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흡기 8기통의 힘, 카마로 vs 머스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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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흡기 8기통의 힘, 카마로 vs 머스탱
  • 오토카 편집부
  • 승인 2018.03.21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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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 머스탱과 쉐보레 카마로 비교는 보닛 아래에 담겨 있는 거대한 자연흡기 V8에 관한 것이 전부다. 댄 프로서(Dan Prosser)가 미국에서 만들어 영국으로 건너온 두 대의 정통 머슬카를 비교했다

그 옛날, ‘배기량을 대신할 수 있는 건 없어!’라는 말을 멋지게 처음 내뱉은 사람이 누구인지는 몰라도, 그 시절에는 그의 이야기가 설득력깨나 있었을 것이다. 더 빨리 달리고 싶다면 더 큰 배기량이 필요했다. 그러나 스마트폰과 암호화 화폐 시대에는 그런 이야기가 조금 어색하다. 지금은 자동차를 더 빨리 달리게 하는 방법은 수없이 많다. 하이브리드와 터보를 활용하는 방법이 있는가 하면, 영리하게 경량소재를 써서 엔진 배기량에 관계없이 훨씬 더 강력한 성능을 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배기량을 실질적으로 대신할 것은 없다. 아주 큰 자연흡기엔진의 우렁찬 소리를 흉내 낼 수 있는 건 없다. 수퍼차저나 터보차저의 도움을 받지 않은 채 피스톤을 위아래로 움직이는 6기통이나 8기통 엔진으로부터 미친 듯이 쏟아져 나오는 동력과 비교할 수 있는 것도 없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런 대배기량 자연흡기엔진들은 무자비할 만큼 가혹한 배출가스 규제 때문에 차츰 사라지고 있다. 요즘 나오는 모든 차들에 터보가 달리는 것도 그 때문이다. 물론 예외는 있다. 여전히 멋을 지키고 있는 미국산 머슬카가 있다. 

 

최신형 포드 머스탱은 글로벌 모델이다. 우핸들 버전을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심지어 라이브 액슬 방식 뒷 차축을 대신해 유럽 스타일인 멀티링크 서스펜션을 달았다. 한편, 6세대 쉐보레 카마로는 이전 모델보다 100kg 가까이 가벼워졌고 정교한 멀티링크 뒤쪽 서스펜션을 갖추고 있다. 몇 가지 중요한 변화가 이루어진 최신 미국산 머슬카들은 21세기에도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한 가지 중요한 건, 머스탱과 카마로는 여전히 의도적이면서 매력적으로 옛 구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 두 차의 훌륭한 V8 엔진은 모두 터보나 전기모터의 도움을 받지 않고, 영광스럽게도 배기량에만 의존한다. 그러나 현실적인 질문을 던져보자. 어느 하나라도 실제로 영국에서 가지고 있을 가치가 있는 차라고 할 수 있을까?

3만8095파운드(약 5740만 원) 가격표가 붙은 머스탱은 과거 어느 때보다 손에 넣기 쉬워졌고, 3만9040파운드(약 5880만 원)로 조금 더 비싼 카마로는 여전히 운전석이 왼쪽에 있는 모델뿐이다. 영국에서 1년 동안 매일같이 카마로를 몰고 다녀도 다른 카마로와 마주치는 일은 단 한 번도 없다. 포드가 머스탱으로 그랬듯 쉐보레는 오리지널 카마로의 전반적인 스타일을 멋지게 재창조해 이 최신모델에 반영했다. 최신형 모습을 하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카마로 고유의 특징이 살아있다.
 

구식 머슬카이기는 해도, 최신형 카마로 실내는 세련된 모습이다

각 차의 대배기량 V8과는 별개로, 미국산 머슬카들에서 볼 수 있었던 또 하나의 특징은 질이 떨어지는 인테리어다. 저질 인테리어는 타협의 일부였다. 권장가격이 아주 낮았고 거대한 V8 엔진을 앞쪽에 올리기 때문에 잘 긁히는 플라스틱을 조잡한 조립품질로 넣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 점은 지금의 머스탱에서도 뚜렷하게 볼 수 있다. 실내는 기능적이지만 소재는 평범하고, 대시보드 디자인은 1960년대 오리지널 모델 흉내에 급급했다. 

한편, 카마로는 안에서부터 고급차 분위기가 풍긴다. 소재 품질은 훨씬 뛰어나고 디자인은 깔끔하며 단정하다. 낮은 위치에 놓인 중앙 공기배출구와 히터조절 기능 등 우아한 요소들도 갖추고 있다. 머스탱이 스티어링 휠 거리 조절범위가 더 넓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전반적으로 카마로 실내가 더 편안하고 더 자연스러운 자세를 돕는다.
 

우핸들은 정통 머스탱과 거리가 있지만, 커다란 원형 계기는 확실히 머스탱답다

스티어링의 기능적인 측면부터 살펴보자. 더 나은 느낌을 주는 것은 카마로. 적어도 처음 받는 느낌이 그렇다. 머스탱 스티어링 특성이 주는 첫 느낌은 애매하고 부정확한 반면, 카마로는 탄탄하고 빠르며 직접적이어서 차가 가볍고 작다는 느낌이다. 그러나 카마로 앞차축을 커브에 제대로 밀어 넣기 시작하면, 높은 스티어링 랙 기어비가 약간 인위적인 느낌이다. 차체 앞부분이 제 위치를 지키기는 하지만, 섀시 나머지 부분은 그렇지 않다. 앞차축이 서둘러 커브를 향해 꽂히고 나면 1659kg의 무게가 코너를 향해 움직이느라 차체 전체가 힘겹게 기울어진다. 움직임은 어설프다. 

포드 엔지니어들은 머스탱이 머슬카처럼 움직이도록 허용할 만큼 대담했다. 엔지니어들은 머스탱 움직임이 실제보다 더 역동적으로 느껴지도록 만들려고 애를 쓴 건 아니다. 스티어링이 처음에는 느슨했지만 실제로는 섀시 나머지 부분과 좀더 잘 어우러진다. 일단 두 차를 코너 한가운데로 몰아붙이면, 머스탱 움직임 파악이 더 쉽다. 차 아래로 지나가는 노면상태를 확실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접지력 한계에 이를 때까지 머스탱을 좀더 밀어붙여도 괜찮을 것 같았다. 
 

놀랄 만큼 반응이 빠른 카마로 스티어링 휠은 1659kg에 이르는 무게를 실감하지 못하게 만든다

멀티링크 구성의 뒤 서스펜션을 갖춘 덕분에, 이제는 둘 모두 현대적인 차가 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여전히 유럽산 4인승 쿠페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미국차의 색깔을 뚜렷하게 유지하고 있다. 두 차 모두 도로를 많이 차지하고, 재빠르고 나긋나긋하기보다는 조금은 느긋하며 차분하다. 움직임은 공습경보 사이렌의 리듬을 따르는 듯하다. 거칠게 몰아붙이려고 애쓰기보다는 적당한 속도를 유지하며 코너를 공략하게 된다. 그리고 부드럽게 어루만지듯 몰아야 한다.

머스탱은 글로벌 모델이지만, 길이 넓고 곧게 뻗어있는 미국에서 자연스럽다. 기어비가 넓고 유연한 움직임이 큰 서스펜션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영국 시골길은 대개 비좁고 노면이 울퉁불퉁하고 구불구불 휘어졌다. 덩치가 크다는 느낌과는 별개로, 두 차 모두 노면에 따라 무척 바쁘게 출렁이고, 내려앉을 때에는 무거워졌다가 뜰 때에는 아주 가벼워지는 식으로 스프링에 의지해 약간 튀는 느낌도 든다. 적어도 시승차처럼 옵션인 조절식 댐퍼가 있다면, 두 차 가운데 차체 움직임이 더 절제된 쪽은 카마로다.
 

이제는 미국 외 지역에서도 판매하지만, 6세대 머스탱은 길고 넓은 미국도로에 알맞다는 건 다 아는 사실

두 차의 달리기는 미국 머슬카답다. 그 점이 중요하고, 그런 이유 때문에 재미있고 즐겁기까지 하다. 그러나 머스탱과 카마로에서 정말 중요한 한 가지를 꼽자면 힘 좋은 V8 엔진을 들 수 있다. 머스탱의 것보다 배기량이 큰 카마로의 엔진은 최고출력이 453마력, 최대토크가 62.9kg·m으로 최고출력 421마력, 최대토크 54.1kg·m인 머스탱보다 더 강력하다. 그러나 강력한 힘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엔진의 개성과 소리다. 카마로 엔진은 V8 고유의 특징이 뚜렷하다. 8개의 실린더로만 만들어내는 소리가 놀랄 만큼 강렬하게 엇박자로 우르릉거리며 회전한계인 6500rpm까지 쏟아져 나온다.

머스탱 엔진은 카마로와 마찬가지로 힘들이지 않고 풍부한 토크를 바탕으로 한 성능을 보여주지만, 결정적으로 개성이 없다. 음색은 상대적으로 부드럽지만 듣기 좋은 소리라기보다는 헤어드라이어 같은 바람소리를 쏟아낸다. 그리고 6000rpm을 넘어서면 엔진은 비참할 정도로 맥이 빠진다. 카마로에 선택사항으로 달린 스포츠머플러가 그런 차이를 만들어냈을 것이고, 머스탱도 배기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면 훨씬 더 활기찬 소리를 뿜을 것이다. 어쨌든, 카마로 V8 엔진은 강렬한 개성을 드러낸다. 

판단하기가 어려워진다. 더 매력적인 카마로 엔진이 우측통행용 차를 모는 불편함을 능가하는 장점이라고 할 수 있을까? 만약 매일 차를 쓴다면, 우렁찬 배기음과 회전 한계에서의 맹렬한 가속력이 주는 신선한 느낌은 시야가 가려진 교차로를 지나거나 민첩하게 추월할 때, 고속도로 통행권을 받을 때마다 희미해질 것이다. 그러나 카마로를 주말용 놀이기구처럼 쓴다면, 운전석이 반대편에 있다는 사실도 매력의 일부가 될 수 있다. 머스탱이 매력이 없는 건 아니지만, 즐길거리는 카마로가 더 많다. 그리고 영국도로에 훨씬 더 잘 어울리는 유럽산 쿠페들이 많기는 하지만, 카마로는 배기음과 옛 방식을 고집해서 얻은 즐거움을 통해 여전히 배기량을 대신할 것이 없음을 입증하고 있다.  
 

위대한 미국차들의 경쟁

자동차세계에서 벌어진 경쟁에서 포드와 쉐보레 사이만큼 치열한 브랜드도 없었다. 두 거물 브랜드는 수십 년에 걸쳐 전쟁을 벌였고, 특히 픽업트럭과 머슬카 영역에서 두드러졌다. 머슬카에서 다툼이 일어난 것은 포니카 장르를 만들어낸 포드 머스탱에 대응하기 위해 쉐보레가 카마로를 내놓은 1966년부터. 판매경쟁에서는 포드가 앞선 시기가 많았다. 2014년을 기준으로, 두 차가 모두 판매된 41년 동안 머스탱이 카마로보다 많이 팔린 해는 31년이나 된다. 2017년에는 미국시장에서 포드가 8만1866대의 머스탱을 팔았다. 이는 쉐보레 카마로의 실적인 6만7940대보다 많은 수치. 
 

카마로는 <트랜스포머>에서 오토봇으로 등장했다

그러나 머스탱과 카마로의 경쟁은 단순히 판매수치 이상의 의미가 있다. 두 차의 경쟁은 미국 대중문화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어, 대부분은 한 모델에 대한 충성을 다른 모델로 바꾸는 것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영국 축구팬이 자신이 응원하는 팀을 리버풀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바꿀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할리우드라면 경쟁을 단박에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영화에 등장한 카마로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아마도 <트랜스포머 시리즈>에 나온 범블비일 것이다. 머스탱이 돋보인 영화는 무엇이 있을까? 당연히 스티브 맥퀸이 몰고 나온 <블리트>가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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