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에 핸들이 있는 자동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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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에 핸들이 있는 자동차 이야기
  • 정창균 / 삼성화재교통박물관 차장
  • 승인 2018.08.20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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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통행, 우측통행… 나라마다 왜 다를까?
자동차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나라마다 왜 자동차 운전석 위치가 다르게 있는지 궁금해 할 것이다. 이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좌측통행과 우측통행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현재 통계적으로 전 세계 65%의 나라는 우측통행을 하고, 나머지는 좌측통행을 한다. 좌측통행을 하는 나라 대부분은 영국의 지배를 받거나 지배를 받았던 나라들이다. 물론, 일본 및 태국과 같이 영국의 지배를 받지 않은 나라도 있다. 그럼 왜 나라마다 다른 방식이 생겼을까?

운전석 위치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 비율’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현재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의 비율은 1대 10 정도. 즉,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른손잡이며, 모든 일을 하는데 있어 오른손잡이 위주로 정해져 버린 것이다. 그런데 이 사실과 운전석 위치와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
 

1998년 고고학자들은 영국에서 고대 로마시대의 채석장을 발견했다. 그들은 채석장에서 외부로 연결된 도로를 연구했는데, 출구방향을 볼 때, 왼쪽이 상대적으로 오른쪽보다 꺼져있는 것을 발견한 것. 이는 외부로 나가는 돌의 무게로 인해 도로가 침하된 것으로 추정되며, 이를 근거로, 로마제국은 좌측통행을 했다고 결론을 지었다. 그럼 왜 로마제국은 좌측통행을 했을까? 오른손잡이 생각에서 나왔을 확률이 매우 높다. 로마제국은 많은 도로를 건설했는데, 도로를 만든 가장 큰 목적은 전쟁에서 이기고 유럽 전체를 지배하기 위함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언제든지 전쟁을 할 수 있어야 했는데, 대부분의 병사들이 오른손잡이인 관계로 오른쪽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좌측통행을 선호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중세에 들어서 이런 경향은 더 뚜렷해졌다. 당시 도로는 매우 위험한 곳으로 도로를 달리다 불행한 일이 벌어질지 몰라 항상 긴장을 하고 다녀야했던 시기이다. 특히 반대편에서 달려오는 말이나 마차에서 어떤 불한당이 나타날지 몰랐기 때문에 항상 왼쪽에 무기를 차고, 오른손으로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좌측통행을 선호했다고 한다. 심지어 1300년 교황 보니파시오 8세는 로마를 방문하는 순례자들에게 좌측통행을 권고하기까지 했으며, 이런 상황은 18세기 초까지 이어졌다. 
 

18세기 말에 들어오면서 이런 현상은 미국을 시작으로 바뀌게 된다. 넓은 대륙을 횡단하던 마차를 운전하는 사람들을 팀스터(Teamster)라고 불렀다. 팀스터는 여러 마리 말을 이용해 많은 짐을 실은 대형마차를 끌게 했는데, 좌석 없이 맨 뒤 오른쪽에 있는 말에 앉아 채찍으로 말들을 조정하며 대륙을 횡단했다. 이들은 매우 긴 채찍을 사용해 여러 말을 동시에 채찍질을 했기 때문에 항상 그들의 오른쪽은 위험한 곳이었다. 이들이 변화를 일으킨 것이다. 이들은 본인들이 끄는 마차 속도도 높고 채찍의 위험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자체적으로 우측통행을 시작했고, 이것은 전국적으로 확산이 되었다. 결국 미국은 1792년 펜실베니아를 시작으로 우측통행을 법으로 시행했다.

 

19세기말 미국 팀스터의 모습

 

그럼 좌측통행만 하던 유럽은 어떻게 우측통행을 시작하게 되었을까? 발단은 프랑스였다. 하지만, 왜 프랑스에서 좌측통행이 아닌 우측통행을 시작했는지에 대한 이유는 명확하지 않지만 세 가지 정도를 추정해볼 수 있다. 하나는 프랑스혁명을 이끈 사람들이 교황의 권고사항을 듣기 싫어했다는 설이고, 다른 하나는 프랑스가 영국이 하는 방식을 따라하기 싫어서라는 이야기다. 마지막은 나폴레옹이 왼손잡이라서 우측통행을 지시했다는 것. 이 세 가지 중에서 어떤 이유가 맞는지 모르지만, 나폴레옹이 정복한 유럽 국가들은 무조건 우측통행을 했고, 나폴레옹이 물러간 뒤에도 이는 계속 이어졌다. 이후, 20세기 독일이 유럽 국가들을 정복하면서 우측통행은 유럽에서 완전히 정착되었다.
 

반면 영국은 미국의 영향 혹은 프랑스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영국 도로는 좁았기 때문에 미국과 같은 대형마차를 사용할 수 없었고, 프랑스 지배 또한 받지 않았기 때문에 계속적으로 좌측통행을 실시했다. 1773년 영국은 좌측통행을 법으로 도입한다. 18세기 영국이 식민지를 넓히면서, 영국의 좌측통행 방식을 식민지에 도입했고, 이 때문에 지금도 호주, 뉴질랜드, 말레이지아와 같이 식민지였거나, 현재도 영국의 영향을 받는 지역에서는 아직도 좌측통행을 하고 있다. 또한, 일본 및 태국과 같이 영국과는 큰 상관이 없는 나라도 도로 및 철도를 처음 도입할 때 영국인의 도움을 받으면서 좌측통행을 시작했다. 
 

초창기 자동차는 대부분 마차형태였으며, 지금과 같은 핸들 대신, 막대를 좌우로 움직이며 조정했다. 이 막대를 조정하기 위해서는 많은 힘이 필요했는데, 이를 위해 운전자는 좌측에 앉고 오른손으로 막대를 움직여 운전했다. 그러다가, 요즘과 같은 원형 핸들이 도입이 되면서 좌측통행을 하는 나라 자동차는 대부분 왼쪽에, 우측통행을 하는 나라는 대부분 오른쪽에 핸들을 달아 운전자가 승하차를 쉽게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래서 20세기 초까지 미국에서 만든 자동차는 핸들이 오른쪽에, 영국에서 제작된 자동차는 핸들이 왼쪽에 있었다.

 

19세기말 자동차-다임러 V2

 

오른쪽에 핸들이 장착된 독일 자동차-메르세데스 40HP

 

20세기 초, 자동차가 늘고 성능도 좋아짐에 따라 앞차를 추월하기 위해 반대편 차선을 볼 일이 많아졌다. 이때 등장하는 자동차가 자동차 대중화의 시초, 포드 모델 T다. 헨리 포드는 자동차 추월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운전석을 왼쪽 장착했고, 탑승객이 안전히 오른쪽으로 승하차할 수 있는 방식으로 모델 T를 만들어 1908년부터 1927년까지 20년간 1500만대가 넘는 모델 T를 전 세계에 판매했다. 대량생산 자동차가 핸들을 중앙선 쪽에 배치를 하자, 다른 제작사들도 이 방식을 따르기 시작했다.
 

헨리 포드와 포드 모델 T

 

1920년대 들어, 캐나다, 이탈리아, 스페인 등이 우측통행으로 바꾸었고, 1930년대에는 동유럽 대부분의 나라도 이를 따르기 시작했다. 영국의 식민지나 프랑스 식민지들도 국가가 독립함에 따라 순차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대부분, 이웃국가의 방식에 맞춰 통행방향을 설정하고 점점 우측통행을 도입하는 국가가 늘어났다. 하지만 아직도, 국경을 넘을 때 진행방향을 변경해서 가는 나라도 많이 있다. 영국차가 도버해협을 넘어 프랑스로 가게 되면 통행방향을 바꿔야하고, 홍콩차가 중국으로 넘어갈 때도 마찬가지다.
 

1960년대 대표적인 좌측통행 국가 중에 하나인 영국에서 우측통행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하지만, 기득권들의 대항, 변환으로 인한 막대한 비용지출 우려 및 사회적 혼란을 고려, 제대로 추진이 되지 못하고 끝났다. 현재 유럽에서는 영국, 아일랜드, 키프로스, 몰타 4개국만 좌측통행을 유지하고 있다.
 

1992년 영국의 멕라렌에서 획기적인 자동차를 출시했다. 멕라렌 F1. BMW V12기통 엔진을 얹은 수퍼카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양산차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모델이다. 이 자동차는 수퍼카로 유명하기도 하지만, 독특한 좌석배치로도 이름을 떨쳤다. 일반적인 수퍼카는 2인승이지만, 이 차는 3인승으로 운전석을 중앙에 배치했다. 즉, 이 차를 운전하면 좌측통행을 하는 나라든, 우측통행을 하는 나라든 손쉽게 적응해 운전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총 106대를 생산했으며 제이 레노, 브루나이 국왕 등 유명인들이 소유한 것으로 유명하다.
 

21세기에 와서 좌측통행이나 우측통행이 가지는 의미는 기존과 다를 것 같다. 자율주행자동차가 생기면 운전하는 사람도 없고, 운전대도 없기 때문에 핸들의 중요성은 없어질 것이며, 그저 길을 건널 때 차량이 오는 방향을 유의하는 방식 정도로 생각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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