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 교수의 디자인 비평-인도에서 만난 현대차와 디자인 경향
상태바
구상 교수의 디자인 비평-인도에서 만난 현대차와 디자인 경향
  • 구상
  • 승인 2018.03.11 16: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도에서 시판되고 있는 초소형 세단 현대 엑센트

인도의 자동차 생산량은 지난 2016년에 우리나라를 추월해서 세계 5위가 됐다. 우리나라는 2005년에 처음으로 자동차생산량 세계 5위에 오른 이후 지난 2015년까지 연속해서 11년 동안 5위를 유지해 왔다. 그런데 2016년의 통계에서 인도가 5위로 올라서고 우리나라는 6위로 내려앉았다. 2017년의 정확한 통계는 아직 알 수 없으나, 우리나라는 다시 5위로 올라서지는 못할 것이다. 물론 이건 단지 생산대수 기준이고, 이 순위가 국가의 자동차기술 수준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세계적인 자동차 브랜드를 다수 가진 프랑스와 영국, 이탈리아 등의 국가들이 10위권 밖에 있다는 것이 그 증거이다. 그러나 각 국가의 자동차 생산량은 그 나라의 내수시장 규모를 반영한 것이므로, 생산량이 많은 건 기술 발전의 잠재력이 높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인도는 인구가 13억 명에 이르고, 엄청난 넓이의 국토면적과 1000명당 32대(우리나라는 약 250대 정도 된다)의 낮은 자동차 보급률 등으로 발전 잠재력이 어마어마한 자동차시장으로 꼽힌다. 

이미 인도의 토종 메이커 타타자동차가 재규어와 랜드로버 등 기존 유럽 럭셔리 브랜드는 물론이고, 우리나라의 대우상용차를 인수한 바 있다. 또 다른 인도의 토종기업 마힌드라(Mahindra)는 쌍용자동차를 인수했는가 하면, 이탈리아 굴지의 자동차 디자인 전문기업 피닌파리나(Pinifarina)도 인수하는 등 놀라운 투자와 발전속도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막상 인도 현지에 와 보면, 인도 자동차시장의 성장에는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것은 열악한 도로조건과 아울러 소비자들의 차량 구매력이 양극화된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에서 버나(Verna) 세단은 훨씬 더 큰 느낌이다

흥미로운 점은 인도의 내수시장에서 큰 비중을 이루는 승용차들 대부분이 시티카 급(다른 구분으로는 A세그먼트)이면서 세단형 차량인데, 이들은 극히 짧은 트렁크와 높은 전고를 가지고 있어서 조금은 낯선 디자인으로 보인다. 시티카 급은 전장이 3995mm에 전폭이 1660mm이어서 우리의 경승용차 기준 3600mm와 1600mm보다는 조금 크다. 이 등급의 차량으로 현대자동차가 인도에서 시판중인 엑센트 역시 짧은 데크와 높은 차체 비례를 가지고 있다. 엑센트는 현대의 경승용차 해치백 모델 그랜드 i10의 세단 버전이다. i10은 기아 모닝과 거의 같은 모델이지만, 그 위급의 그랜드 i10은 경승용차보다는 넓은 1660mm의 전폭을 가지고 있다.

한편으로 i10의 상급 모델로 시판 중인 i20은 국내에서는 단종된 클릭의 3세대 모델이다. 현대 클릭은 국내에서 경차혜택도 못받는 소형차라는 인식에서 대중적인 호응을 받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러나 인도에서는 현대 i20을 상당히 좋은 차로 여긴다. 그렇기 때문에 서민들의 현실적 대중적인 모델은 i10이고, 그의 세단 버전으로 나온 차가 바로 엑센트인 것이다. 그런데 엑센트를 보다가 현대가 시판 중인 버나(Verna; 우리나라에서는 ‘베르나’이지만, 인도 현지에서는 ‘버나’라고 불린다)를 보면 꽤 큰 차체에 유연한 디자인으로 인해 날렵해 보이기까지 한다. 버나는 길이가 4370mm에 전폭이 무려 1705mm에 이르는 큰(?) 차체로 B세그먼트 승용차 모델이다. 그래서 인도에서는 제법 큰 차로 보인다. 디자인은 정말로 상대적인 건지도 모른다.

현대자동차의 인도 시장용 엑센트는 전장이 3995mm, 전폭 1660mm에 전고는 1520mm에 이르고 있어서 치수로만 본다면 소형 톨보이 해치백(tallboy hatchback) 모델인 기아 쏘울 보다도 더 작다. 그런데 그런 타이트한 치수 속에서도 데크를 가진 3박스 세단을 만들었다는 건 인도 시장에서 세단에 대한 수요가 크다는 방증이다. 그런데 이건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이른바 ‘해치백의 무덤’ 이라고까지 불리는 국내 시장에서 세단 선호도는 매우 높다.

그래서 필자는 문득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인도에서 판매되는 엑센트는 우리의 경승용차 기준을 살짝 넘어서기는 하지만, 만약 우리나라의 초소형 승용차에서 모닝이나 스파크 같은 해치백 모델 이외에 엑센트 같은 초소형 세단 모델의 선택지가 생긴다면, 실용적이면서 아담한 차량으로 호응을 얻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물론 메이커 입장에서의 수익성은 매우 낮겠지만…. 인도에 와서 마주친 초소형 세단 엑센트는 여러 가지 생각을 떠올리게 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