이면 승차”란 말이 있을 정도로 미국인들에게 자동차는 '신발’이나 다름없다. 미국인들은 어쩌다 이렇게 전 세계 누구보다 자동차를 애지중지하게 된 것일까. 가장 먼저 환경적인 요인을 들 수 있다. 미국의 드넓은 땅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면 자동차만큼 편한 이동수단이 없다. 먼 거리는 비행기로 이동하고 짧은 거리는 자동차로 이동하는 것이 미국에서의 일반적인 이동 방법이다. 20세기 초만 해도 미국에서 가장 각광받는 교통수단은 철도였다. 하지만 철도 회사들은 GM 등 자동차 회사의 로비로 인해 청산되거나 버스 회사로 사업을 이전했다. 동시에 미국 정부가 도로 설립을 가속화하며 더욱더 자동차를 운행해야 하는 환경으로 변해갔다. 


자동차 보급률이 높아지려면 기본적으로 도로망의 확충이 가장 중요하다. 도로의 발달과 함께 미국의 자동차 문화도 함께 커나갔다. 미국은 1916년 의회가 고속도로기금법(Federal Aid Road Act)을 제정하면서 대규모 도로 건설 시대로 진입했다. 그 유명한 독일의 아우토반 건설 계획도 1933년에야 세워졌으니 미국은 다른 나라보다 훨씬 앞섰던 것이다. 미국의 인구당 도로비율과 차량당 도로비율은 세계 1위다. 한국도 경부 고속도로 개통 이후 자동차 산업이 급격히 발전했다. 동남아 국가들이 땅덩어리가 크고 인구가 적지 않음에도 자동차 판매가 여전히 적은 것은 소득 수준의 영향도 있겠지만 도로 부족도 한몫 한다. 


20세기 초 GM과 포드에서 자동차 판매를 가속화하자 미국에서는 모두가 자동차를 갖고 싶어 했다. 1928년에는 공화당 대통령 후보 허버트 후버가 “미국인들의 모든 차고에는 자동차를, 모든 식탁에는 닭고기를”이라는 슬로건을 들고 표 몰이를 할 정도로 미국인들은 자동차에 대해서 민감하게 반응했다. 뉴욕타임즈는 1910년 수많은 사람들이 자동차를 사기 위해 집을 담보로 잡고 출산과 대학 진학을 미룰 정도였다고 보도했다. 1913년 요세미티에 이어 1915년 옐로스톤에 자동차 운행을 개방하고 국립공원에도 도로와 주차장이 점차 늘어나자 수많은 사람들이 국립공원을 방문하기 위해 차를 구매했다. 

 

미국 체이스 은행의 드라이브 드루

 

1956년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미국 각 주를 연결하는 주간고속도로 법안(Interstate Highway Act)을 지지하며 통과시켰고, 이때부터 2001년까지 도로를 닦아 모든 주를 고속도로로 연결하기에 이르렀다. 이로 인해 미국의 교외화(Suburbia)는 가속화됐고, 뉴욕 같은 대도심에 사는 것이 아니라면(심지어 살고 있어도) 더욱더 자동차 없이 생활하기 힘든 환경이 됐다. 미국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드라이브 드루(Drive-through)다. 개인주의 문화가 어느 나라보다 발달한 미국인들은 혼자 차량에 있는 것을 즐긴다. 이들은 맥도날드나 스타벅스 같은 패스트푸드뿐만 아니라 은행 ATM조차 차량에서 내리지 않고 이용한다.

 

자동차 덕분에 사람들은 미국 전역으로 편하게 이동할 수 있게 되었고, 긴 거리를 자동차로 통근하는 경우가 많아 빨리 식사를 마쳐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 그로 인해 레스토랑을 포함해 온갖 업체들이 드라이브 드루를 도입했다. 움직이지 않고 자동차로 모든 것을 해결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면서, 이 시스템은 미국의 비만인구가 증가하는 데도 큰 몫을 했다. 자동차는 미국인들에게 수많은 추억을 남겨준다. 이들에게 첫 차는 각별하고, 가족들과 오랜 시간 함께 한 차는 단순한 기계덩어리가 아니라 친구나 다름없다.

 

지난 100여 년 간 자동차와 꼭 붙어 생활하며 그 성능을 누리고, 심지어 자기의 성능처럼 여기면서까지 살았으니, 사랑과 애정이 생기는 건 충분히 그럴 법하다고 본다. 이런 감정선을 자극하는 자동차 회사의 광고는 미국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이런 자동차 문화에도 불구하고 요즘 미국 자동차 업계는 고민이 많다고 한다. 요즘, 특히 젊은 사람들이 자기 차를 소유하기보다 집카(Zip Car)나 우버 등으로 자동차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자동차란 ‘애정 넘치는 마이 카’라기보다 어디든 갈 수 있는 교통수단에 머무를 것이다. 자동차 문화를 사랑하는 이들에겐 더욱 더 아쉬운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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