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승용차의 미래
럭셔리 승용차의 미래
  • 오토카 편집부
  • 승인 2018.07.02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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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화와 환경에 대한 의식이 대세인 시대, 호화 승용차를 만드는 데 있어 ‘바퀴 달린 버킹엄 궁전’이라는 접근방식은 어떤 것으로 대체될까? 힐튼 할러웨이(Hilton Holloway)가 파헤쳐본다
103EX는 미래 호화 이동수단에 대한 롤스로이스의 청사진이다

 

지난 제네바 모터쇼에서 애스턴 마틴과 롤스로이스 사이에 벌어진 승강이는 가장 비신사적인 폭발이었다. 애스턴 마틴이 예정에 없이 라곤다 수퍼 럭셔리 전기 콘셉트카를 공개하면서, 브랜드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인 마렉 라이히만(Marek Reichman)이 호화로움의 절정(Pinnacle of Luxury)이라는 롤스로이스의 미래에 관해 직접 맹렬한 비난을 퍼부었기 때문이다. 라이히만은 롤스로이스를 ‘세계에서 가장 호화로운 차’라고 표현했지만, 나중에는 시간이 부족했다는 식으로 단서를 달았다. “그 근원이나 존재 이유를 생각해 보았을 때, 말과 마차, 트렁크를 대신하는 것은 근본적으로는 아직 내연기관이다. 호화로움을 이야기하기에는 불완전한 구성이다.” 그의 말이다.

 


“롤스로이스와 벤틀리는 오늘날의 기준으로는 고대 그리스와 비슷하다. 나는 오리지널 팬텀 개발에 참여했다. 차의 성격을 요약하면 ‘바퀴 달린 버킹엄 궁전’이었다. 그런 개념을 세우기 위한 작업이 중요했다. 하지만 세상이 바뀌었고 왕족들도 달라졌다.” 라이히만은 이렇게도 예측했다. “(자동차) 세계는 더 극단적으로 바뀔 것이고, 소비자들도 그렇게 예상했다. 여러분은 애플이나 구글 임원이 롤스로이스 팬텀을 탄 모습은 볼 수 없다. 그들은 이런(라곤다) 차를 탈 것이다.” 어떤 자동차업체가 다른 업체를 직접 공격하는 일은 이례적으로 드물다. 특히 지금의 롤스로이스를 비난의 대상으로 삼아, 다가오고 있는 미래가 밝지 않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미래의 파괴적 초호화 승용차는 이런 모습일 것이다

 

라이히만의 말에 실린 힘은 롤스로이스에게는 훨씬 더 강한 타격이 되었을 것이다. 그는 하이드 파크 코너가 내려다보이는 폐기된 은행으로 내몰렸던 오리지널 팬텀 디자인 팀에서 일했기 때문이다. 같은 제네바 모터쇼 현장에서 롤스로이스 총수 토르스텐 뮐러-외트뵈스(Torsten Muller-Otvos)는 파이낸셜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애스턴 마틴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그들은 우리 세그먼트와 소비자를 정말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가격 면에서 완전히 다른 영역에 있다. 훨씬 더 위쪽 세그먼트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전혀 짐작하지 못하고 있다. 전혀.”

 

그런 상황을 놓고 보면, 새로운 브랜드로 초호화 세그먼트에 진입하면서 이미 자리를 잡은 시장 선도자를 향해 크게 한 방을 날리려던 애스턴 마틴의 의도는 아주 작은 찻잔 속의 폭풍에 그쳤다. 2017년에 롤스로이스는 겨우 3362대를 판매했다(일부 소비자가 완전 신형 팬텀을 기다린 탓에 2016년 실적인 4011대보다 줄었다). 지난해, 애스턴 마틴은 DB11에 몰린 큰 수요에 힘입어 전해보다 58% 늘어난 5117대를 팔았다. 그렇다면 초호화 세그먼트 시장이 그렇게 작은데도 진입하려고 애를 쓰는 이유는 뭘까? 간단히 답하면, 애스턴 마틴이 기대하고 있고 롤스로이스가 익히 알고 있듯 한 세대에 한 번인 취향의 변화가 곧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애스턴 마틴이 내놓은 라곤다의 목적은 자동차의 호화로움을 재정의하는 것이다

 

세상의 억만장자들이 생각하는 초호화 세계를 구성하는 요소에 관한 확고한 기준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롤스로이스에게 공정한 관점에서 이야기하면, 롤스로이스는 이미 미래에 대한 자사의 비전을 보여주었다. 2016년에 선보인 103EX는 브랜드의 첫 ‘이상적’ 콘셉트카였다. 라곤다 콘셉트카보다 더 극단적이기는 했지만, 103EX에 구현된 특징은 무척 비슷했다. 완전 전기 구동계, 완전 자율주행 기능, 특별한 소재로 만든 인테리어를 갖췄고 ‘웅장한 안식처’라고 표현되었다. 글로벌 럭셔리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연구원과 분석가들에 따르면, 애스턴 마틴은 ‘호화판 해킹’이라고 알려진 작업을 통해 라곤다 콘셉트카를 만들었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conomist Intelligence Unit)이 만든 ‘럭셔리의 미래’(Future of Luxury) 보고서에 따르면, 해킹은 ‘실제 제품이 어떤 것인지 이해하고, 더 편리하고 흥미진진한 접근방식을 새롭게 차별화하여 제공하는 것’이다. 보고서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이어진다. “럭셔리 브랜드들은 그들 스스로의 사업 모델을 파괴하고 고객에게 예상치 못한 경험을 창출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엄청난 성장 잠재력이 있다. 기회는 거의 무한대에 가깝다. 그리고 지금 내부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이 그들의 사업 모델을 재창조하지 않으면, 외부 사람들이 그렇게 할 것이다.”

 

롤스로이스는 탑승자를 위한 ‘웅장한 안식처’를 꿈꾼다

 

전동화는 숙명이다. 롤스로이스는 2012년에 팬텀의 전기차 버전을 만들어 세계 투어에 투입했다. 프로젝트는 중단되었는데, 업계의 소문에 따르면 롤스로이스는 진지한 주문을 하나도 받지 못했고 심지어는 초호화 호텔 체인조차 냉담했다고 한다. 롤스로이스는 신형 팬텀의 전기차 버전을 만들지 모르지만, 수요가 존재하지 않는 물건을 시장에 밀어내는 것을 꺼리고 있는 듯하다. 반면 라곤다 프로젝트는 맞춤 전기차 플랫폼으로 인테리어 패키지를 완전히 달리하는 차를 만들 수 있다. 이처럼 새로운 기회를 열 것이 분명하다.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애스턴 마틴이 초호화 전기차에 모험적으로 뛰어드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는 다른 유행은 많다.

 

18개월 전, 컨설팅 업체 트렌드워칭(Trendwatching)은 2017년과 그 이후에 소비자 럭셔리 흐름을 좌우할 것으로 여겨지는 것들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서는 사회적 지위가 ‘과거에는 물질적인 것이었지만 지금은 무형적인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사회적 지위에서 ‘내가 가진 것’이라는 의미는 희박해지고 ‘내가 누구인지’를 알려주는 것 즉 더 윤리적이고 창의적이며 소통할 수 있고 세련된 것들에 관한 의미가 훨씬 더 커지고 있다.”

 

 

롤스로이스는 시험 삼아 팬텀 전기차를 만들었지만 수요가 적었다

 

‘자기실현’은 경험과 제품들이 자기 자신과 전반적 웰빙의 수준을 높이는 개인의 능력을 ‘크게 높여주는’ 호화 소비 패턴의 큰 변화에 배경으로 작용하는 이론이다. 트렌드워칭은 이러한 움직임이 새로운 형태의 운동에서부터 한층 더 이국적인 형태의 음료에 이르는 모든 것에 반영되어 있다고 한다. 트렌드워칭 애널리스트들이 말하는, 특히 자동차산업과 관계있는 또 하나의 큰 변화는 초호화 문화의 미래는 죄책감 없는 쪽으로 반드시 흘러가야 한다는 것이다. “수많은 풍요로운 소비자들은 자신의 소비가 환경과 사회, 자신들의 건강 등에 주는 부정적 영향을 접하게 되면 죄책감의 소용돌이에 빠진 느낌이 든다. 그들에게 알맞은 진짜 럭셔리 문화는 죄책감 없는 사치다.”

 

‘주문형 사치’는 또 다른 중요한 변화로, 우버(Uber) 택시와 음식 배달의 시작과 성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아마도 가장 중요한 주장이 될 마지막 변화는 전통적 인구통계 이론이 수명을 다하고 ‘오래된 럭셔리’가 사라질 길이 열렸다는 것이다. 트렌드워칭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나이와 성별, 위치, 소득계층 등을 바탕으로 소비자 행동을 예측하려 했던 구식 인구통계학적 모형은 힘을 잃고 있다. 그 대신, 소비자들은 라이프스타일과 자신이 직접 선택한 것들에 대한 태도를 형성하는 데 있어 과거 어느 때보다 더 자유롭다. 정보에 대한 무제한 접근, 낡은 사회적 관습의 약화, 무한한 선택의 여지 등이 영향을 준 덕분이다.”

 

팬텀의 맞춤 실내공간은 인기가 있다

 

사육한 동물로부터 얻은 가죽에 대한 소셜 미디어의 반발은 가까운 미래에 전통적인 인테리어를 팔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랜드로버가 레인지로버 벨라에 프리미엄 직물 인테리어를 개발하게 만든 것이 바로 그와 같은 위협이다. 애스턴 마틴이 미래적인 라곤다 전기차를 선보이는 데 운명을 걸도록 만든 보고서에는 충분한 근거가 될 트렌드 이론이 있음에 틀림없다. 그러나 초호화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또 하나의 흥미로운 변화가 있다. 프랑스 EDHEC 비즈니스 스쿨의 마케팅 교수인 마리 세실 셀벨롱(Marie-Cecile Cervellon)은 컨설팅업체 캔버스8(Canvas8)에 패션계에서는 ‘빈티지와 중고 명품이 여전히 큰 흐름’이라고 말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클래식카 붐과 더불어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자사의 역사적 차들에 대한 자체 복원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움직임을 통해 그런 흐름이 자리 잡았다. 그러나 주류에 가까운 고급 전기차가 초호화 소비자들을 위한 운송 수단 역할을 하기에 충분할 만큼 더 세련되게 여겨지거나, 전문직 종사자들이 고급 클래식카나 브라부스(Brabus)와 헤멜스(Hemmels) 같은 업체들이 만든 메르세데스-벤츠 SL처럼 지금의 생활에 맞게 다시 만든 클래식카를 구매하기 시작한다면 어떨까? 벤틀리 디자인 책임자인 슈테판 질라프(Stefan Sielaff)는 <오토카>에 사람들이 ‘영원한 젊음’을 누리며 살고 행동하려는 새로운 사회학적 추세가 있다고 말했다.

 

질라프는 ‘영원한 젊음’ 트렌드를 읽고 있다
라이히만은 라곤다가 파괴자라고 말한다

 

그런 사람들이라면 아마도 전통적 개념의 초호화 새 차를 사는데 25만 파운드(약 3억 8280만 원) 이상을 투자하기보다는 맞춤 제작한 클래식카를 더 손에 넣고 싶을 것이다. 라곤다 콘셉트카가 제시한 특징이 마치 장갑처럼 이러한 잠재적 유행과 부합한다는 점은 틀림없다. 심지어 라이히만은 제네바 모터쇼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라곤다는 항상 파괴자였다. 롤스로이스와 벤틀리를 상대로 정면으로 맞서왔다는 엄청난 전통이 있다. 라곤다는 항상 색다른 모습과 형태를 보여주었다.” 어쨌든 애스턴 마틴은 여전히 작은 회사이고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라곤다를 요란스럽게 내놓은 것은 테슬라의 공식을 가지고 대단히 크게 발전시키면서 초호화 시장에 파문을 던지겠다는 도박과 마찬가지다. 파괴력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은 많다. 세계관이 젊고 밀레니엄 세대 자녀와 손주들의 영향을 받은 신세대 억만장자들은 가죽과 석유화학으로 만든 플라스틱에 대해 반발하면서 지속 가능한 자연 소재와 자동차 생산에서 에너지 사용량 감소에 대해 더 큰 관심을 갖고 있다.  환경에 미치는 훨씬 더 작은 영향과 더 급진적인 실내 구조에 대한 욕구를 겸비한 초호화 문화는 가능성이 뚜렷하다. 하지만 애스턴 마틴과 같은 규모의 회사에게는 끔찍한 도박이 될 수 있다. 

 

 

<롤스로이스: 미래에 중요한 것은 파괴가 아니라 커스텀이다>

 

“이 업계에서 몇 년 동안 일하며 수많은 고객과 이야기를 나눈 결과, 평범함과는 아주 다른 것을 갖는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았다.” 롤스로이스 CEO 토르스텐 뮐러-외트뵈스의 말이다. “화려함이나 가격대 설정은 중요하지 않다. 차 안에 담겨있는 것을 포함해 우리 차가 아주 특별한 존재라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브랜드와 다른 길을 선택하는 것만큼 우리에게 중요한 방법은 없다.”

 

“우리의 새로운 유연 생산 시스템이 갖는 대단한 장점 중 하나는 생산 라인에서 맞춤 제작한 차를 완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맞춤 생산하기 위해 차를 다시 따로 빼놓지 않아도 된다. 이 시스템은 품질 향상에 엄청난 도움을 주고 공정을 훨씬 더 효율적으로 만든다.” “우리가 맞춤 제작만 투입하는 인력은 100명이고 차의 90%에는 특별한 장비가 들어간다. 소비자들은 맞춤 제작 공정에 참여한다. 예술품을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고, 소비자들이 그 과정의 일부가 될 수 있다.” “맞춤 제작은 이제 아주 큰 규모가 되었고 우리 사업의 소중한 자산이다. 맞춤 제작 없이는 롤스로이스가 살아남을 수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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