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디움에 서지 못한 안타까운 모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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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디움에 서지 못한 안타까운 모델들
  • 안정환
  • 승인 2018.03.27 1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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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차는 있어도 나쁜 차는 없다. 세상 모든 차는 좋은 의도와 남다른 각오를 품고 세상에 나온다. 하지만, 시장의 판단은 가혹할 따름이다. 소비자에게 상품성을 인정받지 못하면 가차 없이 외면 받는다. 동정 따&

기아 K9
기아 K9 역시 비운의 플래그십 아닐까? K9는 2012년 럭셔리 세단시장에 발을 디뎠지만, 현대 에쿠스(제네시스 EQ900)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그렇다, 오랜 시간 대한민국 국민 회장님차로 인지도를 쌓아온 에쿠스 벽은 높기만 했다. 더불어 기아라는 브랜드는, 현대에 비해 대중 브랜드라는 인식이 강했고, 럭셔리 세단을 원하는 소비자들은 수입차로 눈길을 돌렸다. 도로 위에서 종종 K9를 마주치더라도 대부분 병아리 컬러 번호판을 달고 있는 우버블랙택시가 대부분. 곧 K9 후속모델이 ‘스팅어’ 엠블럼을 달고 나온다고 하는데, 국내 럭셔리 세단시장에서 먹힐지는 두고 볼 일. 

 

현대 아슬란
얼마 전까지 현대의 플래그십 세단이라는 직함을 달고 있던 아슬란. 지난 2017년 말 만 세 살이라는 나이를 마지막으로 세상과 작별했다. 저조한 판매량을 끌어올릴 방법을 결국 찾지 못했던 것. 또한, 태생부터 국내 전용모델로 나왔기 때문에 수익성과 거리가 멀기도 했다. 아슬란 첫 출시 후 역사 속으로 사라질 때까지 겨우 1만3936대 판매에 그쳤다. 이는 신형 그랜저의 연간 판매량과 비슷한 수치다. 아슬란 역시 자리싸움에 실패했다. 나름 그랜저를 넘어서는 고급스러움을 무기로 내세웠지만, 소비자들이 보기에는 이도 저도 아니었다. 아슬란을 살 바에야 그랜저 고급형을, 아슬란을 살 바에야 조금 무리하더라도 제네시스를. 

 

현대 i40
해치백뿐만 아니라 왜건 역시 한국에서는 인기를 끌기 어려운 차종이다. 현대 i40 왜건이 그렇다. 유럽에서는 중형왜건으로 나름 꾸준하게 인지도를 높이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거의 ‘레어템’에 가깝다. 세단 버전도 마찬가지. 국산 중형차인데도 도로 위에서 좀처럼 보기 어렵다. 문제는 쏘나타와 그랜저 사이를 메우는 애매한 포지션. 틈새는 현대가 생각한 것보다 더 좁았다. i40 국내 판매량은 왜건과 세단 다 합쳐도 연간 500대를 채 넘기지 못한다. 반면 유럽에선 현대의 스테디셀러에 속한다. 2012년 3만5265대가 팔린 뒤 매년 2만대 이상의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다. 현대의 말처럼 유럽시장을 목표로 개발했기 때문일까? 그래서 사람들이 유럽차라고 생각하나? 많은 사람들이 유럽 스타일 좋아하는데…

 

현대 i30
역시나 한국은 ‘해치백의 무덤.’ 2016년에 나온 3세대 i30은 2세대보다 개선된 디자인과 차체, 동력성능으로 ‘핫해치’라는 슬로건까지 정면에 내세우고 등장했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들은 또 외면했다. 당시 많은 자동차전문 미디어도 정말 괜찮은 상품성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으나, 소비자에겐 전혀 통하지 않았다. 업계에 공공연하게 떠도는 미디어의 저주일까? 
물론 국내 해치백에 대한 관심이 적기도 하지만, 아직 i30의 브랜드 인지도나 상품성에서 유럽산 모델들보다 부족하긴 하다. 국내 소비자에게 해치백은 폭스바겐 골프나 미니 쿠퍼까지만이다. ‘해치백의 요람’ 유럽에서는 현대의 고성능 브랜드 N을 다듬은 i30 N까지 판매한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시판한다면 조금이나마 해치백이라는 인지도 면에서, 혹은 판매량에서 도움이 되지 않을까? 

 

쉐보레 크루즈
며칠 전, 안타까운 뉴스가 들려왔다. 한국지엠이 군산공장을 폐쇄한다는 것. 더욱 아쉬운 건 출시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신형 크루즈가 단종수순을 밟게 됐다는 사실이다. 쉐보레 크루즈는 탄탄한 기본기를 내세웠다. 차체골격의 골밀도도 우수해 주행밸런스와 안정감이 뛰어났다. 하지만 경쟁모델 대비 높은 가격과 부족한 트림구성 등으로 소비자에게 외면을 받았다. 뒤이어 가격할인과 디젤모델을 추가했으나, 돌아선 소비자의 마음을 되돌리긴 어려웠다. 지난해 국내 판매량은 1만324대, 수출은 7642대에서 그쳤다. 같은 준중형 현대 아반떼에 비하면 새 발의 피 수준. 

 

DS5
생긴 건 해치백이지만, 나름 DS 브랜드의 기함. DS5는 실용성을 중시하는 프랑스차치고 실내도 고급스럽고 남다른 개성 역시 프랑스식 감성. 좀처럼 보기 어려운 화려한 인테리어가 운전자를 맞이한다. 그런데 이러한 독특함이 오히려 국내 소비자에게 난해함으로 다가왔다. 같은 가격대(4590만~4950만 원)에 상품성 좋은 차가 즐비한 점도 DS5 판매량을 발목 잡는 요인. 지난해 한국에서 DS5는 총 10대가 팔렸다. 물론 여기엔 브랜드의 낮은 인지도도 한 몫 한다. 더욱이 DS는 2015년 시트로엥에서 분리되어 단독 브랜드로 거듭났지만 아직 시트로엥 라인업 중 하나라는 인식이 강하다.  

 

피아트 500
피아트 500은 앙증맞은 차지만, 올해 환갑의 나이로 나름 혈통깨나 있는 모델. 전 세계에서 600만 대 이상 판매되며, 소형 자동차역사에 한 획을 그어왔다. 지금도 유럽에선 대표적인 씨티카로 불릴만큼 인기가 높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다르다. 컨버터블 500C까지 다 합쳐야 연간 판매량 겨우 100대를 넘길 정도. 연간 수천 대씩 팔리는 미니 쿠퍼와는 대조적이다. 피아트 500 가격은 2000만 원대로 수입차 중에서는 저렴한 편이지만, 크기와 출력이 경차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또한, 국내 경차 규격보다 폭이 단지 2.7cm 더 넓다는 이유로 경차혜택도 누리지 못한다. 한국에서 피아트 500은, 그저 귀여운 차일 뿐이다.  

 

재규어 XJ
재규어는 영국인들이 가장 자부심을 갖는 브랜드. 그 가운데에서도 XJ는 브랜드의 플래그십 모델이다. 이름에 걸맞은 고급스러움과 안락한 승차감이 최대무기. 롱휠베이스 모델까지 갖추고 있어 쇼퍼드리븐으로도 손색없다. 특히 이안 칼럼이 디자인한 5세대 모델은 2010년 ‘굿 디자인’ 최우수상을 받으며 디자인적으로도 손색이 없음을 증명했다. 하지만, 국내에서의 인지도는 경쟁모델에 비해 한참 모자란다. XJ의 지난해 국내 총판매량은 276대. 동급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나 BMW 7시리즈에게 들이밀기엔 너무도 형편없는 성적표. 한국인들의 독일차 사랑이 대단하긴 대단한가 보다. 

 

토요타 아발론
토요타 기함 아발론은 미국시장의 대표 대형세단으로 꼽힌다. 중형세단 캠리와 같은 플랫폼을 쓰지만 더 큰 사이즈와 여유로운 실내공간을 무기로 내세운다. 더불어 풍부한 편의장비 및 안전사양, 그리고 탁월한 승차감 등으로 미국인의 취향을 정확히 저격했다. 미국시장에서 한 달에만 5000~6000대 이상씩 팔릴 정도. 반면 국내에서는 지난 한 해 동안 달랑 92대 판매에 그쳤다. 같은 기간 5709대나 오너를 찾은 캠리(하이브리드 포함)보다도 턱없이 부족한 판매량. 브랜드 내에서 가장 맏형이지만 국내시장에선 캠리와 렉서스 ES 사이에서 제대로 기 한번 못 펴본 꼴이다. 

 

BMW i8
BMW가 야심 차게 내놓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스포츠카 i8. 생긴 건 영락없는 최고의 수퍼스포츠카다. 그만큼 화려하고 시선을 압도할 만한 포스를 뿜어낸다. 최고출력은 362마력을 발휘하면서도 연비는 13.7km/L로, 다른 스포츠카들에 비해 월등히 높은 연료효율을 자랑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국내에서의 인기는 그리 높지 않다. 지난해 우리나라에 총 45대 팔렸다. BMW가 파격적인 할인과 다양한 마케팅을 진행했음에도 실적은 초라하다. 아직은 스포츠카하면 대배기량으로 강력한 힘을 뽑아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게 깔린 듯. i8이 전기모터의 도움을 받아 나름 출중한 성능을 낸다 해도, 3기통 1.5L 엔진은 외모와 가격에 비해 빈약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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