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아렉, 놀라운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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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렉, 놀라운 변화
  • 최주식
  • 승인 2018.07.26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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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대 투아렉은 이전 세대와 다르고 라이벌과도 다르다. 정직한 달리기는 자연스럽고 안정적이다
공항 가는 길. 먹구름이 잔뜩 낀 하늘이 심상치 않다고 생각하는 순간 섬광이 번쩍였다. 그 순간 우리를 태우고 돌아가야 할 루프트한자의 조종사는 인천에 상륙하는 것을 포기하고 김포로 항로를 바꾸었다. 그 바람에 연착이 되는가하면 프랑크푸르트에서 뮌헨으로 가는 연결편을 놓치고 말았다. 그리고 다음날 뮌헨에서 전세기를 타고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 도착했다. 여정은 순탄치 않았지만 아직 잔설을 머금은 산봉우리와 푸른 하늘, 상쾌한 공기가 괜찮다며 어깨를 다독여주었다. 
 
 
이제 폭스바겐 더 뉴 투아렉을 만날 시간. 첫인상은 ‘아, 폭스바겐이구나’ 하는 전형적인 디자인이지만 어깨에 잔뜩 에지를 넣은 슈트를 입은 것처럼 당당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세련된 분위기를 풍기지만 내게 매력적인 디자인은 아니다. 아무튼 대형 SUV라는 덩치가 주는 부담은 별로 없다. 투아렉은 2002년 첫 1세대 출시에 이어 2010년 2세대를 거쳐 이번이 3세대. 포르쉐 카이엔과 플랫폼을 함께 하며 화제를 불러왔지만 그만큼 그늘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어떤 방향성으로 투아렉만의 길을 열어갈 것인지 궁금했다. 
 
 
3세대 투아렉은 폭스바겐의 플래그십으로서 프리미엄 SUV 시장을 겨냥한다

 

저마다 인공지능, 커넥티비티 등 미래를 이야기하는 요즘 투아렉 역시 이런 트렌드를 충실히 반영한 듯하다. 나아가 선구자적인 위치를 점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단순한 성형만이 아니라 상당한 내적 변화를 겪은 뒤의 자신감이다. 여러 가지 모델 라인업이 추가되고 정리되는 상황에서 투아렉은 폭스바겐의 플래그십으로서 지위와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그만큼 디자인과 기술, 장비 등의 업그레이드에 신경 써서 프리미엄 SUV 시장을 겨냥한다. 

 
 
투아렉 개발팀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배려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그것은 같은 그룹 내의 아우디 Q7, 포르쉐 카이엔이나 벤틀리 벤타이가와는 다른 길을 가고자 하는 지향점이었다. 다이내믹한 달리기를 약속하면서도 정직한 자연스러움을 담고, 안락성을 최적화하는 것 등이다. 신형 포르쉐 카이엔과 마찬가지로 MLB 플랫폼으로 만든 차체는 알루미늄과 철 복합구조로  2세대보다 106kg 무게가 줄었다. 사이즈는 길이(+77mm)와 너비(+44mm)가 커졌지만 높이는 7mm 낮아졌다. 실용 공간을 키우고 주행 역동성을 고려한 비례라는 설명이다. 트렁크 용량은 뒷좌석을 세웠을 때 810L로 113L 더 늘어났다.
 
     
V6 3.0 TDI 286마력 엔진은 부드럽고 강하다

 

아테온에서 이미 보여주었듯 앞 프론트 그릴과 헤드램프는 마치 일체형인 것처럼 하나의 선으로 이어진다. 간결하면서 넓어 보이는 효과를 주는데 사실상 눈여겨보아야 할 부분은 LED 매트릭스 헤드라이트다. 헬라(HELLA)와 함께 개발한 ‘아이큐 라이트’(I.Q Light)는 반응형 시스템으로 달리는 도로 주변 환경에 맞추어 매우 지능적으로 작동한다. 전면 카메라와 내비게이션 시스템의 디지털 지도 데이터, GPS 신호, 핸들 각도와 현재 주행 속도를 인식해 적절한 라이팅을 위한 특정 LED를 활성화 시키는 원리다. 나이트 비전과 더불어 야간 주행에서 탁월한 성능을 보여준다.  

 
 
신형 투아렉의 키포인트 중 하나는 바로 디지털화. 3세대 투아렉을 만나면서 놀라게 되는 것은 바로 차문을 열고 실내를 처음 보았을 때다. 새로운 디지털 컨트롤센터인 ‘이노비전 콕핏’은 12인치 디지털 계기와 이어지는 중앙의 15인치 TFT 터치스크린으로 시선을 압도한다. 다음으로 놀라게 되는 것이 화면을 꽉 채우는 위성 지도다. 구글어스를 바탕으로 종래의 내비게이션과는 선명함과 디테일에서 차원이 다르다. 

 
시트는 편안하고 마사지 기능은 끝내준다

 

마치 비행기에서 발아래 산을 내려다보는 것처럼 입체적인 기분이 드는데, 그야말로 콕핏(cockpit)이라는 단어가 적절해 보인다. 낯선 환경에서 위치 정보를 빠르게 받아들이는 연결성이 장점이다. 다만 한국에 들어왔을 때 구글어스를 적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취향에 따라 레이아웃을 바꿀 수 있는 디지털 계기는 운전자의 직접적인 시야 안에 모여 있다. 스피도미터와 rpm게이지 두 개의 링 가운데에 지도를 띄울 수도 있고 전체를 지도 모드로 바꿀 수도 있다.


 
도로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헤드업 디스플레이의 사이즈도 큼직하다. 스마트폰 무선충전,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 미디어 컨트롤, 4개의 USB 포트, 와이파이 핫스팟이 제공된다. 통풍 및 히팅 기능의 편안한 시트와 더불어 운전석에 앉으면 오래 머물러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차다.(주행중 시연해본 마사지 시트 기능도 매우 훌륭했다) 신형 폭스바겐은 유럽에서 우선 2개(231마력/286마력)의 V6 3.0L 디젤 모델과 V6 3.0L 340마력 가솔린 모델을 출시한다.(국내에는 내년 상반기 출시 예정이다) 그리고 V8 4.0L 421마력 디젤과 시스템출력 367마력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중국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프론트 그릴과 하나처럼 이어지는 헤드램프가 전면을 넓어보이게 한다

 

이번 시승 행사에는 V6 3.0L 286마력 디젤만 준비되었는데 3개의 트림 중 R-라인을 탔다. ‘애트모스피어’는 우드를 ‘엘레강스’는 금속을 강조하고 ‘R-라인'은 스포티함과 바디 컬러와 같은 휠아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4륜구동 4모션이 기본 탑재되었고 에어 서스펜션, 전자기계식 안티 롤 바, 4륜조향 시스템, 자동 8단 기어가 장착되었다. 잘츠부르크 공항에 준비된 시승차를 타고 캠프가 마련된 카이저롯지 호텔까지 출발이다. 2개의 루트 중 조금 거리가 긴 144km 코스를 선택했다. 2시간 25분 소요. 속도 제한은 시내 시속 50km, 일반도로 100km, 고속도로 130km라고 일러준다. 큰 사람이 성큼 발을 내딛듯, 그러나 ‘쿵’ 소리는 내지 않고 사뿐하게 출발이다. 초기 움직임은 부드럽고 가속은 생각보다 빠르게 풍경을 뒤로 날려 보냈다.   

 
 
기어 레버 아래쪽에 2개의 로터리 다이얼이 자리하는데 드라이빙 모드와 에어 스프링으로 차체 높낮이를 조정한다. 4모션 액티브 컨트롤은 다양한 온로드 및 오프로드 주행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아쉽지만 이번 시승 루트에는 오프로드 코스가 포함되지 않았다. 일반 도로에서는 컴포트와 노멀 모드의 세팅이 최적화되어 있어 주행 질감이 상당히 매끄럽다. 대형 SUV로서 운전의 편안함이란 측면에서 본다면 최고 수준이다. 여기서 투아렉의 성격이 드러나는데, 가령 부드러움을 유지하기 위해서 치고 나갈 때 살짝 주저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다.

 
큼직한 스크린에 놀라게 되는 실내는 매우 기능적이다

 

스포츠 모드로 변화를 주면 확 달라진다. 미적지근하지 않고 하체에서부터 자세를 제대로 바꾼다. 그렇다고 화끈한가 하면 그렇지는 않다. 단단하고 펀치력을 끌어올리지만 기본적으로 편안함을 바탕에 둔 세팅이다. 주행성능 측면에서 투아렉의 가장 큰 장점은 횡적 안정성이다. 차선을 바꾸거나 코너를 감아나갈 때 차체를 비트는 모든 동작에서 투아렉은 대형 SUV로 믿기 힘든 환상적인 움직임을 나타냈다. 투아렉의 지향점과 기술력이 드러나는 순간의 비밀은 액티브 롤 스태빌라이저(eAWS)에 있다. eAWS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앞뒤 액슬에 달린 안티 롤 바인데, 안티 롤 바 가운데 모터를 달아 주행상황에 따른 좌우의 움직임을 컨트롤하는 것이다.

-투아렉의 액티브 롤 제어 시스템은 벤틀리 벤테이가의 것과 동일한 기술을 사용하며, 4륜 스티어링 시스템은 람보르기니 우루스와 공유한다-
 
이러한 장치로 인해 급커브의 앞뒤 타이어 방향조정에도 무리하게 좌우 스프링을 뒤틀지 않고 매끄럽게 처리한다. 따라서 달리기가 훨씬 자연스러워졌다. 자연스러운 달리기를 뒷받침하는 또 하나의 기능은 올 휠 스티어링이다. 시속 37km까지 뒷바퀴는 앞바퀴와 반대 각으로 돈다. 이렇게 되면 회전반경이 줄어들어 더 민첩하고 조종이 쉬워진다. 그리고 시속 37km 이상에서는 뒷바퀴가 앞바퀴와 같은 방향으로 돌아 핸들링이 더 부드러워진다. 
 
 

 
스포티함에 초점을 맞춘 R-라인은 휠아치가 보디컬러와 같은 색이다

 

1차 목적지에 도착한 이후에도 주변 도로에서의 시승은 이어졌다. 지명은 잘츠부르크이지만 도시의 그림자도 볼 수 없었다. 철지난 스키장의 한적한 풍경은 그러나 모처럼의 여유로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편안한 운전과 편안한 기능으로 뒷받침한 투아렉 덕분이라 말하고 싶다. 이어서 트레일러를 매달고 잠깐 운전을 해보았는데 도어 패널쪽 사이드미러를 조절하는 버튼으로 트레일러 각도를 조정했다. 처음이라 낯설었지만 익숙해지면 편리할 듯했다. 실제 독일 투아렉 오너 중 60%와 유럽 투아렉 오너의 40%가 투아렉을 트레일러 견인용으로도 사용한다고 하니 그만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그리고 준자율주행 기능의 ACC와 밤늦은 시간 나이트 비전을 경험했다. 야간주행에서 라이트의 범위가 상당히 확장되는 것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과연 폭스바겐이 럭셔리와 어울리느냐 하는 문제 제기는 이제 식상한 질문일지 모른다. 변화는 뚜렷하다. 럭셔리 SUV 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폭스바겐 투아렉의 지향점은 분명해 보인다. 
 
 
주행성능에서 투아렉의 가장 큰 장점은 횡적 안정성이다

 

하지만 값비싼 장비로만 보여주려는 것은 아니다. 투아렉은 멋지거나 화려한 SUV라기보다 가식 부리지 않고 자동차 본연에 충실히 다가서려는 노력을 보여준다. 투아렉은 놀랄 만큼 기능적이다. 달리기는 자연스럽고 어느 환경에서도 두려움 없이 나아갈 수 있는 자질을 보여주었다. 투아렉을 보며 갖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Volkswagen all-new Touareg
가격 미정
크기(길이×너비×높이) 4878×1984×1702mm
휠베이스 2894mm
엔진 V6 3.0L TDI 
최고출력 286마력 
최대토크 61.2kg?m
0-시속 100km 가속 6.1초 
CO2 배출량 182g/km
변속기 자동 8단
서스펜션 더블 위시본/5링크 
브레이크 모두 V디스크 
타이어 285/40 R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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