뼛속까지 스포츠카, 람보르기니 SUV 우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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뼛속까지 스포츠카, 람보르기니 SUV 우루스
  • 맷 프라이어(MATT PRIOR)
  • 승인 2018.06.25 16:3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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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보르기니가 내놓은 가장 논쟁적인 차를 과연 트랙과 일반도로, 오프로드 모두 똑같이 즐길 수 있는 진정한 수퍼카급 5인승 럭셔리카라고 할 수 있을까?

이렇게 조심스러운 차를 이야기할 때에는 아무리 사소한 무게라도 가볍게 여길 수 없다. 람보르기니가 새 우루스 SUV의 무게를 10kg 단위로 반올림하지 않고 2197kg이라고 한 이유가 그 때문이다. 무게가 2197kg이라니. 세상에. 가까스로 2.2톤을 밑돌았다는 말이다! 그리고 숫자는 람보르기니의 새 4x4에 얽힌 어마어마한 숫자들의 시작에 불과하다. 다른 숫자들을 짚어보면 대략 이렇다. 최고출력은 650마력, 최대토크는 86.5kg·m, 값은 16만4950파운드나 된다(약 2억3950만 원. 대략 그 정도로, 딜러마다 값은 차이가 있고 몇 가지 선택사항을 더하면 1만8000파운드(약 2610만 원) 이상 더 내야 한다).

당신이라면 모든 것을 갖춘 차를 정확하게 뭐라고 정의할까? 수퍼스포츠 럭셔리 SUV일 것이다. 람보르기니는 기본적으로 자신들이 이런 종류의 차를 창조했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좀 더 과격한 V12 엔진 LM002를 떠올린다면 아마도 핵심의 일부를 대부분 간파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당시에도 람보르기니가 그런 생각을 했는지는 확실치 않고, 아이디어를 버리기 전까지 겨우 328대만 만들었을 뿐이다. 그러나 과거는 과거일 뿐이고 지금은 지금이다. 우루스에는 V12 엔진이 올라가지도 않고 수 백 대만 수작업을 하지도 않을 것이다.

 

화려한 선과 각진 세부 처리는 람보르기니 브랜드 차라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한다

 

신형 우루스는 아우디 Q7과 포르쉐 카이엔, 벤틀리 벤테이가의 바탕이 된 폭스바겐그룹 LMB 에보(Evo) 아키텍처로 만든다. 람보르기니의 연간 생산량을 두 배 수준인 7000대로 키우기 위한 의도가 담겨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우루스는 엔지니어링이 주도한 차라기보다는 마케팅이 주도해 개발된 차다. 실제로 그들이 순수 스포츠카를 만든다는 이유 때문에 이 차도 팔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만들었다는 의미다. 즉 람보르기니 로고와 역사, 평판, 1240만 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없다면 우루스는 팔리지 않을 것이다.

어느 정도 인정할 만한 사실 아닌가? 그렇다면 우루스는 결론적으로 람보르기니다운 차라고 할 수 없는 걸까? 람보르기니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람보르기니 DNA가 차에 담겨 있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좌우간, 폭스바겐에서 가져온 아키텍처로 만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다양한 금속 소재 사용 비율을 더 잘 조절하고 파격적인 C필러와 프레임리스 도어를 활용함으로써 무게는 더 가벼워졌다. 람보르기니 차량에 처음으로 쓴 터보 엔진은 아우디 차에서 볼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차에서는 출력이 650마력으로 높아졌다.

 

기본 최저지상고는 173mm로, 오프로드 주행 때에는 213mm까지 높일 수 있고 고속주행 때나 트랙에서는 158mm까지 낮아진다

네바퀴굴림 장치를 갖췄고 지상고가 높지만, 아마도 거기에 뒷바퀴굴림 전달 비율을 60%(최대 85%)에 맞춘 토센 센터 디퍼렌셜과 토크벡터링 기술이 더해진 뒤 디퍼렌셜까지 갖춘 차는 폭스바겐그룹 내에는 아마 없을 것이다. 이 차에 V12 엔진이 어울릴까? 어리석은 의문이다. SUV에 터보차저를 다는 유일한 이유는 충분한 토크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V12 엔진에 터보를 올린다면 어떨까? 아무튼 이제 쓸데없는 질문은 제발 집어치우고 가서 직접 차를 몰아보기 바란다. 나도 그럴테니 말이다.

도어는 활짝 열린다. 일반적인 대형 SUV 도어들보다 더 가벼운 느낌이다. 창 주변에 프레임이 없기 때문이다. 실내 역시 대다수 4×4보다 더 기울어져 있고 더 화려하다. 센터 콘솔은 높다. 5인용 좌석을 선택할 수도 있지만, 이 차에는 좌석이 네 개뿐이고 모두 값 비싼 느낌의 소재로 감싼 독립식이다. 람보르기니 특유의 디자인에 폭스바겐그룹 차에서 친숙한 요소들이 간간이 엿보이는 대시보드도 마찬가지인데, 몇몇 새로운 것들이 있기는 하다. 레인지로버 벨라처럼 2단으로 배치된 터치스크린과 주행 모드, 시동 버튼, 8단 자동변속기의 주행 기능을 선택할 때 쓰는 여러 두툼한 스위치들이 그렇다.

 

멋져 보이는 디지털 계기판은 람보르기니가 폭스바겐 그룹 소속이어서 얻은 혜택 중 하나다.

 

주행 모드는 총 6가지로, 스트리트(Street), 스포트(Sport), 트랙(Track)-차체 높이를 최대 15mm까지 낮춘다- 모드와 차체를 최대 40mm까지 높이는 세 가지 오프로드  모드가 있다. 그밖에도 서스펜션, 엔진, 스티어링 무게의 과격함을 원하는 대로 설정해 자신만의 모험을 선택할 수도 있다. 가장 먼저 살펴볼 것은 트랙 모드다. 조금 내키지는 않았지만, 가장 먼저 우루스의 스티어링 휠과 액셀러레이터를 움직인 것이 서킷의 피트레인을 나설 때였기 때문이다.

우와, 빠르다. 게다가 무척 시끄럽기까지 하다. 트윈터보 V8 엔진은 부스트 지체가 심하지 않고 6800rpm에 이르러서야 연료공급이 차단된다. 공식 제원에 따르면 0→시속 100km 가속은 3.6초이고 시속 200km까지 가속하는 데에는 12.4초가 걸린다. 실제로도 그보다 전혀 느리지 않은 느낌이다. 후려치는 듯 엄청난 토크가 2250rpm부터 나오기 때문에 기어가 몇 단에 들어가 있든 전혀 상관이 없다. 사실 대단한 가속만큼 엔진 회전한계가 빨리 다가오는 느낌이다. 윗단으로의 변속이 약간 더디기 때문에 더 높은 단으로 미리 변속하는 편이 나은 경우가 많다.

 

소음도 있는데, 심지어 아주 크기까지 하다. 람보르기니 관계자는 아주 우렁찬 소리를 듣게 될 거라고 했는데, 그 이야기가 맞았다. 게다가 소리가 커지는 특성이 있다. 흡기 시스템의 자연적 주파수를 활용하는 원초적 소음 증폭장치를 사용해도, 소리가 커지기는 한다. 훌륭하지만 AMG V8 엔진 소리가 더 낫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다른 부분들은 어떨까? 제동은 차 무게를 생각하면 터무니없이 잘 된다. 10 피스톤 캘리퍼가 있는 카본세라믹 디스크 브레이크가 기본사항인 덕분이다. 스포트 모드일 때 댐퍼가 단단해지면서 지상고가 낮아지고, 형제차들에도 쓰이는 48V 액티브 안티롤 바를 썼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롤링 역시 훌륭하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다. 작지만 차체 기울어짐이 있는 만큼 버틸 수 있는 뭔가를 찾게 되고, 반응이 빠른 스티어링은 재빨리 무거워지지만 자연스러운 느낌은 들지 않는다. 게다가 디퍼렌셜이 작동하는 느낌이 이어지면서 코너링하는 동안 차가 달리는 방향이 직선에 가까워진다. 정리하면, 이 차는 트랙에서는 엄청나게 빨리 달린다. 이 차를 제대로 몰 실력이 있다면 몇 분 정도는 재미있을 것이다. 대다수 스포츠카보다 더 빨리 달릴테니 말이다.

 

람보르기니의 디자인 솜씨는 실내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나고, 내장재 품질도 차의 격을 높인다

 

스포츠카는 대개 일반 도로에서 이 차만큼 편안하지 않다. 스트리트 모드를 선택하면, 우루스는 노면이 좋은 곳에서 무척 고분고분하다. 다만 노면이 나쁘면 불안해진다. 선택사항인 23인치 휠에 편평비 30 규격인 타이어가 끼워져 있다는 것이 다행이다. 그리고 댐퍼가 승차감을 가장 편안하게 조절하고 안티롤 바가 바퀴를 개별적으로 움직이게 한다. 그렇지만 근본적으로 이 차는 무게가 2.2톤에 이르면서도 핸들링 특성을 가장 중시한 SUV라는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 

솔직히 말하면 그만하면 충분하다. 불편한 것도 아니고, 느린 속도로 움직이기는 이 아키텍처로 만든 다른 대형차들만큼 쉽다. 좌석들은 좋고, 적재공간은 괜찮은 편이다. 인체공학적으로도 훌륭하다. 스티어링은 가볍고 반응이 뛰어나다. 페달 감각과 반응은 뚜렷하다. 디지털 계기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배치는 훌륭한 표준이라 할 수 있다. 그러면 나쁜 점은 무엇이 있을까? 서스펜션이 단단해지는 모드로 설정하지 않으면 엔진이 너무 조용하고, 창턱이 높은 탓에 시야가 제한된다. 그러나 주차할 때 작동하는 카메라는 대단히 훌륭하다.

 

우루스는 서킷에서 놀랄 만큼 빨리 달린다. 트랙 모드 설정이 도움을 준다

 

이어서 오프로드도 달려봤다. 람보르기니는 우루스를 ‘동급 최고’ 핸들링에 ‘최고 수준’의 오프로드 능력을 갖춘 차가 되기를 바란다고 한다. 핸들링 특성에는 목표를 달성했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지만, 오프로드 능력에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오프로드 모드에서 최저지상고는 215mm이고, 알맞은 타이어를 끼우면 사람들이 가고 싶은 곳은 대부분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모래언덕이 가장 알맞을 것이다. 나는 언덕 몇 군데를 깎아 놓은 비포장 트랙을 달려보았고 무척 재미있었다. 높은 토크 덕에 달리기 쉬웠고, 민첩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커브를 빠져나갈 때에는 뒤 디퍼렌셜이 주행방향을 바로잡는 느낌이 든다. 

서킷에서는 아주 만족스럽고, 일반 도로에서는 고분고분하고, 그러면서도 거친 오프로드를 아무렇지 않게 해쳐나갈 수 있다는 사실은 솔직히 놀랍다. 나는 정말 감명 받았다. 이 모든 것을 더 잘 해낼 수 있는 차가 있다 하더라도 많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유일하게 발목을 잡는 부분은, 과연 이 차 앞에 람보르기니 엠블럼을 달 만한 가치가 있으며 그런 의문이 과연 궁금한가 하는 것이다.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전혀 모르는 브랜드에서 이런 차를 내놓았다면 과연 어떻게든 좋게 평가할 수 있을까? 기술적으로는 탁월하지만 실제로는 아주 좋아할 만한 차가 아니어도 괜찮을까? 답을 정하는 것은 여러분의 몫이다.

 

나는 적어도 우루스가 정말 람보르기니다운 느낌이 드느냐는 질문에는 답할 수 있다. 뚜렷하지는 않지만, 람보르기니가 대단히 열심히 애쓴 것은 알 수 있다. 그러나 포르쉐 카이엔이 처음 출시되었을 때 포르쉐답다는 느낌이 들었던가? 기억을 되살려 보면 그렇지는 않았고, 앞으로 어떻게 나아질지는 지켜보아야 한다. 우루스 역시 그와 같은 길을 가리라고 본다. 사람은 자연흡기 미드엔진 스포츠카만 갖고는 살 수 없다. 

 

tester’s note
진지하게 이 차에 V12 엔진이 어울릴까? 람보는 말하지 않겠지만 만약 보닛 아래 얼마나 작은 공간이 있는지를 본다면 당신도 이를 고민하지 않을 것이다. 

우루스의 성격을 바꾸는 6가지 주행 모드

 

우루스에는 6가지 주행 모드가 있다. 스트라다(Strada)는 기본적인 일반도로용 모드로, 지상고가 173mm로 설정된다. 그러나 테라(Terra, 일반 오프로드 모드), 사비아(Sabbia, 모래), 네베(Neve, 눈길) 모드에서는 지상고를 213mm로 높일 수 있다. 지상고를 추가로 5mm 더 높일 수는 있지만, 험로용은 아니다. 각 모드 사이에서 네바퀴굴림 시스템과 엔진 반응이 극단적이진 않다. 모래 모드에서는 액셀러레이터 반응이 더 강해지고 눈길 모드에서는 ABS가 더디게 작동한다.

스포트 모드와 코르사(Corsa, 트랙) 모드에서는 서스펜션이 차체를 158mm로 낮추고, 스티어링이 무거워지는 것과 더불어 서스펜션 구성요소들도 단단해진다. 두 모드 모두 일반 도로에서는 지나치게 단단하므로, 에고(Ego, '자아'를 뜻하지는 않는다) 모드에서 파워트레인 반응, 스티어링 무게, 서스펜션 세팅을 각각 세가지로 고를 수 있다.

 

람보르기니 우루스 
탁월한 능력, 가격, 튀는 모습 모두 어디서든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가격 16만4950파운드(약 2억3950만 원)
엔진 V8 3996cc, 트윈터보, 가솔린
최고출력 650마력 / 6000rpm
최대토크 86.5kg·m / 2250~4500rpm
변속기 8단 자동
무게 2197kg
최고시속 306km
0→시속 100km 가속 3.6초
연비 8.1km/L
CO₂/과세기준 279g/km, 37%
경쟁 모델 벤틀리 벤테이가, 포르쉐 카이엔 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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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민 2019-01-08 22:20:31
뭔가 울트라 리스크 같음... 가히 이 판에서 대적할 만한 상대가 없다고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