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 디자인 비평] 지프 디자인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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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디자인 비평] 지프 디자인의 진화
  • 구 상 교수
  • 승인 2018.06.05 15: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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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 디자인의 진화
군용 지프를 바탕으로 한 민간용 윌리스 CJ-2A

 

전 세계 네바퀴굴림 SUV의 시조라고 할 수 있는 지프(Jeep)의 랭글러(Wrangler)가 2018년 ‘JL’이라는 코드를 가진 풀 체인지 모델로 돌아왔다. 지난 2007년에 등장했던 JK를 10년 만에 대체한 6세대 랭글러다. 지금은 큰 차체를 가진 네바퀴굴림 차량으로서 ‘SUV’라는 명칭이 일반화됐지만, 1980년대 이전에는 크지 않은 차체에 네바퀴굴림 방식을 가진 차량의 개념이 더 강했다. 이는 2차 세계대전의 전술 차량으로 개발된 포드의 GP-W와 윌리스의 MB가 전쟁 이후 민간용 지프(Civilian Jeep)로 개발되면서 비롯됐다. 이렇게 시작된 지프의 역사는 이제 72년에 이르고 있다.

 

지프는 거의 10년 단위로 디자인의 변화를 시도했는데, 그 앞모습을 살펴보면 재미있는 사실이 찾을 수 있다. 처음 등장한 민간용 지프 CJ-2A는 앞 유리창이 두 장으로 나뉜 구조로 거의 군용 지프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아마도 가장 많이 알려진 오리지널 지프의 모습은 1965년에 나온 2세대 CJ-5일 것이다. 국내에서도 생산된 적이 있는 ‘신진 지프’의 모델이며 동시에 ‘코란도(Korando)’라고 이름 붙여졌던 국산 지프의 원형이기도 하다. 초기 모델은 군용 지프와 거의 같은 구조로 단순하고 소박한 인상이다. 그런데 1987년에 나온 YJ 랭글러 레니게이드는 지프 역사상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4각형 헤드램프를 사용했었다.

 

2018년형 지프 JL 랭글러

 

이 모델은 우리나라에서는 일명 ‘맥가이버 지프’라고 알려져 있는데, 1990년대 인기 미국 TV 시리즈 ‘맥가이버’에서 주인공이 타고 나왔기 때문이다. 이후 1997년에 나온 TJ에서는 다시 원형 램프로 돌아갔고, 이때부터 지프 브랜드의 시그니쳐 로서 원형 헤드램프와 일곱 개의 수직형 라디에이터 그릴, 이른바 ‘7 슬롯(slot)’이라고 불리는 전면부 인상이 자리 잡게 된다. YJ와 TJ는 각각 풀 모델 체인지 개념의 변화를 거쳤지만, 차체의 기본 구조는 거의 유사한 모델이었다. 2007년에 나온 JK 모델에서도 원형 헤드램프는 그대로 유지된다. TJ에서 앞 휠 아치로 옮겨졌던 전면 방향지시등이 헤드램프 아래쪽으로 돌아오는 등 지프 본래의 모습에 좀 더 가까워진 형태로 변화되었고, 앞뒤의 휠 아치와 바퀴 크기가 확대되어 건장한 모습으로 변화된다.

 

6세대 모델로 등장한 2018년형 모델에서는 전면부의 인상을 좀 더 오리지널 지프에 가깝게 디자인됐다. 이는 7개의 라디에이터 그릴 중에서 좌우의 바깥쪽 그릴이 헤드램프의 원형과 겹쳐지는 형태의 디자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초기의 CJ 모델과 거의 동일한 디자인으로 보다 세련되게 다듬은 디테일이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헤드램프와 앞 펜더에 주간주행등 역할을 하는 램프류를 설치했다.
둥근 형태를 모티브로 강조하는 디자인은 실내에서도 이어지는데, 스티어링 휠을 비롯해서 속도계 등등이 있는 클러스터와 네 개의 환기구 등에 모두 원형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사각형 헤드램프의 프런트 패널 디자인이 모던하고 도회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고 느꼈다.

 

CJ-2A모델 이후 6세대의 앞모습 변화

 

그래서 당시 YJ의 프런트 패널을 구해 지금까지 보관하고 있다. 하지만 지프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지킨다는 관점에서 보면 둥근 헤드램프가 정통성을 가지는 것은 틀림없다. 그래서 둥근 헤드램프와 오리지널 지프와 유사한 둥근 모서리의 직사각형 슬롯이 있는 모양의 라디에이터 그릴이 지프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 됐다. 이제는 지프 브랜드의 공통적 디자인 요소로 7개의 슬럿을 레니게이드나 체로키, 그랜드 체로키 등의 모델들이 같이 쓴다. 그렇지만 체로키의 초기 모델은 훨씬 더 많은 슬럿을 가진 라디에이터 그릴을 달고 있었다. 그것은 체로키(Cherokee)라는 이름이 북미인디언 부족의 이름에서 따 온 것이고, 그 부족 추장이 머리에 쓰고 있던 깃털 장식을 모티브로 디자인을 했기때문이었다. 지프(Jeep)는 6세대를 거치면서 점점 다듬어져 온 디자인을 보여주면서도 처음 개발했던 네바퀴굴림 차량이 가진 본래의 경쾌한 성능과 크기를 가진 차량의 모습은 변함없이 지켜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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