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혜의 영화와 자동차-로드 투 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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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혜의 영화와 자동차-로드 투 로마
  • 신지혜
  • 승인 2018.03.09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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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 투 로마 : 피아트 판다와 알파 로메오> - 사랑을 싣고 달리다

사춘기를 심하게 겪고 있는 딸 서머를 보며 매기는 남몰래 한숨을 내쉰다. 지금은 우선 악영향을 끼치는 나쁜 남친으로부터 딸을 떼어 놓아야 한다. 그리고 어쨌든 어렵게 낸 휴가가 아닌가. 이탈리아 중부의 아름다운 그곳 투스카니에 도착한 매기는 탁 트인 공간, 파란 하늘, 신선한 공기에 단번에 매료되지만 서머는 남자친구가 있는 미국으로 돌아가고 싶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린다. 

매기는 그곳에서 20년 전 첫사랑 루카와 조우하고 어딘가 마음 한 구석 설렘을 느낀다. 루카의 집에 초대받아 서머와 함께 루카를 찾은 매기는 일상을 벗어나 모처럼 여유로운 마음을 갖지만 뜻하지 않은 사건이 일어나고야 만다. 도망칠 기회를 노리던 서머가 루카의 알파 로메오를 타고 떠난 것이다. 게다가 루카의 어머니인 카르멘도 함께. 놀란 매기와 루카는 공항에서 빌린 렌터카, 낡을 대로 낡은 피아트 판다를 몰고 그 뒤를 쫓게 된다.
 

매기와 루카. 서로 첫사랑이지만 서로에게 가닿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각자의 배우자를 선택했던 그들은 딸 하나씩을 두고 있다. 두 사람 모두 다시 싱글이 되었지만 20년 전의 감정이 상대에게 남아있는지는 알 수 없다. 더구나 지금 두 사람은 각자 딸과 어머니를 찾아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긴박한 상황이니 로마로 향하는 아름다운 여정도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서머와 카르멘. 서로 생전 처음 보는 남남이고 세대도 다르지만 두 사람은 사랑으로 대동단결한다. 남자친구에게 돌아가기 위해 로마 공항으로 가야 하는 서머와 50년 전 첫사랑과 결혼식을 올리기 위해 로마의 한 교회로 가야 하는 카르멘. 비록 각자의 엄마와 아들이 뒤를 쫓고 있지만 두 사람은 로마로 가야 한다는 공동의 목표 아래 굳게 손을 잡는다.

우여곡절 끝에 로마에 도착한 네 사람은 작은 오해와 갈등에 휩싸이기도 하지만 모든 것은 제 자리로 돌아온다. 사랑이라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감정을 놓치지 않았던 그들은 결국 각자의 사랑을 완성한다. 50년 전 듀엣을 결성해 노래를 불렀던 카르멘과 마르첼리노. 서로를 사랑했지만 함께 하지 못하고 헤어져 50년을 지내고 이제 서로를 되찾으며 인생을 완성한다. 20년 전 만나 사랑을 느꼈지만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서 헤어졌던 매기와 루크. 세월이 흘렀지만 서로가 진정한 사랑임을 깨달은 그들은 이제 남은 인생을 약속한다.
 

10대의 철없고 위태로운 불장난 같은 감정을 사랑이라 믿으며 어리석게 굴었던 서머는 알파 로메오를 타고 로마로 향하는 여정, 그리고 여러 가지 사건 속에서 진정한 사랑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이제 다시 시작될 자신의 운명을 기다리기로 한다. 매기와 서머가 공항에 도착해 간신히 빌린 차는 낡은 노란색 피아트 판다. 딱 봐도 80년대 연식인 이 낡은 차는 매기와 루크를 태우고 알파 로메오를 추격하며 둘만의 공간을 만들어 주면서 옛 감정을 다시 되살려주는 일등공신이 된다. 서머와 카르멘이 로마로 몰고 가는 차는 빨간색 알파 로메오. 산뜻하고 세련된 모양의 이 멋진 차는 서머와 카르멘이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만들어 주고 사랑의 기억을 끌어안고 살아 온 카르멘과 사랑의 추억을 만들어 갈 서머가 친구가 되도록 도와준다. 

오직 사랑에 대해 부담 없고 산뜻하게 이야기하는 영화 <로드 투 로마>. 그 사랑을 향해 달리는 노란색 피아트 판다와 빨간색 알파 로메오로 포인트를 주고 있는데 여유 있는 분위기와 풍광 속에서 두 자동차는 무척이나 사랑스럽다. 무엇보다 카르멘과 마르첼리노, 매기와 루카를 이어주는 사랑의 전령이 되어주지 않았던가. 그리고 서머에게 인생의 소중함과 진정한 사랑의 기본을 알려주지 않았던가.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은 그대로 카르멘과 마르첼리노의 노래 제목이기도 하면서 이 영화의 원제이기도 하다. ‘all roads lead to rome’. 피아트 판다와 알파 로메오는 거기에 사랑을 싣고 달린다.  

시네마 토커 신지혜
(CBS-FM  신지혜의 영화음악 제작 및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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