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한 맵시, 파사트 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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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한 맵시, 파사트 GT
  • 안정환
  • 승인 2018.05.20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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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사트 GT가 탄탄한 기본기에 더해진 첨단 장비, 그리고 깔끔한 디자인으로 외출 준비를 마쳤다

폭스바겐코리아의 컴백을 알리는 신호탄은 당초 예상되었던 티구안이나 아테온이 아닌 ‘파사트’에게 그 임무가 주어졌다. 새 출발을 더 힘차고 멀리 달리고 싶어서였을까? 파사트 이름 뒤에 붙은 ‘GT'라는 단어가 사뭇 의미심장하다. 어찌 됐든 이제 파사트는 폭스바겐의 신뢰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 올바른 길로 인도할 앞잡이가 되어야 한다.

 

이미 유럽 올해의 차를 비롯한 다양한 글로벌 수상 실적을 올리면서 전 세계 시장에서 상품성을 인정받았으니 1번 타자의 자격은 충분해 보인다. 안타를 날려 국내 수입차 시장에 무사 안착하기만 하면 된다. 파사트는 1973년 첫 출시 이후 전 세계에서 2200만 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그리고 8세대로 진화한 파사트 GT는 그 명성을 뛰어넘는 게 목표다.

 

인테리어는 정갈하며 고급스럽다

 

일단 골격부터 새로 썼다. 폭스바겐이 자랑하는 모듈형 플랫폼 MQB를 파사트 최초로 받아들였다. 휠베이스를 74mm 늘려 실내공간을 더 여유롭게 활용하고, 무게는 이전 모델대비 오히려 85kg가량 줄어 효율성을 높인 게 특징이다. 패밀리세단이 가져야 할 덕목을 더욱 강화한 셈이다. 외모는 패밀리 세단의 전형을 보여준다. 3박스 보디에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스타일링으로 정직하게 디자인했다. 어찌 보면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일반론적으로 보면 이런 류의 디자인이 오래 봐도 질리지 않고, 패밀리 세단으로도 적당하다. 차체에 들어간 모든 라인은 올곧고, 매끈하다.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은 수평으로 맞닿아 차를 더욱 넓고 당당하게 만들며, 옆면을 장식하는 캐릭터 라인은 단칼에 베인 듯 날렵하다. 한마디로 잘 다려진 슈트를 입은 독일 신사 느낌이다.

 

다양한 기능 버튼이 기어노브 주변에 깔끔하게 배치되어 있다

 

다 같은 슈트라도 누가 만드느냐에 따라 옷 태와 완성도가 달라지듯이 폭스바겐은 ‘슈트빨’ 제대로 낼 줄 아는 금형장인에 가깝다. 특히 문짝에 가려진 B필러 또는 도어 실링만 봐도 이 차가 안쪽 마감까지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다. 단차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고 표면도 매끄럽게 처리했다. 인테리어 역시 군더더기 없이 꾸며졌다. 무엇보다 수평라인이 돋보이는 대시보드 덕에 실내가 이전보다 훨씬 넓어 보이고 깔끔하다.

 

사용된 소재는 우레탄과 플라스틱이 대부분이지만, 가죽 질감과 나뭇결 느낌을 잘 표현해 고급스러운 분위기도 제법 낼 줄 안다. 다만 하이그로시 처리된 센터페시아와 기어노브 주변부는 손을 데는 족족 지문이 남아 자주 닦아줘야 할 것이다. 어느새 디지털식 계기판은 자동차 인테리어 트렌드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파사트 GT에 들어간 12.3인치 액티브 인포 디스플레이는 각종 데이터 및 주행정보를 운전자에게 고해상도 그래픽으로 전달한다.

 

차체 주변을 비추는 카메라의 화질이 매우 좋은 편이다

 

심지어 에코(Eco) 모드에서 창문이나 선루프를 열고 달리면 공기저항을 받으니 닫으라는 친절한 안내 문구까지 띄워주기도 한다. 미디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8인치 멀티컬러 터치스크린이 담당한다. 3차원 음성인식 내비게이션, CD플레이어, 블루투스 오디오 스트리밍 등 다양한 기능은 기본이고 미러링크를 비롯한 애플 카플레이 등을 연결할 수도 있다. 더불어 차 주변상황을 360°로 비춰주는 ‘에어리어 뷰’ 기능도 들어가는데, 카메라의 화질이 매우 뛰어난 편이다.

 

패밀리 세단이라면 뒷좌석 공간 역시 중요할 터. 파사트 GT의 실내공간은 기존보다 33mm 늘어나, 앞좌석뿐만 아니라 뒷좌석에서도 다리공간은 물론이고 머리공간까지 넉넉하다. 하지만 네바퀴를 굴리는 4모션(4Motion) 모델도 갖추고 있어 차체 아래에 드라이브 샤프트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때문에 센터터널이 비교적 높은 편이다.

 

디지털식 계기판은 이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2열 시트 가운데에 앉는 사람은 무릎이 높게 솟을 것이다. 트렁크 공간은 기존 모델보다 21L 늘어난 586L이며, 2열까지 접게 되면 1152L까지 확대된다. 골프백 3~4개 정도는 무리 없이 실을 수 있다.파사트 GT의 파워트레인은 직력 4기통 2.0L 디젤엔진에 6단 듀얼클러치 조합이다.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40.8kg·m의 힘으로 0→시속 100km 가속을 7.9초 만에 끝낸다.

 

최고시속은 233km지만, 시승차와 같은 4모션 모델은 230km/h이다. 그 느낌을 직접 느껴보기 위해 텅 빈 도로에서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봤다. 엔진이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날쌔게 치고 나간다. 순식간에 뽑아내는 토크가 강렬해 앞바퀴는 휠 스핀이 날 정도. 그렇다고 스포츠카처럼 폭발적인 가속감을 선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중형 세단치곤 꽤 경쾌한 가속이다.

 

문제는 이렇게 거칠게 몰다 보면 실내로 들이치는 엔진소음이 다소 거슬린다는 것이다. 맛깔스러운 음색이 아닌 디젤엔진의 걸걸한 사운드라서 듣기 좋지는 않다. 요즘은 디젤차들도 대체로 조용하고 부드러워지는 추세지만, 파사트 GT는 방음대책이 더 필요해 보인다. 이제 어느 정도 숙성단계로 접어든 6단 DSG 변속기는 역시 ‘명불허전’. 어떤 상황에서든 변속이 칼같이 정확하고 빠르다. 아직 “변속 직결감은 수동변속기가 최고”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얼른 그 생각을 접어두는 게 좋을 것이다.

 

아무리 수동변속에 자신 있다고 한들 DSG 변속기의 빠르고 정확한 변속을 따라잡긴 어려울 거다. 영리한 변속기 덕에 연료효율성도 뛰어난 편이다. 파사트 GT 4모션의 공인연비는 13.6km/L(복합기준), 하지만 시승하는 동안 기록한 평균연비는 15km/L를 웃돌았다. 딱히 연비에 신경 쓰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꽤 높은 연료효율성을 보여줬다. 만약 4모션이 아닌 기본 앞바퀴굴림 모델(복합기준 15.1km/L)이었다면 훨씬 더 높았을 것이다.  

 

출력은 충분하지만, 실내로 유입되는 엔진 소음과 진동이 다소 거슬린다

 

승차감은 단단한 편으로 전형적인 독일차 세팅이다. 나긋나긋한 승차감을 좋아하는 사람은 다소 딱딱하게 받아들일 수 있지만, 차체의 불필요한 움직임이 적어 고속주행 안정감이 탁월하다. 코너링에서도 팽팽한 서스펜션의 도움을 받아 매끄러우면서도 기민한 움직임을 선보인다. 파사트 GT에 들어간 첨단 안전기술은 여느 럭셔리 세단 부럽지 않다.

 

오히려 어떤 부분에선 더 뛰어난 수준이다. 도로 가장자리에 있는 보행자와의 충돌을 예방해주는 ‘보행자 모니터링 시스템’이나 저속(시속 60km 이하)에서 앞차를 따라 달리는 ‘트래픽 잼 어시스트’ 등의 최신예 기술을 갖췄다. 여기에 조향까지 돕는 ‘레인 어시스트’가 더해져 운전의 스트레스는 확 줄어든다. 앞차를 따라가는 반응도 괜찮고 차선 중앙에 맞춰 조향하는 감각도 수준급이다. 아마 운전의 자연스러움은 웬만한 초보운전자보다도 더 좋을 것이다.

 

부족함이 없는 뒷좌석 공간, 다만 착좌감은 약간 딱딱한 편이다

 

이외에도 파사트 GT에는 ‘프론트 어시스트 및 도심 긴금제동시스템’, ‘프로액티브 탑승자 보호시스템’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곳곳에 숨어있는 안전장비가 즐비하다. 2년간의 공백이 드디어 종지부를 찍었다. 폭스바겐코리아는 국내 시장에서의 남다른 각오를 다지고 있을 게 분명하다. 그리고 파사트 GT는 그 출발선에서 듬직하고 자리 잡았고, 어디에 내놔도 부족함 없는 상품성으로 무장했다.

 

탄탄한 기본기에 더해진 첨단 안전 및 편의장비, 그리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디자인으로 외출 준비를 마쳤다. 자동차의 본질에 집중할 줄 아는 폭스바겐다운 자세로 말이다. 그리고 PASSAT라는 이름이 ‘make a pass at ~’(누군가를 유혹하다)라는 의미로 바뀌는 순간, 우리는 파사트 GT 매력에 빠져들 것이다. 

 

VOLKSWAGEN PASSAT GT 4MOTION
가격 5290만 원
크기(길이×너비×높이) 4765×1830×1460mm
휠베이스 2786mm 
엔진 직렬 4기통 1968cc 디젤
최고출력 190마력/3500-4000rpm
최대토크 40.8kg·m/1900-3300rpm
변속기 자동 6단(DSG)
무게 1664kg
연비(복합) 13.6km/L
CO₂ 배출량 140g/km
서스펜션 (앞) 맥퍼슨 스트럿 (뒤) 멀티링크
브레이크 (앞/뒤) 디스크
타이어 (앞/뒤) 235/40 R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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