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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찬 제비, 푸조 308 GT
지친 일상 속, 푸조 308 GT와 함께한 일탈은 삶의 활력소이자 비타민이다
2018년 05월 09일 (수) 10:25:10 안정환 c2@iautocar.co.kr
송정남 포토그래퍼 c2@iautocar.co.kr
   
 
각박한 일상은 지루함과 무기력을 동반한다. 매일 쳇바퀴 돌 듯 살아가는 현대인, 스트레스와 피로는 숙명일지도 모른다. 이런 생활을 당장 벗어나기도 어렵다면, 종종 일탈의 방아쇠를 당길 필요가 있다. 오늘 나의 방아쇠는 푸조 ‘308 GT’다. 센터터널에 큼직하게 자리 잡은 스포츠 버튼을 눌러 장전도 마쳤다. 장소는 남산 소월로로 잡았다. 빠른 속도는 못 내더라도 굽이치는 고갯길이 나름 재밌는 곳이다. 푸조 308? 일탈의 방아쇠가 너무 약한 거 아니냐고? 맞다. 2.0L 디젤 엔진을 얹은 소형 해치백이니 다소 부족할 수 있다. 그래도 이름 뒤에 더해진 GT는 나름 활기찬 재미를 안겨준다. 무조건 대배기량 엔진을 얹은 스포츠카만 진정한 재미를 주는 건 아니다. 50cc 엔진을 넣은 카트도 충분히 아찔하고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처럼 말이다. 
 
 
   
곳곳에 들어간 빨간색 스티치가 고성능을 암시한다

 

푸조의 차 대부분이 엄청난 힘과 다이내믹함을 강조하는 것은 아니지만, 푸조만의 달리는 맛이 있다. 실용적인 힘으로 차체를 알차게 이끌고, 조향감각에는 날카로움이 배어있다. 한마디로 운전이 맛깔스럽다. 이는 소형 해치백만이 아닌 키 높은 SUV 모델에서도 느낄 수 있는 감각이다. 그래서 이번 308 GT가 더욱 반갑게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오랜만에 드라이빙 본연의 깊은 맛을 보고 싶었으니까. 값비싼 레스토랑도 맛있지만, 합리적인 가격에 깊은 맛을 낼 줄 아는 맛집. 푸조가 그런 브랜드다. 

 
 
이번에 나온 308은 4년 만에 약간 손을 본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다. 스포티한 디자인 변화와 첨단 안전 및 편의 사양을 대거 탑재했다는 것이 푸조의 설명. 그런데 변화된 모습은 거의 숨은그림찾기 수준이다. 라디에이터 그릴 디자인을 살짝 바꾸고 범퍼에 힘을 좀 더 준 정도. 나머지는 그냥 기존 308과 같다고 보면 된다. 그래도 전체적인 느낌은 핫해치답게 당돌차면서도 귀여운 이미지. 특히 빵빵한 엉덩이가 맘에 든다. 더욱이 GT 모델은 10mm 더 낮은 스포츠 서스펜션이 들어가 자세도 제법 안정적이다. 여기에 18인치 휠까지 들어가니 옆모습에서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진다.
 
 
   
180마력, 40.8kg·m의 힘을 내는 2.0L 디젤엔진

 

인테리어는 ‘미니멀리즘’을 잘 나타내고 있다. 기존의 모습 그대로긴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도 전혀 촌스럽다거나 어색하지 않다. 실내에 최소한의 조작부만 남겨놓고 단순화했다. 대부분 기능은 9.7인치 터치스크린 안에서 조작된다. 그래도 자주 사용하는 에어컨 조작부만큼은 손으로 직접 조작할 수 있도록 다이얼 버튼으로 바꿨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실내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대시보드 위로 솟은 계기판과 작은 스티어링. 계기판을 보면서도 도로에서 시선을 뗄 필요가 없고, 작은 스티어링 휠은 이리저리 돌리는 재미가 있다.

 
 
스티어링 휠의 무게감, 반발력 등 균형은 잘 잡혀 있다. GT만을 위한 멋 부림도 더했다. 스포츠 성능을 강조하기 위해 버킷시트를 달고, 검은색 알칸타라와 가죽으로 실내 곳곳을 감쌌다. 검은색 가죽과 대비를 이루는 붉은색 스티치의 대비도 은근 강렬하다. 스티어링 휠 아랫부분엔 GT 엠블럼 각인도 넣었다. 겉과 안을 살폈으니 이제 308 GT의 진가를 제대로 알아볼 차례. 이미 스포츠 모드로 장전은 마쳤고 방아쇠만 당길 일만 남았다. 308 GT도 아드레날린이 솟는지 계기판의 타코미터가 붉게 달아올랐다. 또, 그때그때 뿜어내는 출력, 토크, 부스트도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라며 가운데 정보창에 게이지를 띄워놨다. 스티어링 휠을 꽉 붙잡고 가속페달을 밟아 ‘발사’. 
 
 
   
기본 트렁크 용량은 470L, 2열 시트 모두 접으면 1309L

 

최고출력 180마력, 최대토크 40.8kg·m의 힘으로 쏜살같이 튀어 나간다. 수치만 보면 이 말이 전혀 와 닿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초반부터 뿜어지는 최대토크의 힘은 1490kg의 무게를 이끄는 데 전혀 부족함이 없다. 경쾌하고 가뿐할 뿐이다. 308 GT는 수치보다 실제 주행에서 매력을 드러내는 모델이다. 엔진의 반응도 빠릿빠릿해 언제든 손쉽게 원하는 만큼의 가속을 만들어낸다. 빠른 엔진의 반응은 코너가 잦은 와인딩 코스에서 확실한 도움을 준다. 감속-재가속-감속-재가속. 308 GT에 들어간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는 환상궁합을 선보이며, 운전자의 질주본능을 제대로 실현시켜준다. 여기에 스포티한 엔진사운드까지 울려 퍼지니 가속페달에 발을 비벼댈 맛이 난다.

 
 
물론 이 소리는 스피커에서 인위적으로 만든 엔진음이다. 디젤엔진으로 이런 스포티한 사운드를 낼 수 없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 그래도 스포츠 모드에서만은 귀도 같이 즐거워지라고 사운드 제네레이터를 넣어 놨다. 발놀림도 가볍다.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을 돌리는 대로 요리조리 발목을 틀며 정확하고 날카롭게 나아가는 방향을 바꾼다. 서스펜션은 앞 맥퍼슨 스트럿, 뒤 토션빔. 성능을 앞세운 모델에 토션빔을 쓴다는 것은 좀 의아한 부분이지만, 세팅은 아주 훌륭한 수준이다. 어설픈 멀티링크보다 안정감이 훨씬 뛰어나다. 승차감도 나쁘지 않다. 스포츠 서스펜션이 들어가 좀 단단한 편이긴 한데, 멀미를 유발하거나 불쾌할 정도는 아니다. 노면에서 올라오는 충격과 진동을 제법 잘 거슬러낸다.
 
 
   
저기 가운데 스포츠 버튼을 2초간 누르면 차의 성격이 더욱 거칠어진다

 

이번 신형 308 GT에서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게 바로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이다. 차선 이탈 방지 시스템, 거리 알람 시스템, 크루즈 컨트롤 시스템, 힐 어시스트 시스템, 스마트빔 어시스트 시스템, 블라인드 스팟 모니터링 시스템, 파크 어시스트 등이 기본으로 들어간다. 최신 트렌트에 발맞춰 308 GT도 좀 더 똑똑하게 만든 것이다. 그렇다고 차를 너무 믿어서도 안 된다. 차선 이탈 방지 시스템은 차선을 놓치는 경우가 허다했다. 영리해지긴 했지만, 학습이 더 필요해 보인다.

 
 
308 GT. 뒤에 붙은 GT라는 단어에 부끄럽지 않게 잘 달렸다. 특히 소월로 같은 와인딩 코스에서 물 찬 제비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308 GT는 내 소소한 일탈의 방아쇠가 되기에 충분했다. 그렇다고 이 차가 정통 스포츠카다운 실력을 뽐내는 건 절대 아니다. 일상에서 마음 편하게 언제든지 재밌게 달릴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것이다. 핫해치로서 가져야 할 자세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실용성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신나게 달리고 싶다. 가끔은 지친 일상 속에서 소소한 일탈을 범하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308 GT는 귀엽고 빵빵한 엉덩이를 힘차게 흔들면서 적잖은 위로를 건네줄 거다. 
 
 
PEUGEOT 308 GT
가격 3990만원
크기(길이×너비×높이) 4255×1805×1470mm
휠베이스 2620mm
엔진 직렬 4기통 1997cc 디젤
최고출력 180마력/3750rpm
최대토크 40.8kg·m/2000rpm
변속기 자동 6단
무게 1490kg
연비(복합) 13.3km/L
CO₂ 배출량 143g/km
서스펜션 (앞) 맥퍼슨 스트럿 (뒤) 토션빔
브레이크 (앞) V디스크  (뒤)디스크
타이어 (앞/뒤) 225/40 R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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