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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순하가 만난 사람 / FCA코리아 파블로 로쏘 대표
최근 FCA코리아가 지프에 집중하며 새로운 활로를 모색 중이다. 그 중심에 파블로 로쏘 대표가 있다. 그에게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지프에 거는 기대와 성공가능성을 물었다
2018년 07월 17일 (화) 17:34:32 황순하 c2@iautocar.co.kr
이충희 c2@iautocar.co.kr
   
 

‘이탈리안 잡’(Italian Job), 2003년에 제작되어 우리나라에서도 큰 인기를 모았던 할리우드 영화의 제목이 아니다. 30여 년 전 필자가 미국에서 MBA를 공부하던 시절, 온갖 인종들이 가득 모여 있던 강의실에 늘 늦게 들어와서는 과장된 몸짓과 농담으로 변명을 하면서 강의실 전체를 웃음에 빠트리던 이탈리아 남자 3인조가 있었다. 머리는 부스스하고 옷도 대충 걸치고 들어오는데도 나름 스타일리시하고, 강력한(?) 쾌활함으로 도저히 미워할 수 없도록 상황을 반전시키는 그 능력에 대해, 클래스의 학생들은 그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 해서 ‘이탈리안 잡’이라고 불렀다.  



파블로 로쏘(Pablo Rosso) 대표를 만나러 가며 필자의 머릿속에 문뜩 떠오른 추억이었다. 2012년 말 FCA코리아의 초대 사장으로 한국에 온 그는 편식 심한 수입차 시장에서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피아트(FIAT), 크라이슬러(Chrysler), 지프(Jeep)의 3개 브랜드를 파느라 고군분투했고, 이제는 지프에 집중해 상황반전을 노리고 있다. 독일의 몇몇 브랜드에 압도되어 다양성과 흥미를 잃어가는 국내 수입차시장에 멋진 카운터펀치를 날려주길 바라는 마음이었을까? 인터뷰 장소에 성큼 들어서는 로쏘 대표는 의외로 차분하고 단단한 인상이었다. 하지만 인터뷰 내내 보여준 성격 급하고 직설적이고 달변가이면서 유머러스한 모습은 영락없는 이탈리안이었다.
 

로쏘 대표는 이탈리안 혈통으로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났다. 엔지니어를 거쳐 생산과 마케팅을 하다가 미국 샌디에이고의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에서 MBA를 마쳤고, 피아트그룹의 대형 상용차 브랜드 이베코(IVECO)의 물류부문에 들어가 자동차와 인연을 맺은 지 이제 20년이 되었다. 그의 자동차와의 긴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사실 아버지가 피아트의 엔지니어어로 오래 일했다. 그래서 어렸을 적부터 자동차와 연관되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난 자동차에 그리 관심이 없었다. MBA를 마치고 아르헨티나에 돌아왔을 때 피아트에서 연락이 왔다. 5년 동안 3개국을 다니며 일하면서 트레이닝도 받는 프로그램을 제안했는데 너무 끌려서 덜컥 수락했다. 그 뒤 피아트그룹 내 개성 강한 여러 브랜드를 돌아가며 맡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뭐, 특별한 건 없다(웃음).”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서로 다른 문화와 시장 환경에서 살아남는 비결은 무엇일까? 
“이탈리아 사람으로서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나 자라고 미국에서 공부한 뒤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근무하다 보니 다양한 지역의 환경에 어렵지 않게 적응할 수 있었다. 어디서 근무하든 항상 ‘충분하지 않아’(Never Enough!)를 직장생활의 모토로 삼고 내가 이끄는 조직의 기업문화로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 지 알 수 없고, 우리가 처한 환경은 늘 변화하기 때문에 언제나 좀 더 노력해서 개선해야 할 부분들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그래서 좋은 성과를 냈더라도 늘 충분치 않다고 강조했다. 직원들은 싫어하지만(웃음). 지금껏 가장 보람이 있었던 건 2006년 포르투갈 판매 법인을 맡았을 때와 이곳 FCA코리아에 부임했을 때다.


어려움에 빠져 있던 조직을 성공적으로 회생시킨 것이다. 단순히 경영성과를 적자에서 흑자로 만든 것만이 아니라 강력한 기업문화를 정착시켜 직원들의 사기와 자긍심을 높이고 더 나은 커리어 기회를 갖게 했다는데 자부심을 느낀다. 좌절의 경험은 말하기가 좀 그렇지만 파리에서 근무하고자 하던 꿈이 어긋났을 때다. 프랑스에서 피아트는 늘 판매가 잘 되고 프랑스 정부와의 관계도 끈끈하지만, 개인적으로도 꼭 가서 살고 싶은 곳이었다. 당연히 경쟁이 치열한 자리라 열심히 일해 성과를 내고 노력도 많이 해서 거의 됐다고 생각했는데 막판에 어긋나서 못 가게 됐다. 많이 아쉬웠고, 그래서 여기 서울에서 프랑스마을로 불리는 방배동 서래마을로 이사할 계획이다(웃음).”
 

1988년 수입자유화 이후 국내 수입차시장은 부침을 겪으면서도 꾸준히 성장했고, 특히 2010년 이후 폭발적인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웃 일본의 수입차 시장이 90년대 중반 전체 자동차 시장의 10%까지 성장했다가 감소하여 현재 6% 내외에 머무르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 수입차 시장은 한국GM이나 르노삼성이 수입하여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의 공식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 임팔라(Impala)나 QM3같은 차종까지 합치면 월 3만 대로 전체 자동차 시장의 20%에 육박하고 있다. 이런 수입차의 놀라운 약진에 대해 많은 연구 보고서가 나와 있지만, 현장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는 일선 사령관들의 견해는 늘 흥미진진하다. 
“국내 수입차시장의 급속한 성장에는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있다고 본다. 먼저 사회적으로 소득수준이 올라가 여유가 생기니 보다 다양하고 색다른 자신의 개성을 나타낼 수 있는 자동차를 구매하기 시작했다. 이런 현상은 자동차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가전제품이나 가구 같은 다른 분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일단 이런 새로움에 눈뜨면 되돌아갈 수 없고 주변에서 따라 하기 시작하니 판매가 계속 늘어난다.

두 번째 요인은 국산차와 수입차의 가격 차이가 크게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미국이나 EU와 체결한 FTA가 수입차의 가격 하락에 큰 역할을 했지만, 수입차업계에서도 시장 변화의 추이와 패턴을 잘 이해하고 가격차를 줄이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해왔다. 가격 할인 외에도 엔진 배기량을 다운사이징하여 성능은 유지하면서 원가를 줄였고, 각 세그멘트 특성에 맞추어 옵션 조정도 많이 했다. 솔직히 국산차들이 고급화되면서 가격을 꾸준히 올린 것도 소비자들이 수입차에 더 관심을 갖게 했다고 본다.”

 

   
파블로 로쏘 대표는 한국의 역사와 풍경, 그리고 특히 음식을 좋아한다

 

그는 과연 국내 수입차시장과 소비자들의 구매패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한국에서는 큰 차들이 많이 팔린다. 소비자들의 자기과시(Showoff)가 심한 것 같다. 같은 차종도 비싼 트림이 먼저 팔리고 실용적인 저가 트림이 나중에 팔리기 시작한다. 물론 비싼 트림이 항상 더 많이 팔린다. 비싼 옵션들을 선호하는 건 자기과시도 있지만, 한국 소비자들이 하이테크 기술에 민감하고 그 기술들이 줄 수 있는 안락함과 편리함, 안전 등을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옳고 그름은 없다. 시장의 특성이 그러니 우리가 맞춰야 한다. 그리고 애프터서비스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국산차보다 더 비싸게 주고 구매했으니 기대수준이 더 높아지는 건 이해한다. 그래서 더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더 비싼 해외브랜드 가전제품들도 마찬가지다. 아, 그런데 자동차의 색상은 보수적으로 선택하더라(웃음).”

작년 수입차시장 통계를 보면 독일의 메르세데스-벤츠가 57%로 감소하고 일본 브랜드는 19%, 미국 브랜드는 9%로 상승했다. 이는 디젤게이트 여파로 폭스바겐과 아우디의 판매가 극히 저조했기 때문에 발생한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제 폭스바겐과 아우디가 판매를 재개하고 있으니 머지않아 독일 브랜드들이 다시 강력하게 시장을 장악할 수 있을까? 아니면 소비자들의 개성적인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시장수요가 더욱 다변화된 것일까? 
“톱5 중 2개 브랜드가 디젤게이트로 인해 판매를 못했으니 당연히 작년의 시장다변화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본다. 폭스바겐과 아우디가 판매를 개시하면서 다시 독일 브랜드로의 쏠림이 시작되겠지만 이전만큼은 아닐 거라 생각한다. 한 번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되면 다시 돌아가지 않는 무리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디젤엔진도 마찬가지다. 강력한 토크와 효율적 연비, 가솔린보다 싼 가격 같은 강력한 메리트에 한동안 사람들이 매료되었지만, 디젤게이트 여파로 하이브리드나 다운사이징된 가솔린엔진 차량을 타보면서 새로운 경험을 했으니 우리에게는 좋은 기회다.”  
 

향후 국내 수입차시장이 얼마나 더 성장할 수 있을지가 가장 큰 화두다. 로쏘 대표의 의견이 궁금했다.
“자국 내 70~80%의 높은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는 강력한 로컬 자동차업체를 가진 나라는 아시아에서 한국과 일본뿐이다. 하지만 섬나라인 일본에 비해 한국은 해외 문물에 훨씬 개방적이다. 그래서 서구의 사례가 더 적절하게 적용될 수 있다고 본다. 독일의 경우 자국 브랜드들의 로컬 시장 점유율이 60% 정도다. 미국과 이탈리아는 25~30%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한국 수입차시장은 향후 더 성장할 수 있다고 본다.”
 

2019년 말 한국GM의 경상용차 다마스와 라보가 단종되면 서민용 저가 상용차들이 가성비를 앞세워 중국에서 대거 수입될 것이 확실하다. 한국 자동차 성장이 정체된 상태에서 수입차의 시장점유율은 지금보다 더 높아지면서, 이래저래 수입차시장은 더욱 커지지 않을까? 
“정확한 지적이다. 중국 자동차 수입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먼저 선진국 브랜드 차종의 중국 내 제조는 매우 민감한 이슈이고 아직 한국의 소비자들은 많이 꺼려하고 있다. 따라서 원가가 좀 내려간다 해도 그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하게 얘기할 수 없다. 하지만 중국 로컬브랜드라면 그런 문제가 전혀 없을 거라 본다. 그들은 아직 내수에 치중하고 있지만, 머지않아 내수 성장이 둔화되면서 본격 수출 시장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한국에도 향후 다양한 중국산 차종들이 많이 수입되어 가성비를 무기로 활발하게 판매될 것으로 예상한다.”
 

최근 FCA코리아의 전시장들이 지프 전용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빠르면 올해 내 전국 19개 전시장의 전환을 끝내기 위해 서두르고 있는 듯하다. 이 같은 변화는 한국만이 아닌 FCA그룹 전체의 큰 변화에 따른 것이다. 그동안 국내 수입차시장의 전반적인 호황에도 불구하고 피아트와 크라이슬러의 판매가 부진한 이유가 궁금했다. 제품력의 한계일까, 아니면 마케팅에 실수가 있었던 걸까? 
“부임하기 전 일들은 잘 모르겠다(웃음). 매우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우선 유통채널 전략이 좋지 않았다고 본다. 작고 귀여우면서 유니크한 감성의 피아트 500 시리즈를 크고 무덤덤한 느낌의 크라이슬러 차종과 같은 쇼룸에 전시해서 브랜드 이미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고 메시지에 혼란이 생겼다. 그리고 미니(Mini)에 맞추어 고가로 갔던 가격정책도 잘못이었다.

 

이후 판매가 부진해지고 재고 처리를 하느라 가격할인을 많이 한 것도 좋지 않았다. 좀 더 시간을 가지고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차근차근 살리는 방향으로 갔어야 하는데, 빠른 성공과 대량 판매 달성에 너무 몰두한 탓이다. 미니가 독립된 전시장을 가지고 본사의 활발한 지원을 받으면서도 십 년 이상 걸려 구축했던 브랜드의 아성에 도전하면서 준비가 충분치 않았다. 아시다시피 수입차 시장의 전부는 브랜드다. 한 번 무너진 브랜드를 다시 살리기는 어렵다.”
 

   
전  세계에서 팔리는 SUV 5대 중 1대가  되는게 지프의 최종목표다

 

현재 FCA코리아에서는 사실상 지프만 파는 셈이다. 엄청난 물량경쟁이 벌어지는 수입차시장에서 3%의 시장점유율을 지켜온 것도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번 장기 경영계획에 의한 브랜드정책 시프트(Shift)가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그룹 내 어느 브랜드도 버리지 않았다. 2014년 크라이슬러와 완전 통합 이후 많은 브랜드들을 각 지역에서 시행착오를 거치며 운영해본 결과를 바탕으로 최적화 플랜을 발표한 것이다. 예를 들어 피아트는 유럽과 브라질에 집중하고 크라이슬러는 전체 판매의 95%를 차지하는 북미 시장에 주력할 것이다.

 

반면 마세라티와 지프는 글로벌 브랜드로 그 역량을 인정받아 추가 SUV 라인업 확장과 함께 더 많은 지역으로 진출할 것이다. 알파로메오는 아직 라인업이 충분치 않지만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역시 SUV와 트럭 위주의 라인업 확장이 이루어지면서 주요 시장에 순차적으로 나아갈 예정이다. 향후 주력할 4개 브랜드가 현재 전체 그룹 이익의 80%를 차지하니 당연한 결정이다. 그래서 한국 시장에서 FCA코리아는 지프에 집중할 것이다.” 
 

전 세계에서 SUV의 대명사로 불릴 만큼 지프는 절대적인 영역을 구축해왔다. 그렇다면 이제 지프는 자신을 어떻게 차별화하면서 브랜드의 독자성과 지속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지프는 다르다. 그 한 문장으로 충분하다. SUV의 본질은 오프로드(Off-road)인데,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SUV 브랜드는 세상에서 지프와 랜드로버 딱 두 개라고 생각한다. 단 지프는 럭셔리 브랜드인 랜드로버와 달리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가격으로 ‘언제든지 어디든 갈 수 있다’는 DNA를 경험할 수 있는 진짜 SUV다. 지프는 SUV 세그멘트를 만들었고, 모든 정책과 투자를 집중해 SUV에 특화된 기술을 70년 넘게 개발해왔다.

 

지프는 산에서 태어나 도시를 향한다. 최근 들어 승용차 기술을 바탕으로 SUV를 만들어내는 다른 브랜드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런 SUV들은 험한 산에 오르기 어려울 것이다. SUV 오너들이 실제로 대부분의 시간을 도시에서 보낸다는 건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지프도 그에 맞춘 기술개발을 계속 하고 있다. 하지만 아주 가끔씩이라도 산에 오르고 싶을 때, 오너들을 안전하게 높은 곳까지 데리고 가는 익스트림 오프로딩(Extreme Off-roading) 능력은 어느 지프 모델이라도 기본적으로 갖췄다.”
 

지프의 라인업 확장 계획과 그에 맞춘 판매목표 로드맵이 궁금했다. 그리고 최근 고성능 모델들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어 FCA그룹의 고성능 디비젼인 ‘SRT’ 모델의 도입 가능성도 물었다. 
“그랜드 체로키 SRT는 정말 판매하고 싶은데 불행히 한국정부의 소음인증을 통과하지 못해 정말 아쉽다. 700마력이 넘는 그랜드 체로키 트랙호크도 마찬가지다. 대신에 새로운 경영계획에 의해 A 세그멘트의 소형 SUV, 7인승 대형 그랜드 왜고니어와 각 모델별 EV와 자율주행 버전이 추가될 예정이다. 이제 지프는 고객들의 용도나 지갑 수준에 모두 맞출 수 있다. 구체적인 연도별 판매목표는 밝힐 수 없지만, 세르히오 회장이 궁극적으로 전 세계에서 팔리는 SUV 5대 중 1대가 되는 게 지프의 최종목표라 말했으니 그 지침에 맞추어 한국 시장에서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펼쳐갈 계획이다.”
 

이런 야심찬 계획에 FCA코리아의 딜러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을까? 피아트와 크라이슬러를 포기하고 지프만 팔게 되니 기존에 투자해놓은 부분도 있을 터라 충분히 불만이 터져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파트너(로쏘 대표는 딜러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들의 고민과 불만을 잘 알고 있다. 우리는 자주 모여서 어떤 주제라도 툭 터놓고 솔직하게 토론한다. 피차 거북한 주제가 나와 다툴 때도 있지만, 언제나 서로 이해하고 팀워크를 다지며 대화를 끝낸다. 이번 지프 집중방침에 대해서도 처음에는 상당히 의아해하고 불안해했지만, 지금은 다시 한 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적극 협력하고 있다. 지프 전용전시장으로 꾸미는 것도 어차피 지프가 전체 판매량의 85%를 차지하기 때문에 지프에 특화된 콘셉트로 집중할 수 있어 파트너들도 좋다고 한다.

 

이제 ‘지프 인 코리아’(Jeep in Korea)라는 새로운 방향을 따라오는 파트너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게 나의 일이다. 기존 피아트와 크라이슬러 오너들은 더욱 강화된 고객 프로그램을 통해 지프 가족으로서 계속 지원할 계획이다. 애프터서비스도 끝까지 책임질 것이다. 한국의 중고차 시장은 신차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운영된다. 맨투맨 방식으로 거래되는 경우가 많아 가격 하락이 어느 정도는 완화되리라 기대한다. 그래도 여러 가지 문제로 불안해하실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가 더 열심히 해야 한다.”

 
향후 지프 라인업의 확대와 판매물량 증대에 따른 딜러 추가계획이 궁금했다. 브랜드에 관계없이 판매확장은 기존 딜러들의 공통된 관심사항이기 때문이다.
“국내 수입차시장은 각 딜러의 관할 지역과 판매 장소가 많이 다르더라(웃음). 현재 전국적으로 12개의 파트너가 19곳의 전시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판매규모나 경쟁 브랜드에 비해 파트너 수가 좀 많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한 곳의 파트너가 여러 지역의 고객들을 커버할 수 있으니 향후 판매대수가 늘어나더라도 파트너의 숫자는 늘리지 않을 계획이다. 파트너 당 판매대수를 더 늘려야 한다. 그래야 파트너들도 추가 투자를 위한 여력이 생긴다.” 
 

최근 시트로엥 CEO인 린다 잭슨(Linda Jackson)은 2020년까지 온라인으로 전체 판매량의 10%를 판매할 수 있도록 운영시스템을 갖추겠다고 발표했다. 표준화되어 일상용품처럼 되어버린 온라인 판매는 자동차의 유통비용을 대폭 줄이기 위해 이미 많은 브랜드들이 검토하고 있는 새로운 유통전략이다. 
“유통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있다면 당장 오늘부터 실행할 것이다(웃음). 최근의 여러 조사보고서에 의하면 소비자들이 온라인으로 자동차에 대해 많은 정보를 검색하지만, 실제 구매는 오프라인을 선호한다. 자동차는 값이 비싼 물건이라 실제로 보고 타본 뒤에 결정하는 것이다. 어떤 형태로든 중간에 딜러를 매개로 한다면 실제 유통비용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앞으로 상당한 기간 동안 가능하지 않은 옵션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브랜드나 시장에서 확실하고도 지속적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시장의 주목을 끄는 혁신적인 기술과 트렌드의 계획이 있어야 한다. 지난 6월에 발표한 지프의 5개년 장기경영계획이 관심을 끈 이유다. 최근 정부도 친환경차의 의무판매비율을 부과하는 등 친환경 규제를 시작했다. FCA코리아는 매년 높아지는 규제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까? 
“그동안 여러 가지 이유로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량의 개발에 주력하지 못해 온 건 사실이다. 이제 FCA는 친환경차 개발에 집중하여 2022년까지 지프를 포함해 프리미엄 모델 중심으로 30개 이상의 전기화 솔루션 차종들을 선보일 계획이다.

 

자율주행시스템 개발에서도 구글이나 BMW같은 업계 최고수준의 업체들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서 그 동안의 부진을 씻어내고 시장의 요구 수준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출 것이다. 이런 미래기술 개발에 있어 우리의 원칙은 ‘관련 분야 파트너들과 협력’이다. 이는 매우 신중하고 정상적인 판단이고 이를 통해 원가와 미래에 대한 리스크를 대폭 줄일 수 있다. 또한 경쟁 브랜드보다 빨리 움직이지는 않아도 시장의 요구수준에 맞추어 적절히 대응할 수 있다고 본다. 단, 오프로드(Off-road)와 관련된 기술에서는 지금껏 그래왔듯 앞으로도 항상 최고의 위치를 유지할 것이다.”
 

최근 마세라티의 판매 강세로 볼 때 이탈리아의 디자인 특성도 이제 국내시장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는 듯하다. 국내 럭셔리 수입차시장도 커지고 있어 그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고성능 브랜드인 알파로메오의 성공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스포츠 세단 줄리아(Julia)와 고성능 SUV 스텔비오(Stelvio) 같은 매력적인 모델들도 이제는 들여올 때가 되지 않았을까? 
“그룹 방침에 의해 공식적인 출시계획은 비밀로 해야 하니 이해해주길 바란다. 나 역시 이야기할 수 없어 아쉽다.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모든 브랜드가 그러하듯 알파로메오 역시 제품 계획에 맞춰 주요 시장을 조사하고 예상되는 성과에 따라 우선순위로 진출 장소와 시기를 결정하는 과정 중이라는 것이다. 알파로메오는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에 맞설 수 있는 정말 환상적인 브랜드이고 엄청난 기회가 될 것이라 개인적으로는 정말 들여오고 싶다. 한국시장의 매력을 본사에 잘 어필해서 가능한 한 빨리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게 나의 일이다.”
 

현재 FCA그룹의 글로벌 판매에 있어 한국시장의 비중은 어느 정도일까? 
“한국에서의 판매물량은 아직 많지 않지만 영업이익은 FCA그룹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톱 3에 들어간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한국 수입차시장은 고가의 하이엔드 제품 중심이고 프리미엄 브랜드를 선호하면서 시장반응이 빨라 본사에서는 늘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수입차업계는 그 동안 국내 브랜드들이 소홀히 해왔던 소비자 존중, 시승을 비롯한 다양한 체험 이벤트, 자동차를 통한 라이프스타일 향상 등을 통해 새로운 자동차문화의 도입과 증진에 크게 기여했다. FCA코리아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어느 기업이나 자기가 속한 커뮤니티를 돕는 건 당연한 의무다. 또 한 번 시작하면 꾸준히 해야 한다. 우리도 작지만 여러 활동들을 지속하고 있는데, 주로 어린이들을 돕는 활동을 한다. 어린이들은 제대로 성장하기 위해 누군가의 도움이 꼭 필요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단 이런 사회활동들을 알리지 않고 마케팅에 활용하지도 않는다. 아무래도 회사의 비용과 자원이 들어가니 좀 민감한 이슈이긴 하지만, 이렇게 하는 게 옳다고 본다.”



로쏘 대표는 요새 트렌드인 워라밸을 어떻게 실천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내친 김에 한국에 와서 좋은 것 세 가지를 꼽아 달라고 했다. 
“한국 사람들은 정말 열심히 일한다. 우리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나도 부임 초기에는 업무 파악하고 적응하느라 밤낮없이 바빴다. 몇 년 지나고 나서야 균형을 잡기 시작했다. 요새는 골프도 하고 여행도 다니면서 나름 여유를 찾고 있다.

 

한국에 와서 좋은 게 굉장히 많은데 세 개만 고르려니 어렵다(웃음). 우선 사람들이 참 좋다. 친절하고 서로 도와주고 배려해준다. 사회 전체가 마치 서로를 잘 아는 커뮤니티 같다. 안전하고 살기 편하다. 두 번째는 음식이다. 여러 나라를 다니며 그 나라 음식들을 즐겼지만 한국의 음식이 가장 맛있다. 세계 어느 나라와 다른 독특함이 있다. 재료나 요리방식도 건강에 좋고. 세 번째는 여행이다. 면적이 크지 않은 나라인데도 구석구석 오래된 역사와 이야기들이 많고 경치가 멋지다.”
 

마지막으로 20년을 같이 해 온 자동차는 그에게 어떤 존재일까? 그리고 자동차와 관련한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조언을 하고 싶을 지 물었다.  
“자동차는 집 다음으로 큰돈이 들어가는 구매 품목이다. 내가 누구인지를 보여주는 도구이기도 하다. 그리고 친환경차를 포함해서 정말로 많은 자동차들이 시장에서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가 사람과 물건을 물리적으로 이동시켜주는 존재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안락해야 하고 안전해야 한다. 자동차산업은 세상 어느 다른 업종보다 혁명적인 기술발전이 늘 생겨나고, 엄청나게 많은 데이터를 분석해야 하고, 하나의 결정을 내릴 때 정말 많은 요인을 검토해야 한다. 정말 익사이팅하고 매력적이다.” 


처음에는 무슨 답이 이런가 싶었다. 곱씹어보니 질문을 정확히 분석하고 요약해서 그 답을 알려줬다. 정말 엔지니어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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