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혜의 영화와 자동차: 셰이프 오브 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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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혜의 영화와 자동차: 셰이프 오브 워터
  • 신지혜
  • 승인 2018.04.06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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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이프 오브 워터:사랑의 모양> 스트릭랜드가 바랐던 삶 캐딜락 드빌

그녀의 규칙적인 일상에는 다른 것이 끼어들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녀도 딱히 그게 불만인 것 같지도 않고 오히려 규칙적이고 안정된 생활이 그녀에게 평온을 가져다주는 듯하다. 언제부터인지 알 수 없지만 말을 하지 못하는 그녀, 함께 일을 하는 젤다와 옆방에 사는 가난한 화가 자일스 아저씨와의 돈독함 외에는 다른 사람과의 접점도 없는 그녀이지만 그 얼굴과 표정이 말해 주듯 이렇다 할 불만 없이 살아가고 있다. 그녀는 미국 항공우주국 비밀 센터에서 청소부로 일하고 있다.
 

어느 날 작은 소란이 일고 그 소동의 중심에 있는 그를 만나면서 그녀의 삶은 거기서 딸깍, 다른 궤도로 접어든다. 1960년대가 배경이다. 지극히 미국적인 이데올로기가 중심이 되던 때, 영화는 그 이데올로기를 대변하듯 보이는 스트릭랜드라는 캐릭터와 그 반대편에 있는 그녀 엘라이자와 친구들로 일단 대비된다. 그리고 그녀 엘라이자의 쪽에 괴생명체를 붙여주며 보호와 교감과 사랑이라는 힘을 부여해 팽팽한 긴장감을 갖게 한다. 엘라이자는 처음에는 연약하고 아무 것도 갖지 못한 사람인 듯 보이지만 괴생명체와 사랑에 빠지고 그를 구출하기로 마음먹게 되면서 친구들과 조력자를 얻고 서서히 잠재되어 있던 힘을 이끌어 내며 강해진다. 
 

반면 그녀와 대척점에 서 있는 스트릭랜드는 권력과 힘을 잔뜩 갖고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중적이고 잔인하며 시야가 좁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는 점점 힘을 잃어가고 흔들린다. 이런 장치들은 영화의 텍스트를 보다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해주는데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여기에 다층의 서브 텍스트들을 심어 놓아 탄탄한 구조와 견고한 스토리텔링을 가진 영화로 만들었다. 영화 속에서 스트릭랜드가 추구하는 것은 냉전시대 미국적 이데올로기이며 그 시대의 중산층의 삶이고 어떤 힘에도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힘과 권력을 갖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과 다른 것은 아무 것도 신뢰하거나 관심을 갖지 않는다. 스트릭랜드에게 청소를 하는 엘라이자라는 여자는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하층민일 뿐이고, 그녀와 친하게 지내는 젤다라는 여자는 흑인이어서 자신과는 영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일 뿐이다. 남미에서 신으로 숭배된다는 이 존귀한 생명체는 스트릭랜드에게는 흉측한 외모를 가진 괴생명체이자 실험대상일 뿐이다. 그 괴생명체를 연구하며 일말의 애정을 갖는 듯 보이는 호프스테들러 박사 또한 마음에 들지 않는다. 박사이지만 외국인인 그, 더구나 저런 괴물에게 연민을 품다니 말도 안 되는 것이다. 
 

말하자면 스트릭랜드는 냉전시대의 이데올로기를 기반으로 백인우월주의, 가부장적 사고방식에 사로잡혀 힘과 권력이 없는 사람이라면 상대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고 다른 문화, 다른 성격, 다른 취향을 가진 다른 사람들을 도무지 인정할 수 없는 인격을 가진 것이다. 그런 스트릭랜드가 갖고 싶어 한 것은 캐딜락 드빌. 아마도 그에게 이 차는 미국 중산층의 상징이었을 것이다. 영화 속에서 딜러가 차를 권하며 다루는 방식만 보아도 캐딜락 드빌이 스트릭랜드에게 어떤 상징으로 다가갔을지 명백히 보인다. 
 

아무튼 스트릭랜드가 구입한 이 차는 엘라이자와 친구들이 괴생명체를 탈출시킬 때 통쾌하게 부숴버리는데 이 장면 또한 단순히 자동차의 손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스트릭랜드로 대변되는 경직되고 유연하지 못한 시대와 사고의 붕괴를 암시한다. 그래서 <셰이프 오브 워터 : 사랑의 모양>은 가장 아름답고 멋진 사랑을 그린 판타지임과 동시에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여태 그래왔듯 인간의 제도와 가치관과 신화를 서브 텍스트로 다져 넣으며 묵직한 철학을 담은 작품으로 탄생했다. 그 속에서 캐딜락 드빌은 동시대가 추구했던 배타와 독선의 위험성과 관대함과 연민과 서로에 대한 인정의 가치를 이야기하며 꽤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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