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이 짙은 이탈리아 산줄기, 꿈틀거리며 뻗어나간 외로운 도로, 훈훈한 태양 아래 루프가 없는 새하얀 페라리 458 스파이더가 있다. 전자장치를 완전히 해제하고, 버튼을 수동으로 돌리고 1단에 들어갔다. 곧바로 액셀러레이터를 힘껏 밟아 V8 직분사 엔진에 연료를 쏟아 부었다. 와앙! 뿌리칠 수 없는 매력을 담은, 심장에 숨어있던 걸쭉한 포효가 터지며 페라리가 튀어나갔다.

순식간에 간단히 4단까지 올라갔다. 낯선 이탈리아 산길에서 9,000rpm의 에너지를 완전히 폭발시켜 금단의 핸들링 한계를 탐색하기로 했다. 이때 문득 떠오른 두 가지 의문. 458의 힘차고 눈부신 성능을 밑바닥까지 파고들면 목이 달아나지 않을까? 그리고 휘몰아치는 바깥 소용돌이가 쾌감을 한층 고조시킬 수 있을까?

그럴 가능성이 충분했다. F430보다 20% 향상된 비틀림 강성과 33% 향상된 굴절저항이 페라리에 자신감을 줬다. 그 때문에 458의 스프링과 안티롤바는 그대로 유지했다. 그리고 댐퍼는 승차감을 더 부드럽게 하기 위해 손질했다. 아울러 치밀하게 기류를 조절하여 실내에 난기류로 인한 소동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았다. 또한, 공기흡입구의 위치를 바꿔 V8 엔진의 570마력은 조금도 요동이 없었다. 엔진은 쿠페의 유리 커버 대신 알루미늄 데크로 덮었다. 그밖에 접이식 루프(무게 50kg)와 소음을 줄이기 위해 개조한 배기관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변화가 없었다.

첫 번째 내리막 커브에서 제동력은 실로 경이적이었다. 따라서 훨씬 빨리 달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안겨줬다. 페라리의 예리하고 주저 없는 턴인, 초정밀 스티어링과 스파이크 같은 그립도 마찬가지였다. 이 순간부터 커브가 나타날 때마다 한층 힘차게 달리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 마침내 E-디퍼렌셜이 짜릿한 테일 슬라이드를 일으켰다. 458 스파이더는 점차 내 손아귀에 들어오고 있었다. 사실 알고 보면 초능력을 갖춘 것 같은 섀시가 드라이버의 비위를 맞추며 너그럽게 봐주고 있던 것이지만 말이다.

이따금, 작은 요철을 힘차게 들이받을 때 스티어링 컬럼이 덜덜거렸다. 스파이더는 절대적인 조절능력을 지녔지만, 제동 시 가볍게 후두둑거렸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드물었다. 그리고 청각적인 모험을 선사하는 배기관의 우렁찬 연주 속에 경이적이고 영혼을 사로잡는 중독성 쾌감은 시들 줄 몰랐다.

하루 종일 엔진 성능을 시험한 뒤에도 458의 스피드는 여전히 야수적이고, 매혹적이고, 경이적이었다. 그리고 루프는? 사실상 쿠페 이상의 바람소리가 들리지 않아 용접해 밀봉한 느낌이 들었다. 안정된 방향감각과 스티어링 감각은 실로 감동적이었다.

458 스파이더는 온갖 감각을 좀 더 즐기기 위해 폭넓게 손질했다. 그래서 미드십 페라리를 몰면서 맛보는 이 즐거움은 아찔하도록 빠르고, 우호적이며, 깊이 교감할 수 있는 이 차를 더욱 매혹적이게 만들었다. 심지어 19만8천856파운드(약 3억6천500만원)를 주더라도.

글 · 리차드 브렘너(Richard Bremner)

SO GOOD
■ 스타일이 뛰어나고 작동하기 쉬운 루프
■ 무게를 최소한으로 억제했다
■ 짐칸은 줄어들지 않았다
■ 458의 성능을 그대로 유지했다
■ V8의 통쾌한 사운드를 더 들을 수 있다
■루프를 내려도 소용돌이가 없는 실내

NO GOOD
■ 이따금 일어나는 스티어링 컬럼의 떨림

FACT FILE
FERRARI 458 SPIDER
가격 ￡198,856(약 3억6천500만원)
최고시속 320km
0→시속 100km 가속 3.4초
연비 7.5km/L
CO₂ 배출량 307g/km
무게 1430kg
엔진 V8, 4499cc, 휘발유
최대출력 570마력/9000rpm
최대토크 55.0kg·m/6000rpm
변속기 7단 자동, 듀얼클러치
연료탱크 86L
트렁크 230L
휠(앞/뒤) 8.5J×20in/10.5J×20in
타이어 235/35 ZR20 (앞) 295/35 ZR20 (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