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브랜드가 된 스타 엔지니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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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브랜드가 된 스타 엔지니어들
  • 오토카 편집부
  • 승인 2018.06.20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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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좋아하는 자동차 뒤에 숨어 단 한 번도 드러나지 않은 두뇌들이 그들만의 방식으로 스타가 되고 있다. 댄 프로서(Dan Prosser)가 이유를 밝힌다
안드레아스 프로이닝어 거의 20년 동안 포르쉐의 고성능 모터스포츠 디비전을 이끈 '미스터 GT3'는 아주 유명한 자동차 엔지니어다. 어렸을 때부터 침실에 포르쉐 911 2.7 카레라 RS 포스터를 붙여놨었다. 뼛속까지 ‘카 가이’인 안드레아스 프로이닝어 사장은 사소한 부분까지 열정을 다하고 이는 전체로 퍼진다. 그와 함께 저녁을 먹으면 메인 코스 요리가 나오는 동안 911 GT3 RS 댐퍼 세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야 할 것이다. 물론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오랜 시간 동안 쓸모없는 것을 연구하는 사람처럼 취급받던 전 세계 괴짜들이 갑자기 대중문화와 스타일의 최전선에 뛰어들었다. 그들은 굵은 뿔테 안경과 벗겨진 이마로 상징되는 공부벌레 또는 아웃사이더로 취급받지 않는다. 극적으로 역할이 변하면서 그들은 갑자기 멋진 사람이 됐다. 난 2013년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처음으로 ‘긱 시크’(geek chic)라는 단어가 올랐다. 이는 ‘컴퓨터나 기술에 관심을 쏟는 괴짜들과 관련된 문화, 외모, 복장으로 스타일리시, 패셔너블과 비슷하다’는 의미로 그들에 관한 생각 변화를 확실하게 보여줬다. 한때 이상하고 고리타분한 부적응자로 인식됐던 괴짜들이 갑자기 아주 높은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그들이 이곳저곳에서 주목을 받으며 시간을 즐기기 시작하자 자동차산업에서 평범하지 않은 것들이 싹트기 시작했다. 

     

과학자, 컴퓨터 프로그래머, 엔지니어를 연예인처럼 생각하는 것은 너무 지나칠까? 그렇긴 하지만 요즘에는 두 그룹 사이에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 최근 가장 잘나가는 괴짜로 꼽히는 브라이언 콕스(Brian Cox) 물리학 교수와 테슬라 및 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 창업주에 관한 대중의 엄청난 관심을 보면 그들이 이제 더는 긴장하며 사람들 관심 뒤편에 숨어 있고자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자동차산업에서도 앞서 설명한 현상이 생기고 있을까? 정확히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엔지니어들은 이전보다 더 많이 존경받고 있다. 사실 우리는 새로운 세대의 유명한 자동차 엔지니어가 등장하는 것을 지켜봤다. 포르쉐 911 GT3의 캠버 각을 승인한 남자는 이제 유명하다. 물론 그는 아주 빠른 차에 열정적인 관심이 있는 사람이다. 

     

알버트 비어만 알버트 비어만 현대기아 고성능차 담당 사장은 전에 BMW M 디비전을 이끌었다. 예전에 그는 내가 중요하지 않은 일을 해내자 트로피를 주며 동료들 앞에서 나를 아주 멋쩍게 만들었던 적이 있다. 트로피는 사실 과일 주스 한 병이었다. 솔직히 나는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이것이 그의 또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예다. 알버트 비어만 사장은 기계적이고 숫자만 아는 다른 자동차 엔지니어와 다르다. 그는 재밌고 인간적인 면도 있다.

 

물론 자동차 초기 시대부터 아주 유명한 자동차 엔지니어는 계속 있었다. 예를 들어 찰스 롤스와 핸리 로이스 경이 있다, 물론 그들은 엔지니어보다는 훌륭한 브랜드를 세운 사람들로 더 유명하다. 엔초 페라리와 페루치오 람보르기니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 기사를 통해 알리고자 하는 일부 엔지니어는 창업주가 아닌 직원이다. 안드레아스 프로이닝어(Andreas Preuninger) 포르쉐 모터스포츠 사장이나 메르세데스-AMG를 이끄는 토비아스 뫼르스(Tobias Moers) 사장은 누구나 다 알 것이다. 맷 베커(Matt Becher) 애스턴마틴 최고 엔지니어는 핸들링으로 유명한 로터스의 명성을 만드는데 기여했으며 이제는 애스턴마틴에서 같은 일을 하며 힘쓰고 있다. 

 

이제 그들은 엔지니어보다 홍보대사가 더 어울린다. 자동차회사가 소셜 미디어나 유튜브 같은 디지털 콘텐츠를 통해 더 많은 고객에게 다가가면서 그들의 얼굴과 목소리는 더 익숙해졌다. 그리고 아주 특정한 방식으로 소수의 자동차 엔지니어가 유명인사가 된 경우다. 물론 이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아마도 1930년대와 1950년대에 메르세데스 레이싱 팀을 이끌다가 고성능 로드카 개발에 참여한 루돌프 울렌하우트(Rudolf Uhlenhaut)는 처음으로 자신의 전문 분야를 바꾼 자동차 엔지니어로 볼 수 있다(그는 개발 중인 레이싱카를 타고 전설적인 레이서인 후안 마뉴엘 판지오보다 더 빠르게 달리기도 했다). 루돌프 울렌하우트 이후 람보르기니의 발렌티노 발보니(Valentino Balboni)나 페라리의 다리오 베누치(Dario Benuzzi)처럼 테스트 드라이버로 더 유명한 엔지니어가 나타나기도 했다.  

 

 

맷 베커 맷 베커 애스턴마틴 최고 엔지니어는 오랫동안 로터스에서 자동차 동역학을 맡았다. 그의 철저한 관리 아래 탄생한 첫 번째 차인 DB11 V8은 명차라 할 수 있다. 그는 120마력에 불과한 로터스 엘리스를 몰고 608마력 BMW M5와 비슷한 움직임을 나타내는 차로 만들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 중 하나. 얼마나 빠르냐고? 몇 년 전 F1 드라이버 키미 라이코넨이 헤델에 있는 로터스 테스트 트랙을 방문했을 때 그의 기록을 깨는데 실패했다.

 

그런데 자동차회사는 왜 일류 엔지니어를 더 유명하게 만드는 걸까? 사이먼 스프라울(Simon Sproule) 애스턴마틴 마케팅 총괄은 “이제 사람들이 엔지니어를 멋있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부 엔지니어는 명성을 떨치고 믿음을 준다. 이는 자동차회사에 큰 가치를 전한다. 실제로 애스턴마틴처럼 고급 스포츠 브랜드 입장에서는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고 말한다. 애스턴마틴은 언론을 상대하거나 자체적인 홍보 수단에서 맷 베커 최고 엔지니어의 명성이나 믿음을 활용해 자동차 스타일뿐 아니라 기계적인 부분을 설명할 수 있다.   

 

토비아스 뫼르스 토비아스 뫼르스 메르세데스-AMG 사장한테 대답하지 않길 원하는 질문을 던지면 그는 툴툴거리며 대답하거나 무섭게 쏘아볼지도 모른다. 그러나 제대로 된 질문을 하면 홍보팀이 당황할 정도로 모든 것을 이야기해준다. 회사 입장에서 보면 정말 터무니없지만 메르세데스-AMG F1 팀을 3년 연속 정상으로 이끈 F1레이싱카의 파워트레인을 공도용 하이퍼카인 프로젝트 원으로 이식하자는 아이디어도 그의 머리에서 나왔다.

 

사이먼 스프라울 총괄은 “발키리 프로그램은 이론적으로 아주 완벽한 예와 같다. 애드리안 뉴이 최고기술책임자가 디자인했고 맷 베커 최고 엔지니어가 시험 주행을 할 것이다. 또한 맥라렌에서 가장 훌륭한 테스트 드라이버인 크리스 굿윈(Chris Goodwin)을 영입했다. 또한 레드불 레이싱 소속의 다니엘 리카르도와 막스 페르스테판 두 F1 드라이버도 시험 주행에 참여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유명한 자동차 엔지니어는 끝없는 홍보 경쟁에서 또 하나의 무기가 된다. 그들은 가장 괴짜이자 가장 열심히 연구하는 카 가이다. 이보다 더 좋은 표현으로 그들을 치켜세울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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