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혜의 영화와 차- 해피 어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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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혜의 영화와 차- 해피 어게인
  • 신지혜
  • 승인 2018.07.04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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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어게인 : 우리, 행복을 받아들여도 좋다> 빌과 웨스의 차, 포드 머스탱 컨버터블

행복한 일상을 보내던 교사 빌은 갑작스럽게 아내를 보내고 일 년이 넘도록 헤어날 수 없는 슬픔 속에 살고 있다. 더 이상 견디기 힘들어진 빌은 옛 친구의 학교로 옮기며 아들 웨스와 함께 새로운 환경으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빌과 웨스는 새로운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지만. 빌의 마음을 잠식하고 있던 우울감은 치유되지 않으면서 심각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통과의례를 겪게 된다. 누구나 일생에 한 번씩 거쳐야 하는 일들. 그 일들은 우리에게 스트레스가 되기 마련이다. 좋은 스트레스이기도 하고 힘겨운 스트레스이기도 하고. 빌의 경우는 아내와의 사별이라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헤어 나오지 못한다. 삶의 공간과 환경을 바꾸고 서로에게 호감이 있는 동료 교사 카린과도 가까워지지만, 내면에 뿌리내린 우울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스스로 빠져들어 버린다. 그래서 빌은 새로운 관계를 형성해야 하는 카린과도, 같은 슬픔을 걷어내고 새로운 관계로 접어들어야 하는 웨스와도, 오랜 친구이자 조력자인 교장과도 더 이상 발전을 이루지 못한다.

 

웨스와 레이시의 관계는 다르다. 카린의 권유로 프랑스어 숙제를 같이 하게 되면서 웨스와 레이시는 조금씩 감정을 교류하고 건강한 관계를 맺어간다. 아빠 빌보다 아들 웨스가 조금 더 현명하고 바람직한 선택을 하며 받아들이는 것이다. 하지만 들여다보면 카린도 웨스도 레이시도 저마다의 우울과 어둠, 아픔을 가지고 있다. 누구의 고통이 더 크고 힘겹다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누구나 저마다의 짐을 걸머지고. 타인과의 좋은 교류를 통해 서로 치유하고, 견뎌나갈 힘을 얻는 것이 아닌가. 

 

다행스럽게도 빌과 웨스, 카린과 레이시 모두는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기로 한다. 그리고 서로를 통해 행복한 시간을, 마음을, 관계를 받아들인다. 이것이 이 영화가 주는 미덕이다. 거창하고 시끄럽지 않게, 우리 스스로가 받아들일 수 있는 만큼의 행복을 이야기하며, 그 행복을 누구나 누려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빌과 웨스의 차는 말 로고가 선명한 포드 머스탱 컨버터블이다. 샌프란시스코를 떠나 LA로 거처를 옮길 때부터, 그러니까 영화의 처음부터 이 차는 계속 빌과 웨스와 함께 한다. 

 

연식이 꽤 되어 보이는 이 푸른색 머스탱은 아마도 빌의 아내가 살아 있을 때부터 탔을 게 뻔하다. 이 차는 가족의 행복했던 시절 기억을 잔뜩 안고 있을 것이다. 게다가 이유는 모르겠지만 조수석이 없다. 그리고 조수석이 없다는 특징 때문에 큰 역할을 하게 된다. 부자가 LA로 떠나올 때 앞뒤로 앉아 한 방향을 볼 수밖에 없던 차는 웨스와 레이시가 가까워지면서 조수석을 얻게 된다. 하지만 레이시가 구해온 시트가 좌석에 맞질 않았고, 궁리 끝에 조수석이 차 뒤쪽을 바라보게 설치해버린다. 웨스는 이 머스탱에 레이시와 그녀의 동생을 태우고 달린다. 뒤집힌 좌석 덕분에 레이시 자매는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것은 웨스가 맺은 새로운 관계가 서로에게 행복이 될 것이라는 암시를 던진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조수석이 없는 채로 달리던 머스탱도 아마도 즐겁지 않았을까. 조수석을 얻으면서 사람들을 꽉 차게 태울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가족의 행복했던 시간과 슬픔의 시간을 지켜보았던 머스탱은 이제 빌과 웨스, 카린과 레이시를 함께 태우고, 그들의 기쁨과 행복을 함께 누린다. 뒤집힌 조수석에 앉아 아이들을 바라보며 미소 짓는 카린, 운전석에 앉아 카린과 눈을 마주치며 웃는 빌, 독특한 구조로 배치된 좌석에 앉은 어른들을 바라보는 웨스와 레이시의 편안하고 즐거운 표정은 고스란히 머스탱의 표정이 된다. 우리 모두는 행복해도 좋다. 우리 모두는 스스로를 찾아오는 행복에게 기꺼이 손을 내밀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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