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적인 드림카 페라리 포르토피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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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인 드림카 페라리 포르토피노
  • 오토카 편집부
  • 승인 2018.06.09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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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토피노는 페라리에서 현실적인 드림카라 할 수 있다. 기대에 조금 못 미쳤던 캘리포니아 T보다 많은 부분이 향상됐다
작년에 창립 70주년을 맞은 페라리처럼 오랫동안 스포츠카를 전문으로 만든다면 그 분야에서 도가 텄을 것이다. 터무니없이 빠르고 운전 재미가 극에 달한 488 GTB가 이를 증명한다. 그러나 오늘날 드롭-톱 그랜드 투어러로 시선을 옮기면 페라리의 능력이 충분히 발휘되지 않았다는 느낌이 든다. 페라리는 10년 전 메르세데스-벤츠 SL63 AMG와 포르쉐 911 터보 카브리올레에 대응하기 위해 하드톱 컨버터블인 캘리포니아를 출시했다.
 
그러나 우아함을 뽐내는 프란싱 홀스의 발이 물에 빠진 듯 전혀 페라리답지 않았다. 심지어 575M 슈퍼아메리카 또는 데이토나 스파이더처럼 훌륭한 모델이 이미 존재했는데도 말이다. 캘리포니아는 페라리다운 역동성과 즐거움을 갖출 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쓸 수 있게 편안함과 세련미도 더해야 했다. 이로 인해 접이식 하드톱 컨버터블은 구조나 무게에서 많은 부담이 걸렸다. 이를 완벽하게 구현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런데도 페라리가 어려운 도전에 나선 이유는 만약 성공한다면 페라리 판매량을 두 배 가까이 늘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접이식 하드톱은 저속에서 14초 만에 열거나 닫을 수 있다

 

물론 캘리포니아 이야기는 페라리가 원하는 대로 전개되지 않았다. 중간에 터보차저 엔진을 얹고 무게를 줄이는 등 개선을 거쳤지만 이 역시 성공이라 할 정도로 판매량을 끌어 올리지 못했다. 페라리 V8 미드십 모델은 1년 동안 유럽에서 1000대 넘게 팔리지 않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러나 캘리포니아는 유럽에서 딱 한 해만 1000대 넘게 팔렸다. 이제 변화를 줄 시간이다. 한층 더 어울리는 포르토피노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이차는 완전 신형이다. 개성이 강한 디자인이지만 캘리포니아보다 비율이나 매력 면에서 더 뛰어나다. 하드톱을 개방하면 포르토피노 실루엣에서 데이토나 스파이더의 모습이 언뜻 보이기도 한다. 

 
섬세한 곡선을 자랑하는 차체 안에는 캘리포니아보다 무게가 더 가볍고 강성이 35% 더 증가한 섀시가 있다. 서스펜션은 자기유동식 어댑티브 댐퍼를 새로 손봐 더 단단하게 조율했고 스티어링 시스템 또한 유압식에서 전자식으로 바꿔 반응이 한층 더 빨라졌다. 보닛 아래에는 V8 3.9L 트윈 터보 엔진이 있다. 뱅크각 90에 플랫 플레인 크랭크 샤프트를 달고 흡·배기 시스템을 다시 설정해 최고출력을 39마력 더 올렸다. 포르토피노 V8 엔진은 실린더 헤드 배기관이 바깥쪽에 있어 다른 V8과 다르다. 또한 아우디와 메르세데스-벤츠가 V자 뱅크 사이에 터보를 넣어 ‘핫 V’(hot V)라 부르는 것보다 더 낮고 넓게 배치했다. 
 
 
스프링과 댐퍼는 새로 조율해 포르토피노가 캘리포니아보다 훨씬 더 민첩하다

 

페라리에 따르면 두 가지 방법으로 실험했지만 포르토피노에 적용한 방식이 배기가스 배압과 무게중심을 더 낮출 수 있어 488 GTB에서도 효과가 있었다. 최대토크는 0.6kg·m 늘어나는데 그쳤지만 무게를 30kg 줄여 신형 애스턴마틴 DB11보다 무게당 출력이 76마력/톤이나 더 높다. 캘리포니아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2인치 흑백 디스플레이로 제어하고 내비게이션 지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제 무역 정책보다 더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을 기억하는가? 포르토피노에서는 이런 것들이 완전히 바뀌었다. 실내에는 조금 직관성이 떨어지는 5인치 컬러 계기판이 가운데 자리 잡은 아날로그 타코미터 양옆에 붙어있고 3300파운드(약 476만 원)을 더 내면 커다란 동승객용 터치스크린을 따로 마련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기능은 센터페시아에 있는 10.3인치 디스플레이로 제어하며 내비게이션 또한 검색 방식이나 경로 안내가 훨씬 더 쉬워졌다. 차의 여러 기능을 제어하는 디지털 컨트롤러는 큰 어려움 없이 금방 익숙해진다. 편안한 GT를 추구하는 페라리 포르토피노로서 좋은 출발인 셈이다. 또 다른 변화로 가죽 좌석을 꼽을 수 있다. 쿠션이 충분하고 488 GTB의 것보다 각이 완만해 편안하다. 페라리 포르토피노 배기는 전자제어가 밸브에 연결돼 있어 마네티노 스위치로 주행 모드를 변경할 때마다 여기에 맞춰 배기소리를 더 크고 작게 설정할 수 있다.
 
 
포르토피노의 가죽 좌석에 앉으면 그랜드 투어러라는 사실을 납득할 수 있다

 

컴포트 모드에서 스로틀을 50% 미만으로 열 때 가장 작으며 스포트 모드로 바꾸면 V8 엔진에서 사랑스럽고 우렁찬 기계 소리가 난다. 엔진은 7500rpm까지 치솟고 중회전대에서 엄청난 토크가 쏟아져 나온다. 언제나 바로 반응하고 터보의 도움을 받아 전달되는 힘은 엄청나게 혁신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언제나 AMG나 아우디 V8 엔진보다 뛰어난 드라마틱한 성격을 드러낸다. 그러나 프로토피노가 아주 훌륭한 그랜드 투어러라고 묻는다면 재빠르게 대답하기가 힘들다. 차의 성격과 동떨어진 변속기는 감각을 짜릿하게 만들며 차의 정체성에 혼란을 준다.

 
물론 스티어링 휠에 뒤에 달린 패들시프트를 이용해 직접 변속하면 트윈 클러치 변속기는 뛰어난 성능을 보여준다. 기어를 올리고 내릴 때 모두 정말 빠르고 활기차다. 그러나 자동 모드에서는 변속 타이밍에서 주저하고 출발하거나 가속할 때 손발이 맞지 않으며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도 천천히 움직이지 않아 불만스럽다. 포르토피노는 페라리에서 전형적인 3가지 주행 모드를 갖추고 있어 파워트레인, 댐퍼, 스티어링, 안정컨트롤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설정할 수 있다.
 
 
그러나 고르지 않은 도로에서 서스펜션을 무르게 하는 별도의 버튼을 마련해 다른 부분은 운전하는데 최적 상태로 유지한 채 댐퍼만 부드럽게 설정할 수 있다. 확실히 포르토피노에는 위에서 말한 일명 ‘범피 로드’(bumpy road) 버튼이 필요하다. 솔직히 포르토피노뿐 아니라 때로는 편안하고 부드럽게 주행하고 가끔은 동공이 커질 만큼 아슬아슬하게 달려야 하는 모든 차에 이 기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스포트 모드로 두면 표면이 아주 조금 고르지 못한 도로에서도 쉽게 불안정해진다. 이는 서스펜션 높이를 낮추면 어느 정도 진정되지만 GT카에 어울리는 분위기는 아니다. 커다란 둔턱을 넘을 때면 차체가 흔들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신형 전자식 스티어링은 488 GTB에 크게 뒤처지지 않으며 아주 직관적이다. 앞바퀴가 도로를 꽉 움켜쥔다고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적당한 무게감이 있다. 직선 구간에서 포르토피노는 안정성을 생각하지 않고 거침없이 질주하는 만큼 488 GTB를 운전할 때처럼 집중력을 유지해야 한다. 한 가지 좋은 소식을 전하면 페라리에 당연히 있어야 할 횡적 차체 컨트롤과 엄청난 핸들링 반응 덕분에 고속 코너에서도 재빠르게 지나갈 수 있다. 분명히 가속할 때 핸들링 균형도 3세대로 진화한 전자식 디퍼렌셜인 ‘E-디프’(E-Diff) 덕분에 한 차원 더 발전했지만 전체적인 역동성은 너무 지나친 느낌이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평소에 예리한 움직임을 자랑하는 포르토피노는 안정컨트롤이 개입하면 제어하기 쉬워지고 그러면서도 운전 재미는 떨어지지 않는다. 역동성은 확실히 더 풍부해졌다.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은 정통 페라리의 느낌이 살아있다. 포르토피노는 캘리포니아보다 더 다재다능하고 고급스러운 스포츠카다. 페라리가 의도했든 아니면 우연이든 포르토피노는 페라리 488 GTB를 비롯한 미드십 슈퍼카보다 더 운전하기 쉽고 많은 것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요소를 따지더라도 나는 이차를 에브리데이 스포츠카로 사지는 않겠다. 페라리 포르토피노를 그렇게 타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포르토피노: ‘E-디프3’ (E-Diff 3)는 무엇인가?>
 
포르토피노는 캘리포니아 T와 마찬가지로 7단 트윈 클러치 자동변속기를 쓰지만 뒷바퀴 사이에 E-디프라 부르는 전자식 디퍼렌셜을 적용했다. 페라리는 599 GTO에서 E-디프를 처음 선보인 다음 여러 모델에 폭넓게 사용했고 이제 3세대로 진화했다. 이 시스템은 클러치를 사용해 뒷바퀴에 다양한 토크를 전달한다. 저속에서는 미끄러질 수 있지만 스로틀을 조금만 열어도 차를 다루기가 쉽고 락이 아주 빠르게 걸린다. 또한 기계식 슬립 디퍼렌셜보다 더 많은 토크를 뒷바퀴에 전달한다. 우리는 핸들링 한계를 시험해 볼 기회를 만들지 못했으나 E-디프 교차로나 저속 코너를 지날 때 더 뛰어난 트랙션을 느낄 수 있었다.  
 
 
<tester’s note>
페라리 포르토피노에는 812 슈퍼패스트에서 처음 선보인 새로운 디자인의 스티어링 휠을 달았다. 스티어링 휠 스포크에 크기를 키운 방향시지등 버튼을 달아 엄지손가락이나 뒤에 위치하는 검지로 조작할 수 있다. 아주 편안해졌다.  
 
 
<FERRARI PORTOFINO>
캘리포니아 T보다 한층 더 빠르고 민첩하다. 그러나 훌륭한 GT에 있어야 할 역동성의 세련미가 부족하다 
 
가격 16만6180파운드(약 2억3973만 원)
엔진 V8 3855cc 트윈 터보 휘발유
최고출력 599마력/7500rpm 
최대토크 77.6kg·m/3000-5250rpm
변속기 자동 7단 트윈 클러치
무게 1664kg 
최고시속 320km
0→시속 100km 가속 3.5초
연비 9,3km/L
CO₂ 배출량 245g/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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