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의 또 다른 차원, S400d
상태바
디젤의 또 다른 차원, S400d
  • 최주식 편집장
  • 승인 2018.05.11 14: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새로운 직렬 6기통 터보 디젤의 가속은 빠르기도 하지만 부드러움의 수준이 종전의 디젤과는 한 차원 다르다
아이폰을 사용하는 유저 중 어떤 이는 새 모델이 나오는 날 밤을 새워 기다리기도 하고 어떤 이는 한참을 참았다가 S 모델을 구매하기도 한다. 속도와 성능 등이 강화되었다는 이유 때문인데 자동차로 치면 페이스리프트에 해당한다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팬덤은 다르지만 말이다. 아무튼 페이스리프트는 브랜드와 모델마다 변화의 폭이 일정하지 않은데 때로 실망스런 경우도 있다. 오늘 만나는 메르세데스-벤츠 6세대 S-클래스 페이스리프트는 역대급으로 평가받는 모델. 새로 바뀐 부품이 6500개에 이를 만큼 광범위한 변화가 이루어졌다는 설명이다. 풀 모델 체인지도 아닌데 이처럼 공을 들인 이유는 무엇일까.
 
 
브랜드마다 강조하는 럭셔리의 의미는 같은 듯 다르기도 하고 시대에 따라 그 정의가 변해오기도 했다. 신형 S-클래스의 시트에 앉아 둘러보는 실내는 고급스러운 소재와 품질, 디자인 모두 눈을 즐겁게 하며 운전자를 감싸고 있다. 단지 고급스럽고 화려한 것이 럭셔리의 정의는 아닐 것이다. 그것은 이용하는 사람을 기분 좋게, 밝게 해주는 것이 아닐까. 기분 좋은 감정의 레벨을 높여주는 것. 명품이라는 건 결국 이런 이유로 가치가 있는 것이리라.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물건에 더해 자동차는 더 깊은 심연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일목요연하고 다루기 쉬운 콘트롤 장치

 

시승차는 S400d 4매틱 롱보디. 시판되는 S350d, S400d 2개의 디젤 그리고 S450, S450 4매틱, S560 4매틱 3개의 가솔린엔진 중 디젤 최상위 버전이다. 2개의 2.9L 디젤 모델은 직렬 6기통이라는 점에서 V6 3.0L인 가솔린모델과 차별화된다. S560은 V8 4.0L 469마력 엔진. 최고성능 모델인 S63 AMG에는 같은 V8 4.0L지만 트윈 스크롤 터보를 적용해 612마력의 최고출력을 뿜어낸다. 이전의 V8 5.5L 585마력보다 배기량이 작아졌으나 27마력이나 높아진 수치다.  

 
 
아무튼 S400d 4매틱 롱보디는 그러니까 직렬 6기통 2.9L 디젤 터보 340마력 엔진에 네바퀴굴림 그리고 기본형보다 차체 길이가 140mm 긴 롱 휠베이스 모델이다. 340마력은 메르세데스-벤츠 디젤 세단 중 역대 가장 강력한 성능으로 라이벌을 압도한다. 벤츠 디젤엔진 중 처음으로 가변 밸브 타이밍 시스템을 다는 등 효율성을 높였다. 직렬 6기통은 촉매장치를 엔진 가까이 둘 수 있다. 그러면 열전달 효율이 좋아져 반응이 빨라진다. 그만큼 배출가스가 줄어들고 내구성이 좋아지는 이점이 있다. 다만 V6보다 덩치가 크고 무겁다는 게 단점. 생산전략상 4기통 라인에서 직렬 6기통 엔진을 만들수 있다는 점도 고려되었다.        
 
 
쇼퍼드리븐의 가치를 말하는 뒷좌석

 

도로 위에서 벤츠 S-클래스의 새로운 직렬 6기통 디젤은 어떨까. 도어를 닫고 출발하는 순간부터는 소리와 질감에서 디젤이라는 것을 잊어버린다. 타코미터의 레드존이 5000초반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보기 전에는 말이다. 그리고 곧장 터지는 강력한 발진 가속성능이 고성능 디젤임을 과시한다. 네바퀴굴림이지만 뒷바퀴굴림보다 더 강력하게 느껴지는 발진성능은 71.3kg·m에 달하는 토크가 1200rpm부터 발산되기 때문. 이런 강력함은 최대토크가 유지되는 3200rpm 구간까지 이어진다. 

 
 
가속은 빠르고 조용하며 안정적이다. 수치상의 가속력도 상당하지만 부드러움의 수준이 종전의 디젤과는 한 차원 다르다. 전자제어식 에어 서스펜션은 간단한 버튼 조작으로 지상고를 높인다. 하체를 높여 골목을 빠져나온 다음 점점 속도를 높여가는 도로로 갈아탄 다음 스포트 모드로 채널을 바꾸면 하체는 자동으로 내려앉는다. 페이스리프트에서 가장 달라진 부분이 탄탄해진 하체가 아닐까. 부드러운 승차감은 약간 출렁임이 있었던 전작과 달리 한층 옷매무새가 견고해진 느낌이다. 그러면서도 부드러움을 유지했다. 특히 요철을 지나고 났을 때 추스르는 자세가 좋아졌다. 
 
 
직렬 6기통 2.9L 바이터보 디젤은 놀라운 성능을 낸다

 

좌우 옆구리를 받쳐주는 버킷타입 시트는 코너를 감아나갈 때 차체 콘트롤에 도움을 줄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안정감을 더해준다. 어느 상황에 있어도 안정적인 자세는 조금 더 과감한 시도를 해도 차체가 흔들림 없이 받쳐준다는 믿음이 생겨난다. 운전재미라는 영역은 여기서 한 계단씩 더 올라간다. 그리고 타코미터에 나타나는 메뉴를 바꾸면 G-포스를 표시하는 그래픽이 나타난다. 맞다. 포르쉐 911 등에서 볼 수 있는 그 장치다.  

 
 
대부분의 속도는 낮은 회전구간 안에서 해결되기 때문에 연비가 좋을 것이라는 점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충분히 다이내믹한 자질을 갖추었기 때문에 가속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 결국 어떻게 다루느냐가 중요하다. 여러 가지 성격을 지녔다는 점이 장점이 될 수 있을 텐데 내가 눈여겨본 특성 중의 하나는 GT의 자질이다. 빠르고 고성능이면서 편안하게 달린다는 게 GT의 기본이라면 S400d는 이 조건에 대부분 부합한다. 게다가 복합연비 12.3km/L는 이 정도의 대형 세단으로 장거리를 여행하는데 연료비 걱정을 크게 덜어줄 것이다. 말하자면 고급 패밀리 GT. 
 
 
롱휠베이스 모델은 기본형보다 140mm 길다

 

그러나 뒷좌석에 타보면 그런 생각은 또 달라진다. 롱 휠베이스인만큼 영락없이 쇼퍼드리븐에 충실한 구성이다. 운전석에 앉았을 때와 다르게 S-클래스의 진가는 역시 여기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넓은 공간은 물론 전용 모니터와 손닿는 부위 패널의 히팅 기능까지 다양한 편의장비를 갖추었다. 기대기 좋은 헤드레스트에는 커버를 씌워 안락함을 더했다. 가운데 시트는 어른이 앉기에는 좁지만 앞으로 젖히면 훌륭한 암레스트 공간이 된다. 그리고 앞 동반석 시트를 쭉 밀면(버튼을 끝까지 누르면) 최대한 앞으로 접히며 받침대가 스르르 올라와 완전히 발 뻗고 누울 수 있는 자세가 나온다. 다만 이때 운전석에서는 오른쪽 사이드미러가 보이지 않으므로 조율이 필요하다. 아무튼 드라이버즈카이면서 쇼퍼드리븐이 되는 극과극의 성격을 동시에 보여준다. 

 
 
차선이탈 및 사각지대 주의 어시스트 등 운전자 보호장치는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전방위적이다. 더불어 업데이트 된 ‘디스트로닉 플러스’ 크루즈 컨트롤을 통한 준자율주행 기능을 접하면 놀랍다. 가속에 대한 유혹이나 운전재미를 잠시 잊어도 좋을 만큼 편하다. 무엇이든 경험하기 전에 단정하기는 어렵다. 자율주행은 어떤 절대적인 지향점이라기보다 필요한 상황에서 요긴하게 쓰면 되는 일이다. 무엇보다 그 기술발전 속도가 놀라울 따름이다.       
 
 
시종일관 부드러움을 잃지 않지만 가속할 때는 맹렬하다

 

흠이라면 생각보다 수납공간이 많지 않다는 점. 센터콘솔에 2개의 USB 포트와 스마트폰 무선충전 기능이 있지만 간단한 물건을 수납하기는 어렵다. 듀얼 컵홀더가 수납공간 기능을 한다. CD 케이스대신 그 자리에 재떨이가 있는 것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요즘에는 동전함으로 쓸 일도 없는데 그리고 스타일에서 AMG 패키지를 선택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쉽다. 나이트뷰 어시스트 플러스(451만원)와 부메스터 하이엔드 3D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1085만원) 등은 별도 옵션으로 선택해야 한다.   

 
 
여기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풀 모델 체인지도 아닌데 이처럼 공을 들인 이유는 무엇일까 하는. 한 마디로 라이벌을 압도해 따라오기 더 힘들게 만들겠다는 심산이다. 그런데 아우디 신형 A8이 자율주행 3단계로 치고나간 만큼 다음 세대에서 보여줄 부분이 더 많아졌다. 크게 손보지 않은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럭셔리 세단 시장의 경쟁은 이제 미래를 향한 첨단 신기술 경쟁으로 불길이 번져나간 느낌. 그렇지만 보수적인 가치를 중시하는 시장이기도 해서 추이를 관찰하는 재미가 있다. 다만 결말이 너무 뻔한 경쟁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Mercedes-Benz S400d L 4MATIC
가격 1억6650만원
크기(길이×너비×높이) 5280×1905×1495mm
엔진 직렬 6기통 2925cc 바이터보 디젤
최고출력 340마력/3600-4400rpm
최대토크 71.4kg·m/1200-3200rpm
변속기 자동 9단 트로닉
연비(복합) 12.3km/L
서스펜션(앞/뒤) 모두 멀티링크
브레이크(앞/뒤) 모두 V디스크
타이어 (앞)245/45 R19 (뒤)275/40 R19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